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의 경우 농업노동상에 재해가 발생했을 때 현행 사회보장체계에서 아무런 보장을 받지 못한다. 즉, 타 산업부문의 노동자와는 다르게 농민이 농작업사고를 당했을 때 사회보장의 안전장치가 부재하다. 한마디로 농민은 산업재해의 사각지대에 존재하고 있다. 농작업노동사고는 농업에 있어서 산업재해이다. 산업체 노동자들은 산업재해를 당할 경우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를 통해 보상과 치료를 받을 수 있는데 농업노동자들을 위한 사회보장대책은 전무하다.

농업ㆍ농민ㆍ농촌 차별의 사회보장제도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는 농업이외의 일반근로자를 대상으로 적용되고 있다. 현행 산재보험제도는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상시근로자 수 1인이상)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농업, 임업, 어업, 수렵업 중 법인이 아닌 자의 사업으로서 상시근로자가 5인 미만인 사업의 경우는 산재보험제도에 적용되지 않는다. 사실 한국에서 농업현실은 주로 소농중심의 가족농체제로써 법인이나 타인 노동력에 의존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는 그 동안 우리나라의 농업자본주의화 과정이 순탄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기존의 타산업분야에 적용되는 산재보험제도는 농민들을 배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을 계속 방치할 수 없으며 농어민을 위한 재해보상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일부에서는 현재 우리나라도 서구 복지선진국 수준으로 사회보장제도의 외형적 틀을 갖추었다고 한다. 그러나 제도의 보장수준과 내용은 선진국에 비해 빈약한 수준이며, 기본적으로 전국민을 포괄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특히, 사회적 약자의 경우 이러한 사회보장제도의 적용에서 배제되어 있는데, 이렇게 배제된 집단의 중심에 바로 농민이 위치하고 있다. 즉, 대표적인 소득보장제도인 국민연금제도에서조차 대다수의 농민은 WTO체제하의 농산물수입개방에 따른 농가경제악화로 보험료를 낼 수 없어 납부예외자가 속출하고 있다. 사실 오늘의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현실에서 미래를 준비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운용에 있어서도 농어민들은 대상자선정기준의 불리한 적용으로 차별을 받고 있다. 농어촌 및 농민적 특성이 전혀 고려되고 있지 못하다. 사회보장제도의 3대지주의 하나인 사회복지서비스 분야의 경우는 도시지역에 비해 그 차별이 심하다. 즉, 시설과 인력 등 복지자원의 도시집중으로 인해 농촌은 사회복지서비스가 거의 없는 상태다.

농업노동재해보장의 필요성

한편 서구 복지국가의 발전궤적을 보면 자본주의체제의 안전판으로 사회보장제도중에서 산업재해보상제도가 일찍이 발전하였다. 독일의 경우 농업노동사고에 대한 제도가 이미 1930년대에 만들어져 농업노동사고 사상자와 그 유가족에 대한 사회경제적 보상을 통해 농민들의 경제안정을 도모하고 있다.

따라서 더 늦기 전에 농작업사고에 대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농작업사고로 인한 농민의 피해는 신체적 손상뿐만 아니라 이의 치료와 회복을 위해 개인에게 엄청난 경제적 부담이 초래된다. 더구나 WTO체제하의 농촌 피폐화가 점증하는 상황에서 농작업 사고로 인한 신체장애나 폐질, 사망 등은 농민들의 건강권과 생활권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농업노동재해의 실태

현재 농작업재해의 실태를 살펴보면, 농기계사고의 경우, 과거의 비해 농기계의 안전성 향상과 작업환경 개선 등으로 사고발생이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1980년대에 비해 대표적인 농기계인 경운기, 트랙터, 콤바인 작업의 사고빈도가 절반으로 감소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농기계에 의한 사고보다 소위 농업노동활동의 직업병으로 불리는 ‘농부증’의 발생이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전체 농업노동재해의 범위와 발생빈도는 해마다 확대되고 증가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사실 농업노동재해를 폭넓게 이해한다면, 농작업 안전사고와 동식물접촉 등에 의한 사고뿐만 아니라 농업적 질병 등에 의하여 장해를 받는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농기계사고위험 심각

우리 나라는 1960년대 이후 농촌기계화 정책으로 농기계 및 농기구가 광범위하게 보급되어 농기계사고 급속히 늘어났다. 특히 농업노동은 산업체의 공장노동과는 달리 감독이 없이 혼자서 하는 작업이 많고 장시간 노동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사고의 위험이 상시 존재한다. 더욱이 농기계를 다루는 농민들의 연령 및 기술수준의 차이가 심하여 사고의 위험에 쉽게 노출된다. 최근 들어 농기계사고빈도는 줄었다고 하지만 그 위험성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농기계사용의 증가는 농작업사고의 발생위험을 내재하고 있다.

<표 1>의 연도별 농기계 현황에서 보는 바와 같이, 해마다 꾸준히 농기계가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경운기의 경우, 1970년 약1만1천대에서 2002년 89만 1천대로 증가하였으며, 같은 기간 동안 트랙터는 61대에서 약20만 6천대로, 콤바인은 1970년에 전무하였던 것이 2002년 8만 7천대로 크게 증가하였다.

<표 1> 연도별 농기계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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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기계신문(2004.3.31)에 따르면, 농업기계의 연간 농작업사고 발생건수는 경운기가 9천5백여건, 트랙터 3천4백여건, 콤바인 6백여건 등 1만 3천 5백여건 정도의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사고 중 약66%가 사람이 다치게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에서 경운기 사고의 경우, 부상자가 사고 1건당 0.69명이 발생되고 있으며, 논벼 재배 농업인의 18.7%가 농기계사고를 경험하였던 것으로 나타나 인명피해정도가 매우 심각함을 알 수 있다.

농약중독으로 인한 건강악화

한편 농업에서 산업재해 중 농약중독으로 인한 사망사고 및 만성적인 질병으로 농민건강악화가 발생하고 있다. 농약중독은 그 동안 농업증산정책을 통하여 농약사용량이 늘어났고, 최근에는 농촌노동력의 부족으로 제초제 등의 맹독성 농약의 살포가 빈번해지면서 늘어나고 있다. 농약출하량에 따른 1핵타당 농약사용량은 1980년 5.8㎏에서 1990년 10.4㎏으로 크게 증가하였으며, 2002년 12.8㎏에 이르고 있다. 농민의 약 30%가 농약중독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업직업병(농부증)발생증가

또한 농작업재해 중 최근에 강도 높은 농업노동으로 인한 농업직업병(농부증)이 심각한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농업을 직업으로 하는 농민들에게 나타나는 정신ㆍ신체적 장애 증상군을 묶어서 농부증이라 하는데 어깨결림, 요통, 손발저림, 야간빈뇨, 호흡곤란, 불면, 어지러움, 복부팽만감의 8가지 증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그 동안의 이에 대한 조사연구에 의하면, 농부증 양성율이 약30-40% 정도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농업노동재해 대책

이러한 농업노동재해에 대한 대책으로 각종 농작업재해의 심각성을 인식시키고 농기계 및 농약 사용상의 안전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다른 산업노동자에게 적용되는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처럼 제도적인 차원에서 농작업재해에 대한 치료와 보상을 해주는 ‘농업노동재해보상제도’가 시급히 도입되어야 한다. 현재 농협에서 판매하고 하는 농작업상해공제 및 농기계공제는 사보험적 성격으로 일부 능력 있는 계층만 가입함으써 농민계층간의 불평등을 조장하는 것이다.

따라서 국가가 농작업재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제도를 도입함에 있어 적어도 현재 산업체 노동자에게 적용되는 산재보험에서 받는 수준의 급여종류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농촌경제의 어려움을 고려하여 보험방식으로 재정운영을 한다 하더라도 최소한 재정의 50%를 국가가 부담해야 한다. 산재보험의 경우, 전액 사용자가 보험료를 납부하는데 농민의 경우, 재정을 가입자가 전액 부담하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는다. 수입개방에 따른 농촌경제사정을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 특히 WTO농업협상이 사회보장이나 복지제도를 통한 농업에 대한 정부지원을 규제하지 않는다는 점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산업재해보장의 사각지대에 더 이상 농민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한 나라의 국민으로서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지 간에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사회보장권을 국가는 충실히 보장해야 한다. 한국사회에서 농어민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고난이며 희생이며 차별이어서는 안 된다. 농업노동재해의 완전한 보장, 그것은 농민의 당연한 권리이며, 사회적 안전망의 사각지대 허물기를 위한 첫 걸음이다.
이재완 / 공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2004/07/10 00:00 2004/07/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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