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주택법 개정의 배경

그 동안 지속적인 주택공급으로 전반적인 주택부족문제는 완화되고 일반 국민들의 주거수준은 향상되고 있으나, 저소득층의 주택문제는 크게 향상되지 못한 채 주거불안정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더구나 소득격차가 확대되면서 저소득층의 주거사정은 점점 더 악화되고 있다. 그런데 저소득층의 주택문제를 해결하고 나아가 이들의 안정적인 주거를 위해서는 공공에 의한 임대주택공급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 나라 저소득층에 대한 공공임대주택 공급은 다분히 정치적 목적 하에 극히 제한적으로 이루어져 왔다. 우리 나라 최초의 사회정책적 성격을 지닌 공공임대주택인 영구임대주택은 노태우 대통령의 중간평가와 맞물려 1989년 도입되었으나, 불과 2년도 지나지 않아 축소ㆍ후퇴하기 시작하여 1992년 결국 공급이 중단되었다. 영구임대주택을 대신하여 도입된 50년 공공임대주택 역시 얼마 건설되지 않은 채 사실상 공급이 중단된 상태이다. 다만 일부 재개발 지역에서 세입자용으로 건설되고 있을 뿐이다.

또한 지난 국민의 정부에서는 또다른 공공임대주택으로 국민임대주택을 도입하였으며, 현재 참여정부는 국민임대주택 2012년까지 100만호를 건설할 계획이다. 그러나 지금의 제도하에서는 국민임대주택이 100만호가 공급되더라도 정작 공공임대주택을 필요로 하는 계층은 입주가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공공임대주택이 대량으로 공급되는 것과는 달리, 현재 공공임대주택에 거주하고 있는 일부 주민들은 자격조건 문제로 퇴거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당장 서울시에서는 2005년부터 수급탈락가구를 영구임대주택에서 강제 퇴거시킬 예정이어서 심각한 사회문제가 예상되고 있다. 이제 공공임대주택 관련 법ㆍ제도의 개선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고 있다. 공공임대주택이 저소득 주민들의 안정적인 주거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공공임대주택 제도의 개선을 필요하며, 그 법률적 근거로서 임대주택법의 개정이 불가피하다고 하겠다. 이에 지난 11월 12일 15개 시민사회단체는 그 동안 공공임대주택 관련 제도 및 법률정비 활동의 연장선상에서 임대주택법 개정을 요구하는 의견청원서를 국회에 제출하기도 하였다.

임대주택법의 문제점

현재 우리 나라의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기본법이라고 할 수 있는 임대주택법은 크게 두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하나는 법률 체계상의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임대주택법의 내용과 관련한 문제이다.

1) 공공임대주택 관련 법률 체계상의 문제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기본법인 임대주택법은 임대주택의 건설을 촉진하기 위해 만들었던 임대주택건설촉진법에서 민간에 의한 임대주택 건설 부분을 수정·보완하여 만든 법이다. 때문에 임대주택법은 무주택 임차가구의 보호를 강화하고 국민들의 주거안정을 도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법임에도 불구하고 임차인 보호에 대한 사항보다는 임대사업자 내지는 주택건설과 관련한 사항들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또한 공공임대주택보다는 민간임대주택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래서 현행 임대주택법에는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법적 규정에서 가장 핵심적으로 다뤄져야 할 대상계층, 입주자 선정과 관리, 임대료, 주택관리 등에 대한 사항들이 매우 제한적으로 다뤄지거나, 전혀 언급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공공임대주택과 관련한 제반 사항들이 임대주택법 뿐만 아니라 주택법과 공동주택관리령, 주택공급에관한규칙 등 여러 법률에 관련 조항이 산재되어 있다. 이에 따라 공공임대주택 관련 규정에 대한 체계적인 접근이 어려우며, 또한 각각의 법에서도 관련 사항들을 직접적으로 규정하지 아니하고 타 법률을 원용하고 있어 일목요연하게 법률의 내용을 파악하기 힘든 상태이다. 예를 들어 공공임대주택의 공급에 대해서는 임대주택법이 아닌 건설교통부령인 주택공급에관한규칙에 의해 규정되고 있다. 그리고 관리와 관련한 사항 또한 임대주택법과 공동주택관리령, 그리고 영구임대주택의 경우 별도의 운영관리규칙 내지는 규정이 마련되어 있다. 따라서 공공임대주택 관련 제반사항을 건설·공급, 배분, 관리로 구분하고 각각에 대해 체계적으로 정리한 그래서 효과적인 공공임대주택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법률 체제의 구성이 필요하다.1)

2) 공공임대주택 제도의 문제

다음으로는 임대주택법이 규정하고 있는 우리 나라 공공임대주택제도상의 문제를 들 수 있다. 현재 공공임대주택은 종류별로 임대료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 이는 각 공공임대주택마다 정부의 재정지원 비율이 다르고 또 임대료를 산정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으로, 같은 평형에 같은 조건의 입주자라고 하더라도 지불하는 임대료는 큰 차이를 보인다(<표 1> 참조).

<표 > 공공임대주택 유형별 임대료 현황 (2002년)

표없음.

임대료가 저렴한 영구임대주택의 경우 1992년 이후 공급이 중단되었으며, 50년 공공임대주택 역시 사실상 공급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현재는 재개발임대주택과 국민임대주택만이 공급되고 있는데, 상당수의 주민들이 임대료를 부담스러워하고 있으며, 재개발지역 세입자 중 일부는 임대료 등 경제적 부담 때문에 공공임대주택의 입주를 아예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현재의 공공임대주택 임대료체계는 정작 공공임대주택이 필요한 사람들이 들어가 살지 못하게 되어 있다고 하겠다.

또한 관리상의 문제를 들 수 있다. 공공임대주택의 경우 집중적인 사회복지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주민들이 밀집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는 건물 위주의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고, 주민들에 대한 사회복지적 관리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나마 영구임대주택은 종합사회복지관을 의무적으로 건립하도록 규정하였기 때문에 사회복지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토대를 갖추고 있으나, 나머지 공공임대주택의 경우는 그렇지도 못한 실정이다. 그러나 영구임대주택 중에서도 사회복지관과 관리주체가 협력관계를 구축하여 주민들에 대한 사회복지적 관리를 실시하고 있는 곳은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이러한 사회복지적 관리의 부재는 공공임대주택지역의 슬럼화를 가속화시키고 있으며, 또한 사회적으로 저소득층 밀집지역으로 낙인 찍혀 차별받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그리고 공공임대주택의 특성상 입주민의 관리참여와 협조가 중요한 사항이나, 현행 임대주택법에는 주민참여와 관련하여 임차인대표회의 구성에 대한 규정만이 강제성이 없는 임의규정으로 언급되고 있을 뿐 주민참여에 대한 구체적인 사항들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임대주택법의 개정방향

공공임대주택이 저소득 주민들의 안정적인 주거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공공임대주택 제도의 개선을 필요하며, 그 법률적 근거로서 임대주택법의 개정이 불가피하다고 하겠다. 즉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기본법으로 임대주택법에는 공공임대주택의 정책목표를 명료하게 하며, 사회적 혼합을 고려한 배분기준을 마련하여 명시하는 가운데, 일관된 공공임대주택 공급확대와 효율적인 관리 등이 포함되어져야 할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주거소요에 따른 체계적인 공공임대주택 공급계획을 수립하여 적정 수준의 공급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하며, 특히 지역별, 가구특성별 주거소요가 고려되어야 한다. 그리고 입주자 선정방식을 개선하여 공공임대주택을 필요로 하는 주민들이 들어가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와 함께 입주자 선정시 연령이나 소득계층 등을 고려한 사회적 혼합(social mix)을 통해 특정 집단의 집중에 따른 공공임대주택 지역의 슬럼화와 사회적 차별을 방지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임대료 체계가 개선되어야 하는데, 현재 주택유형별로 일률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임대료 체계를 주민들의 소득수준에 따라 차등화하여 공공임대주택 입주민들간, 그리고 공공임대주택 입주민과 비입주민간의 형평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공공임대주택의 특성에 부합하는 사회복지적 관리체계를 도입하여 주민들에 대한 생활관리가 이루어져야 하며, 여기에 더해 주민들의 관리참여를 강화하고 이를 위한 정책적 지원 사항들이 다루어져야 할 것이다.

안정적이고 체계적인 공공임대주택 정책의 추진을 위한 법적 장치로서 임대주택법의 개정이 필요하며, 여기에는 공급계획을 비롯하여 개선된 입주자 선정방식과 임대료 체계, 그리고 주민들에 대한 사회복지적 서비스와 관련한 사항들이 포함되어야 한다. 이 임대주택법 개정은 하루 속히 이루어져야 할 시급한 과제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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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런데 이 문제와 관련하여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새로운 법률을 제정할 것인지 아니면 기존 법률 체계 하에서 임대주택법을 공공임대주택 관련 사항으로 개편할 것인지를 두고 논란이 있었으나, 현실상황을 고려할 때 임대주택법을 개정하는 편이 더 낫다고 결론 내렸다.
홍인옥 / 한국도시연구소 책임연구원
2003/12/10 00:00 2003/1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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