<조세일보 공동기획> '공평과세, 이것이 바뀌어야 한다' ⑦



(편집자주) 조세일보와 참여연대 조세개혁팀이 공동기획으로 '공평과세 이것이 바뀌어야 한다'는 주제로 칼럼을 연재합니다. 이 연재칼럼은 주 1회 게재될 예정이며 조세일보 사이트(www.joseilbo.com)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조세일보 공동기획-공평과세, 이것이 바뀌어야한다
① 공평과세로 가는 길 아직도 멀었다 (05/28)
② 소득격차심화와 사회적 파장 (05/31)
③ 미룰 수 없는 또 하나의 선택: 과세인프라 확대 (06/11)
④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 : 주식시장에 세금을 물려라(상) (06/17)
⑤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 : 주식시장에 세금을 물려라(하)
⑥ 재벌 옹호 수단으로 이용되는 조세법률주의

지난 한해 국민들의 관심을 집중시킨 사건 중 하나가 언론사에 대한 세무조사였다. 세무조사 앞에서는 성역이 있을 수 없다는 너무나 당연한 명제 앞에 세무조사를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한다는 부정적 시각 또한 존재하였고, 그 주장이 결코 무모한 주장이라고 쉽게 무시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었다. 언론사에 대한 세무조사에 정치적 목적이 있다는 주장 자체가 또 하나의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되고 있는 현실 앞에서 이제 이러한 낭비적인 논쟁을 더 이상 반복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할 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낭비적인 논쟁을 불러일으킨 현실은 그동안 세무조사라는 세무행정이 우리 납세자들에게 얼마나 부정적으로 비춰졌는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납세자들은 세무조사와 관련하여 다른 목적을 위한 표적 조사, 권리침해를 가져오는 부당한 조사방법의 남용행위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고 경험적으로 느끼고 있다.

구체적으로 납세자들은 (1) 탈세를 방지하고 공평과세를 실현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행해져야 할 세무조사가 정치적 목적의 달성 등 다른 목적을 위하여 수단으로 사용되어 왔고, (2) '털어서 먼지 안 나는 곳이 없다'라는 말이 대변해 주듯이 적법하고 공정한 과세를 위한 행정수단이 아니라 국고 수입의 확대를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어 왔으며, (3) 이러한 목적의 변질 과정에서 납세자들에 대한 권리침해와 부당한 조사방법의 남용이 발생하여 왔다고 느끼고 있는 것이다.

납세자 55% "세무조사 강화해야"

그런데 세무조사에 대하여 경험적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우리 납세자들의 세무조사 선정비율에 대한 인식은 이와 다른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즉 세무조사 선정비율에 대한 납세자들의 인식을 조사한 최근 논문자료에 의하면 전체 응답자의 55%가 세무조사를 강화하여야 한다는 응답을 하고 있다. 세무조사에 불순한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냐라는 부정적 시각을 가지고 있는 납세자들이 세무조사 자체는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조사결과는 겉으로는 역설적으로 보여질지 모르지만, 이는 한국의 납세자들이 한국의 탈세수준의 심각성을 느끼고 있으며 이의 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데 공감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즉 납세자들은 세무조사를 하지 말거나 세무조사대상 선정비율을 줄여야 한다고 느끼고 있지 않으며, 오히려 한국의 탈세수준을 고려할 때 세무조사대상 선정비율을 보다 강화하여 세무조사를 할 필요가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다만, 납세자들은 그러한 세무조사 강화과정에서 납세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보다 엄정하고 공정한 세무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부르짖고 있는 것이다.

세무행정에 있어서 탈세 방지는 가장 중요한 목표 중의 하나이다. 한국의 탈세수준이 어느 정도일 것이냐에 대하여는 정확한 통계를 내기 어렵지만 우리 납세자들은 경험적으로 한국의 탈세 수준이 아주 심각한 수준이라고 느끼고 있다. 탈세 규모를 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지하경제 규모에 대하여 한국조세연구원이 인용한 최근의 외국문헌에 의하면 OECD 가입국가 중 일본과 미국의 경우에는 지하경제규모가 GDP 대비 8% - 10% 수준이고, 프랑스, 네덜란드, 독일, 영국의 경우에는 13% - 23% 수준인 반면, 우리나라의 지하경제 규모는 약 38% - 50% 수준으로 필리핀, 스리랑카와 같은 그룹에 속해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수치의 정확성에 대하여는 다소 의문을 표시할 수 있겠지만 지하경제의 규모 및 그 이면의 탈세 수준이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에는 어느 누구도 쉽게 의문을 표시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세무조사대상 선정비율이 어느 정도 되어야 적정한 것이냐에 대해서는 정확한 답을 내기 어렵지만 그 사회의 탈세수준과 상대적 관련성이 있으므로 탈세수준이 높은 사회에서 세무조사대상 선정비율을 보다 더 높여야 한다는 점은 특별히 반론을 제기하기 어렵다. 그런데 위 지하경제규모에 대한 추정비교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 지하경제규모는 미국에 비해 5배 내지 7배의 차이를 나타내고 있으며, 이는 곧 탈세수준의 차이가 그 정도에 근접하고 있다는 것을 추정케 한다. 그렇다면 언뜻 생각해 보더라도 탈세수준을 미국과 같은 수준으로 억제하기 위해서는 미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세무조사대상 선정비율보다 최소한 우리나라에서 실시하고 있는 세무조사대상 선정비율이 높아야 함이 타당할 것이다. 그런데 통계자료는 현실이 그러하지 못함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조세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논문에 의하면 국세청에서 매년 발간하는『국세통계연보』를 통해 확인한 1997년 - 1999년간 종합소득세 납세자들에 대한 세무조사 대상자 비율은 전체 납세자의 0.24% - 0.27% 수준이고, 법인세의 경우에는 1999년도의 조사대상비율이 전체 법인대상 2.36% 수준으로 확인하고 있다. 이에 반해 미국의 1997년 세무조사대상비율은 개인소득세의 경우에는 우리나라 조사비율보다 거의 4배나 높은 0.99%로, 법인소득세의 경우에는 우리와 비슷한 2.09%인 것으로 발표되어 있다.

한편 미국의 개인소득세 선정비율에 있어서 특징적인 것은 소득종류, 소득수준별로 서로 다른 세무조사 선정비율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인데, 사업소득의 경우 비사업소득에 비하여 조사비율이 월등하게 높은 것으로, 소득이 높은 계층이 낮은 계층에 비해 세무조사 대상비율이 비교적 높은 수준임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종합소득세 조사가 어떤 소득종류, 어떤 업종, 어느 정도의 소득을 얻고 있는 자를 어떤 비율로 선정하여 이루어지고 있는지 미국과 같은 통계자료가 나온 것이 없어서 서로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실정이다.

위 통계자료를 통해 알 수 있듯이 탈세수준이 더 낮은 것으로 추정되는 미국보다 상대적으로 탈세수준이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되는 우리나라에서 개인소득세 조사대상비율이 월등히 낮다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조사대상선정자 비율이 과세관청의 인력, 예산 등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으므로 쉽게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 탈세수준을 고려할 때 지나치게 낮은 비율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러한 통계결과를 보더라도 세무조사를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응답한 납세자들의 인식이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 준다. 그만큼 우리의 탈세수준의 심각성에 비하여 실제로 이루어지고 있는 세무조사는 이에 대응한 적절한 수준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세무조사 강화에 있어서 세무조사대상 선정비율을 높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오히려 불공평한 세무조사의 확대라면 이는 아니함만 못할 것이다.

세무조사에 대한 납세자의 신뢰 얻어야

즉 세무조사대상 선정비율을 높이는 노력에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 객관적이고 공정한 세무조사대상 선정이고, 세무조사를 하는 과정에 있어서 납세자들의 권익을 침해하지 않는 과학적이고 적법한 세무조사가 이루어져야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세무조사대상 선정비율의 확대가 납세자들의 호응과 신뢰를 얻어내지 못하고서는 제대로 실현될 수가 없는 것이기에 객관적이고 공정한 세무조사대상 선정 문제가 세무조사대상 선정비율의 강화보다 더 중요한 문제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즉 세무조사에 대한 납세자들의 신뢰는 탈세방지를 위한 세무조사 강화에 앞서 선결해야 할 또는 동시에 추진해야 할 과제인 것이다.

세무조사대상 선정과 관련하여 납세자들의 신뢰를 얻어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그 대상선정이 과학적이고 객관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납세자들이 납득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납세자들이 느끼고 있는 세무조사에 대한 불신감은 오랜 세월동안 경험으로 축적한 것이며, 이는 하루아침에 바뀌어지지 않는다. 과세당국이 우리는 열심히 하고 있는데 납세자들이 그 노력을 알아주지 않고 있다고 변명하는 것은 정당하지 못하다. 과세당국으로서는 과세당국이 과거에 세무조사를 행함에 있어서 보여준 행태, 그리고 그 결과 우리 납세자들이 왜 세무조사에 대한 거부감을 경험적으로 가질 수밖에 없었던 것인지 겸허히 반성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반성의 결과인지 국세청에서는 1999년부터 국세행정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고,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평가받을만 하다. 그러나 우리 납세자들은 그러한 평가를 함에 있어서 인색하다. 이는 우리 납세자들이 국세청에서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는지, 그 노력의 결과 어떻게 바뀌고 있는 것인지 제대로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과세당국이 실제로 세무조사대상 선정을 과학적이고 객관적으로 행하고 있는지 여부도 중요하지만 아울러 납세자들에게 과세당국이 세무조사대상 선정을 과학적이고 객관적으로 행하고 있다고 믿게 만드는 것 또한 중요한 일이다.

세무조사대상 선정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주장만 한다고 하여 납세자들이 이를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다 것을 과세당국은 분명히 알아야 한다. 중요한 것은 납세자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근거자료이고, 이러한 근거자료를 떳떳하게 보여주고 확인시켜 준 후에야 납세자들의 세무조사에 대한 인식을 평가할 수 있는 것이지, 이러한 근거자료조차 제시하지 못한 상태에서 납세자들의 인식이 잘못되었다고 아무리 강변하여도 소용없는 일이다. 도대체 무슨 근거로, 무슨 자료를 가지고 과세당국이 공정하게 세무조사대상을 선정하고 있다고 믿을 수 있단 말인가?

과세당국으로서는 먼저 세무조사대상 선정을 과학적이고, 공정하게 그리고 객관적으로 하고 있다는 근거자료를 제시하여야 마땅하다. 만약 이러한 것이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제시할 수 없는 것이라면 지금이라도 당장 이를 만드는 일에 행정력을 집중하여야 할 것이다. 세무행정에 있어서 이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어디 있는가? 이런 자료가 만들어져 있다면 이를 납세자들에게 떳떳하게 공개하여야 할 것이다. 우리 납세자들은 구체적으로 누가 세무조사대상에 선정되었느냐 하는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자료를 원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를 이유로 자료공개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 스스로 납세자들의 과세당국에 대한 불신의 벽을 허물지 않고 그대로 두겠다는 변명과 다를바 없다.

우리 납세자들이 원하는 것은 어떤 방법으로, 어떠한 기준으로 세무조사 대상이 선정되고 있느냐 하는 점이다. 이는 업종별, 납세자 특성별, 소득별 탈세수준과 그 대응으로 이루어지는 세무조사대상 선정에 대한 기준과 그 방법을 공개하라는 것이다. 이러한 근거자료도 제시하지 않고 어떻게 그동안 쌓인 납세자들의 불신의 벽을 허물어뜨릴 수 있단 말인가? 이러한 선정대상 관련 자료들의 공개는 무엇보다도 납세자들에게 세무조사대상자 선정이 정치적 목적 등 다른 목적에 의하여 이용되고 있지 않다는 믿음, 자의적이지 않고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선정되고 있다는 믿음을 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사회에서 세금을 제대로 신고하는 것은 바보라는 이야기가 상식으로 느끼는 것처럼 우리 사회에서 만연된 탈세에 대한 무감각, 이로 인한 탈세의 정도와 범위는 심각한 수준이다. 이는 상대적으로 유리알 지갑이라는 봉급생활자의 상대적 박탈감을 수반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곧 사회적 통합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탈세의 억제와 방지를 위해서는 제도적으로 신용카드사용확대, 영수증 제도의 보완 등 과세인프라를 확충하고 정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그 보완적 수단으로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이 세무조사이다. 이러한 점을 잘 알고 있기에 세무조사에 대하여 부정적 인식을 가지고 있는 납세자들의 과반수가 역설적이게도 세무조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응답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탈세가 만연된 우리 현실에서 세무조사는 보다 강화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그 세무조사는 보다 공정하고 객관적이고 적법한 세무조사여야 할 것이다.

국세청을 비롯한 과세당국으로서는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면서 세무조사에 대한 납세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한 보다 다양한 신뢰회복책을 강구하여야 할 것이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세무조사대상 선정에 관한 자료를 떳떳하게 공개하는 것이다. 비판을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그리고 비판받을 요소가 있다면 마땅히 비판받아야 하고, 그러한 논의과정에서 보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해답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세무행정은 과세당국만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부과과세방법에서 신고납세방법으로 이전되어 가듯이 납세자들의 과세행정에 대한 협력 없이는 제대로 된 세무행정이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다. 납세자들을 과세를 위한 대상으로 여기지 않고, 진정한 협력자로 생각한다면 이제 세무조사대상 선정과 관련한 자료를 떳떳하게 공개하고 납세자들의 협력을 구해야 할 것이다. 그것만이 작년 언론사 세무조사에서 빚어진 것처럼 엄정하고 공정하게 집행되어야 할 세무조사가 정치적 목적이 있느냐, 없느냐에 대한 낭비적 논쟁으로 국력을 소모하는 어리석은 상황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궁극적 해결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사이버참여연대
2002/07/16 09:56 2002/07/16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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