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성이 시작된 지 한달하고도 열흘이 넘었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강제추방 철회하라(stop crack down)'는 이주노동자들의 목소리는 여전히 뜨겁다. 내년 8월부터 시행될 고용허가제를 앞두고 정부는 지난 11월 17일부터 미등록이주노동자들에 대해 단속과 강제출국 조치를 내렸다. 이에 이주노동자들은 정부의 ’인간사냥‘ 식의 단속에 반대하며 ’미등록이주노동자에 대한 전면합법화‘와 ’노동비자 쟁취‘를 주장하며 전국각지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또한 여덟명의 이주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주노동자 문제, 쟁점은 무엇인가.

외국인근로자의고용등에관한법률

그 동안 우리 나라의 외국인력제도는 공식적으로 산업연수제도를 표방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불법체류 외국인력을 활용하는 시스템이었다. 정부는 외국인 불법체류자에 대한 자진출국 시한을 정해놓고 일제단속을 벌인다고 엄포를 놓고, 막상 단속 시일이 다가오면 제조업체의 인력난을 이유로 출국연장 조치를 내려왔다. 이 같은 일이 지난 10여년간 16차례나 반복되어 온 것이다.

2003년 8월 16일, 국회는 편법과 불법으로 운영되어오던 외국인력제도를 바로잡기 위한 대안으로 <외국인근로자의고용등에관한법률>을 제정ㆍ공포하였다. 고용허가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이 법은 국내 인력을 구하지 못한 기업이 적정규모의 외국인근로자를 합법적으로 고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국가가 체계적으로 외국인력을 도입ㆍ관리하는 제도로서, 내년 8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이주노동자들은 사업주와 1년씩 근로계약을 체결하여 최대 3년간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게 된다.

정부는 이 같은 법의 도입을 위해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을 2003년 3월말을 기준으로 체류기간이 3년 미만인자에게는 최장 2년간의 합법취업을 보장하고 있으며, 3년이상 4년미만인자에게는 자진출국 후 재입국할 경우 출국전 체류기간과 합하여 5년을 넘지 않는 범위내에서 취업을 허용하였다. 그러나 4년 이상 체류자는 전원 강제출국시키기로 하였다.

STOP CRACK DOWN!!

이에 따라 정부는 9월 1일부터 11월 15일까지 자진출국과 합법화 신고기간을 두었고, 그 결과 총 184,199명이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그러나 4년 이상 체류자들을 포함한 10만명이 넘는 미등록이주노동자들은 강제추방의 위기에 놓였다. 일부는 한국을 떠났고, 일부는 숨어지내고 있으며, 일부는 합법화를 요구하며 투쟁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법무부는 11월 17일부터 미등록이주노동자에 대한 가두단속을 벌이고 있다. 거리에서 지나가는 외국인들에게 외국인등록증을 제시를 요구하고 마구 연행해가는 ‘인간사냥’식 단속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주노동자관련 시민사회단체들은 법무부의 탁상행정을 비판하고 있다. 첫째, 불법체류자 단속의 핵심이 불법체류자 고용 사업주 단속 및 처벌이 되어야함에도 불구하고 ‘토끼몰이식’ 단속으로 인권침해가 벌어지고 있고, 이로 인해 강제추방에 대한 공포를 이기지 못한 이주노동자들이 스스로 죽음을 택하고 있다. 이미 여덟명의 이주노동자들이 차디찬 한국땅에서 목숨을 끊거나 동사하였다.

둘째, ‘4년 이상’ 체류자 전원을 강제추방하겠다는 기준이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이다. 외국의 경우 이주노동자를 사면하거나 양성화할 때 장기 체류자들에게 우선권을 주는 반면, 정부가 제시한 4년이라는 임의적 기준에서는 어떠한 합리적 근거도 찾을 수 없다.

고용허가제, 무엇이 문제인가

이런 현실을 고려할 때, 내년부터 시행되는 고용허가제의 연착륙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10만명이 넘는 미등록이주노동자들이 남아 있는 가운데 도입되는 고용허가제는 몇 가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 산업연수생제도와 병행 실시된다는 점이다. 산업연수생제도는 기술연수를 명분으로 저임금, 장시간ㆍ단순노동을 가능하게 하는 편법적인 제도로, 필연적으로 사업장 이탈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지금과 마찬가지로 불법체류 문제는 발생하게 되어 있다. 이미 지난 2002년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산업연수제의 폐해를 지적하며 이의 폐지를 권고한 바 있다.

둘째, 3년간 고용한 후 되돌려 보내는 단기 로테이션제인 고용허가제가 실시되면 미등록노동자의 수가 급증하게 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는 송출비리 등의 문제가 완벽하게 해결되지 않은 채 외국인력을 도입할 경우, 3년이라는 기간은 입국시 막대한 빚을 지고 들어온 이주노동자들에게 충분한 시간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셋째, 사업장 이동의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고용허가제 하에서는 원칙적으로 사업장 이동이 불가능하다. 물론 휴ㆍ폐업이나 기타 불가피한 사유가 인정되면 가능하다고 하지만 그 가능성이 극히 적으며, 그나마 고용주의 허가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임금체불, 질병, 근로계약서 위반, 근로조건 저하 등의 이유로 사업장을 이동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 이주노동자들이 발생하게 되고, 그 중 상당수는 사업장을 무단 이탈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미등록이주노동자에게 동등한 기회를

위에서 지적된 고용허가제의 문제점은 이주노동자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이들이 한국사회에서 차별받지 않고 함께 살아갈 수 있기 위해 반드시 해결되어야 한다. 고용허가제 시행 이후에 발생할 문제점은 제외하고서라도 우선적으로 현재 강제추방조치의 근거가 되고 있는 <외국인근로자의고용등에관한법률> 부칙의 개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국회가 이러한 개정안을 수용할 것인지는 미지수이다. 따라서 정부가 정책집행의 유연성을 발휘하여 4년 이상 이주노동자들에게 출국준비기간을 인정하여 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현실적 주장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지금 중요한 것은 10만명이 넘는 미등록이주노동자들이 다시는 죽음을 택하지 않도록, 정부가 그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 동안 열심히 일해온 이주노동자들을 강제추방 시킨다는 것은 어느 면으로 보나 설득력이 약하다.

새로운 인력을 추가로 도입하기 전에 고용허가제 하에서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는 이주노동자들의 주장은 결코 받아들여질 수 없는 것인가. 기술 숙련도와 한국어 구사수준이 높고, 한국사회에 이미 상당부분 적응한 노동자들을 강제추방 시키고 신규인력을 도입하는 것은 우리 경제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미 이주노동자의 노동력에 상당부분 의존하고 있는 중소기업체에서는 심각한 인력난을 호소하고 있으며, 처벌을 각오하고라도 이들을 고용하겠다는 업체도 있다.

미등록이주 노동자를 강제추방하기 보다는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이주노동자 모두를 고용허가제 대상에 포함시킨 뒤 재취업의 기회를 보장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이주노동자의 권리를 위해서도, 고용허가제의 안정적 실시를 위해서도 현실적인 대안이다.

유엔 인구국이 지난 2000년에 발표한 보고서는 한국이 1995년의 노동연령 인구, 노령인구 부양비를 2050년에도 유지하려면 2035-2050년에 연간 10만명 꼴로 150만명의 이민을 받아들여야한다고 밝히고 있다. 또 지구화(globalization)와 노동력의 이동은 필연적 관계이다. 타민족에 대해 지독하리 만큼 배타적인 우리 모두가 생각해야 될 대목이다.
전은경 / 참여연대 사회인권팀 간사
2004/01/10 00:00 2004/0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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