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사위는 심의보류된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 즉각 재논의하라

기획예산처는 예산소요를 이유로 빈곤층의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될 것



1. 어제(29일) 밤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제2소위가 열려 위원 7명 중 4명의 위원만 참석한 가운데 국민기초생활보장법개정안(이하 기초법)에 대한 심의를 보류하는 결정을 내렸다. 기초법개정을 저지한 국회 법사위의 이와 같은 결정은 빈곤층의 최소한의 생계보장을 무시한 행위이며, 법사위 역할의 기본도 모르는 월권이다. 이번 국회에서 기초법 개정마저 무산된다면 국회가 빈곤층을 위한 유일한 법률의 개정을 포기하는 것이 될 것이고, 철저히 민생을 외면한 국회로 낙인찍힐 것이다.

기초법 개정안은 해당 상임위인 보건복지위원회의 대안으로 지난 12월 18일 법사위에 회부되었으며 부양의무자 범위의 축소, 중앙생활보장위원회 구성 변경, 최저생계비에 가구유형별 특성 반영, 최저생계비 실계측주기 단축과 공포시점 변경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2. 부양의무자 범위의 축소는 빈곤의 사각지대에 있는 약 9만9천명의 빈곤층에게 최저생계를 보장하기 위한 현실적인 조치이다. 전문가와 시민단체, 복지부도 부양의무자 범위 축소를 통한 기준 합리화가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기획예산처는 3천억원 가량의 추가예산이 소요된다며 개정에 적극적으로 반대의사를 표명하여 왔다. 빈곤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일은 예산 없이 이루어질 수 없다. 설혹 수천억원의 예산이 소요된다 하더라도 정부가 벼랑 끝에 놓인 수백만의 빈곤층을 외면할 수는 없는 일이다.

3. 복지와 빈곤층 지원에 대한 기획예산처의 인색한 인식 뿐 아니라, 국회에서 기초법의 개정이 논의되고 있음에도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은 '복지부동'한 보건복지부에 대해서도 개탄을 금할 수 없다. 이번 기초법 개정안은 의원발의를 통해 된 것이며, 부양의무자 기준 축소를 통해 비수급빈곤층에 대한 지원을 늘이겠다는 복지부는 법안 발의조차 시도하지 않았다. 생계형 자살사건이 잇따르자 말로만 빈곤문제 해결을 떠들어 왔으나, 구체적인 법령의 개정을 위해 복지부가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4. 법사위 제2소위의 심의 보류 결정은 분명한 월권행위이다. 법사위에는 타위원회 법률안의 체계·형식과 자구 심사에 관한 사항을 다루는 권한만 있을 뿐이다. 기획예산처를 비롯한 정부 부처의 의견이나 법률 개정에 따른 영향 등은 이미 해당 상임위에서 충분히 논의된 것이며, 법사위는 그 결과를 뒤집을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 법사위가 마치 타 위원회의 상원과 같은 역할을 하는 기형적 의결구조는 반드시 바로잡혀야 한다.

게다가 29일 회의에는 법안심사제2소위 7명의 위원 중 3명의 위원이 빠지고 4명의 위원(한나라당 김용균, 심규철, 최연희 의원과 열린우리당 최용규 의원)만 참석하여 기초법 심사 보류 결정을 내렸다. 불합리한 결정을 내린 4명의 위원들도 문제이고, 국회를 열어놓고 상임위에 참석조차 하지 않은 3명의 의원들도 문제이다.

우리는 국회에 촉구한다. 특히 법사위는 기초법 개정안에 대해 자신들에게 맡겨진 자구심사와 법률적 체계에 대한 부분만을 즉각 재논의해야 한다. 임시국회는 아직 남아 있다. 이번 회기 내에 빈곤층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인 기초법의 개정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끝.
사회복지위원회


2003/12/30 14:39 2003/12/30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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