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의를 확대하기 전에 실효성 있는 대책부터 세워야



1. 감세 문제가 다시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지난 2000년 경기부양을 목적으로 한나라당은 감세 정책을, 민주당은 재정지출 확대를 주장한 바 있다. 당시 두 안은 약간의 상호 조정을 거쳐 시행되었는데, 불과 몇 년이 지나지 않아 똑 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참여연대 조세개혁센터는 현재의 감세 논의가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불가피한 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불필요한 부분에까지 감세 논의가 졸속으로 확대되는 것은 경계한다.

2. 이번 감세와 관련된 정부 및 여야의 논란은 한국 정부에 대한 미국의 자동차 특소세 인하 요구로 촉발됐다. 참여연대는 이와 관련해 지난 7일 미국의 국내 조세문제 개입과 대형차를 위주로 한 특별소비세 인하 방침이 부당함을 지적한 바 있다. 그런데 이것이 프로젝션·PDP TV 등에 대한 특소세 인하뿐 아니라, 근로소득세 공제율 확대 그리고 중소기업 법인세 최저한세율 인하 요구로 이어지면서, 불필요한 부분에까지 감세 요구가 확대 주장될 우려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한나라당의 경우 충분한 검토 없이 정부의 특소세 인하 방침을 빌미로 감세 논의를 졸속으로 확대시켜, 내년 총선을 의식한 선심성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실제로 한나라당은 법인세 1% 추가 인하까지 요구하고 있다.

3. 한나라당은 이번 감세 논의 과정에서 3조원 내외의 대규모 감세안을 추진하고 있다. 어제(8일) 한나라당은 ▲올 8월부터 연 3000만원 이하 봉급생활자의 근로소득 공제폭을 5% 상향조정해 올해 2000억 원, 내년 5400억 원 규모의 근로소득세를 감면하고 ▲현행 7%인 1500㏄이하 소형차의 특소세를 비과세 하는 등 자동차 특소세를 추가 인하하며 ▲석유류와 고급소비행위(유흥주점, 골프장), 사행행위(카지노 등) 등을 제외한 나머지 품목에 대해 특소세를 일괄적으로 20% 인하하고 ▲중소기업 법인세 최저세율을 현행 12%에서 10%로 인하하며, 올 연말에 마감되는 중소기업 특별세액 공제기간을 2005년까지 연장하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하는 감세 정책을 추진키로 했다고 밝혔다. 정부 여당도 추경안 통과를 조건으로, 근로소득세 공제폭 확대 및 중소기업 법인세 최저한세율 인하 등 상당 부분을 수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금의 경제 현실에서는 감세를 통해서가 아니라, 건전한 재정과 소득 안배를 유지하면서 경기부양을 해 나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한나라당 안대로라면 약 3조원 가량의 세수 결손이 생겨 재정과 조세정책의 수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4. 이러한 재정 부담을 고려한다면 감세는 다음과 같은 원칙 하에서 충분하고 엄밀한 검토를 통해 논의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경기부양은 고사하고, 미국의 통상압력으로 촉발된 감세가 자칫 고스란히 국민들의 부담으로 되돌아 올 수밖에 없다.

첫째, 법인세 인하는 절대 추진해서는 안 된다. 참여연대는 법인세 추가 인하가 일부 대기업에만 집중적인 혜택이 돌아갈 뿐 아니라 경기부양 효과 또한 장담할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이미 여러 차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둘째, 감세를 논하기 전에 그로 인한 세수결손분에 대한 뚜렷한 대책이 있어야 한다. 현재와 같은 경제상황에서는 감세가 국민의 소비를 진작으로 단순 등치되지 않는다. 세수보전책이 없는 감세는 또 다른 방법으로 국민의 호주머니를 털어 감소분을 메울 수밖에 없다.

또한 불가피하게 감세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감세를 할 경우 세수결손으로 인한 추가 세수확보 등 재정을 건전화하기 위한 노력을 병행해야 하며, 재정에 무리가 갈 정도의 대규모 감세는 하지 말아야 한다. 이런 점에서 다음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첫째, 경기부양을 위해서는 감세는 일시적이어야 하고, 영구적인 세율인하는 장기적인 세제 개편에 맞물려 진행해야 한다.

둘째, 감세는 총수요가 확대될 수 있는 계층에 집중되어야 한다.

셋째, 고가품의 경우 인하폭을 최소화해 소득의 역진성이 확대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상의 원칙을 바탕으로 현실을 고려한 합리적인 결정이 이루어지도록 참여연대는 감시와 견제의 끈을 늦추지 않을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건대, 감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에 대한 분명한 대책 마련 없이 감세 범위를 졸속으로 확대시켜서는 안 된다. 끝.

참여연대
2003/07/09 17:07 2003/07/09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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