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보험 수가인상, 법적 절차 밟지 않아 무효
건강보험 :
2000/09/22 00:00
수가인상처분 무효확인소송 및 효력정지 가처분신청
2000년 7월 이후 의료계의 집단폐업 이후 의약분업에 대한 적절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보건복지부는 의료계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장관 고시로 9월1일 부터 일방적으로 의료수가인상을 단행하였다. 이것은 의료수가에 대한 국민의 의견을 이끌어내기 위한 '건강심의조정위원회의 사전심의' 절차를 무시한 일방적인 처분이었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는 9월22일 서울 행정법원에 보건복지부 장관의 임의적 고시로 시행된 수가인상에 대해 "수가인상처분무효확인소송과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제기하였다. 이는 정부가 의료계의 집단반발에 대해 국민 부담만 일방적으로 늘리는 달래기 정책으로 일관하는 것에 대해 시민단체가 직접적인 제지를 하고 나섰다는 점에서 그 귀추가 주목된다.
보건복지부의 수가인상은 명백한 무효
지난 7월 1일부터 시행된 국민건강보험법에 의하면 요양급여비용 즉, 수가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이사장과 대통령령이 정하는 의약계를 대표하는 자와의 계약으로"정하도록 되어 있어 이른바 1년단위의 수가계약제를 명시하고 있다. 또한 수가계약은 계약기간 만료전 3개월 안에 이루어져야 하고 기간내에 계약이 결렬될 경우에 한해서 보건복지부 장관이 건강보험심의조정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정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즉, 법 시행 당시의 수가는 6개월 동안 유효하며, 7월 1일 당시의 수가가 효력을 다하기 전 3개월 이내인 2000년 10월 1일~12월 31일 사이에 새로운 수가계약을 체결하도록 하고, 그것이 결렬될 때에 보건복지부장관이 심의조정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수가인상을 결정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9월 1일 단행된 수가인상은 이러한 법에 명시된 사전 절차 없이 보건복지부장관의 고시에 따라 이루어진 것임으로 무효이며, 무효인 처분에 의해 국민들의 피해가 지속되어서는 안되므로 효력을 정지하도록 하는 가처분을 받아들일 것을 요구한 것이다.
국민건강보험법상의 절차적 규정은 보험가입자인 국민의 의견이 의사결정과정에 반영되도록 하기 위한 것
국민건강보험법상의 이러한 절차적 규정은 국민의료비 부담으로 직결되는 수가인상 등의 의사결정에 보험가입자인 국민의 의견이 반영되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 특히 건강보험심의조정위원회는 보험가입자를 대표하는 위원 4인, 공익을 대표하는 위원 6인 등 전체 20명의 위원 중 과반수를 국민의사를 반영하는 대표들로 구성토록 하고 있어 실질적인 의사결정에 국민의 의사가 반영되는 취지를 가진다 하겠다. 하지만 보건복지부장관은 법상 자신의 처분권한이 발생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단독으로 의료수가인상을 고시하는 등 국민의 권리를 무시한 채 자의적으로 공권력을 행사했다. 의료계의 집단파업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여 이의 문제를 조기해결하기 위해 의료수가인상이 부득이한 조치이었다 할지라도 각기 법률에는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나름의 취지가 있음을 고려할 때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 그 처분을 했어야 함은 마땅하다 할 수 있다.
의료보험부당청구급여 119억원, 객관적 자료없는 수가인상은 국민부담만 늘려
더욱이 계속되고 있는 수가인상은 객관적인 자료를 토대로 산출되지 않았다는 점에 문제가 있다. 의사들의 요구대로 의료수가를 현실적으로 책정해야 할 필요가 있음을 부정하지 않는다해도 의사들의 의료수가를 현실적으로 책정하기 위해서는 투명하고 객관적인 자료를 기초로 수가인상이 시행되어야 한다. 그런데 보건복지부의 일방적인 수가인상은 객관적인 자료를 결여하고 있다. 단적으로 22일 공개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제출한 국감자료를 보면 1995년부터 1999년까지 5년간 의료보험 급여를 부당청구한 금액이 무려 1백19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99년의 경우 5백1개 의료기관 중 3백75개 기관이 35억9백만원을 부당청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의료기관의 투명하고 객관적인 자료를 제시하지 못한 상황에서 보건복지부의 일방적인 수가인상은 국민들에게 더 큰 부담을 줄 것이다.
국민을 무시하는 일방적인 정책결정은 더 이상 안돼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하는데 있어 법에 명시된 절차적 규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을 무시하는 이러한 일방적인 정책결정은 더 이상 관행화 되어선 안된다. 보건복지부가 국민건강보험법상의 국민의견을 반영하기 위한 절차규정을 어기고 수천억원에 가까운 수가인상을 국민의 동의없이 일방적으로 진행한 것은 국민권리를 직접적으로 해치는 것과 동시에 이러한 일방적인 정책결정은 앞으로 보건의료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 있어서도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데에 걸림돌이 될 것임을 지적할 수 있겠다. 이번 수가인상조치는 법적 절차를 무시한 명백한 불법적 조치이므로 이의 무효와 효력정지가처분에 대한 참여연대의 이번 소송에 대해 법원의 현명한 판결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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