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만들어진지도 4년이 지났다. 4년 전 이 제도는 기존의 빈곤자 집단의 보호와 더불어 새로이 대두되기 시작한 실업자 집단의 생활 보호라는 두 가지 목표를 표방하면서 출범하였다.

현재 실업문제는 90년 대 말과 비교하면 많이 진정되었다. 그러나 90년대까지의 2% 안팎 이던 실업률은 3.4%에 이르렀다. 특히 청년실업률은 6.7%나 된다고 한다. 이미 서구 복지국가들에서는 청년 실업자들을 위한 새로운 사회보장 급여들이나 제도 신설이 다양한 형태로 전개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현재 실업자의 생활 안전의 보장을 고용보험과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급여에만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후자의 경우 급여를 받고 있는 빈곤 실업자들의 수는 연간 1만 명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국민기초생활보장법과 제도는 거의 유명무실한 실업자 보호 대책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빈곤 실업자의 문제는 가중될 것이다. 노동시장 유연화 전략은 현재보다 많은 저소득 노동자 집단의 문제를 양산하게 되고, 이들의 기초생활 보장의 요구는 더욱 강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실업자 집단에게 요구되는 것은 실질적인 생활수준의 유지를 목표로 하는 사회적 안전망이다. 그러나 국민기초생활보장의 조건부 급여의 확대를 아무리 떠들어 대 보았자 충분한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최후의 사회 안전망으로 여론에 각인되어 있는 이 법에 의한 급여가 모든 빈곤실업자들에 지급될 정도로 무한정 확대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미 지나버린 일이긴 하지만, 90년대 말 외환위기로 인한 실업자 보호가 논의되던 당시, 국민기초보장법 대신 고용보험 내 기초보장 급여 신설이나 별도의 실업부조 제도의 창설과 같은 국면의 정면 돌파가 시도되었어야 했다. 우리 속담에도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한다고 했다. 생활보호법을 개혁한 국민기초생활 보장법과 제도가 구조적이고 만성화된 실업과 고용불안정의 문제 해결에 알맞은 대안이라고 보기 어렵다.

논의의 초점을 국민연금의 기초보장으로 옮겨보자. 공공부조의 급여와는 달리 국민연금의 급여는 가입과 보험료납부에 대한 반대급부로서 퇴직노동자에게 주어지는 노후생활 보장의 권리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입법 취지에 충실하려면 만기 불입자의 연금 수준은 그가 노후 생활을 하는 데 불편이 없을 만큼 기초생활 보장이 가능한 정도는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과연 국가의 도움 없이 빈곤 노동자 집단의 편안한 노후 생활 보장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그것은 낮은 임금에서 일정 비율로 공제된 낮은 보험료 축적의 결과 일 수도 있고, 시간제 노동에 종사하면서 20여 년 동안 간헐적으로 불입한 가난한 노동자의 문제일 수도 있다. 또한 부족한 연금을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급여로 보충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리고 앞에서 언급한 바 있는 '새 술은 새 부대'의 원칙에 맞게 국민기초생활보장법과는 별개의 급여와 이를 밑받침해 줄 수 있는 사회보장의 논리가 개발되어야 할 것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 같은 통상적인 공공부조 급여와는 다른 국민연금의 기초생활보장의 목표와 논리가 개발될 필요가 있다. 이런 종류의 기초생활보장 급여의 신설은 국민건강보험법, 산재보상보험법, 고용보험법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논리이다.

국민기초보장법의 급여가 국민을 위한 실질적인 기초생활을 보장해 줄 수 있는가 생각해볼 때 그 답은 부정적이다. 사회복지학계 일부에서는 규정을 완화해서 보다 많은 수급자를 보호할 수 있도록 해야 된다고 목청을 높여 외치지만, 여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것은 바로 공공부조 제도가 지닌 태생적 한계이기도하다.

복지 예산과 제도의 축소 쪽으로 진행되고 있는 미국이나 기타 나라들의 복지개혁과 비교하면 우리가 처해있는 상황이 조금은 더 희망적이라고 할 수 있다. 2002년의 선거혁명으로 개혁 지향적인 대통령을 뽑은 우리 국민이지 않은가? 더구나 참여연대를 포함한 시민단체들의 사회복지개혁 운동도 기대해 볼만하다. 이미 국가를 움직여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라는 공공부조의 개혁을 얻어내지 않았는가? 사회보험은 복지국가 사회보장의 기본 축이다.

사회보험 중심의 국민 기초생활보장 또는 국민복지 기본선 논의가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
나병균 / 한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2003/10/10 00:00 2003/10/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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