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0월 4일, 청송 제1보호감호소에서 수감 중이던 강모(37)씨는 복막염으로 사망하였다. 그는 사망 이틀 전부터 심한 복통을 호소하였고 구토 시 짙은 색의 토사물이 나와서 의무관에게 보여주었으나 진통제 치료만 받았다고 한다. 같은 해 6월 28일 광주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미결수 송모(49)씨가 쓰러져 누운 것을 교도관이 발견해 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졌다. 이 외에도 2002년에도 서울구치소, 수원구치소, 대전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재소자 3명이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이와 같은 구금시설 수용자들의 일련의 사망사건은 우리 사회에서 수용자들이 어떤 지위를 가지는지, 더 나아가 수용자들이 헌법상의 기본권 주체인지의 여부에 대한 고찰을 요구한다. 대한민국 헌법 34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사회보장ㆍ사회복지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진다.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되어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구금시설1)내 수용자2) 의 건강권은 국가적 차원에서 방치되었고, 그 심각성은 가려져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03년 12월 9일, 「구금시설 수용자 건강권 보장방안 마련을 위한 청문회」를 열었다. 청문회에 참석한 한 재소자는 “수용시설에서 아프려면 때를 잘 맞춰야 합니다. 야간이나 공휴일에 아프면 아예 진료를 받을 수 없습니다. 외부진료를 받는 것도 아주 심각한 증상이거나 외부병원에 돈을 많이 가져다 바칠 수 있는 병이 아니면 못 나가고, 그 절차도 아주 복잡합니다. 그리고 자비부담이 원칙처럼 여겨지고 있어서 일반 수용자에게 외부진료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외부병원으로 나간다 하여도 수용자는 짐승입니다. 수갑을 두 개씩 채우고 포승으로 수용자의 상체 묶어놓고 검사를 받게 하고, 식사하고 용변 보면 수용자는 그야말로 짐승이 된 모욕감 마저 듭니다. 뿐만 아니라 내 돈 내고 내가 치료받았는데 의사는 나의 건강상태를 환자인 내가 아니라 교도관에게 설명합니다” 라고 말하며, 치료를 받아야 하는 수용자는 수용자이기 이전에 환자라는 것을 역설하였다.

우리 나라 구금시설 의료실태가 형편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예산의 부족이다. 2002년도 전체 구금시설 의료예산은 총 3,669,550천원으로 의무과와 관련된 여러 비용, 외부병원 진료비, 그리고 의약품비로 구성되어 있고, 이를 수용자 1인당 의료예산으로 환산하면 수용자 한 사람당 평균 59,000원의 의료예산이 책정된 것이다. 이는 전체 국민 1인당 의료비의 6.6%에 불과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의료기관 진료실적을 보면, 우리나라 국민 연 평균 1인당 진료비는 수용시설자의 4배를 상회하고 있다. 수용자들이 외부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경우 자비부담이 원칙이며 의료보험 혜택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 같은 수치는 이들이 받는 의료서비스가 매우 열악하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둘째, 수용시설에서 근무하는 의사가 턱없이 부족하며 이들이 전문적인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여건이 전혀 마련되지 않았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법무부로부터 제출 받은 구금시설 의료실태 현황 자료 분석 결과 2002년 말 현재 교도소, 보호감호소 등 구금시설 44개소에서 근무하는 의사는 57명이고 수용자는 6만9백3명으로 의사 1명이 담당하는 수용자가 평균 1,068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반 의원 의사들의 하루 평균 진료환자수(59명)의 4배를 넘는 것이다. 구금시설 의사 1인당 담당 수용자도 일반 병ㆍ의원의 2배에 이른다. 특히 구금시설 의사 3명중 2명은 '수용자가 필요로 할 때 외부 진료를 보내지 못하고 있다'고 답해 수용자들의 건강권이 침해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환경 또한 열악하다. 인권위가 인도주의실천의사협회에 의뢰해 18개 시설(의사 29명, 수용자 1,067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X-ray를 보유하고 있는 구금시설은 30%에 그쳤다. 의사의 85%는 '응급상황에 대처할 만한 환경이 갖춰져 있지 않다'고 답했고, 야간이나 공휴일에 의사 진찰을 요청한 수용자 중 76.7%가 '의사를 만나지 못했다'고 한다. 또한 수용자의 99%가 1일 운동시간이 '1시간 이내'라고 답했고, 4.68평의 일반 수감시설에는 많게는 14~15명이 수용돼 있다. 바닥에는 난방시설도 갖춰져 있지 않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의료인력 뿐만 아니라 시설, 장비의 확충, 의뢰체계의 구축 등 구금시설 의료전반에 관해 검토하고 실행할 주무부서가 없다는 것이다.

셋째, 수용자 건강권을 둘러싼 법적인 문제가 산재하다. 수용자가 전문 의료진에게 진료와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권리는 아직 한국의 법체계에서 충분히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 수용자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언제든지 의사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권리와 적당한 치료를 받을 권리가 법률에 의해 보장되어야 한다. 한국의 행형법도 제23조에서 제30조까지 ‘위생과 의료’에 관한 일반규정을 두고 있으나 이 규정들은 ‘수용자의 건강보호’보다는 ‘수용자에 대한 위생관리’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 행형법의 ‘위생과 의료’의 장은 수용자 개인의 권리보호 보다는 시설의 안전과 수용자관리의 목적이 더 강하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수용자에게는 건강보험이 제한된다. 국민건강보험법 제49조는 ‘교도소 기타 이에 준 하는 시설에 수용되어 있는 때’ 건강보험급여가 정지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으로 인해, 재소자들은 수감 중에 외부민간병원에 입원을 해야 할 정도로 아픈 경우 건강보험급여 혜택을 받을 수 없고 모든 비용을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이미 행형법 제26조는 질병에 걸린 수용자에 대한 치료를 소장의 의무사항으로 하면서도, 동법 제28조에서는 허가사항으로 자비부담을 하게 하고 있다. 재소자들이 사회에서 범한 죄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할 수 있으나, 재소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자기신체의 건강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치료를 받을 권리를 박탈당해야 할 이유는 없음에도 불구하고 행형법을 포함한 수용자 의료 관련 규정들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평등권, 건강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 인간의 존엄성, 과잉금지의 원칙 등에 관한 헌법 규정의 위반 소지가 있다.

이미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청문회도 수용자라 하더라도 기본적인 인권을 가지고 있으며 자신이 저지른 범죄행위에 대한 처벌이나 수사와 재판을 받기 위한 인신의 구속이라는 것 이외에는 다른 제한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전제하였다. 구금시설 수용자들이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권리를 그 어떤 이유로도 침해할 수 없고, 이들의 건강을 국가가 책임지는 것이 원칙이라 한다면 ‘그 예산을 어디에서 얻느냐’가 구금시설 수용자의 건강권 보장 확보를 위한 관건이다. 공청회에 참석한 김창엽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정부는 구금시설 수용자 의료예산을 건강보험에서 충당할 것인지, 의료급여로 할 것인지 아니면 국고전액부담으로 할 것인지 세 가지 안 중 하나를 택일해야 할 것”이라며 “예산확보를 위해서는 구금시설 수용자의 인권이 왜 중요한지에 대한 사회적 홍보를 법무부와 인권단체가 협력해서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미 구금시설내 인권문제는 인권의 사각지대로 국내외적인 관심사가 되었다. 유럽의 경우, 구금시설 수용자들에게 적정한 의료를 제공해야 한다는 인식은 국가 차원을 뛰어넘어 유럽차원의 기준 마련과 개선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한다. 1996년 세계보건기구 유럽사무소를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구금시설 건강 프로젝트(Health In Prison Project)에는 현재 영국, 스위스, 네덜란드, 루마니아, 몰타, 라트비아, 아일랜드, 우즈베키스탄 등을 포함하여 총 17개국의 국가들이 참가하여 구금시설 수용자들의 건강실태에 대한 조사와 의료요구에 대한 적정한 대응, 그리고 의료적 관점 이외에 법률적인 측면에서의 접근 등을 논의하고 있다. 이제 우리 나라도 구금시설 내 수용자의 건강권 보장을 위한 의료 수준의 국제적 가이드라인을 도입할 준비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국가인권위원회(2003), 『구금시설의 의료실태조사 및 의료권보장을 위한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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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교도소, 구치소, 교정시설, 구금시설 등을 포괄한 용어로 ‘구금시설’이라는 용어를 사용

2) 수용자는 위 구금시설에 수용되어 있는 모든 자를 말한다.
김다혜 /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
2004/01/10 00:00 2004/0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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