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가 사회개혁의 주요 이슈로 집중조명 받고 있다. 사회복지의 저변은 최근 들어 크게 확대되었다. 그리고 경제규모의 수준에 맞는 소득분배구조를 만들기 위한 사회주의적 성격의 제도들이 요청되고 있다.

지역복지운동의 정체성은 다가올 사회에 적용될 새로운 복지과제를 제기하고 실험하는 것이며, 그 목적을 향한 핵심전략으로써 “사회적 약자에 대한 당파성에 기반한 주민참여전략”을 채택했다.

관악사회복지의 지역복지실천이 곧 8년이 된다. 처음 단체가 문을 연 당시에는 우리 앞에 아무것도 없었고, 무엇을 보고 따라가야 할지 막막했다. 다행히 지금은 동지급 단체들이 많이 생겨나서 함께 고민을 풀어나갈수 있게 되었다. 예측할 수 없는 먼길을 가면서 동고동락할 동지가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함께 여행을 가면 반드시 배울 점이 있다”는 공자의 명언이 있는데, 별 잘난 것은 없지만 남보다 먼저 이 일을 시작했다는 점 때문에 여러 곳에서 관악사회복지의 사업성과에 대한 궁금증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물론 남들이 한번도 하지 않은 것을 시도하여 뚜렷한 성과를 내기도 했지만 실은 그렇지 않은 점이 더 많다. 사업이 잘 되고 있고 튼튼한 시스템을 구축한 것처럼 보이는 조직이라 해도 거울의 반대편같은 단점과 부족한 면을 함께 가지고 있는 것이 보통인 것이다. 하지만 공자의 명언에는 동행의 좋은 점뿐만 아니라 “나쁜 점” 또한 보고 타산지석을 삼는 것으로 배울 수 있다는 점도 함축되어 있는 만큼, 관악사회복지의 앞선 실천사례의 부침을 들여다봄으로써 여러 동지단체들이 길을 헤쳐 나가는데 도움이 되길 바라는 생각으로 이 글을 시작하고자 한다.

이 글에서는 복지교육 프로그램을 통해서 주민조직사업을 실행한 관악사회복지의 7년의 경험을 다룬다.

주민운동이라는 용어 사용

지역복지운동은 사회복지 영역에서도 운동성과 지역성이 특히 강하여 “복지이슈를 통한 주민운동 또는 지역운동”과 흔히 혼용되어 사용되고 있다. 그리고 비교적 넓은 지역에서 여론을 활용한 제도개선활동에 주력하는 주민포괄형운동과 비교적 좁은 지역에서 직접적인 주민의 참여를 통한 주민조직건설사업을 펼치는 주민밀착형운동의 구별도 있는데, 여기서는 후자만을 다룰 예정이다. 이 글에서는 주민운동, 주민조직화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그 뜻은 “주민밀착형 지역복지운동”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복지이슈는 복지서비스를 국가에서 주도한다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국가에서 복지운동단체들의 요구사항을 점차 수용해 나간다면 단체의 정체성은 애매해질 우려가 있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볼 때 지역복지운동단체의 고유한 활동은 주민밀착형운동을 통해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주민들에게 어떤 내용을 교육하는가?

교육은 주민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포함하고 있다. 그것은 “이웃과 공동체를 위한 참여와 행동” 그리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당파성 견지”로 함축될 수 있으며, 이는 “부자되세요~~~”로 대변되는 출세 이데올로기의 반대편에 있는 것이다. 이러한 참여 및 인권지향적 가치는 교육과 연동된 자원활동프로그램을 통해 발전되며, 자원활동모임을 결성하고 가입하여 활동함으로써 더욱 구체화된다. 자원활동모임의 정체성은 소외된 이웃을 돕고 사회 및 자연생태계의 문제를 해결하는 일은 시민의 참여가 없으면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으며, 그것의 구체적인 모습이 바로 자원활동이라는 것이다. 주민운동이 추구하는 이러한 가치는 참여와 인권이라는 불변의 전략을 나타낸다.

교육을 매개로 한 주민조직화의 진행

관악사회복지의 사례에서는 연례행사로 대중적인 주민복지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고, 교육수료자를 자원활동모임으로 조직하였다. 자원활동 모임은 지역주민에게 교육과 자원활동참여를 통해 참여와 인권의 가치를 체득하고 개인의 잠재성을 계발하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방학기간에는 청소년자원봉사학교(중고생), 가족자원봉사학교(초등생가족)를 열었고 가을에는 여성자원봉사학교(주부)를 열었다. 청소년자원봉사학교 수료생은 “햇살”, 여성자원봉사학교 수료생은 “해오름”이라는 자원활동모임의 결성으로 이어졌으나 가족자원봉사학교는 교육프로그램 이후 조직이 실패하였다.

청소년모임 햇살은 6년째, 여성모임 해오름은 4년째 지속되고 있으며 자원봉사학교 수료자들이 매년 새 회원으로 가입하여 인원이 늘어난다. 관악사회복지에서는 모임에 자원활동프로그램을 제공하며, 모임의 운영은 당사자들에 의해 이루어진다. 2003년 현재 햇살은 70여명, 해오름은 20여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청소년, 여성, 가족 복지교육을 통한 주민조직 사업 내용

▪ 청소년 (중·고·대학생)

1995년 5월 13일 발표된 교육개혁안에서 인성교육의 일환으로 청소년 자원활동이 제도화되었다. 그러나 쏟아져나오는 자원활동 희망학생들에 대해서 제대로 된 자원활동의 기회를 제공할 만한 사회적 성숙도는 걸음마 단계라는 문제가 있었다. 대개의 자원활동이 공공단체에서 아무 의미없는 일회성 단순노동으로 그치고 마는 현상이 되풀이되는 실정이었고, 그러다보니 청소년들은 자원활동이라고 하면 “봉사활동요? 그거 방학 때 파출소 가서 청소 좀 하면 시간 줘요” 이런식으로 이해하게 되는 지경에 이르렀던 것이다. 이에 청소년들에게 자원활동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청소년자원봉사학교를 시작하게 되었다. 1996년 제1회 관악청소년자원봉사학교를 실시하여 2002년 제8회 청소년자원봉사학교를 마쳤다.

1998년 2월에는 제1회 자원봉사학교를 수료한 한 학생이 지속적인 자원봉사교육을 요청함으로써 ‘햇살’이라는 자원봉사동아리가 탄생하였고, 2003년 현재 햇살6기까지 운영되어오고 있다. 햇살은 소모임의 형태로 청소년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운영되며, 관악사회복지에서는 교육과 자원활동관리를 통해 활동이 지속되도록 지원한다. 기수당 10ㆍ15명의 회원이 등록되어 있으며 대부분이 관악구에 거주하는 학생들이다.

교육프로그램의 내용은 자원활동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가지고 자신과 가족만을 생각하는 차원을 넘어 이웃과 지역문제에 관심을 돌려 자원활동을 통한 복지마을 만들기에 동참한다는 것이며, 청소년의 특성에 맞는 다양한 교육방식을 활용하였다. 그리고 푸드뱅크의 결식가정먹거리배달 등 지역복지와 관련한 자원활동 프로그램을 제공하여 1년 이상의 지속적인 자원활동을 경험하도록 했다. 현재는 문화소모임, 농활, 일일찻집, 엠티 등의 대내외적 행사들이 연례화되었으며, 고등학교를 졸업한 선배들과 고등학생 후배들이 만남을 지속하는 자원활동 동아리의 모습으로 정착되었다.

<그림1> 청소년자원활동모임 햇살의 운영체계

그림 없음.



청소년교육프로그램을 통한 햇살 소모임 조직은 참여와 지속성의 측면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다. 첫째, 햇살이라는 자원활동 모임안에서 자원의 순환적인 체계를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햇살 1-3기의 경우 다시 햇살 4-6기의 자원교사로 합류하는 등 스스로 지속 가능한 순환체계를 만들었다. 둘째, 활동의 주축이 되는 고등학생들에 대해서 선배 및 실무자가 관리교사체계를 통해서 적절한 관리를 분담하여 자원활동프로그램이 지속되고 활성화되었다. 셋째, 지속적인 자원활동 실천프로그램을 통해 지역사회에 대한 관심과 참여의식을 높였다. 이는 햇살 회원들이 스스로 자신의 변화에 대해 평가하고 있는 내용이다.

그러나 양질의 자원활동터전이 부족하고 지도력개발과 의식발전이 필요하다는 과제도 제기되었다. 첫째, 청소년에게 맞는 다양한 자원활동터전을 마련하는 문제와 학교-공공기관 등 체계적인 자원활동 네트워크 구조 마련의 측면에서 시급한 해결이 필요하다. 청소년의 자원활동은 활동 자체의 성과에 비해 들어가는 준비에 노력이 많이 필요한 만큼 드러나는 성과보다는 교육에 초점을 맞추고 운영해야 한다. 하지만 청소년들의 수요에 비해 이러한 양질의 자원활동프로그램의 공급이 무척 부족하다. 둘째, 주민운동이 추구하는 가치(이웃과 공동체를 위한 참여와 행동, 사회적 약자의 당파성 유지)를 모임 안에서 공유하고 전파하려는 노력이 부족했고, 이점이 참여자 내부의 지도력과 의식 발전에 한계를 가져왔다.

▪ 여성 (주부)

우리가 살아가는 의식주의 문제를 비롯한 일상생활과 매우 밀접한 ‘주민복지’를 지역여성들의 삶의 문제로 인식하고 사회참여활동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아동교육, 영유아 보육, 여성, 노인, 환경 등을 비롯한 많은 주제들은 지역사회안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문제이며, 누구보다 여성들과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다. 이에 여성들의 자아발견을 통한 자존감 향상과 더불어 나와 가족, 이웃, 그리고 지역사회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고 복지의 주체자로서의 교육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또한 여성들의 잠재력을 발굴하고 발휘할 수 있는 활동기회의 제공을 통해 자아실현 및 사회참여의식을 향상시키고자 여성복지교육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되었다. 1998년에 사회복지여성전문학교라는 이름으로 첫 여성학교가 시작되었고, 2002년 제5회 신나는 여성학교에 이르기까지 지역사회의 복지문제와 여성의 잠재력 개발에 초점을 맞춘 교육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교육 수료생들이 모여 여성모임 해오름을 결성한 것은 2000년이다. 해오름 결성 이후 여성학교 프로그램의 기획에 해오름 회원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였다. 그리하여 2000년 제3회 여성학교부터 수료생들이 매년 해오름의 신입회원으로 가입하는 재생산체계가 이루어졌다. 해오름은 정기모임을 통해 여성학교의 후속 교육프로그램을 지속하며 푸드뱅크, 빈곤가정 상담활동, 이웃사랑방(녹색가게) 등의 자원활동에 지속적으로 참여하였다. 특히 이웃사랑방의 초기 임대료를 마련하고 자원활동에 참여하여 사업이 시작되는데 해오름 회원들이 큰 역할을 담당하였다. 그리고 해오름의 대표는 관악사회복지의 운영위원으로 위촉되어 단체의 주요 의사결정회의인 운영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다.

2003년 현재 해오름은 4기까지 구성되어 있으며 관악구에 거주하는 30대~5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가정주부 20여명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30대 후반~40대 중반 연령층이 모임의 주축이다. 그리고 자녀는 청소년모임 햇살에서, 어머니는 해오름에서 활동하는 가족도 몇 명 있다.

<그림2> 여성자원활동모임 해오름의 운영 체계

그림 없음.

해오름의 가장 큰 성과는 복지교육 → 소모임 활동 → 후속 교육 기획 → 교육자로 참여등의 자치적인 운영 및 재생산체계가 형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는 청소년모임 햇살의 조직을 통해 검증된 방법으로, 모임이 지속성을 갖는데 핵심적인 요소이다. 둘째, 해오름 회원들은 활동을 통해 이웃과 지역사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사회참여의식이 성장했다고 스스로 얘기하고 있다.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던 자원활동을 경험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이러한 개인의 성장이 가능했다.

반면 실천프로그램개발, 모임의 질적 성장과 지도력 개발 등과 관련하여 여러 과제들이 제기되었다. 첫째, 해오름 회원들의 공동의 실천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 둘째, 구성원 개개인의 잠재력이 발휘되고 서로 지지할수 있는 모임으로의 성장이 필요하다. 셋째, 주민운동이 추구하는 가치에 대한 공유와 해오름 모임의 지도력(Leadership)이 확보되어야 한다. 이는 청소년모임의 경우와 같다. 넷째, 타 여성조직과의 교류와 연대가 필요하다.

▪ 가족 (초등학생 가정)

청소년과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복지교육프로그램의 경험을 살려, 대상층을 확장하여 가족 단위의 교육프로그램을 시작하게 되었다. 프로그램의 목적은 가족이기주의를 극복하여 가족울타리를 낮추는 참여프로그램을 통해 이웃과 함께하고, 지역문제에 관심을 갖는 자원봉사문화를 형성하는 것으로, 한편으로는 지역애착심을 고양할 수 있는 지역사회봉사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활성화하는 것 또한 목적으로 삼았다.

대상은 초등학생 자녀를 둔 가정으로 하였으며 교수, 사회복지사, 주부, 자원봉사코디네이터 등 다양한 사람들이 프로그램 기획에 참여하였다. 초등학생과 부모님에게 자원봉사에 대한 교육을 함으로써 올바른 의미의 자원봉사 활동에 대해 훈련하는 기회를 제공 (부모님들이 자원봉사활동의 교육자로서 역할)하고, 생활 속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자원봉사 활동 거리를 마련했다. 사회복지시설중심, 노력봉사중심의 자원봉사인식을 확장하여 살기 좋은 지역만들기에 참여하는 주민의식을 높이고자 하였다.

1999년 제1회 우리동네체험학교가 시작되었고, 2001년까지 세 차례의 교육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시기는 여름방학기간을 이용하였다. 교육프로그램이 끝난 후 후속프로그램을 여러 차례 진행하였으나 모임 결성에는 실패하였고, 2002년부터는 가족자원봉사학교 프로그램도 중단하였다.

가족단위 지역사회 참여 프로그램을 활성화한다는 측면에서 의미 있는 시도였으나 참여자들의 지속적인 관계형성과 의식발전을 위한 소모임 구성이 실패함으로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 가족단위로 실천할 수 있는 지역사회 자원활동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마을단위로 생활현장과 밀착된 기획이 필요하다. 하지만 자녀교육에 어느 때보다 관심이 높은 초등학생 가정의 경우 프로그램 참여의 욕구 또한 자녀교육에 중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고, 따라서 관악사회복지의 교육프로그램이 추구하는 취지에 맞는 후속모임을 조직하는 것은 불가능했다는 의견도 있다. 가족단위 교육프로그램과 이를 통한 조직화 전술의 유효성은 좀더 고민과 토론이 필요한 부분이다.

평가와 분석

참여, 지속성, 임파워먼트의 목표에 기반한 사례평가

앞장에서 청소년, 여성, 가족 복지교육을 통한 주민조직 사례를 살펴보았다. 세 가지 사례 중 가족복지교육을 제외한 두 사례는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었다. 그렇게 평가되는 부분은 복지교육프로그램을 통해 주민들을 만나고, 교육수료생들이 자원활동 모임에 참여하며, 자원활동 모임이 다시 교육프로그램을 준비하고 후배들을 관리하는 주민참여구조를 만들었다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 햇살과 해오름은 관악사회복지의 주민복지교육프로그램의 결과물로 탄생했지만 탄생 이후에는 본회의 이념을 전파하고 활동을 돕는 주력군으로 활약함으로써 교육을 통한 주민조직화가 주민운동의 효과적인 전술임을 확인해 주었다.

하지만 발전가능성에 있어서 미래가 밝기만 한 것은 결코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처음에는 보이지 않던 한계지점들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하고, 조직의 질적 양적 발전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점은 현재 관악사회복지가 당면한 가장 중요한 현안 중의 하나이다.

그러면 어떠한 점에서 그러한가? 구체적인 내용을 들기에 앞서 먼저 주민운동 프로그램 사례의 평가를 위한 틀을 하나 도입해 보자. 주민운동적 관점에서 주민조직사업은 참여, 지속성, 임파워먼트의 세가지 목표를 가진다. 참여는 프로그램에 참여자의 욕구가 수렴되고, 프로그램 운영에 관여하며, 공식적이고 민주적인 의사결정과정을 통해 참여자의 책임감이 향상되는 것을 뜻한다. 지속성은 주체적 측면에서 주민지도력을 발굴하고, 물적 측면에서 인적 물적자원의 활용을 통한 자립성을 확대하며, 지역사회의 변화에 대한 적절한 대응을 통해 프로그램의 생명력을 높이는 것이다. 임파워먼트는 참여자의 강점을 개발하여 사회적 관계성을 증진하고, 나아가서 참여자의 가치관 및 사회의식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임파워먼트를 통하여 주민지도력의 향상이 일어나게 된다.

주민조직에서 참여, 지속성, 임파워먼트의 성장을 위해서는 참여자 주체의 발전, 민주적이고 참여지향적이며 재생산적인 조직구조의 확립, 주변 물적·인적 자원과의 효율적인 네트워크 구축 등 여러 가지 요소가 함께 발전해야 한다. 그 중에서 참여자 주체의 발전 양상을 뽑아서 생각해 보면 아래의 그림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그림3> 주체적 요소의 발전

그림 없음.

주체적 요소는 점진적 발전과정을 거치며, 특별한 경험이 있을 때 계단처럼 급격한 발전을 보이기도 한다. 예를 들어 자원봉사학교(교육프로그램)에 처음 참여했을 때를 보면, 자원활동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갖게 되고 모임에 가입하게 됨으로써 얻게 되는 주체적 발전의 기울기는 매우 크며 급격하게 “A”의 단계로 올라서게 된다.

하지만 첫 단계에서 두 번째 단계로 올라가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 지금 우리가 처한 문제의 핵심이다. 첫 경험의 약발이 떨어지면서 발전의 기울기가 완만해진다. 그래서 “B, C”의 단계로 올라서기 위해 교육, 자원활동, 리더쉽캠프 등의 프로그램을 마련해서 운영해 보지만 더 이상 업그레이드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치 경제학의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처럼 처음 A단계로 올라갈 때만큼의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처음 주었던 것보다 훨씬 큰 감동을 주어야 할 것처럼 생각되고 그래서 활동가들은 무언가 새로운 것을 찾기 위해서 머리를 싸맨다. 그러는 사이 시간은 흐르고, 조직은 발전이 정체되고 일상적인 모임의 운영이 점점 어려워지며, 처음의 동기가 약해지면서 급기야 주민들은 하나둘 자신의 가정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러면 주민조직이 어느 정도 발전하다가 정체하는 현상이 관악사회복지의 사례에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가? 무엇보다도, 모임의 회원들과 활동가 사이의 갭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주민운동은 사무실에서 실무자들이 컴퓨터 앞에 앉아서 하는 운동이 아니다. 지역주민이 자원활동으로 모여서 회의하고, 행사를 진행하고, 교육프로그램을 준비하는 것이 제대로 된 모습이다. 하지만 지금의 모습은 실무전문가인 전임활동가가 모임운영에 과도하게 개입하고 모임의 회원들은 스스로 일을 해내는 것에 아직 미숙하다. 회원들은 활동가들의 헌신성에 경의를 표하며 “당신들을 움직이게 하는 동력은 무엇입니까?” 하고 묻지만 자세한 것은 잘 이해하지 못한다. 그리고 스스로 이 일에 대해 자발성이 부족하며,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목적에 대한 답을 스스로 갖고 있지 못하다. 그러면, 우리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방법을 사용해 왔는가?

개인전술에 의존한 조직방식의 한계

대개 이런 문제가 있을 때 활동가들은 친분을 다지고, 술 마시고, 등산을 가는 등 일대일 개인전술을 이용해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주민조직가의 품성, 대인응대기술 등 개인기술을 기르기 위한 노력도 많이 하고 교육도 받는다. 이 방법은 즉시 효과를 보이기 때문에 많이 애용한다. 특히 처음 조직을 시작할 때 꼭 필요한 기본기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개인기에 의존한 조직사업은 처음에는 잘 되다가 지역에 매우 특별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는 한 몇 년이 지난 후에 발전이 정체한다.

활동가들의 개인전술에 의존한 이런 방식의 조직은 매우 전근대적인 방식이다. 전근대적인 방식이기 때문에 나쁘다는 게 아니다. 개인전술은 전략, 전술(팀전술), 개인전술 중에서 가장 하위단계의 운동전술이다. 축구로 치면 마라도나처럼 발재간이 뛰어난 선수를 생각하면 된다. 그런 똘똘한 선수 한명만 있으면 동네축구에서는 일등할 수도 있겠지만 전술을 갖춘 팀을 만난다면 도저히 이길 수 없다. 반면에 효과적인 전술을 선택하여 훈련하면 2002년 월드컵에서 보았듯이 4강이라는 놀라운 결과를 이룰 수도 있다.

주민운동의 개인전술에 대한 연구는 매우 오래 전부터 이루어져 왔고, 시대의 변화에 별로 영향을 받지 않는다. 반면 전술은 시대와 지역에 따라 매우 급격하게 변하기 때문에 계속 연구되고 실험되어야 하는 부담감이 있다. 이점 또한 개인전술에 의존한 활동이 이루어지는 중요한 이유가 된다. 주민운동단체들의 지역성과 영세성, 작은 규모 등을 고려하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하기에는 전근대적 방식의 한계의 각이 너무 예리하다.

교육시스템 구축 전술

그러면 조직의 질적 발전을 이루어 우리의 바짓가랭이를 붙잡고 있는 참여, 지속성, 임파워먼트를 떨치고 나가려면 무엇이 필요한 것일까? 지금 무엇이 모자라는 것일까? 아래에서는 이러한 주민운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몇 가지 전술을 제시하고자 한다.

▪ 교육은 이벤트가 아닌 시스템이다

주민복지교육을 생각하면 아마 교육을 매개로 주민을 조직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즉 교육프로그램을 이벤트적으로 생각하고, 한번 잘 기획해서 사람을 모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교육은 이벤트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그간의 경험에서 나온 교훈이다. 교육은 일상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조직운영과 밀접한 관련을 지닌다. 조직의 성장은 철저하게 교육을 통해서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정기적인 교육이 자주 이루어지는 조직이라면 건강하게 성장하고 있는 조직이라고 할 수 있다.

▪ 조직이 추구하는 가치가 교육의 내용이 된다

조직이 추구하는 가치를 명확히 규정하고, 구성원들과 이를 공유해야 한다. 여기서 조직이 추구하는 가치란 “사회문제해결을 위한 참여와 행동 그리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당파성 견지” 라는 지역복지운동의 전략을 말한다. 대개 주민운동단체들의 활동가들은 운동권 출신이 많은데 자신이 생각하는 활동방향이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주민들과의 만남에서는 숨기고 적당히 물타기해서 드러내게 된다. 조직이 추구하는 가치를 적절히 선명하게 정리해서 문구화하고, 이를 구성원들과 공유할 수 있어야 조직이 자리잡을 수 있고 발전의 정체를 넘어설 수 있다. 그것 때문에 이탈하는 사람이 생길 수도 있지만, 반대로 그것 때문에 더욱 조직에 애착을 갖고 열심히 하는 사람도 생길 것이다. 활동가와 회원의 갭을 없애기 위해서는 조직의 가치 지향에 대해 서로 허심탄회하게 토론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지역복지운동의 전략이 교육의 핵심 철학이 되며, 교육시스템에서는 이러한 내용을 커리큘럼화해서 일상적인 교육을 실시하도록 한다.

▪ 선택과 집중의 원칙을 활용한다

열명의 회원을 모집해서 처음부터 그들과 동고동락하며 끝까지 가는 것은 훌륭한 발상이지만, 너무 폐쇄된 공동체적인 성격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한다. 조직이 추구하는 가치를 명확히 밝히고 지속적인 교육을 실시하면서 그것에 동의하고 관심 있는 이들을 계속 발굴해 나가는 것 또한 중요한 전술이 될 수 있다. 관악사회복지가 활동하는 서울 관악구에 57만에 달하는 주민이 살고 있는데, 그중 우리와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을 발굴하는데 노력해야 한다는 뜻이다. 현재 있는 사람을 임파워먼트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다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싹수가 있는 사람을 발굴하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여기서는 홍보와 마케팅, 인구학적 분석에 의한 표적집단 등 근대적 전술의 활용이 필요하게 된다. 선택과 집중의 원칙은 잘못 사용하면 경쟁을 통해 잘난 사람만 대접받게 한다는 뜻이 되므로 운동단체에서는 조심해서 사용해야 한다.

▪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보편적 욕구를 충족시킨다

모임이 구성원에게 줄 수 있는게 없다면 그 모임은 발전하기 어렵다. 자원활동가들에게 보람과 만족을 주는 것은 물론 중요하고 개인전술을 발휘해서 돈독한 친분을 유지한다면 그 구성원은 조직에 오FOT동안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전근대적인 방식은 나중에 조직이 양적으로 또는 질적으로 발전하는데 한계를 가져온다. 활동가 한명이 책임질 수 있는 구성원의 수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지역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유의미한 주민조직이 되기 위해서는 많은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직원의 유지와 확대, 재생산을 소수의 활동가가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조직이 스스로 해낼 수 있어야 한다. 즉 주민조직은 스스로를 복제하면서 가슴이 불타는 활동가를 찍어내는 공장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활동가 복제공장이 되기 위해서 조직은 어떤 모습을 갖춰야 할까? 욕구 측면에서 교육과 자원활동 등의 모임 활동을 통해서 구성원의 보편적 욕구(인정받고싶은 마음, 이익을 얻고싶은 마음, 성공하고싶은 마음 등)를 만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 봉사와 헌신이라는 키워드는 보편적 욕구가 아니다. 봉사·헌신 등의 욕구에 기반한 조직은 아주 오래 전부터 존재해 왔으며 앞으로도 계속 존재할 것이지만 결코 지역사회에서 주도권을 행사할 수 없는 소수의 매니아적인 조직이 될 것이다. 주민운동단체라면 지역사회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유력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영향력을 키우는 것이 그 조직에 몸담고 있는 사람의 보편적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방법일 것이다. 조직 내적으로는 자원봉사은행제, 인정제도 등을 도입해서 만족을 주는 것도 중요하다. 열심히 참여하는 사람에게 권한과 책임을 줄 수 있는 조직구조를 갖추지 않고 명망가나 전문가의 의사결정 중심으로 단체가 운영된다면 누구도 열심히 하지 않을 것이다.

▪ 교육자와 피교육자의 분리 극복을 통해 지도력을 개발한다

교육시스템의 핵심중의 하나는 교육자와 피교육자가 구별되지 않는 것이다. 교육을 받은 사람은 나중에 성장하여 후배들을 교육하는 기회를 갖는다. 이것은 한편으로는 선배 구성원에 대한 인정과 보상으로 기능할 수 있다. 실무력의 면에서도 조직이 스스로 교육할 수 있게 됨으로써 전임활동가의 개입 없이도 조직이 유지, 발전될 수 있게 된다. 교육은 지식 전달뿐만 아니라 자신의 경험을 발표하는 것, 모임의 의제를 토론하는 것 등도 훌륭한 교육프로그램이 될 수 있다. 이러한 교육방식은 지도력개발과 임파워먼트의 측면에서도 중요한 것이다. 지도력은 주변사람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말하며, 결국 말빨이 센 사람이 대개 지도력을 행사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능력을 개발하는 것은 지속적인 훈련을 통해야 하며, 이것은 교육시스템의 중요한 요소이다.

글을 마치며

주민교육은 일회성 이벤트여서는 안된다.. 교육은 시스템이라야 한다. 주민운동(주민밀착형 지역복지운동)은 교육시스템을 통하지 않고서는 일정 정도 이상으로 성장할 수 없다. 주민교육은 조직의 단순 매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조직을 성장시키는 핵심적인 전술로서 사고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전쟁터다. 지역복지운동은 이 전쟁에서 근근히 명맥을 유지하는 것이 아닌 승리라는 비전을 가져야 한다. 모여서 전략을 토론하고, 전술을 연구하고, 개인전술을 훈련하며 이 전쟁에 임해야 한다. 그 중에 특히 부족한 것은 시대와 지역에 따른 변화폭이 큰 전술 부분이다. 앞장에서 2002년 월드컵 이야기를 잠깐 했는데, 사실 예전에는 “유럽의 강팀들하고 할 때는 수비 위주로 하다가 역습으로 골을 넣는 방법밖에 없다. 우리는 개인기술이 모자라서 주도권을 잡는 것은 어차피 불가능하다” 라고 다들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2002년 월드컵 당시 축구대표팀은 우연히 4강에 오른 것이 아니고 강팀들과의 경기마다 흐름을 주도하였으며, 그것이 스리백 수비와 미드필드의 압박으로 대표되는 전술에 의한 것임을 누구도 부인하지 않을 것이다.

영화 살인의 추억을 보면, 임의대중에 대한 연쇄살인이라는 근대 도시적 사건을 시골 형사팀이 해결 못한다는 스토리가 전개된다. 시골형사팀의 수사방식은 아는 사람 아무나 데려다가 줘 패서 자백을 받아내는 전근대적 수사의 전형이다. 즉 근대적 사건을 담는 그릇이 전근대적이라 한계에 봉착하는 얘기이다.

관악사회복지의 경험을 통해서도 비슷한 맥락의 한계를 느낄 수 있었다. 풀뿌리를 지향하는 단체라면 누구나 갖게 되는 고민이라는 생각도 한다. 왜 우리는 주먹구구로 일을 할 수밖에 없는지, 스스로 발전하는 조직은 어떻게 가능한지......

관악사회복지는 사무실에서 활동가 몇 명이 상근하며 일당백의 활동을 하는 식의 사무실 중심 활동을 하고 있지만, 그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자원활동모임의 회원들이 적극적으로 지역사회의 문제에 관심을 갖고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지금 일하고 있는 우리들도 미래에는 관악사회복지의 자원활동가로 일하게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주민과 분리된 몇몇 활동가에 의한 단체 수준을 넘어, 지역사회에서 보편적인 위치와 영향력을 지닌 모임이 되길 바란다. 교육을 매개로 한 주민조직화 사업의 고민은 이러한 단체의 비전을 염두에 두고 진행된 것이다. 단체의 비전이 무엇인지 명확히 하고, 적절한 전술을 연구해서 활용한다면 근대적인 체계를 지닌 조직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남일 / 관악사회복지
2003/12/10 00:00 2003/12/10 00:00

트랙백 주소 :: http://blog.peoplepower21.org/Welfare/trackback/12612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