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민에게 보편적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상대빈곤을 완화시키며 풍요로운 삶의 질을 구현하는 것이 참여복지5개년계획의 정책목표이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는데 과연 사회보험제도는 어떤 위상과 역할을 부여받았을까 알아보자.

국민의 정부가 1차 사회보장5개년계획을 추진하면서 전 국민 연금시대를 열고 건강보험 통합을 이루었으며 고용 및 산재보험의 적용범위를 확대함으로써 사회보장제도를 확충하는데 초석을 마련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적용대상 중에 광범위한 사각지대가 존재하고, 현금급여의 경우에는 급여수준이 현물급여의 경우에는 급여의 범위가 미진한 형편이고, 제도의 외연을 급격하게 확대함으로 인해 관리운영 및 가입자 관리 등에서의 행정적 미숙함이 존재할 뿐 아니라, 국민연금의 경우에는 적립금의 누적속도가 빨라 기금운용 체계를 정비하기에도 벅찬 상황인 반면, 건강보험은 지속적으로 보험료를 인상해도 만성적인 적자위험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것으로 보이는 등 해결해야만 할 문제들이 산적해있다.

사회보험이 발달한 국가들은 최소한 반세기 이상 오랜 시간과 사회적 실험을 거쳐 사회보험제도의 실질적 혜택을 제고하고 그것이 국민의 삶의 일부로 정착시켜왔다. 우리 나라의 사회보험제도도 외연을 단기간에 확대한 것에 멈추지 않고 이제 그 내용을 채워 나가야 하는 단계에 도달한 것이다. 이런 점에 비추어볼 때 참여복지5개년계획에 2004년부터 2008년 사이에 ‘사회보험제도의 성숙화’를 통한 사회보장제도 내실화가 정책과제로 설정된 것은 지극히 당연한 논리적 귀결이다. 단지 5년 안에 과연 어떤 방식으로 사회보험을 “성숙”시킬 것인가, “내실화”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관심에서 구체적인 추진과제들을 살펴보면 “참여복지” 고유의 사회보험정책에 대한 틀거리보다는 개별 사회보험의 향후 5년간의 부서별 개선방안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현행 사회보험제도의 공통적 해결과제

사회보험제도의 적용대상이 전면적으로 확대되는 것만으로 노령, 장애, 산업재해, 실업, 질병이라는 사회적 위험에 대한 대책이 수립되었다고 말하기 어렵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4대보험 모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비정규직, 영세자영업자, 특수고용형태의 근로자 등에 대한 실질적 보장이 이루어지지 않는 광범위한 사각지대의 문제를 안고 있으며, 이는 하루 이틀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급변하는 노동시장 및 취업구조로 인해 사회보험의 실질적 보장성에 대한 심각한 위협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아울러 보험료부과대상이 되는 소득부터, 부과단위, 징수주체 등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4대보험의 징수 및 부과, 가입자 관리체계가 효율적으로 작동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도 가입자들의 큰 불만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2003년 정부의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둘러싼 논쟁과정에서 지적되었듯이 20년을 가입한 평균소득자에게 기껏 최저생계비 수준의 급여만이 가능해질지도 모른다는 급여수준의 적정성 문제도 사회보험이 사회보장제도로서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만 할 과제이다. 대기업 정규직을 모델로 구성된 기여 및 급여체계를 노동시장 유연화에 대처할 수 있도록 정비하는 것도 급여체계를 보완하는 동시에 사회보험의 사각지대를 축소시키기 위해서는 필수불가결한 과제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사회보험행정체계를 정비하는 동시에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이 가능해질 수 있도록 보험료 부담능력이 낮은 적용대상에 대한 지원이 가능하도록 재정적 보완책이 필요하다.

참여복지계획의 사회보험 분야 주요 추진과제와 문제점

<표 1>은 5년간 사회보험 분야의 주요 추진과제를 정리한 것이다. 개별과제들에 대해 세밀한 분석과 평가는 이 의 목적도 아니거니와 지면상 가능한 일도 아니다. 그렇지만 참여복지5개년계획을 관통하고 있는 “사회보험정책”이 과연 존재하는지, 만일 그렇다면 그것의 성격은 앞서 지적한 우리 나라의 사회보험제도가 안고 있는 공통적 문제점을 해결하기에 적절한 원칙에 입각한 것인지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사회보험과 관련된 추진과제들을 하나씩 떼어놓고 보면 나름대로 그 의미와 필요성에 대해 수긍할 수 있는 측면들이 발견되기도 하지만 전체를 아우르는 “참여복지”만의 정책기조는 실종된 듯 하다.

첫째, 4대 사회보험 모두 사각지대 축소를 주요 추진과제로 설정하고 있다는 점은 무엇보다도 ‘하향식 보편주의’에 입각한 적용확대를 거듭하면서 ‘압축성장’한 사회보험이 해결하지 못한 취약집단에 대한 실질적 혜택의 확대라는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에 공감대가 형성된 결과로 보인다. 그렇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통적인 방안은 4대 사회보험의 가입자 구조 - 지역가입자와 직장가입자로 분리되어 있는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에 비해 직장가입자로 구성되어 있지만 피보험자 인별 리가 이루어지지 않는 산재보험 -로 인해 쉽게 마련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도 예컨대 국민연금의 경우 납부예외자 중 일부를 적용제외 시키는 것이 사각지대를 축소시키는 방안으로 제시되는 것은 예컨대 산재보험에서 특수형태 근로자 및 위험작업을 하는 자영업자를 적용대상으로 포함시킴으로서 취약계층에 대한 적용을 확대하고자 하는 계획과는 상충되는 원칙에 입각한 것으로 보인다.

둘째, 사회보험제도가 제대로 된 사회보장제도로 기능하기 위해선 적정 수준에서 현금급여가 이루어지고, 건강보험 등에서 주어지는 현물급여가 보다 포괄적인 것이어야만 한다. 진정한 사각지대의 축소는 단순히 제도의 법적 적용범위 안에 속하는 사람들에게 가입과 적용이 실제로 이루어지는 차원을 넘어서 피보험자가 사회적 위험에 처했을 때 실질적인 혜택을 급여를 통해 줄 수 있을 때에 달성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급변하는 노동시장과 취업구조로 인해 특수고용형태의 근로자처럼 사회보험 적용의 주변부에는 지속적으로 적용여부에 대한 논란여지가 있는 집단들이 생겨날 것이며, 가정과 직장, 교육 내지 훈련과 취업의 순차적 또는 병렬적 양립을 가능하게 하는 유연한 보장 및 급여장치가 없이는 단순히 적용과 가입이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급여에 대한 자격요건을 충족시키기 어려운 사람들도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는 단순히 실업급여의 수혜를 위한 자격요건을 완화시키는 것, 예컨대 비자발적인 장기실직자에 대한 급여지급을 ‘고려’하는 것 정도만을 통해서는 쉽게 해결되기 어렵다.

셋째, 고용보험을 제외한 나머지 사회보험은 모두 재정안정성을 중요한 과제로 설정하고 있다. 피보험자에게서 갹출한 보험료를 주된 재원으로 삼아 해당 제도에서 정하는 급여를 지급하고 이에 소요되는 재원이 부족할 경우에 보험료를 상승시키거나, 경우에 따라 국고에서 지원을 하는 것이 대부분의 국가에서 사회보험의 재정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다. 물론 재정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급여를 삭감하는 경우도 80년대 이후에 생겨났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사회보험의 역사가 오래되고 급여수준도 높은 국가에서의 일이다. 다른 추진과제들과는 달리 재정안정성이라는 측면에서는 사회보험분야를 관통하는 일관된 원칙이 발견된다. 피보험자의 보험료와 급여의 수지균형을 맞추겠다는 얄팍한 수익자부담의 원칙과 가능한 한 국고지원을 고려하지 않겠다는 방침 말이다. 연금의 가입기간 인정제도 도입을 위한 국고지원이나, 고용보험이나 산재보험에서 노동시장 유연화로 인해 지속적으로 주변적 위치로 밀려나는 비정규직에 대한 급여장치를 위한 국고보조 같은 것은 재정안정성을 위해 모두 구호차원에서만 언급되거나 아예 고려의 대상에서 제외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넷째, 노동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었던 기존의 사회보험가입자들과는 달리 90년대 말에 적용대상이 된 가입자들 중 상당수는 현행 사회보험행정체계에 의해 접근과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4대보험 모두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보험료 징수율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향상되지 못하는 점이나, 징수ㆍ부과와 관련해서 끊임없는 민원이 발생하는 것, 그리고 적용대상자를 제대로 찾아내지 못하는 것 등 제대로 된 가입자관리체제가 정착되지 않았기 때문이고 참여복지계획의 추진과제에서도 개별 보험별로 이러한 문제에 대한 개선방안이 제시되고 있긴 하다. 그렇지만 사회보험행정의 능률성을 제고하고 수혜자 중심의 서비스가 가능해지도록, 특히 취약계층 가입자에 대한 자격관리와 적용확대를 위한 사회보험정책 차원의 방침은 발견하기 어렵다.

참여복지5개년계획 전반을 관통하는, 정부의 부처별, 부서별 사업의 나열과 부분적 개선의 과대포장은 사회보험 분야에서도 재발견되는 현상이다. 노동시장 유연화 및 가족ㆍ인구구조의 급격한 변화에 대처할 수 있도록 사회보장제도의 내실화하여 ‘참여복지공동체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사회보험제도가 ‘보편적 사회보장’의 기반으로 자리잡기 위해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한 사회적 합의나 정책적 결단이 전제되어야 한다. 취약집단을 실질적으로 제도의 수혜범위에 포함시키기 위해 엄격한 ‘기여상등주의’를 벗어나는 것과 이를 위한 재원 확보, 그리고 유연하고 적정한 급여체계의 마련과 수혜자 중심의 사회보험행정 정착이 사회보험제도 전반을 관통하는 정책추진원리로 자리 잡아야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사회보험정책’ 없는 개별제도의 ‘각개약진(?)’은 사회복지의 ‘따라잡기 근대화(nachholende Modernisierung)’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표 1> 참여복지5개년계획 사회보험분야 주요 과제 및 추진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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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규숙 / 경희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2004/05/10 00:00 2004/05/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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