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4일 “서울대 박세일교수(전 청와대 사회복지수석)와 외국어대 최광 교수(전 보건복지부장관) 등 경제 및 사회복지 분야 학자들로 구성된 ‘국민연금 살리기 운동본부’는” 기자 회견을 갖고 “현재의 저부담, 고급여 체제에서는 재정부담을 후세대가 떠 안을 수밖에 없다”며 “급여수준을 낮추거나 보험료 납부 수준을 높이는 것을 피할 수 없으므로” 국민연금을 즉각 개혁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또한 10월 9일에는 ‘가정을 건강하게 하는 시민의 모임(가건모)’이 발족되어 교육부장관을 지냈던 김숙희씨가 회장으로, 이홍구 전 총리, 김성수 성공회대 총장, 정근모 호서대총장 등이 고문으로 참여하며 손경희 연세대 특임교수, 유영주 한국가족학회 회장, 강지원 변호사 등이 부회장으로 활동한다. ‘가건모’는 이혼율 급증, 해외원정 출산, 가계 파탄으로 인한 가족 해체 등 심각한 사회병리현상을 가정의 건강성 회복을 통해 치유하려는 단체로 알려졌다.

이들의 면면이나 사회적 지위, 그리고 주장하고 있는 표어들을 보면 우리 사회의 복지 문제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관심을 높이고 또 사회복지의 발달에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처럼 보여진다.

그런데 왜 우리는 “노동계와 일부 시민단체는 그릇된 정보로 국민들에 문제의 본질을 더 이상 왜곡하지 말고 책임감을 갖고 현 세대 뿐만 아니라 후 세대를 위한 진정한 개혁에 동참할 것을 요구”하는 말을 듣고 있으며, 이러한 움직임들에 대해 한편으로는 씁쓸함과 함께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경계 섞인 주의를 가져야 하는 것일까?

예전에 우리의 독서와 여가 문화에 큰 영향을 끼친 책들이 있었다. 관광지나 문화 유적지에 가보면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옆에 끼고 유적을 보고, 다시 책과 비교해보고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알겠다는 듯 또 한편으로는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대곤 했다. 나도 아이가 초등학교 다닐 때 이 책을 옆구리에 끼고 가이드 삼아 학교 숙제 겸 가족 나들이 겸 다니던 기억이 있다. 지금 다른 내용은 별로 기억이 나지 않지만 단 한 구절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아는 만큼 보인다.”

학교에서 사회복지정책과 관련된 내용을 강의하다 보면 반드시 이 구절을 인용, 패러디하여 “복지는 아는 만큼, 생각하는 만큼 만들어진다”고 이야기하곤 한다. 수업에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학생 -학부생이 되었건 대학원생이 되었건- 들이 생각하는 복지와 내가 생각하는 복지와 많은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나보다 훨씬 더 시장의 기준과 가까운 복지를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면 우리 사회복지위원회에서 이야기되는 것과는 거리가 먼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을 알게 된다. 대개는 언론에서 이야기하는 피상적인 정보를 가지고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아마 일반 시민들도 이와 마찬가지 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연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과연 자신이 노후에 연금을 정상적으로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으로 생각하고 건강보험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급기야는 복지부장관마저도 민간건강보험의 도입을 이야기하고, 이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호의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여유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돈으로 건강보험에서 적용되지 않는 부분을 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왜 건강보험료를 더 내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하면서 민간보험을 도입해서 돈을 더 내는 것에 대해서는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어차피 개인의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같은 데….

처음에 이야기한 것처럼 사회적으로 꽤 알려진 사람들이 복지를 개혁하고 가정의 건강성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비록 그 내용이 우리가 생각하는 개혁이나 복지와는 거리가 먼 것이고 또 사회의 변화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내용을 자세히 살피지 못한 사람들은 그들의 주장을 적절한 것으로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럼 우리가 생각하는, 주장하는 복지의 내용이나 대안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그냥 우리는 이야기한 것 자체로 만족해야 하는 것인가? 우리의 생각이나 주장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우리의 생각을 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우리편으로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급기야 어제 있었던 social action에 대한 대학원 수업에서는 가칭 ‘복지행동연대’와 같은 강력한 복지운동단체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었다. 어찌 되었건 우리가 원하는 복지에 대해 설파해줄 수 있는 복지 전도사가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김종해(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2003/11/10 00:00 2003/1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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