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인정보에 관한 논란이 많다. 사회 전체적으로도 개인정보의 유출에 의한 신용과 금융사고의 보도가 심심치 않게 나타난다. 특히 이는 인터넷 활용의 급속한 확장과 관련된다. 처음에는 민간 혹은 영리영역에서 개인정보의 관리와 유출에 대한 논란이 많았지만 이제는 공공기관의 정보기술활용과 관련된 정보인권의 문제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다. 실제로 미국 경찰이 2001년 카메라와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 미식축구 슈퍼볼 경기를 관람하던 3천 명의 관중 가운데 손쉽게 19명의 수배자를 검거하였다고 한다. 화상인식 자동 카메라가 관중이 모르는 새 모든 관중의 얼굴을 디지털로 촬영했고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이를 수배자 데이터베이스와 대조하였다. 이 과정은 컴퓨터의 도움으로 순식간에 진행되어 경기가 끝났을 때 경찰은 퇴장하는 관중 가운데 수배자를 골라내기만 하면 되었다. 이것이 자연스러운 공공업무기술의 발전인가? 과연 인권침해의 소지는 없는 것인가?

사회복지의 영역도 이러한 논란에서 예외는 아니다. 사회복지시설이나 사회복지서비스 체계 속에서 전산화와 인터넷 혹은 인트라넷 망의 활용이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인권옹호와 비밀보장을 주요 원리로 삼고 있는 사회복지실천이 과연 개인정보의 보호나 혹은 정보인권에 대한 문제에 대해 얼마나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사실 의문스럽다.

때문에 얼마 전인 12월 3일 사회복지서비스 기록과 정보인권 보호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개최된 바 있다. 이는 노숙인 복지 영역에서 노숙인에 대한 개인기록과 그 활용이 클라이언트인 노숙인의 인권을 침해한다는 구체적인 현장 실무진과 당사자의 논란으로부터 출발한 것이다. 사실상 이 논란은 간단한 듯 하면서도 쉽지 않은 부분이 있다. 사람마다 견해가 다를 수 있다. 인권의 문제를 강조하는 측과 사회적 자원 제공에 따른 당연한 귀결로 보는 측은 전형적으로 반대되는 입장을 나타낼 것이다. 또한 사회적 자원 투입에 따른 책임성의 부분이 아니라 클라이언트 중심으로 생각해 볼 때도 사례관리 등의 사회복지실천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많은 정보의 기록과 활용이 중요해진다. 반면 비밀보장과 클라이언트에 대한 인권옹호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여전히 정보의 수집과 관리는 부담스러운 문제가 된다.

원론적인 측면에서 단순화해서 생각해보자. 과거에도 사회복지서비스와 실천에서는 클라이언트에 대한 많은 기록을 생산하고 활용해 왔다. 클라이언트에 대한 어떠한 기록을 비치해야 한다는 등의 규정들도 많았다. 이는 어느 정도 이상의 기록이 사회복지서비스의 질을 높이는데 필요하다는 인식과 관련된다. 특히 최근처럼 ‘사례관리(case management)'가 강조되는 상황에서는 기록이 핵심적으로(!) 중요하다. 그리고 당연히 기록은 정보를 낳는다. 그리고 이 정보는 단지 보관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례관리와 사회복지실천을 위해 활용되어야 한다. 무조건 비밀로만 남을 정보라면 기록할 필요가 없다. 이 정보는 보다 효과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 해당 사회복지 서비스를 조절하기 위해서, 궁극적으로 대상자의 인권을 옹호하기 위해서 사회복지서비스 관련자들이 활용한다. 그리고 그 이외의 목적으로 사용되지 않게끔 비밀이 보장되도록 하면 된다.

그런데 사회복지기관과 시설에서도 일지나 기록부에 기록하지 않고 전산화되고 인터넷이나 인트라넷을 통해 클라이언트에 대한 정보를 관리하게 된 현재 상황을 감안해보아야 한다. 사회복지서비스와 관련된 정보, 특히 개인기록의 유출은 일반적으로 신용정보 유출과 같은 일반적 영역에서의 개인정보 유출과는 또 다른 의미를 갖는다. 아직 우리사회에서 사회복지시설이나 서비스를 이용한다는 점은 사회적 낙인이 부여되는 것이기에 당사자들이 이 사실을 알리고 싶어하지 않는 점이 더 강하다. 실제로 노숙인 복지 서비스 영역에서는 이러한 점이 큰 쟁점이 되곤 한다.

그래서 이러한 점들은 감안한 적절한 규범이 필요해진다. 그리고 보통 법률을 통해서 이를 규제하곤 한다. 우리 나라의 상황에서는 헌법의 10조와 17조에서 기본적 인권과 사생활 보호를 전제하고 있다. 그리고 사회복지사업법 47조에서 비밀누설금지 조항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처벌조항을 가지고 있다. 이는 사회복지실천의 비밀보장이라는 기본원리를 구체적인 규범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외에 ‘공공기관의개인정보보호에관한법률’,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 등이 관련되고 있다. 그런데 사회복지서비스와 실천의 현장에서 이러한 법률의 기본취지가 실효를 거두고 있다고 보기 힘들다. 예를 들어 노숙인 쉼터에는 간혹 경찰들이 영장과 같은 별도의 법적 절차 없이 입소자들의 신상에 관해 알아보고자 찾아온다. 그리고 정보를 얻어 가는 경우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아무도 비밀누설금지와 관련되어 처벌되거나 논란이 되지 않는다.

사회복지시설이나 서비스의 발전단계를 ‘사회방위적 단계’, ‘사회보장적 단계’, ‘사회복지적 단계’로 흔히 구분하곤 한다. 그런데 적어도 사회복지서비스에서 개인정보의 이용 부분은 사회방위적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클라이언트 당사자보다 실제로는 다른 사람들의 이익이 우선되는 정보 이용방식인 것이다.

OECD에서 제시하고 있는 ‘프라이버시보호와 개인정보의 국제유통에 관한 가이드라인’에서는 여덟 가지의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수집 제한의 원칙, 정확성의 원칙, 목적 명확화의 원칙, 사용 제한의 원칙, 안전성 확보의 원칙, 공개의 원칙(이는 개인정보에 관한 개발, 운용 및 정책, 사용목적과 방식, 정보관리자에 대한 공개의 측면을 말한다), 개인 참가의 원칙, 책임의 원칙이 그것이다. 이는 이제 우리사회에서도 낯선 것만은 아니다. 문제는 사회복지영역에서의 개인정보는 일반적인 부분 이외에 사회적 낙인이 관련되어 있어 더 민감한 문제인데도 정보인권과 관련된 논의가 늦다는 점이다. 이는 정보의 대상이 되는 서비스 수급자 혹은 클라이언트가 사회적 약자라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정보인권의 추상적 원칙이나 규범이 사회복지현장에 구체화될 수 있어야 한다. 항상 사회적 약자를 옹호하기에 필요한 규범은 추상적이고 현장과는 멀다. 법규에 존재한다고 말하는 것은 ‘사회복지’의 실제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 더 좋은 서비스를 위한 기록과 정보의 활용을 위축시키지는 않지만 이것이 오용되거나 누설되는 것을 막는 구체적인 방안이 필요하다. 경찰관이 치안과 방범이라는 사회방위의 이유로 쉼터나 시설에서 노숙인, 부랑인을 비롯한 사회복지서비스 대상자의 서비스 기록이나 개인신상을 자유롭게 볼 수 있어서는 곤란하다. 어떠한 엄격한 법적 절차와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에 대한 이러한 실무적 지침은 사회복지사나 관련 공무원 모두에게 명백히 고지되어야 한다. 국가의 사회복지 서비스를 받는다고 해서 개인의 모든 신상이 알고자 하는 모두에게 노출되는 것은 사례나 서비스의 관리가 아니라 명백한 인권침해인 것이다.

기업이나 관공서 같은 특정한 조직체에 가보면 여러 문서들이 보관되어 있고 이 문서들은 나름대로 기밀의 정도에 따라 외부에의 공개정도나 보존연한, 취급방법들이 다르게 규정된다. 대개 예산이나 돈에 관련된 문제, 핵심적 사업계획 등의 정보는 가장 비밀스럽게 취급되고 외부에 전혀 알려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사회복지조직에서 가장 중요한 기록과 정보는 무엇일까? 바로 클라이언트에 대한 기록과 정보이다. 이는 사회복지조직의 존립 목적이며 근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장 중요하게 보존되어야 하고, 가장 비밀의 등급이 높아야 하고, 활용과 공개에 있어 당사자의 동의나 적절한 절차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많은 경우에 그렇지 못한 현실을 보게 된다. 단지 행정적 보고의 이유로 필요 이상의 정보가 무차별적으로 공유되기도 한다. 어떤 관련자는 자신의 업무를 편하게 하기 위해 당사자인 클라이언트의 복지 증진이나 권익 옹호를 위한 사유가 아님에도 이 정보를 요청하고 또 얻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개별 실천 현장에서 개인의 정보가 들어있는 파일이 관건되지(잠기지) 않은 곳에 있기도 하고 책상 위에 누구나 접근이 가능한 곳에 놓아두기도 한다. 시스템의 측면에서나 개별 실천의 측면에서나 사회복지대상자의 기록은 인권과 관련되는 문제이다. 어느 한 측면에서도 소홀함이 있어서는 곤란하다.

최근 논란이 되었던 노숙인 복지서비스와 관련된 (사례)기록과 정보에 대한 부분은 아마도 개인정보나 기록의 활용을 완전히 없애도록 하는 상태가 되거나(이는 서비스의 적절한 제공과 사회적 자원의 투입을 위해서는 불가능하다) 반대로 지금까지처럼 정보활용의 규정이나 제한, 당사자 동의 그리고 처벌 조항 등 없이 무조건적인 수집과 활용이 가능한 상태로 귀결되지는 않을 것이다(이는 심각한 인권침해를 낳는다). 두 극단의 중간에서 적절한 장치를 만들어 넓은 의미에서 사례(인격체의 측면이 아닌 서비스의 측면)관리의 필요성 안에서만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당사자를 포함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기록과 정보에 대해 구체적 사항까지를 포함하여 당사자 인권존중 원칙에 기반한 정보관리원칙의 표명과 합의가 필요하다. 이것이 늦으면 정보 인권에서의 불안과 오해가 사회복지서비스에 대한 더 큰 불신으로 연결될 수 있다.

<참고문헌>

남기철(2003), 사례관리와 개인정보, 전실노협, 노숙자와 이웃하기 178호

노숙인다시서기지원센터(2003), 노숙인 지원사업정책세미나 자료집
남기철 / 동덕여대 가정복지학과
2004/01/10 00:00 2004/0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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