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흔히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와는 다른 세계, 그리고 그 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산다. 좋게 말하자면 환상이지만, 달리 말하면 그것은 편견이라 할 수 있다. 글쎄, 편견이 편견으로 그친다면야 별 문제될 것도 없겠지만, 어쩌다 그 세계와 그 세계에 사는 사람들을 맞닥뜨리게 되고 그들과 삶을 공유하며 상호작용을 하게 된다면 문제는 또 달라진다. 게다가 좋은 뜻을 갖고 있는 듯한 환상이라는 것도, 위와 같은 처지에 놓이게 되면, 가끔은 우리와 그들을 불편하게 만들 수 있다. 그런데, 정작 그 세계에 있는 사람들은 스스로 특별한 세계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것은 삶 자체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자신들을 특별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시선을 오히려 이상하게 생각할 뿐이다.

입양, 그리고 공개입양이 꼭 그러하다. 많은 사람들은 입양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다. 이를테면, 입양한 아이는 낳은 아이만큼 사랑할 수 없을 거라든가, 그래서 입양을 하게되어 아이를 키우다보면 차별을 하게 될 것이라든가, 입양사실을 알게 되면 꼭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든가, 입양사실을 알게 되면 길러준 부모 곁을 떠나 낳아준 부모에게 갈 것이라든가, 아무튼 입양가족은 출산을 통해 이루어진 가족보다 불완전할 것이라는 편견이다. 또 어떤 사람들은 입양가족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다. 특히, 입양부모에게 더욱 그러한데, 사람들은 입양부모들을 선행을 베푸는 사람,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 ‘대단한’ 사람들로 생각한다. 그런데, 입양가족들은 스스로를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을 이상하다는 듯이 또는 신기한 듯이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에 당황하곤 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그저 하나의 가족일 뿐이고 그것이 삶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이러한 생각들을 말과 행동으로 표현할 때 입양가족들은 어려움을 겪는다.

필자가 만난 사람은 국내 입양가족, 그 중에서도 공개입양가족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한국입양홍보회(이하 엠펙) 회장 한연희씨다. 2000년 1월 공개입양을 지향하는 가족들의 작은 자조모임으로 시작된 엠펙은 2004년 현재 500여명의 회원이 가입되어 있는 사단법인으로 발전했다. 초창기부터 이 모임을 이끌어 온 한연희씨는 현재 1명의 친자와 3명의 입양아동, 2명의 위탁아동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여섯 아이의 엄마이자 아내, 양가부모를 모시는 자녀로서의 역할과 함께 엠펙 회장으로서의 역할을 부족함 없이 해내는 것을 보면 그는 ‘대단한’ 사람임에 틀림이 없지만 스스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아이들이 좋아서 그렇게 하고 있을 뿐이고, 조금 힘들기는 하지만 이제는 그것이 생활이 되고 익숙해져서 대수롭지 않은 일들이 된 것이다.

필자는 박사학위논문을 준비하면서 한연희 회장과 엠펙에 소속된 많은 공개입양가족들을 만났다. 이 가족들을 만나면서 필자가 느낀 것은 이들이 행복한 삶을 위해 도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개입양가족들은 입양에 대한 일반인들과 주위 사람들, 그리고 스스로의 편견에 도전하여 그 편견을 깨뜨려가고 있고 그 과정을 통해 그리고 변화된 결과를 통해 점점 성장하며 행복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그 선봉에 한연희 회장이 있었다.

처음 모임을 시작할 당시에 비해 달라진 것이 있는지를 묻는 필자의 물음에, 한연희 회장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답했다. 먼저 사회적인 측면에서 ‘공개입양’이 이슈화되고 있고, 입양의 당사자인 미혼모, 입양부모 중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불임부부, 그리고 입양아동의 반응에 대해 점차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입양을 호기심에 찬 표정으로만 바라보다가 이제는 진지하게 생각하고 관심을 나타내게 되었음을 말해준다. 이러한 변화에 따라 엠펙 사업의 방향성도 바뀌어 가고 있다. 그동안은 입양에 대한 일반 사회구성원들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데에 초점을 맞추었던 반면에, 앞으로는 입양부모들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교육 프로그램을 발전시키고 입양아동의 적응을 돕고 입양가족의 기능을 강화하는 활동을 적극 추진해가려 한다. 최근에는 그동안 침묵하고 있던 입양 아버지들이 아버지들의 모임도 결성하여 적극적으로 활동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변화들이 갑자기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공개입양가족들 스스로 더욱 행복한 삶을 위해 끊임없이 도전한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마지막으로, 입양가족들이 국가에 바라는 정책방향을 제시해 달라고 하였는데, 거침없이 다음과 같은 내용들을 언급하였다. 먼저 입양가족들에 대한 법적인 지원체계를 갖추어 달라는 것이다. 현재의 법 체계는 입양을 신고할 때 대부분의 입양부모들이 법을 어기도록 만들고 있는데 이를 개선하여야 하고, 입양아동의 개명신청이 계속 기각되고 있는데 그것은 부모로서 당연한 권리이므로 마땅히 받아들여져야 할 것이다. 또한 입양 수수료, 입양휴가 등 이미 태어난 아이들을 위한 정책도 높은 우선순위를 가지고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또한 입양부모들에 대한 재교육, 입양부모와 아동에 대한 상담을 포함한 다양한 사후 서비스가 필요하다. 취학전에 있는 입양아동들의 보육료와 대학 입학시 특혜나 장학금 혜택 등도 입양을 활성화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한편, 학교에서는 혈연을 중심으로 한 교육이 일반화되어 있는데, 가족구조의 변화 흐름을 반영하여 다양성을 배울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입양이 사회적인 이슈로 자주 등장하면서 일반인들의 인식과 태도가 많이 변한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입양공동체가 일반 사회공동체로부터 고립되어 있는 듯한 느낌이 자주 든다고 한다. 지금 한연희 회장과 엠펙 가족들이 꿈꾸고 있는 것은 입양가족들이 아무런 벽이 없이 일반가족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 사회이다. 이를 위해 일차적으로는 입양센터 건립을 바라고 있다. 그곳을 통해 입양에 대한 정보가 공유되고 입양가족과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이 이루어져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성장하며 행복한 삶을 만들어가기를 바라는 것이다.
권지성 / 침례신학대학교 전임강사
2004/05/10 00:00 2004/05/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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