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의 강한 지방분권 의지는 지역복지 현장에 하나의 도전으로 다가오고 있다. 지방분권의 논리는 외국에서도 유래를 찾기 어려운 강력한 수도권 집중의 완화와 중앙 행정부처의 행정 과부하의 해결과 동시에 지방의 주체적 역량 강화를 지향하고 있다. 지방분권에 따른 복지 분야 국고보조금제도의 변화는 사회복지 현장의 적극적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더하여 지역 사회복지 전달체계에서도 사회복지사무소 시범사업, 지역복지협의체 제도의 도입 등 적지 않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한 지역이 지역주민들의 생활공동체로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의 정치, 경제적 역할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인 삶의 질을 보장하는 복지공동체로서 역할이 요구되고 있다. 이에 지역복지의 발전전략에 대한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다. 지방자치제의 도입 이전의 지역복지는 중앙정부의 복지정책을 지역차원에서 적용하는 단순한 전달체계로서의 역할에 한정되어 있었다. 근대화 이후 지속된 정부의 ‘선성장 후분배’ 정책기조는 복지문제를 언제나 후순위로 고려하였으며, 지역차원에서도 이러한 정책기조는 그대로 적용되었다. 더욱이나 지역주민들의 삶의 질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 복지문제를 다루면서도 지역주민들의 욕구를 고려하거나 주민들의 주체적 참여를 반영한 경우는 거의 없다. 압축적 근대화의 흔적이 복지 분야에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지방자치제도의 정착과 더불어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지역종합발전계획 내에 복지부문을 포함하거나 사회복지계획안을 작성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으며, 그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2001년부터 2002년까지 보건복지부에서는 ‘지역복지협의체 시범사업’을 통해 15개 시․군․구에서 지역사회복지 계획을 수립하도록 하여, 각 지역에서 지역복지계획 수립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으며, 그 여건마련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 2003년 6월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에 따라 2005년 9월부터는 지역복지협의체 구성과 지역복지계획 수립이 법제화되었으며, 이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 여기에 더하여 2003년 참여정부는 정부혁신/지역분권위원회를 중심으로 지방분권화에 대한 로드맵을 발표하고 관련 입법을 추진하는 등 실질적인 지방분권의 정책의지를 추진하고 있다. 지방분권화 정책의 일환으로서 재정분권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사회복지재정의 큰 특징 중 하나인 중앙의 국고보조금제도는 중대한 변화의 기로에 있다. 이러한 정책변화는 지방차원의 본격적인 발전전략 수립을 요구하고 있다.

참여정부가 추진하는 재정분권화가 요구하는 핵심 과제는 지역 시민사회 내부의 주체적 참여에 기반한 지역복지정책의 수립과 집행에 있다. 지금까지의 복지 정책이 국가의 일방적인 계획과 집행에 의해 이루어진 것과 비교해서 지방분권적 복지정책은 지역 시민사회의 주체적 참여에 기초하고 있다. 재정분권화 정책의 추진은 현재 기준 없이 남발되고 있는 보건복지부 보조금 관리 정책의 정비, 지방정부의 복지재정에 대한 자율성 신장, 지역현실에 맞는 복지계획 수립의 계기 그리고 지역 주민 및 지역 NGO의 복지예산 수립과정의 참여기회 확대 등의 긍정적 영향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복지분야 지방분권화 논의의 문제점

이상에서 본 바대로 여러 긍정적 영향력을 생각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복지분야 지방분권화 논의에 대해 다음과 같은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첫째, 주민주체 측면에서 보자면 현재의 지방분권 논의는 상당한 아쉬움을 준다. 지역중심의 지방 협치(Governance)를 지향한다고 하면서, 그 논의과정에 지방의 참여가 저조한 점, 같은 맥락에서 복지 분야의 국고보조금 제도의 변화를 논의하면서 지방정부, 복지전문가 그리고 복지 현장의 목소리를 별로 고려하지 않은 점 등은 현재 지방분권 논의의 한계로 보인다. 실제적으로 지방분권을 실천할 다양한 주체들의 참여와 공개적인 논의의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현재의 우리나라 복지재정의 저열성을 고려해 볼 때, 국가의 복지재정에 대한 책임성을 담보하지 못한 복지재정의 지방분권화 논의는 중앙정부의 복지예산 확충에 대한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다. 복지재정에 대한 중앙정부의 책임성을 보장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셋째, 지방정부를 비롯한 지역의 능력과 수준을 고려하지 않은 채 동시에 일괄적으로 진행되는 지방분권정책에 대한 우려가 있다. 지방분권의 핵심은 정책과 관련된 제 주체들의 참여에 의한 지역 거버넌스의 실천에 있다. 지방정부는 물론이고 지역의 시민사회단체, 지역복지 실천 조직의 능력과 수준에 문제가 있을 경우는 지방분권정책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특정 시점을 정해두고 일괄적으로 사업을 수행하기보다는 시범사업을 거쳐 목표달성을 위한 일정한 경로와 모델의 설정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사회복지현장의 과제

이와 같은 현실 진단에 기초하여 사회복지 현장의 과제를 몇 가지로 정리해 보았다.

첫째, 사회복지 차원의 능동적 논리 개발과 참여가 필요하다. 앞서 본 바와 같이 국고보조금 제도의 변화와 지역복지전달체계의 변화 등 사회복지 실천을 둘러싼 국가 정책차원의 다양한 변화에 대해 (수세적 차원의) 적극적인 대응책 마련에 못지 않게, 인구 출산율 저하와 급속한 고령화 진행, 근로연계복지의 도입 등 복지제도 전반에 대해 심각한 도전으로 나타나고 있는 사회경제적 차원의 변화들에 대한 주체적인 대응전략 마련도 필요하다. 외부의 도전에 대해 응전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사회복지계에서 능동적으로 여러 변화에 대응하는 제도 개선안을 주도적으로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둘째, 중앙 차원은 물론이고 지역차원에서 사회복지의 사회적 책임성을 고양해야 한다. 즉 지역사회에서 활동하는 여러 시민사회 영역과의 보다 개방적이고 발전적 관계 구성이 필요하다. 사회복지 과제의 구현은 사회복지계의 힘만으로는 어렵다. 지역사회의 다양한 활동 영역과의 연대활동을 통한 긍정적 영향의 상호 침투가 이루어질 때 복지과제의 실현이 가능해 질 것이다. 지방분권의 흐름은 지역차원의 생활정치의 차원을 한 단계 높일 것이며, 그런 의미에서 사회복지계의 지역사회의 공공영역과 민간영역에의 적극적 참여와 주도가 요구되고 있다.

셋째, 지방분권적 흐름을 사회복지실천 현장에 적용할 필요가 있다. 중앙정부는 물론이고 지방정부의 정책결정이 일방적 관주도에서 정책의 이해 당사자는 물론이고 시민사회의 참여에 기반한 정책으로 방향전환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러한 방향에 맞추어 사회복지계의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의 변화는 개별 사회복지실천 현장에도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실천 현장의 정책결정과 집행과정에 서비스 이용자는 물론이고 일선에서 서비스 제공을 책임지고 있는 일선 복지실천가들의 주체적 참여가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사회복지실천 현장에서 ‘당사자 주의’의 실천은 지방분권적 복지체계의 구현에 중요한 계기를 제공할 것이다.
이인재 / 한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2004/06/10 00:00 2004/06/10 00:00

트랙백 주소 :: http://blog.peoplepower21.org/Welfare/trackback/13015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