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봄부터 담배값 인상이 다시 큰 논란거리가 되어 있다. 금연 구역을 대폭 확대해서 불편하던 심하던 차에 담배가격까지 대폭 인상하겠다는 보건복지부 장관의 발표에 수많은 흡연자들의 목소리가 높다. 바로 얼마 전에도 건강보험의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서 담배값을 올렸던 악몽이 생생하니 무리가 아니다.

담배값 인상이 타당한가를 판단하기 위해서 맨 먼저 해야 할 일은 흡연이라는 행위의 손익계산일 것이다. 흔히 담배의 효용가치를 말한다. 공초 오상순 선생의 담배 예찬론은 전설적이기까지 하지만, 보통 사람들도 ‘괴로운 세상 담배도 없으면 어떻게 살랴?’하고 생각한다. 한편에서는 담배의 무시무시한 건강위해(健康危害)를 경고한다. 간접흡연의 피해를 말하기도 한다. 담배를 피면 냄새난다, 거리를 더럽힌다고도 한다. 이 말들은 다 사실인데 전후 관계를 질서 있게 정리해 보면 이렇다.

흡연은 흡연자에게 분명히 매우 큰 효용가치가 있다. 그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담배를 사랑하는 것이다. 그러나, 잘 알려져 있듯이 건강을 해치는 부작용이 있다. 직ㆍ간접적으로 흡연과 관련된 질환은 무수히 많다. 피로감, 호흡곤란처럼 모든 흡연자에게 나타나는 것도 있지만, 암, 심혈관질환, 뇌혈관질환 등은 일부 사람에게만 발생한다. 나는 안 걸리겠지 생각하고 실제로 안 걸리는 일도 많다. 그러나, 확률적으로 부(負)의 효용이 있음은 엄연한 사실이다. 이것은 흡연의 효용가치를 따질 때, 질병발생이라는 부정적인 가치를 같이 계산해야 함을 의미하다. 세 번째는 타인에 대한 역효과이다. 간접흡연으로 인한 불쾌감, 질병발생 등이 그것이다. 본인의 소비가 타인에게 효용을 발생시킬 때, 이를 외부효과(external effect)라고 하는 데 흡연은 양(陽)의 외부효과는 없고, 부(負)의 외부효과만 있다. 이상의 내용은 이제 누구나 대충은 아는 일이다.

반면 흡연의 비용에 대해서는 생각이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흔히 흡연의 비용은 담배를 구입할 때 든 돈, 즉 ‘담배값’만이라고 생각한다. 천만에… 흡연으로 인해 병에 걸리면 치료비를 써야 하지 않는가? 이것이 흡연의 두 번째 비용이다. 이것도 확률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비용계산에 넣어야 하는 것은 분명한 일이다. 셋째로 우리 사회에서 병에 걸리면 치료비의 약 50%는 건강보험이 부담해 준다. 이 제도에 의해 한 사람이 병에 걸리면 치료비의 절반은 전 국민이 공동 부담하게 되어 있는 것이다. 이것이 흡연비용에 외부비용(external cost)의 요소가 상당히 크게 들어가야 하는 이유이다. 담배라면 곁에도 가지 않는 비흡연자들이여, 담배를 피워서 병에 걸린 사람들의 치료비 때문에 당신은 오늘도 지갑을 열고 있다!

흡연의 효용 = 「흡연의 즐거움」 - 「흡연이 유발한 질병의 고통(평균치)」 - 「외부효과(평균치)」

흡연의 비용 = 「담배의 구입비」 + 「흡연이 유발한 질병의 치료비(평균치)」 + 「외부비용(평균치)」




흡연, 즉 담배 소비의 손익계산서를 정리하자면 위와 같다. ‘흡연의 즐거움’과 ‘담배값’만을 담배의 효용과 비용이라고 생각하면(첫 번째 요소) 흡연은 충분히 합리적인 소비행위이다. 그러나, 위의 요소를 모두 넣어 손익을 모두 계산해 보면 담배는 소비하면 소비할수록 본인에게 피해를 주고(두 번째 요소) 그 피해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는(세 번째 요소), 즉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비용이 효용을 훨씬 초과하는 지극히 비합리적인 소비행위이다. 그래서 담배라는 상품은 ‘Goods’가 아니라 ‘Bads’이다. 특히, 흡연관련 질환의 발생과 의료비 부담이라는 두 번째 요소에 주목해야 한다. 흡연으로 인해 폐암, 중풍, 심장마비에 걸렸을 때 가족들의 행복과 가정경제에 미치는 재앙은 파국적이다.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그 피해는 심각하다. 즉, 흡연의 손익계산은 지극히 소득 역진적이다.

흡연의 피해가 이미 널리 알려져 있고,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흡연행위의 손익비교가 손실 쪽으로 크게 기울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상적으로 담배의 소비는 막대하다. 작년에 팔린 담배는 모두 36억 2,399만 갑이었다. 소비규모가 크면 클수록 흡연피해의 규모도 커질 것인데, 어떻게 이런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암, 심혈관질환, 뇌혈관질환 등 고액진료비 유발질환의 대부분은 모두 흡연과 관련이 있다. 그 피해자는 수십만명에 달한다. 흡연의 역사는 이미 4백여 년에 달하지만 20세기 중반까지는 담배의 위험성을 알지 못했다. 많은 연구를 거쳐 대략 70년대 초반에 담배의 피해를 분명히 깨달았을 때, 흡연은 이미 범세계적인 현상으로 굳어져 있었고 담배제조회사는 거대한 다국적기업이나 국가가 전매하는 독점기업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었다. 한국 성인남자의 흡연률은 61.8%로서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편에 속한다.

이런 상황에서 흡연을 줄이기 위해 국가가 개입하는 것이 충분히 정당화된다. 건강에 큰 피해를 주면서도 중독성 때문에 본인이 끊기 어렵고, 피해가 사회적 전반에 파급되며, 소득 역진적인 피해까지 나타난다면 국가가 나서서 흡연을 줄이는 정책을 펴는 것은 당연하다. 실제로 다양한 노력이 세계 각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흡연이 엄청남 규모의 경제적, 사회적 현상으로 굳어져 있는 만큼 단번에 근절하기는 불가능하다. 무슨 방법이 있을까? 가장 좋은 것은 자발적으로 끊는 것이다. 자발적 금연의 계기를 주고, 성공을 돕기 위해 담배 갑에 경고문구 게재, 금연캠페인, 금연교육 등을 시행한다. 이것만으로는 속도가 매우 느리므로 금연지역 규정, 청소년에 대한 판매제한, 자판기 철수 등 강제적인 행동규제 조치가 취해진다. 금년 봄 채택된 세계보건기구의 ‘담배규제기본협약’으로 이러한 조치는 다시 한 차원 강도를 높일 것이다. 모든 담배 광고가 금지되고, 포장에 암에 걸린 폐의 사진까지 게재해야 하며, ‘마일드’, ‘라이트’ 등의 용어도 사용이 금지된다.

이러한 조치만으로도 어려워 선진 각국이 채택한 것이 바로 담배 가격을 인상하는 것이다. 가격을 올리면 소비가 주는 경제학적 원리를 이용하여 금연을 촉진하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가격을 올려도 흡연이 줄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줄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담배소비의 가격탄력성은 -0.6 정도인데, 가격을 100% 인상했을 때 소비는 60% 정도 줄어든다는 뜻이다. 줄기는 줄되 담배의 중독성 때문에 가격 인상폭에 비해 소비 감소폭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이다. 그러나, 담배값의 인상이 금연정책으로서 가지는 가치는 이론적으로나 세계각국의 경험자료로 보나 충분히 인정할만하다. ‘담배규제기본협약’은 ‘담배 소비를 실질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는 수준까지 담배가격 및 관련 세금 인상’할 것으로 권고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최근 금연정책의 강도를 급속히 높여가고 있다. 특히, 흡연의 행동규제 조치를 강력히 시행하고 있다. 좀 놀랍겠지만, 한국은 이 점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강력한 정책을 취하는 나라에 속한다. 영국, 미국, 스웨덴, 캐나다 등보다도 강하다. 반면에 한국의 담배값은 남미 등 후진국을 제외하고는 최저 수준이다. 이 역시 놀랍겠지만 한국에 비해 영국, 노르웨이는 4배 가까이, 기타 유럽 국가와 미국은 1.5~2.5배 정도이다. 한국에서도 많이 팔리는 영국 담배 Dunhill은 영국에서 8,000여 원이지만 한국에서는 2,000원이다. 결국 한국의 금연정책은 가격정책의 후진성과 비가격정책의 선진성이라는 파행적인 모습으로 특징 지워진다. 이 점에서 한국의 담배값 인상은 가격정책을 비가격정책의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균형 맞추기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의 흡연률이 우려할만한 수준으로 높고 흡연관련 중증 질환의 발생으로 수많은 불행과 가정경제의 파탄이 일어나는 것을 생각하면 금연정책으로서의 담배값 대폭 인상은 매우 필요한 일이다.

담배값 인상의 정당성은 그 자체보다도 새로 얻어진 세수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추가 세수가 흡연자와 국민들의 건강을 위해 쓰여지느냐, 아니면 부족한 국가재정을 때우는 데 쓰여지느냐에 따라 의미는 크게 달라진다. 세계보건기구의 권고는 담배값을 대폭 인상하여 금연효과를 거두고, 그로 인해 얻어진 세수를 건강사업에 투자하여 건강개선 효과를 거두라는 것이다. 이 두 가지 방식을 선순환구조로 병행하면 당연히 국민건강 향상에 엄청난 상승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현재 한국의 상황에서 강력한 금연운동의 필요성이 있고 담배값 인상이 그 유력한 수단이 될 수 있다면, 논쟁의 초점은 추가 세수의 사용방식으로 옮겨가야 하지 않을까?
김용익 / 서울대 의대 교수
2003/10/10 00:00 2003/10/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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