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의 필요성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1조에는 생활이 어려운 자에게 필요한 급여를 행하여 이들의 최저생활을 보장하고 자활을 조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되어 있고, 법 4조에는 그 보장의 기준이 건강하고 문화적인 최저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되어 있다. 즉,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스스로 최저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국민 누구나 수급자로 선정해서 그야 말로 인간으로서 최저의 생활을 보장해 주는 것을 국가의 의무로, 혹은 국민의 권리로 규정한 법이다. 법 제정의 목적은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의 시행 경과는 법제정의 의의를 살리지 못해왔다.

외환위기 이후 빈부격차가 확대되었고, 빈민의 수가 줄어들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초보장수급자수는 계속하여 감소되어 왔다. <표1>과 같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시행된 2000년 10월에 149만명이었던 수급자수가 2001년의 경우 144만명, 2002년의 경우 135만명, 2003년 3월 현재 134만 6천명으로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는 추세이고, 특히 2003년에는 재산이 기준을 일부 초과함으로서 수급자에서 탈락되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잉여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하는 소득인정액제도가 새로이 시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전년도 보다 수급자수가 감소하고 있다1).

<표 1>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수의 추이

표없음

2002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자활사업실태조사에 따르면 소득이 최저생계비에 못 미치는 빈곤 인구가 전인구의 11.1%나 됨에도 불구하고 2003년 현재 기초보장수급자수는 2.8%(135만명)에 불과하다. 즉 전 인구의 8.4%, 빈곤계층의 73.4%인 약 400만명이 국가로부터 별 도움을 받지 못한 채 비수급 빈곤층으로 살아가고 있고, 이러한 것이 최근의 생계형 자살자수가 급증하는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비수급 빈곤층의 존재는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운영방법, 특히 선정기준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기초보장수급자를 선정하는데 있어서 사용하는 기준은 최저생계비 뿐만 아니라 재산기준과 부양의무자기준이 있고, 이 중에서 한가지 기준이라도 부합되지 않는다면 실제 소득이 최저생계비가 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기초보장수급자로 선정하고 있지 않고 있으며 이러한 것이 비수급 빈곤층을 발생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를 그림으로 나타내면 <그림 1>과 같다.

<그림 1> 빈곤계층의 유형

그림없음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의 방향

최근의 사회문제의 심각성과 빈곤실태를 볼 때, 하루 빨리 비수급빈곤층을 기초보장수급자로 선정하여야 할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법의 개정이 필요하다. 국회에서는 이원형의원, 김명섭의원, 김황식의원이 기초보장법 개정에 의지를 갖고 추진 중에 있는데, 현 기초법의 주요 문제점과 개선방향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가족이 있다고 수급자에서 탈락시키는 부양의무자 기준의 문제이다. 현행법은 ‘생계를 같이 하는 2촌 이내의 혈족’으로 부양의무자의 범위를 정하고 있으나, 이는 현실에 비추어 지나치게 넓어 수급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부양능력 판별기준을 너무 가혹하게 설정하여 많은 수급권자가 탈락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예를 들어 농어촌에 거주하고 소득 및 재산이 전혀 없는 노인 1인이 수급신청을 했다고 하더라도, 서울에 거주하는 손자 1인의 소득이 85만원을 초과한다면 그 손자는 부양능력 있음으로 판정되어 그 노인은 수급자가 될 수 없다. 이러한 문제는 부양의무자 범위를 “1촌 이내의 혈족 및 그 배우자”로 좁히고, ‘추정부양비’를 폐지하거나 부양능력 판별기준을 현실화하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함으로서 해결하여야 할 것이다.

둘째, 재산이 조금 있다고 수급자에서 탈락시키는 재산기준의 문제이다. 2003년부터 재산소득환산제도2)가 본격적으로 실시되어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한 금액과 수급자의 실제소득을 합산한 금액(소득인정액)이 수급자 선정기준이 될 뿐만 아니라 생계비 지급기준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그런데 그 기초공제액이 너무 낮을 뿐만 아니라 환산율이 지나치게 높아 이로 인한 수급권자의 권리침해가 발생하고 있다3). 자동차의 소득 환산율은 월 100%로 100만원 가액의 자동차가 있을 경우 월 100만원의 소득이 있는 것으로 간주되고, 일반재산과 금융재산에 적용되는 환산율 역시 일반 정기예금 이자의 10배를 넘는 수준이다. 이로 인해 처분하기 곤란한 약간의 재산이 있거나 거주하고 있는 주거용 재산으로 인해 수급자에서 탈락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재산소득환산의 적용범위와 환산율을 현실화할 수 있도록 법률에 그 기준에 구체적으로 명시하여 집행과정에서 법률 목적의 훼손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보완하는 것이 시급하다.

셋째, 너무 낮은 최저생계비의 문제이다. 현행법상 최저생계비를 5년마다 계측하도록 되어 있고, 이를 기준으로 하여 수급자를 선정할 뿐 아니라, 보장의 수준을 결정하고 있다. 그러나 비계측년도의 경우 물가만을 반영하여 최저생계비를 추정한 결과 일반가구와의 격차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또한 중소도시의 최저생계비를 전국 단일기준으로 사용하여 대도시(특히 서울) 거주 빈곤층들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보는 문제가 있으며, 1, 2인가구의 최저생계비가 지나치게 낮게 설정되어 있는 문제도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최저생계비를 합리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계측주기를 최소한 2년 정도로 줄이고, 주거유형별·가구유형별로 가구의 최저생계비가 크게 달라짐을 감안하여 주거유형별·가구유형별 최저생계비를 달리 적용하도록 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또한 현재 12월 1일로 되어 있는 다음 연도 최저생계비 공표일 기한을 7월 1일로 변경하여 최저생계비의 변화가 정부예산안에 반영되는 데에 차질이 없도록 할 필요가 있다.

넷째, 법을 개정하더라도 존재할 수밖에 없는 비수급 빈곤층과 차상위계층에 대한 보호 문제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현재와 같이 조건부수급제도가 존재하고 추정소득제도를 운영하는 한 근로능력자 가구는 수급자로 선정되기가 어렵다. 이들 근로빈곤층, 혹은 신빈곤층을 그냥 방치하기보다는 최소한의 현물급여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의 개정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의료급여는 전면화 하고, 주거급여, 교육급여, 자활급여 등은 가구별 여건을 고려하여 지급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차상위계층의 개념을 법에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현행 법상에는 차상위계층이 소득만을 기준으로 분류가 되어 있어서 명확한 정책대상이 되고 있지 못한 실정인데, 차상위계층의 경우 부양의무자 기준은 없애고, 소득인정액개념을 사용하면 될 것이다.

다섯째, 참여복지의 원리에 맞게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의 구성원 중 민간 위원(특히 수급자 대표)을 늘리는 개정안이 필요하고, 주거급여의 현실화 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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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복지부는 소득인정액 제도로 2003년 수급자가 2만여 가구 늘 것으로 예상한바 있다.

2) 보건복지부는 2003. 1월부터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에게 적용되는 소득인정액 제도의 핵심인 재산의 소득환산제를 시행하고 있음. 재산의 소득환산제란 기본재산 규모를 초과하는 일반재산, 금융재산, 승용차 등 재산금액을 소득으로 환산하여 수급자의 소득에 합산하는 제도임.

3) 기초공제액은 주거비용 등 기본적인 생활유지에 필요한 비용으로서 소득으로 환산하는 재산에서 공제하게 됨. 기초공제액 수준은 전세금 등 재산수준의 지역적 차이를 감안하여 농어촌 2,900만원, 중소도시 3,000만원, 대도시는 3,300만원이 적용됨. 소득환산율은 일반재산의 경우에는 4.17%, 금융재산은 현금재산인 관계로 일반재산의 1.5배 수준인 6.26%, 승용차의 경우에는 10년 이내의 승용차 보유시 100%를 적용하게 됨.
허 선 / 순천향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2003/11/10 00:00 2003/1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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