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일보 공동기획> '공평과세, 이것이 바뀌어야 한다' ⑧



(편집자주) 조세일보와 참여연대 조세개혁팀이 공동기획으로 '공평과세 이것이 바뀌어야 한다'는 주제로 칼럼을 연재합니다. 이 연재칼럼은 주 1회 게재될 예정이며 조세일보 사이트(www.joseilbo.com)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조세일보 공동기획-공평과세, 이것이 바뀌어야한다
① 공평과세로 가는 길 아직도 멀었다 (05/28)
② 소득격차심화와 사회적 파장 (05/31)
③ 미룰 수 없는 또 하나의 선택: 과세인프라 확대 (06/11)
④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 : 주식시장에 세금을 물려라(상) (06/17)
⑤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 : 주식시장에 세금을 물려라(하)
⑥ 재벌 옹호 수단으로 이용되는 조세법률주의
⑦납세자들로부터 신뢰를 받는 세무조사행정 이루어져야 (07/16)

사회가 건강하게 유지되기 위한 기본전제는 무엇일까? 필자는 얼핏 보면 조세ㆍ재정정책과 무관해 보이는 우리 사회의 몇가지 현상들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며칠전 정신병이 있는 한 남자가 어린이집 식당에 들이닥쳐 식사중이던 어린이들 16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상처를 입힌 사건이 있었다. 이런 문제에 대해 정부는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가? 혹자는 어린이집 안전대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를 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어린이집마다 경찰을 배치할 수는 없지 않은가? 현재 급증하고 있는 정신질환 문제는 단순하게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 그리고 국가차원에서 복지, 의료 등 종합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와 같은 사고들을 막을 방법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최근의 언론보도에 의하면 아직도 결식 아동이 30만명 정도 된다고 한다. 지금의 결식 어린이는 절대적 가난 때문이 아니라 보호해 줄 보호자가 없어서 밥을 굶는다고 한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마지막으로 얼마전 국세청에서 부동산투기혐의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그런데 신고소득이 전혀 없는 주부가 아파트 17채를 사들이는가 하면, 신고소득이 전혀 없는 어떤 사람이 강남의 고급주택에 살면서 아파트 4채와 분양권 8개를 사 들였다고 한다. 문제가 된 투기혐의자들은 아마도 실제로는 소득이 있으나 '신고한 소득'이 없는 경우일 것이다.

이런 현상들을 보면서, 우리 사회의 앞날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사회의 빈부격차와 불평등은 심해지고 있고, 정부에 기대되는 역할은 커지고 있으나 정부는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사회적 불평등을 완화하고 새로운 사회적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은 결국 정부의 역할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정부의 재정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면 정부의 재정을 조달하고, 그것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고려들이 제대로 반영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 특히 조세정책이 빈부격차와 불평등을 완화하는 기능을 하지 못하고, 그것을 방치하고 있다. 자산소득과 사업소득에서 탈루되는 비율이 너무 높고, 일부의 자산소득에 대해서는 세제 자체가 비과세를 하거나 매우 미약하게 과세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장주식 양도차익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비과세가 되고 있고, 부동산 양도소득세는 허점이 너무 많다. 그리고 금융실명제가 실시되고 있지만 차명거래는 성행하고 있고, 그러한 차명거래는 대부분 탈세로 이어지고 있다. 또한 10여년 이상 논의되어 온 부동산 보유세 강화는 아직도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같은 가격대에 있는 강남의 아파트보다 강북의 아파트가 5.5배나 더 많은 보유세를 물고 있다는 것이 현실인데도 행정자치부는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었을 때, 과연 우리 사회가 건전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겠는가? 필자는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우리 사회가 분열과 갈등으로 인한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게 될 것이라고 본다. 우리는 중남미의 국가들이 극심한 빈부격차 속에서 경제가 침체되고 사회적 갈등이 심화되는 것을 보고 있다. 더구나 우리는 그들과 달리 인구밀도가 높고 천연자원이 부족하여 결국 경제성장도 인적 자원에 달려있는 입장이다. 그런데 다수의 사람들이, 특히 다수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기회를 주지 않는 사회'로 인해 꿈을 잃어버리고 현실에 절망하게 된다면, 우리에게 미래는 없을 것이다.

세금이란 적을수록 좋은 것이다?

여기까지에 동의한다면, 조세에 관한 몇가지 왜곡된 상식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필자가 보기에는 논리도 아니고 이론도 아닌 '왜곡된 상식'이 지식인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유포되어 있기 때문이다.조세란 사회공동체를 유지하는 밑거름이다. 그런데 우리사회에는 조세에 대해 지극히 개인주의적 입장에서 접근하는 경향이 널리 퍼져 있다. '세금이란 적을수록 좋은 것이다'라는 단순한 생각으로 조세에 접근하는 경향이 바로 그것이다. 한 개인으로 보면 세금이 적을수록 가처분 소득이 늘어난다. 당연히 한 개인으로 보면 세금을 적게 낼수록 좋다. 심지어 그런 입장에서 보면 탈세마저도 정당화될 수 있다. '내가 노력해서 돈을 벌었는데, 왜 세금을 내야 하느냐. 정부가 내게 해 주는 것이 뭐가 있느냐, 세금은 적게 내면 적게 낼수록 좋은 것 아니냐'는 생각이 그것이다. 또한 탈세를 하지 않더라도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일수록 세율이 낮아지면 좋다. 주머니속의 돈이 많아지는데 누가 싫어하겠는가? 그러나 이것은 사업자 개인의 생각일 수는 있어도, 국가의 조세정책이 이런 생각에 기초해서 수립될 수는 없다. 그리고 이것은 이론이라고 할 수도 없다. 그런데 "세금은 적을수록 좋은 것아니냐"는 단순한 사고를 조세전문가들조차 입에 담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인 것같다.

혹자는 정부가 세금을 더 걷을 것이 아니라 세출을 줄여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런 논자들에게 묻고 싶은 것은, 그러면 정부의 예산서를 보고 어디에서 얼마를 줄일 수 있다고 짚어낼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리고 혹시 그런 노력이라도 했는지를 묻고 싶다. 필자는 정부의 예산낭비를 줄이기 위한 시민운동에 참여해 왔고, 지금도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정부의 예산 30%를 줄일 수 있다라는 식의 무책임한 이야기는 극히 잘못된 것이다. 실제로 정부의 예산을 보면, 그렇게 쉽게 이야기할 수가 없다. 국방, 복지, 환경, 교육중 어느 한 기능을 국가가 완전히 포기하지 않는 이상, 정부의 세출예산을 어떻게 30% 줄일 수 있겠는가? 그런데도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할 지식인들중 일부는 매우 무책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필자는 어느 TV토론에서 과거 장관을 지냈다는 사람이 '자기라면 정부 예산의 30%를 줄일 수 있다'고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만약 그렇다면 그 사람은 장관으로 있으면서 극도의 직무유기를 했음에 틀림없다. 자신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왜 자기가 장관으로 있을 때에 30%의 예산을 줄이지 못했는가? 정부의 예산중에서 경직성 경비, 최소한의 공동체 유지경비를 빼고 나면, 일률적으로 몇 %를 줄일 수 있다고 이야기할 수가 없다.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 어떤 사업에서 세금이 어떻게 낭비되고 있으니 그 분야, 그 사업에 대해 배정되는 예산을 줄이자고 해야만 책임있는 목소리라고 할 수 있다.

필자는 정부의 세출을 줄여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중 상당수가 복지예산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복지예산중에 낭비요소들도 있다. 그리고 그 낭비요소들중 많은 부분은 복지행정의 전달체계가 잘못된 것에 기인한다. 그러나 정부의 일반회계에 포함된 복지예산중에 실제로 줄일 수 있는 부분은 많지 않다. 그렇게 되면 당장 장애인, 정신질환자, 결식아동과 같은 사회적 약자들이 타격을 입게 되거나, 사회복지서비스가 중단되게 된다. 물론 국민연금과 같은 사회보험제도에서 손 볼 것은 많지만, 그것은 그것대로 논의되어야 하는 주제이다. 사실 우리나라의 조세전문가들중 복지정책과 복지행정, 복지예산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같다. 아니 상당수의 조세ㆍ재정 전문가들은 사회복지와 관련된 법제도의 기초조차도 알지 못하고 있다. 그런 사람들이 마구잡이로 복지를 폄하하는 것을 볼 때마다, '지식인의 무책임성'을 떠올릴 수 밖에 없다.

국가의 조세ㆍ재정정책에는 철학이 필요하다. 그 철학은 어느 전문가가 선험적으로 만들어놓은 철학이 아니고 국민 대다수가 동의할 수 있는 철학이 되어야 한다. 국민의 대다수는 국가가 공평하게 세금을 징수해서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모든 국민들에게 교육의 기회, 취업의 기회가 보장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믿는다. 그 증거는 우리 헌법이다.

헌법은 국민적 동의하에 제정된 국가의 최고법규범이다. 필자는 많은 조세전문가들에게 우리 헌법조문 전체, 특히 기본권 부분을 통독해 볼 것을 권하고 싶다. 우리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음을 선언하고 있다. 그리고 제34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이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지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헌법정신을 실현하기 위해 국가가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그 노력의 일환으로 국가의 돈이 사용되어야 하는 것도 분명하다. 밥을 굶는 30만의 아동이 존재하는 현실을 방치한다면, 그것은 우리 헌법을 컴컴한 동굴속으로 밀어넣는 것이다. 조세전문가들은 우리 헌법이 국민의 재산권만 보장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상기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독단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다.

부담능력에 따라 공평하게 징수되어야

그렇다면 지금 사회통합을 위해 필요한 조세정책은 무엇인가? 필자는 우리 세제의 가장 큰 문제점이 자산소득, 사업소득에 대한 과세가 미흡하고, 부동산의 보유로 인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너무 낮은 데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현시기 세제개혁의 초점도 여기에 맞춰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세정책은 결국, 정부가 그 역할을 다하기 위해 필요한 재원을 사회구성원들간에 어떻게 나누어서 부담할 지의 문제이다. 그런데 일차적으로는 '일하지 않고 얻은 불로소득',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고 얻고 있는 소득'부터 조세정책의 타겟이 되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상장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소액투자자에 대해서는 공제제도를 통해 보호할 수 있으므로 이 점에 대해서는 오해없기 바란다),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금액의 하향조정, 사업소득자의 탈세를 막기 위한 부가가치세법과 소득세법의 정비, 부동산 보유과세의 강화같은 과제들이 우선적으로 실현되어야 한다.

특히 얼마전에 헌법재판소에서 위헌결정이 난 부부자산소득 합산과세 제도에 대해서는 시급히 보완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정부에서는 부부간 증여세 공제 한도를 축소한다고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는 없다. 근본적으로 보면,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금액을 대폭 낮추고 부동산임대소득의 과표를 양성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또한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이 사회공동체의 건강한 유지를 위한 비용을 상대적으로 많이 부담할 수밖에 없다. 한 사람이 돈을 버는 것은 단순히 그 사람이 능력이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사회가 건강하게 유지되지 않는다면, 기업도 개인도 경제활동을 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미국의 일부 갑부들이 상속세 폐지에 반대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들 때문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지난 수년간 소득세율을 인하하는 등 고소득자들을 지나치게 배려하는 정책을 펴 왔다. 이런 정책방향은 잘못 된 것이다. 그 기간 동안 저소득층들은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하는 데에도 큰 어려움을 겪어 왔기 때문이다. 사회의 밑바탕이 무너지는데, 고소득자들에게 세감면을 해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것이었다. 더구나 우리의 소득세율이 선진국에 비해서 결코 높은 것이 아닌데도 말이다. 현 상황에서 고소득층과 대기업에게 더 이상의 감세혜택을 주어서는 안 된다. 그 대신 정부는 예산집행을 투명하게 하고, 예산집행의 결과에 대한 책임성을 강화하는 제도(위법한 예산집행행위에 대해 납세자가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납세자 소송제도같은 것이 그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를 도입함으로써, 납세자를 주권자로 인정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그럼으로써 세금을 낼 만큼 내되, 명실상부하게 주권자로서의 권리를 향유할 수 있게 하는 사회풍토를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동안 시민단체들이 주장해 온 것은 '부담능력에 따라 공평하게 조세가 징수'되고, 그 징수된 조세가 '사회전체의 복지를 증진시키면서도 효율적으로 사용'되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것이 사회통합에 이르는 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사회의 분열과 갈등을 바라지 않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자신의 생각을 되돌아보았으면 한다. 그리고 헌법의 기본정신에 충실하지 않은 독단적 논리와 실무적 접근은 이제 재고되어야 한다.
조세개혁센터
2002/09/11 11:13 2002/09/11 11:13

트랙백 주소 :: http://blog.peoplepower21.org/Tax/trackback/6989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