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이 주장하는 부유세는 한 납세의무자가 소유하는 10억을 초과하는 순자산의 보유에 대하여 종합토지세 세율(2~5%)을 곱한만큼의 세금을 부과하자는 것이다. 건물, 토지, 예금, 주식 등의 금융자산, 골프장회원권, 고가의 자동차나 선박 등이 포함된다. 채무, 자가소유 주택이나 생활에 필수적 재산들은 과세표준에서 공제된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종합토지세를 전체 자산으로 확대하는ꡒ종합재산세ꡓ같은 것이다. 현재 부유세는 프랑스, 스웨덴, 노르웨이 등 유럽연합 8개국에서 채택하고 있다.

ꡒ부유세ꡓ하면 마치 부자에 대한 반감에서 나온 세금처럼 들린다. 그것도 민주노동당이 이를 주장했으니 더더욱 그럴 것이다. 그러나, 부자에 대한 반감에서 나온 황당한 정책이라면 국민적 반향이 그렇게 크지 않았을 것이다. 국민들이 부유세 도입 필요성에 대해 공감한 것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고 판단된다.

첫째, 국제통화기구 구제금융사태 이후 빈부격차는 크게 확대되었기 때문이다. 상위 20%와 하위 20%의 소득격차가 1996년에는 3.3배에 불과하였지만, 1999년에는 5.7배로 확대되었을 뿐만 아니라 그 이후에도 이 격차는 계속 확대되었다. 국민의 60%가 구제금융 이전의 소득을 회복하고 있지 못하다. 뿐만 아니라, 과거의 빈부 차는 고성장을 수반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정당화되었으나, 앞으로는 과거와 같은 고성장이 불가능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더 이상의 정당화가 힘들다.

둘째, 빈부 차와 맞물려 한국세제의 불공평성이 대중적으로 부각되었다는 것이다. 집을 16채 소유하고 있는 의사, 변호사 부부의 신고 소득이 4년 간 3,300만원에 불과하다는 국세청의 발표나 집 가격이 수십 배 차이나는 강남의 아파트와 지방의 아파트의 재산세액이 비슷하다는 사실은 국민들의 공분을 불러 일으켰고,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하는 정부의 아파트값 과표인상이라는 미약한(?) 시도조차 강남구 의회의 세율인하로 좌절될 위기에 처해있다.

셋째, LG 경제연구소에 지적하였듯이 현재의 소득격차는 자산소유의 격차에 기인한 바가 크다. 결국 소득을 낳는 것이 자산이므로 자산에 대하여 과세하는 것이 반드시 불합리한 것은 아니다. 현재 토지소유에 대한 지니계수는 0.9이고, 전체 자산에 대한 지니계수는 0.76으로 극단적으로 불평등한 상황이다. 극단적인 토지소유불평등 때문에 종합토지세가 도입되었다면, 극단적인 자산보유 불평등 때문에 부유세가 도입되는 것이 비현실적이라고 보이지는 않는다.

넷째, 한국세제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안으로 제시되어 것들이 장기적으로 달성될 수밖에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보다 효과적인 해결책이 제시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공평한 과세를 위해서는 소득세와 상속세에 있어서 포괄적 소득세제 도입, 자본이득, 이자소득 및 금융소득에 대한 과세강화, 간이과세자 폐지, 기장의무강화, 업종별 세원관리를 위한 세부대책 마련 등이 수반되어야 하는데 이는 일거에 달성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전문적인 부분도 있어 국민적 여론을 불러일으키기 어렵다. 재산세 과표현실화를 위해서도 과표체계를 전반적으로 바꾸어야 할뿐만 아니라 현실화 정도도 점진적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이 부유세 도입을 주장하는 이유는 국민들의 부자에 대한 반감에 영합하여 표를 얻기 위함이 아니라 빈부격차가 확대되는 한국사회가 앞으로 화두로 삼아야 할 것은ꡒ분배ꡓ문제이고 분배의 가장 주요한 수단은ꡒ세금ꡓ이라는 점이기 때문이다. 사실 민주노동당은 현재에 부유세를 관철할만한 힘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중요한 것은 부유세라는 사회적 의제를 통하여 국민들이 사회의 핵심적 문제의 하나인 분배와 공평과세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는 출발점이 될 것이고, 역대 정부에서 방치되었던 조세개혁의 과제가 대중적 여론의 지지를 받아 중요한 사회문제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부유세에 대해선 여러 가지 비판이 존재하고 있다. 일부는 기술적인 것에서, 일부는 철학적인 것까지 그 수위가 매우 다르다. 심지어는 자유기업원처럼 부자들이 해외로 이민갈 것이라는 협박성 발언조차 서슴치 않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조세부담률은 OECD 30개국 중 28, 29위에 불과하며, 해외로 갈 경우 한국에서 누리는 무책임한 권리를 누릴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아마 이재용이 미국에 있었다면, 이미 감옥에 갔을 것이다.)

기술적인 부분은 해결 불가능한 수준이 아니다. 과표산정 방식은 현행 세법 내에서도 존재하고 끊임없이 개선되어 가고 있는 중이다. 또한, 기존 조세를 통해 해결하자고 하는 주장도 과거에 얼마나 조세개혁이 이루어지지 않았는가를 평가해보면 어찌보면 공허해 보인다. 토지에 대한 부유세인 종합토지세의 경우 과표가 공시지가의 36%에 불과한데, 김대중 정부 시절에는 1년에 0.5%, 노무현 정부 들어서는 1년에 3%만 상승시켰을 뿐이다.

보다 중요한 문제는 과연 어떤 계층이 얼마만큼의 조세를 부담하는 것이 적정한가의 문제이다. 통계청 조사에 의하면 상위 10%가 하위 10%에 비하여 소득은 8배인데 세금은 5.5배 밖에 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신용불량자가 400만이고 단전가구가 60만인데 정부가 거의 아무런 조치를 강구하고 있지 않은 것은 분명 비정상적인 상황이다.

의석수가 10석에 불과한 민주노동당의 주장이 국민 다수의 공감대를 얻어가는 상황에서 부유세 도입에 대해서 보다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그러나, 한국에서는ꡐ변하지 않으려면 먼저 변하라ꡑ라는 보수주의자의 금언조차 전혀 통하지 않는 것 같다. 모든 사회혁명의 발발이 조세가 원인이 되었다는 것을 기억하여야 한다. 강남구 의회의 세율 50%인하 결정을 보면서 작은 것을 지키려다 모든 것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조차 없는 두려움 없는 일부계층들을 보면서 상황이 파국으로 치닫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김정진 /변호사, 민주노동당 당원
2004/06/10 00:00 2004/06/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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