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복지5개년 계획 개요

지난 1월 20일 사회보장기본법에 의거 5년마다 제시해야 하는 두 번째 사회보장장기발전계획이 발표되었다. 이번 사회보장장기발전계획은 참여정부의 정책기조를 담아낸다는 의미에서 『참여복지5개년계획』이라 명명되었고, 보건복지부를 포함한 6개 정부부처와 민간위원들이 『참여복지기획단』을 구성하여 1년여에 걸쳐 공동으로 연구하여 이루어낸 성과이다. 『참여복지기획단』이 사회보장심의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는 6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으로서 중점추진과제만 해도 복지부 43개를 비롯해서 총 59개에 이른다.

『참여복지5개년계획』의 정책목표는 (1) 전 국민에 대한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2) 상대빈곤을 완화시키며 (3) 풍요로운 삶의 질이 구현되는 참여복지공동체를 이룩하는 것이다. 『참여복지기획단』은 정책목표달성을 위해 정책영역을 3개 분야로 나누고 주요추진과제를 설정하였다. 우선 ① “사회보장제도 내실화”를 위해서는 “기초보장체계의 정비”, “복지서비스의 선진화”, “사회보험의 성숙화”를 주요 정책과제로 설정하였으며, ② “복지인프라 구축”을 위해서는 “복지전달체계의 구축”, “복지재정의 확충” 및 “민간자원의 활성화”를 제시했다. 그리고 ③ “복지서비스 확대”를 위해서는 “문화기본권 신장”, “정보격차해소” 및 “저소득층 주거복지 확충”을 주요 추진과제로 설정하였다.

『참여복지기획단』은 정책과제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① 국가의 복지역할을 강화하고, ② 국민의 복지활동 및 복지정책과정 참여를 확대하고 ③ 경제와 복지의 선순환관계를 구축하고 ④ 지방정부 및 지역사회의 복지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시하고 이들을 『참여복지5개년계획』의 추진원리로서 제시했다.

『참여복지5개년계획』이 차질 없이 집행된다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는 2003년 140만 명에서 2008년 160~180만 명으로 늘어나고, 노인요양시설은 293개소에서 726개소로, 보육료 지원을 받는 5세 미만 아동은 12만 명에서 39만 명으로, 장애수당 지급대상은 14만 명에서 32만 명으로 각각 증가하게 된다. 또한 재직자중 훈련을 받는 사람은 180만 명에서 300만 명으로 늘어나고,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49.6%에서 56%로, 근로자 재산형성을 위한 우리사주 장기보유율은 14%에서 25%로 증가하게 되는 반면,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 비율은 23.4%에서 11.8%로 줄어들 전망이다.

『참여복지5개년계획』은 그 양과 질 모두에 있어 향후 참여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복지청사진을 상당부분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특히 국민의 정부가 추진했던 “생산적 복지”에 비해 현저하게 나아진 부분이 있는가하면, 근본적인 성격에 있어서는 전혀 달라진 것이 없는 부분도 있다. 『참여복지5개년계획』중 문제의 소지가 있는 부분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명해보고자 한다.

색깔 없는 정책 - 참여복지에 “참여”가 없다

『참여복지5개년계획』의 외형적 특징 중 하나는 전통적인 사회보장 영역은 물론 주거, 문화, 노동, 여성, 정보 등 관련 정부부처의 업무영역을 복지의 틀 안에 끌어들임으로써 복지의 개념을 현대적으로 확장하고, 국가가 국민의 삶의 질 제고를 위해 개입할 영역을 확대시켰다는 점이다. 특히 1차 사회보장5개년계획이 보건복지부만의 “나홀로” 발전계획이었던 반면, 이번 『참여복지5개년계획』은 관련 6개 부처의 복지시책까지 포함한다는 점에서 보기에 따라서는 참여정부의 복지정책이 포괄적이라고 생각할 여지가 충분하다.

기획단 스스로도 “생산적 복지”가 경제위기로 야기된 절대빈곤문제와 실업문제에 대응하는데 초점을 둔 반면, “참여복지”는 경제위기 극복과정에서 심화된 상대빈곤문제, 세계화‧정보화‧노령화가 야기하는 각종 사회문제, 전반적인 소득상승에 따른 고복지요구 등 새로운 복지수요에 대응함으로써 ‘동북아 경제중심국가’, ‘국민소득 2만불 시대’에 조응하는 선진사회복지제도를 구축하는데 중점을 두었다고 밝히고 있다.

그렇지만 정작 59개의 주요 과제를 살펴보면 “생산적복지”가 추구했던 정책목표와 본질적으로 다른 “참여복지”만의 색깔을 찾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참여복지5개년계획』에는 참여복지의 특징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굵직한 정책이나 제도보다는 부처별, 부서별로 “생산적복지”가 추진해왔던 기존의 사업들을 재포장 하거나 나열한 ‘짜집기’ 식 방안들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주요과제 중 “기초보장의 사각지대 해소”, “보육시설의 확충”, “사회보험내실화”, “노인과 장애인 및 아동에 대한 사회복지서비스 확충” 등은 지속 사업의 영역에 포함되어야 마땅하며, “문화기본권 신장”, “주거복지”, “정보격차 해소” 등은 새로운 영역에 속하는 사업이지만 21세기의 변화하는 복지욕구를 포괄한다고 보기에는 적잖이 사소해 보인다.

『참여복지5개년계획』의 정책목표가 공허한 구호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존의 복지정책 자체에 대한 본원적인 반성적 성찰이 있어야 할 것이다. 특히 복지서비스의 적용대상 확대를 넘어 복지의 성격에 대해 고민함으로써 그야말로 “풍요로운 삶의 질”이 가능할 수 있는 선진적인 복지기준을 정립해야 한다. 또한 “상대빈곤을 완화”시키기 위한 근본적인 방안을 모색하여 복지관련 부처는 물론이고 경제부처와의 긴밀한 협의를 거쳐 종합적이고 포괄적인 대책마련에 부심해야 한다. 끝으로 ‘참여’라는 말이 시사하는 국민 또는 시민의 사회적 참여 내지 정책 참여에 대한 강조가 “떠넘기기”식 정책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참여를 담보할 수 있는 기제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80년대 초반 이후 우리나라 역대정부는 복지지출을 늘리고, 새로운 복지제도를 도입해왔다. 21세기에 접어든 지금도 복지의 파이는 계속 커지고 있다. 그렇지만 과연 “참여복지”라는 모토아래 양적 성장을 넘어서는 본질적인 복지품질 제고전략이 포함되어 있는지 의문이다. 시민이 권리로서 복지를 향유하는 참여복지공동체의 화려한 이념과 과거와 별로 크게 다르지 않은 세부과제로 점철된 『참여복지5개년계획』이 서로 겉돌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재정, 공공성 그리고 노동시장 변화에 대한 대응

1. 참여복지는 과연 무슨 돈으로 이룩할 것인가?

『참여복지5개년계획』에는 5년간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의 비용이 소요되는지에 대한 재정계획이 없다. 기획단은 최종보고서에서 2008년 사회복지지출을 국민총생산의 13% 수준으로 늘린다고 말하고 있을 뿐, 전체 계획의 사업별 비용에 대한 언급이 없다. 예외적으로 연도별 예산이 제시되어 있는 경우는 총 사업비의 규모가 매우 적은 경우에 한정된다. 비공식적으로 들리는 이야기에 따르면, 구체적인 예산에 대한 협의가 정부 부처들 사이에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많은 정책이 예산을 충분히 확보한 경우에도 실패했었다는 사실을 상기할 때, 아직 부처간 협의조차 미비한 계획의 성공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가늠해야 할지 의문이다. 여하튼 현재로서는 막연하지만 국민총생산 대비 복지지출의 타당성에 대해 논의할 수 있을 뿐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상 GDP 대비 복지지출은 9%(법정민간 포함)에 불과하다. 이를 13%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은 유사한 국민경제 수준의 다른 국가들이나 기존의 사회복지비용 증가 추세를 고려할 때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40년간 국민복지의 수준은 경제성장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짐에 따라 꾸준히 향상되어 왔다. OECD작성기준으로 볼 때 1990년 GDP대비 4.25%에 불과하던 사회복지지출이 2001년에는 8.7%로 증가했다는 사실에서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복지지출은 13%에 이른다고 해도 OECD회원국 중 복지지출에 있어서는 저지출국가인 미국‧일본의 수준인 15%(’98)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 또한 알아야 한다. 사회복지에 대한 중장기 발전계획을 세울 때에 OECD의 평균 사회보장 수준에 도달하기까지의 재정계획이 함께 제시되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기대해 본다.

『참여복지5개년계획』에 구체적인 재정계획이 빠져있다는 사실은 한편으로는 계획의 구현가능성에 대해, 다른 한편으로는 참여정부의 전반적 정책기조에 대해 우려할만한 여지를 남기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2. 복지인프라의 공공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랜 기간동안 경제성장 위주의 사고에 젖어 살아왔던 우리들은 복지는 무조건 ‘돈 먹는 하마’라고 생각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최소한의 사회보장을 위한 지출조차도 깎고 또 깎아서 허용하는 경제부처의 관행은 항상 ‘상수’로 취급되어 왔다. 그렇지만, “전 국민에 대한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상대빈곤을 완화시키며, 풍요로운 삶의 질이 구현되는 참여복지공동체를 이룩”하는 것이 21세기를 여는 정부의 복지정책 비전이라면 국가경제 능력으로 지속가능한 동시에 질적으로 우수한 복지제도와 서비스를 정착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단기적 계산법을 지양하고 정부가 과감하게 미래의 소비적 지출을 줄이는 방안이라는 관점에서 복지와 관련된 인프라의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에 인색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것이 복지와 경제 양 부문에서 우리 사회가 선진국의 반열에 끼기 위해 해결해야 할 필수적인 과제이다.

복지서비스나 급여가 효율적으로 전달ㆍ관리되는 동시에 수혜자 중심의 복지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야말로 참여복지공동체의 전제조건이다.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하고 비용효율적인 복지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공공 인프라에 대한 초기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보육, 장애인, 가족, 노인요양 등 향후 확대 되는 서비스 영역에서 시설이나 담당인력의 공공성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확보하지 못할 경우 민간에서 발생하는 비용 상승 요인을 통제하지 못할뿐더러 예산집행의 효율성을 담보하기도 어렵다. 건강보험이 지속적인 수가인상으로 인한 보험료율 인상과 재정적자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을 보아도 그렇고, 보육사업이 시작된 지 10여 년이 지났지만, 보육서비스에 대한 수혜자의 갈증과 불만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심지어는 ‘출산파업’으로 이어지는 작금의 사태를 보아도 저비용으로 단기적인 효과를 거두려는 복지시책들이 장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참여복지5개년계획』의 시설 및 인력 확충 방안을 보면 기존의 사회복지서비스 정책의 틀을 답습하고 있으며, 복지인프라의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이 충분히 고려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 지적되어야 한다.

3. 눈만 뜨면 변해 있는 우리 사회 - 해법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있는가?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저출산ㆍ고령화 경향과 고용 없는 성장 등 노동시장의 급격한 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사회복지영역 역시 “탄력적인” 중장기 발전계획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특히 사회보장제도의 내실화는 매우 시급한 과제이다. 예를 들어, 비정규직 및 저소득 근로계층에 대한 사회보장은 기존의 틀로 해결하기 어렵다. 유럽이 유연보장(flexicurity)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선거를 앞두고 있어서 인지 『참여복지5개년계획』뿐 아니라 고령화대책, 저출산대책, 일자리 창출대책 등이 소관부처에 따라 일관성 없이 중구난방으로 남발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참여복지5개년계획』 발표를 전후로 대통령비서실에서는 『저출산ㆍ고령사회 대응을 위한 국가실천전략』을 제시하였고, 재정경제부는 또 나름대로 향후 200만개 일자리 창출 계획을 제시한 바 있다. 모든 부처들이 협력해서 일관성 있는 사회ㆍ경제정책의 중장기 계획을 제시할 수는 없는 것일까.

이제 복지는 더 이상 소모적인 지출이 아니라 미래의 성장과 사회통합을 촉진하기 위한 투자로 이해해야 마땅하다. 그렇기에 이 정부가 줄기차게 주장하듯이 경제와 복지의 선순환을 전체 계획의 추진원리로 삼는다면, 노동시장의 변화에 보다 민감한 사회보장정책 수립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이 또한 경제부처를 포괄하는 다양한 정부 부처간 협의를 전제한다. 사회부총리제를 도입하여 복지에 대한 부처별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조정하여 종합적인 대책을 탄력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해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 본다. 경제정책이나 교육정책만큼 사회복지정책을 포함하는 사회정책도 한 사회의 균형성장을 위해서 이제는 더 이상 외면하기 어려운 정책분야이니 말이다.
엄규숙 / 경희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2004/03/10 00:00 2004/03/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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