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대회와 지역경제

「세계시민의식으로 도약하는 대구」, 「관광상품을 개발하자」

온통 거리를 화려한 구호로 메웠던 U대회가 막을 내렸다. 북한의 참가여부로 대회조직위는 가슴을 쓸어 내리기도 했고 우여곡절 끝에 참가한 북한으로 인해 U대회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는 자축이 분위기가 지역신문 탑을 가득 메웠다.

U대회 개막식이 있기 전, 사무실로 한 시민이 전화를 걸어왔다.

“이번 U대회가 시민의 막대한 세금으로 치뤄지고 있는데, 너무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것 같다. 죽어가는 시민들의 얼마나 많은데…. 돈으로 치장하는 행사에 대해 시민단체가 나서서 문제제기를 해야하지 않느냐?”는 항변이였다. 별다른 답변도 하지 못한 채 수화기를 내려놓으니 머리속에 온통 ‘88올림픽’의 화려한 축제뒤에 가리워진 노점상들의 상흔이 되살아 난다.

과연 U대회는 화려했다. 대구공항에 인접한 멀쩡하던 다리에 10억원을 들여 미관공사를 하고, 거리 곳곳에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고속도로 관문에 인접한 시장에서는 2주간 노점상들의 상행위가 금지되었다. 대구 북구청은 U대회 선수촌 주변 환경 정리를 이유로 선수촌주변 주택과 상가 건물 건축공사 현장 54곳의 시공사와 건축주들에게 8월 10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24일 동안 건축공사를 일시 중단할 것을 요청하는 협조공문을 보냈다.

민주노총 대구지역건설노조는 이에 반발해 8월 6일 북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도시 서민들의 생계형 자살이 잇따르고 있을 정도로 심각한 경제난 속에서 건설노동자들은 지난달 장마로 10일도 채 일을 하지 못했다ꡓ며 ”건설노동자들의 생계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채 이러한 공문을 보낸 것은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행위ꡓ라고 울분을 터트렸다.

거리 곳곳에서 마치 지하철 참사의 아픔을 모두가 잊고 싶다는 듯, 대구는 축제의 흥겨움에 스스로 몸을 내맡긴 채 화려하게 빛나고 있었다. ‘사고도시’의 오명을 벗기위해, 단체장의 도덕적 책임론을 희석시키며 화려한 대회의 뒷면에 가려진 이웃들의 고단한 삶을 끌어 안기 위한 노력은 없었다.

지역경제와 지역언론

연일 생계형 자살이 늘어나자 언론은 우리사회 빈곤의 문제를 새롭게 조명하기에 바빴다. 그러나 반짝 수면으로 떠오르지만 또 다른 이슈에 밀려나 버린다. 여기에 지역언론의 더하다. U대회에 가리워져 우리사회 빈곤의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도 못한 부끄러운 모습으로 벌써 올해 정부가 확정한 내년도 예산안을 평가하면서 지역신문 사설은 독설을 퍼붓고 있다.

지난 9월 24일자 매일신문은 '지금 복지가 우선인가‘란 사설을 통해 “이번 정부의 예산편성안은 성장보다는 분배에 초첨을 둔 것이 틀림없다. 물론 분배없는 성장은 이내 한계에 도달한다는 것이 정설이지만 소득 1만달러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있는 우리나라가 과연 분배를 위해 성장을 희생해야할 정도로 여유가 있는지는 반성해야 한다. 누가 뭐래도 한국은 여전히 성장에 배고픈 나라가 아닌가. 물론 복지국가 실현이 자본주의의 종착역이지만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정책의 우선 순위는 엄연히 존재한다. 그 서열을 제대로 매기는 것이 바로 정부의 역량이 아닌가. … 게다가 복지 예산이 내년 총선을 겨냥해 선심성 자금 살포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국회조차 표밭을 의식, 예산의 우선 순위를 제대로 심의하지 못하고 어물쩍 넘어갈까 걱정이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렇듯 지역발전을 외치는 목소리는 지역경제 성장론 목소리만이 가득하다. 이러한 논리는 지역경제 발전을 ‘정치적 논리’로 이끌며 참여정부가 ‘대구지역경제를 홀대한다’는 볼멘소리로 이어진다. ‘지금 복지가 우선인가’란 지역언론의 목소리는 사실 지역현안 사업에 대한 정부의 예산지원을 촉구하는 지역경제 성장론자들의 목소리에 다름 아니다.

대구의 경우 섬유산업이 지역경제가 대표적인 사양사업으로 접어들자 ‘TK경제 살리기를 홀대한다’는 민심을 등에 업고 6천백억원이 투여된 밀라노프로젝트에 이어 포스트밀라노 프로젝트 사업추진을 위해 정부가 6천억원의 추가예산을 지원해야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문제는 이렇게 수천억원이 투여되는 지역현안사업이 경제성이나 사업타당성 검토 없이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다. 사업비의 상당부분이 인프라 구축을 위한 고가의 장비구입에 쓰였지만 정작 이를 이용해야 할 업체에서는 외면받고 있다. 또 일각에서는 상당부분의 예산은 고령의 섬유업체간 이해관계가 맞물려 나눠먹기식 집행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종합적이고 쳬계적인 지역발전을 위한 논의는 언제나 부재하다. 이속에 지역복지를 고민하는 주체들의 목소리가 들어설 자리는 없다. 지역경제 성장주의는 항상 정치논리와 맞물려 지역 토호세력간의 이권으로 넘어가 있고 민중들의 삶은 늘 고달프다.

지역복지운동의 생명력을 위하여

빈곤의 악순환, 그 고리를 끊기 위해 무엇보다 복지예산확대를 통한 중장기 계획속에서 복지정책의 패러다임이 새롭게 짜여져야 한다는 것이 한결같은 목소리이다.

그동안 IMF관리체제 이후지역마다 활발했던 민관협력 모델과 지역차원의 복지 패러다임 짜기 등 지역복지운동이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정이후 스스로 현장감을 상실하고 있는 것은 않은지 되돌아 본다.

물론 여기에 열악한 지역시민운동의 현실도 답답할 노릇이다. 얼마전 전국 지역운동단체 워크샵에서 참가해 보니 복지를 담당하는 주체들은 모두들 2~3개가지 업무를 겸임하고 있는 상태였다. 이렇게 지역복지운동의 주체로서 우리가 해야 할 숙제는 많다. 정책전문성을 확보해 하나고 좀더 현장에 뿌리를 두고 세밀하게 복지운동을 기획하고 추진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지역운동간 네트워크를 구축해 나가야 하며 지역복지발전을 위한 새로운 정책과 모델을 개발할 리더쉽을 만들어 가야 한다. 지금은 현장활동가와 전문가의 결합이 무엇보다 절실히 필요하다.

우리의 고민이, 지역복지운동의 미래가 현실속에서 생명력을 갖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그 생명력을 현실의 절망 속에서 다시 끌어 올려야 할 때이다.
김영숙 /대구참여연대 사회복지센터
2003/10/10 00:00 2003/10/10 00:00

트랙백 주소 :: http://blog.peoplepower21.org/Welfare/trackback/12556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