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형평성과 투명성 제고에 여전히 부족한 세법개정안
탈세감시/변칙 상속/증여 과세 :
2002/08/30 12:41
상장주식 양도차익과세, 상속증여세의 완전포괄주의 등 빠져
8월 28일, 세제발전심의위원회에서 금년도 세법개정안을 논의하였다. 이 자리에서 재경부는 '중산, 서민층, 중소기업 지원', '과세형평성과 중립성 제고, 비과세 감면 축소', '변칙적인 상속, 증여 방지를 위한 과세강화' 등이 금년도 세법개정의 주요내용을 이루고 있다고 발표하였다. 그러나, 세법개정안을 분석해 보면, '비과세 감면 축소'를 제외하고는 재경부가 발표한 바와 같이 큰 의미를 지닌 내용은 없음을 알 수 있다.
참여연대 조세개혁팀(팀장 : 최영태 회계사)은, 지난 4월 4일, '형평성'과 '투명성'을 위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2002년 세제·세정 6대 사업과제를 선정·발표한 바 있다. 참여연대가 제시한 세제·세정 6대 개혁과제는 △ 자영자 소득파악을 위한 과세인프라 구축, △ 상장주식 양도차익 과세의 도입, △ 상속세 및 증여세 완전포괄주의의 도입, △ 금융소득 종합과세제도의 실질화, △ 세무조사의 엄정화 및 객관화 방안의 제도화, △ 법인세 및 소득세의 추가 인하 반대 등이다.
'자영자 소득파악을 위한 과세인프라 구축'을 위해서는 간이과세제도의 단계적 폐지, 학원이나 병원등의 소득파악을 위한 '지정영수증'(예를 들면, 학원의 경우 지로영수증) 도입과 교육비 및 의료비 공제 확대등의 내용이 포함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에서는 직불카드에 대한 소득공제율 인상과 지로 납입 학원비에 대한 신용카드공제대상 추가 포함과 같은 실효성이 의문시되는 세부사항 몇가지만 있을 뿐, 근본적인 제도개혁안은 보이지 않는다. 반면, 비과세, 감면의 대대적인 축소는 공적자금 손실분에 대한 상환으로 우리나라의 재정 형편이 좋지 않음을 단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 지하경제를 노출시켜 재정문제를 해결하는 지혜가 절실히 요구된다.
그리고 참여연대가 수차례 공청회와 논평 등을 통해 주식시장에 큰 충격을 주지 않고 상장주식양도차익 과세제도를 도입할 방안을 발표하였는데도, 재경부는 애써 이를 외면하고 있다는 인상마저 주고 있다.
지난 '게이트' 사건들에서 알 수 있듯이, 최근의 권력형 비리와 부정부패는 주로 주식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재벌들의 불법적인 상속증여도 과거와 달리 주식과 주식관련상품을 이용해 이루어지고 있다. 아무리 막으려 해도 차명계좌을 이용한 주가조작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는 모두 주식시장이 투명하지 못해 나타나는 현상들이다.상장주식 양도차익 과세의 도입은 단순히 재정의 문제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이는 주식시장의 투명성, 나아가 사회적 투명성과 직접 관련이 있는 문제이다.
한편 현재 부부합산 금융소득이 4천만원 이상인 경우에 대해 종합과세가 이루어지고 있으나, 이기준은 너무 높다는 지적이 지난 수년간 빠지지 않고 제기되었다. 특히, 저금리 시대인 현재에 4천만원의 기준에 걸릴 사람은 그야 말로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경부는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금액의 조정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더구나 헌법재판소가 부부합산과세를 위헌으로 판정한 마당에 금융소득종합과세의 대폭적인 인하를 고려하지 않으면 안된다. 지금 강남과 수도권 주변은 부동산 투기로 야단법석이다. 국세청이 투기혐의자 명단을 발표했을 때 국세청은 여태까지는 과연 뭐하고 있었느냐고 반문한 사람도 많았다. 불과 2년 전 벤처기업 투기로 몸살을 알았던 우리 나라이다. 부를 구성하는 예금, 부동산, 주식에 대한 과세에 대하여 얼마나 관대한 나라인가?
상장주식과 금융소득이외에도 부동산 양도소득은 종합과세 되지 않을 뿐더러, 기준시가가 항상 뒷북을 치고 있는 상황이다. 지방세마저도 부동산에 대하여는 보유과세는 미미하고 세계적으로 유래가 없는 취득과세 위주로 되어 있어 부동산을 보유하기에 유리하다. 이제 재산관련 소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함에 있어 주저함이 있어서는 안된다. 아르헨티나 같은 나라는 소득과 부의 격차로 나라가 망하고 말았다.
이번 세법개정안에는 상속증여세법에 일부 증여의제 조항이 신설되었다. 이를 두고 재경부는 '변칙적인 상속, 증여 방지를 위한 과세강화' 라며 큰 의미를 부여하였다. 그러나, 변칙적인 상속증여를 제대로 방지하려면 상속증여세법을 완전포괄주의로 바꾸어야 한다. 재경부의 이번 개정안은 이미 누더기가 된 상속증여세법에 누더기 하나를 더 보탠 것 뿐이다.
이번 세법 개정안에서 큰 방향으로서 '형평성'과 '투명성'은 보이지 않는다. 일부에서는 정권 말기에 세법의 큰 틀을 바꾸기 힘들다는 내부사정을 강조하지만, 바람직한 방향으로의 세제개편에 정권초기와 정권말기의 구분이 있을 수는 없다. 몇가지 세부조항의 신설과 개정을 두고 '형평성과 중립성 제고' 운운하는 재경부의 행태는 암환자에게 영양제 몇 알 주고 병을 고쳤다고 자만하는 철없는 의사를 연상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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