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과 2000년 동안에 기초생활보장 예산은 3.4배 증가되었다. 그러나 1996년과 2000년의 도시가계조사자료를 분석한 박찬용(보사연)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하위 1%의 소득은 28.9% 하락하였다. 또한 유경준(KDI)이 같은 자료를 이용하여 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최저생계비 이하의 빈곤가구율은 5.9%에서 11.4%로 두 배 가까이 증가하였다.

이러한 사실은 그 동안의 공공부조 예산의 증가가 IMF이후 급격하게 이행된 소득분배구조악화와 경기침체로 인하여 엄청나게 양산된 빈민의 복지수요에 비하면 코끼리 코에 비스켓에 불과했다는 것을 나타내 주고 있다. 올해의 기초생활보장 예산은 작년에 비하여 7% 증가되었고, 예산에 책정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의 수는 150만명으로써, 2000년 수급자수 149만명과 비슷한 수준이며, 급여수준 또한 그 동안의 물가인상분 3.5%만 반영되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약속된 ‘최저생계의 사회적 보장’은 전년 대비 몇 % 인상과 같은 숫자 놀음이 아니라 실제로 발생한 빈민의 수와 그들의 실제 소득에 맞추어 집행될 때 비로소 제대로 실시된다고 할 수 있다.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경기침체와 신용불량자의 양산으로 중산층과 서민층이 대거 빈곤의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이들 신빈곤층 중에는 근로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많은 특징이 있다. 소비성향의 하방경직성으로 인하여 빈곤에 적응된 기존 빈곤층보다 추락해 내리는 신빈곤층의 빈곤내성이 더 약한데, 이들 신빈곤층들 중에는 엄격히 등재된 주민등록지 거주, 추정소득부과, 높은 재산의 소득환산율 및 엄격한 부양의무자기준 때문에 수급자가 되지 못하고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는 사람들이 많다. 이러한 가운데 설상가상으로 청년실업자 마저 양산되고 있어서 2004년은 전면적인 빈곤대책이 나와야 할 시점이다.

그러나 한국은 거의 모든 선진국에서 채택하고 있는 상대빈곤의 개념이 적용된 최저생계비를 채택하지 않고, 절대빈곤의 개념이 적용된 빈곤선을 5년마다 설정하고, 비계측연도에는 물가인상분만 반영하고 있다. 그 결과 ‘99년 4인가구 평균소득의 39%에 달하던 최저생계비는 ’03년에는 32%로 떨어졌다.

이러한 가운데 2004년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선정기준이 발표되었는데, 작년과 달라진 것이 별로 없고, 정해진 예산의 틀 안에서 짜맞추기와 아랫돌 빼서 윗 돌 고이기식 제도변경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마치 수급자수가 늘고 급여수준이 높아진 것처럼 보도함으로써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

작년부터 시행된 소득인정액제도는 터무니없이 높은 소득환산율로 인하여 많은 수급권자들을 탈락시키는 원흉인데, 작년까지 전체 수급자의 95%가 넘는 기존 수급자에게는 재산의 소득환산기준을 연16.68%를 적용하였으나, 올해부터 전격적으로 50.04%를 적용해버렸다. 사정이 이러하니 중소도시 거주 전세보증금 4천1백만원인 가구의 소득환산액이 작년에는 13만9천원이었으나 올해에는 41만7천원으로 3배나 더 높아져 탈락가구가 속출하게 생겼다.

또한 승용차의 소득환산율이 연1,200%로 적용되기 때문에 시가 백만원짜리 중고차를 가지고 있으면 한달 소득이 백만원 있는 것으로 간주된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승용차 때문에 수급자가 될 수 없어 살 길이 막막한 주부가 아이들을 아파트에서 던지고 자살하는 사태가 발생하였으나, 제도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 그리고 부채 공제기준액을 상향조정하여 부채마저도 일반재산으로 간주하고, 작년까지 공제해주던 일반보험료를 소득으로 산정하는 등의 제도후퇴가 이루어졌다. 그리고 근로무능력자가구의 기본재산면제액 기준이 낮아져 노인과 장애인 가구 중에서 탈락하는 가구가 생기게 되었다. 형제ㆍ자매와 같이 살면 수급자가 될 수 없고 따로 살면 수급자가 될 수 있다. 또한 중소도시에 사는 6천2백만원 전세입자 5인가족은 수급권자가 될 수 없지만 분가하면 두 가구모두 수급권자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제도는 가족해체를 유발시키기 때문에 기초법은 ‘가족해체촉진법’이라는 누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6개월간 치료비중 300만원까지만 본인이 부담하는 상한제를 실시한다고 마치 획기적으로 제도가 개선된 듯이 발표하였으나, 비급여항목은 제외되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의료비부담은 별로 덜어지지 않았다. 근로소득공제 확대, 기초공제액 지역간 차등, 난치희귀성질환자에 대한 본인부담률 인하, 차상위계층에 대한 보육료지원 등의 부분적인 개선이 있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다른 부분을 더 엄격하게 적용함으로써 절약한 예산을 배정한데 불과하다.

한편 복지부는 '근로빈곤층에 대한 종합적인 탈빈곤 정책'이라고 하며 차상위계층 1만명에게 사회적 일자리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01년 자활사업 시행 초기에 6만명이던 참여자가 현재 4만명으로 줄어들었는데, 1만명을 늘여봤자, 8백만 빈민의 5/800만이 자활사업에 참여할 수가 있다. 138만명에 불과한 수급자와 5만명의 자활사업 참여자를 제외한 657만 빈민에 대한 대책이 부재한 빈약한 정책을 '종합적인 탈빈곤 정책'이라고 과대포장하여 선전하고 있는 것이 참여정부의 작태이다. 참여복지라는 기만적인 정치적 수사로서 요란만 떨지 말고, 정부는 기초법에 약속된 ‘최저생계의 사회적 보장‘을 제대로 실시하여야 할 것이다.
류정순/ 한국빈곤문제연구소 소장
2004/02/10 00:00 2004/02/10 00:00

트랙백 주소 :: http://blog.peoplepower21.org/Welfare/trackback/12665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