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은 써도 되나요?"

"네, 써도 되지만 쓴 비용은 생활비에서 빠져요."

"할인카드는 써도 되나요?"

"어떤 할인 카드죠?"

"점심은 도시락을 싸요? 근데 만약에 무료봉사 했다고 밥을 주시면 거절해야 되나요?"

"아... 애매한 문제네요. 같이 고민해봅시다."


지난 26일 오전 10시부터 안국동 참여연대 강당이 그 어느 때보다 북적거렸다. "최저생계비로 한달나기, 희망 UP캠페인"(이하 희망UP캠페인)을 위해 관련 전공 교수, 체험단, 자원봉사자, 실무자 등 30여 명이 모여 최저생계비에 대한 기본 교양을 받고 성공적인 체험을 위해 고민을 함께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이들은 7월 한 달 꼬박 서울 하월곡동에서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들의 최저생계비로만 생활하는 '희망 UP캠페인'에 올 여름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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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최저생계비는 OECD 가입국 중 가장 낮아

이 날 최저생계비 교육을 맡은 허 선 순천향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국민기초생활대상자 급여수준 등 중요하게 활용되는 최저생계비가 현실에 맞지 않는다"며 "정부의 일방적 결정이 이런 차이를 불러왔다"고 설명했다.

허 교수는 "1999년도에 계측된 4인 가구의 최저생계비 901,357원은 최저생계비를 계측하지 않는 5년 동안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고려해 1,055,090원이 됐다"며 "이 액수는 OECD 가입국가 중 가장 낮은데다 평균 국민소득의 1/3 수준"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생활모습이 달라지면서 사람들의 생활수준은 단순히 물가 상승률로만 따질 수 없다"고 꼬집은 뒤, "일반 사람들의 생활지출수준을 따라 통신, 문화비 등을 포함하면 최저생계비는 4인 기준으로 125만원이 되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 교수는 "허우적대는 사람을 적어도 바위까지는 끌어 올려줘야 그 다음 자신의 힘으로 살 수 있다"며 "희망 UP 캠페인으로 절망의 빈곤을 희망의 빈곤으로 만들자"고 말했다.

남기철 동덕여자대학교 가정복지학과 교수는 "4인 가족의 가장이 일을 하지 않아도 세금으로 105만원을 받는다면 일반인들은 최저생계비가 넉넉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저 사람들은 생계를 위해, 나는 인간답게 살기 위해 소비한다'라는 차별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남 교수는 "이번 캠페인으로 체험자들이 직접 들어가 살면서 생활비의 모든 것을 공개하여 객관적인 지표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올 8월 정부의 최저생계비 계측 전에 이 캠페인을 실시함으로써 빈곤현실과 빈곤대책에 대한 사회적 재인식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하월곡동 탐사하며 체험단들 각오 높여

"최저생계비로 한달나기, 희망UP캠페인(이하 희망UP캠페인)"이 진행될 곳은 서울시 하월곡동 산2번지 지역이다. 교육을 마치고 하월곡동을 찾은 준비단은 좁고 가파른 골목을 하염없이 올라가야 체험단이 머물 집과 봉사활동을 할 곳을 찾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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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철 동덕여대 교수는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 최저생계비에 포함된 주거비로 살 수 있는 곳은 거의 없다. 월곡동은 이런 조건을 충족하는 얼마 안되는 지역"이라며 하월곡동이 이번 캠페인의 무대로 설정된 이유를 설명했다.

희망 UP 캠페인을 위해 무엇보다 가장 큰 결심을 한 사람들은 11명의 한달나기 체험단. 하월곡동에서 7월 한 달을 꼬박 먹고 자면서 생활하는 체험자들은 가구규모에 따라 1인 가구에서부터 4인 가구까지 5가구로 편성됐다.

이대원(24) 씨는 직장에 다니면서 하월곡동에 거처하게 된다. 그가 출퇴근 때 드는 교통비는 최저생계비 측정에 중요한 지표가 될 전망이다. 이 씨는 "우리나라 빈곤층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직접 몸으로 겪어보고 싶다"며 "처음으로 집에서 독립된 생활을 해보는 만큼 최선을 다해 임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대원 씨를 제외한 다른 체험단은 하월곡동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생활하게 된다. 이들은 햇살놀이방, 평화의 집, 밤골아이네공부방 등에서 청소와 빨래, 학업지도 등을 맡는다.

자원봉사자들의 각오도 대단하다. 권영혜 씨(동덕여자대학교 가정복지학과 학생)는 "체험단이 아닌 자원봉사이지만 거의 매일 결합할 예정이다. 수업시간에 이론으로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이런 계기를 통해 수급권자들의 실생활을 직접 눈으로 보고 배우고 싶다"는 희망을 내보였다.

캠페인이 하월곡동 안에서만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온라인으로도 참여가 가능하며 관심있는 사람은 네이버 카페(cafe.naver.com/hopeup.cafe)에 들어와 '내집에서 한달나기"를 코너에 들어가보면 된다.

'희망 UP 캠페인' 체험단 양재연 씨 인터뷰



양재연 씨는 4인 가족의 모델로 꾸려진 한 가족(엄마와 유아 2명)과 함께 한 달을 지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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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캠페인에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전공이 사회복지학이다. 최저생계비 문제에 관심을 가지던 중 우연치 않게 교수님 홈페이지에서 '희망 UP 캠페인'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실제로 수급자들이 어떻게 생활하는지 제대로 본 적이 없다. 이번 기회에 직접 보면서 알고 싶어서 참여했다."

- 한 달 동안 나가서 생활하는 것에 대해 집에서의 반응은 어땠나?

"내 전공이고 공부니까 집에서 강한 반대는 없었다. 어머니께서 캠페인 기간이 한 달인 것을 맘에 걸려하셨긴 하지만, '넌 잘 할거다'라며 믿어주셨다."

- 사는 곳은 어디인가?

"대전이다."

- 캠페인 기간 중 대전에 갈 계획이 있나?

"교회에서 선생님을 하고 있다. 캠페인 시작 전에 내가 맡고 있던 교회 행사를 마무리를 지을 것이다. 그러나 기회가 되면 교회 일로 한 번은 내려갔다 오고 싶다."

- 다른 체험자들과 달리 기존 가족과 함께 살게 된다는데, 걱정되지 않나?

"그들만의 공유된 문화와 생활습관에 적응하지 못할까 걱정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분들에게 또 다른 민폐를 끼치지 않을까 걱정된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좋은 이모 노릇을 하며 열심히 해 볼 생각이다. 또한 다른 체험단들 보다 외롭지 않을 것 같아 좋다."

- 본인이 끝까지 한 달을 버틸 수 있을 것 같나?

"캄보디아 오지마을 경험 등 몇 번의 봉사활동 경험이 있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캄보디아에서는 화장실도 없어 마을 분들이 파주신 웅덩이를 이용한 적도 있었다. 걱정되는 것은 7월 달이 장마철이기 때문에 먹는 문제보다는 씻는 문제가 걸린다. 특히 체험단 중 여자들이 대부분인데 생리 때가 가장 걱정이다."

- 캠페인에 임하는 각오를 말해달라

"캠페인이 나에게 주어진 좋은 선택의 기회로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주위 사람들한테 많이 자랑하고 다니고 있다.(웃음)"

홍성희 기자
2004/06/28 18:07 2004/06/28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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