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003년에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핵심논거 중의 하나로서 든 것이 현행 국민연금제도는 부담은 적은 반면 상대적으로 급여는 높은 편이어서 장기적으로 재정불안정 문제를 초래한다는 것이었다. 또한 정부는 현행 제도의 급여수준은 선진 외국과 비교하더라도 높은 편이고 대부분의 가입자가 성실하게 소득을 신고해 준다면 최저생계비를 훨씬 상회할 정도의 급여수준을 보장할 수 있다고 하였다. 한편 이러한 정부의 주장과는 달리 최근 인터넷상에 네티즌들이 올린 글들을 보면 그 중에는 국가가 막무가내로 국민연금 보험료를 내라고 해서 어려운 가계형편에도 불구하고 납부하였더니 정작 지급되는 연금급여액은 터무니없이 적다고 한다든지, 공무원이나 군인들이 받는 연금액과 비교할 때 일반국민들이 받는 국민연금액은 하늘과 땅 만큼의 차이가 날 정도로 미미하다고 불만을 터뜨리기도 한다.

누가 진실을 이야기 하고 있는가?

이처럼 한 쪽에서는 국민연금 급여액이 높다고 하고 다른 한 쪽에서는 낮다고들 하니 도대체 어느 말에 귀 기울여야 할지 모르겠다는 분들도 꽤나 있을 법 하다. 과연 누가 진실을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일까? 국민연금 급여수준이 높은지 또는 낮은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는 것은 미리 결론적으로 말한다면 단순하지도 명약관화하지도 않다. 다양한 관점이 있을 수 있고 그 관점을 지지하기 위해서 각기 다른 수많은 통계지표들이 동원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론적으로 높다 또는 낮다 라고 단언을 내리기에는 매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은 그 질문에 담겨진 의도와 그 질문에 답하는데 사용되는 각종 사실들에 대한 해석에 따라 좌우된다고 보는 것이 아마도 정직한 답변일 것이다.

국민연금 급여수준이 높다는 관점은 주로 정부와 2003년 국민연금법 개정안의 국회통과를 지지할 목적으로 결성된 ‘국민연금 살리기 운동본부’의 경제(재정)학 전공자들을 주축으로 한 일군의 학자들이 취하는 것으로서 이들은 대체로 연금의 장기적 재정안정을 위해서 급여수준의 부분적인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하지만 그 내에서도 급여수준이 높다 라고 할 때 판단하는 기준들은 다소 상이한 것 같다.

국민연금 급여수준이 높다는 관점

첫째, 총 보험료납부액(보험료원금에 이자를 포함)대비 총 급여총액으로 측정되는 수익비에 의거한 주장이다. 즉, 현재 가입계층의 수익비는 평균소득자를 기준으로 할 때 약 2배로서 그러한 수익비를 계속 유지하려면 보험료율을 2배로 인상하거나 소득 대체율을 절반 수준으로 삭감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익비가 1을 넘는다면(이론상 민영연금에서는 수익비가 1을 넘을 수 없음) 다른 누군가가, 즉 미래세대가 1을 넘는 초과분을 대신 부담해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수익비가 2에 이른다는 것은 부담에 비해 급여가 지나치게 높다는 것이 이런 주장의 요체이다.

그런데 이러한 주장은 타당성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공적연금으로서의 국민연금의 역사적 발달 맥락을 고려하지 않은 단선적 판단일 수 있다. 공적연금을 실시한 대부분 국가들의 경험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제도 도입 초기에 가입한 세대에게는 거의 예외 없이 완전연금 수령에 필요한 가입기간의 단축, 상대적으로 낮은 보험료율 적용 등과 같이 일반적으로 특수한 혜택들을 제공하고 있다. 이는 일부 학자들이 주장하듯이 선심 행정의 대표적 표본이라거나 설계상의 구조적 결함에서 비롯된 성격을 갖기보다는 제도 도입 당시 이미 고령에 임박해 충분한 가입기간을 가질 수 없고 또한 자신의 노부모와 자신의 노후도 동시에 준비해야 하는 이중부담을 가진 초기가입세대의 특수성을 감안하여 세대간 상호원조와 노후의 생존권 보장의 원리 차원에서 불가피하게 선택되어진 한시적 성격의 급여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체로 특정 세대에 대한 예외적 혜택의 규모와 수여기간은 그 이후 세대에게도 그대로 계속 주어지지는 않고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점차 줄어드는 것이다. 따라서 제도 도입 초기의 수익비를 가지고 국민연금 급여수준이 높다라는 지표로 삼는 것은 무리가 있는 것 같다. 수익비는 그보다는 오히려 서로 다른 시기에 태어난 세대들간 보험료에 대한 수익의 형평성을 상호 비교하는 지표로서 더 어울릴 듯싶다.

둘째, 국민연금의 급여수준을 소득대체율 측면에서 외국 연금제도와 비교함으로써 높다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과거소득에 대비한 연금급여의 비율로 표시되는 소득대체율 면에서 현행 국민연금 급여수준은 40년 가입한 평균소득자를 기준으로 할 때 1소득자 부부에게 과거소득의 60%의 대체율을 보장해 주는 수준이다. 반면 미국은 60%, 영국 52%, 캐나다 55%, 일본 56%, 독일 43.6% 등으로서 미국을 제외하면 대체로 우리보다 대체율이 낮다고 할 수 있는데 이를 근거로 우리의 국민연금 급여수준이 국제기준을 상회할 정도로 높다라는 것이다. 그러나 소득대체율에 대한 단순 비교만으로 우리의 국민연금이 급여수준면에서 다른 국가들보다 높다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왜냐하면 국민연금의 경우 수십년후 제도가 성숙기에 들어갔을 때조차 전체가입자 평균가입기간이 40년에 훨씬 못 미치는 21.7년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실제 소득대체율은 약 33%로서 40년 가입시 60% 소득대체율의 겨우 절반을 상회하는 선에 그칠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반면 앞서 언급한 선진국들의 경우에는 실제 대체율 면에서 미국 49%, 영국 37.6%, 캐나다 44.6%, 일본 44.8%, 독일 29.3%로서 독일은 제외하고는 모두 실제 대체율 면에서 우리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다.

국민연금 급여수준이 높지 않다는 관점

국민연금 급여수준이 높지 않다는 관점은 연금수급자 내지 일반 가입자를 중심으로 한 일반 국민들이 체감적으로 느끼는 것에 바탕을 둔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크게 두 가지 논거로 대별될 수 있을 것 같다.

첫째, 국민연금은 개인연금에 비해 수익률이 훨씬 높다고 정부 및 연금공단이 각종 언론매체를 통해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는데 정작 지급되는 국민연금 급여액을 보면 기대에 못 미칠 정도로 매우 낮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현재 국민연금으로부터 연금을 받고 있는 사람은 2004년 현재 약 118만명이며, 이중 노령연금 수급자는 약 93만명으로서 월평균 약 17만원의 급여액을 지급받고 있다. 그래서 단지 이러한 절대금액 기준으로 보면 국민들이 낮다고 여길 법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판단은 다분히 주관적인 판단의 성격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국민연금액의 국민연금 노령연금액은 가입기간 즉, 보험료 납부기간에 비례하여 증가하도록 설계되어 있는데 현재 연금을 수급하고 있는 거의 대부분은 이미 제도도입 당시 장년 내지 고령에 이르러 보험료 납입기간이 짧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그에 비례하여 완전연금 급여액에 삭감되기 때문이다.

만일 민간의 개인연금상품이었더라면 그나마 현재 지급받고 있는 국민연금액의 절반에도 훨신 못 미치는 금액을 받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가입기간이 짧은데서 비롯된 급여수준 문제는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점차 국민들의 가입기간이 길어질 것이기 때문에 차츰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과 공무원, 사립학교연금 비교

둘째, 국민연금 급여수준이 낮다고 할 때, 그 판단을 공무원연금이나 사립학교교직원연금의 지급액과 비교하는 것이다. 앞서 국민연금액의 월평균지급액은 17만원인데 반해 현재 공무원연금액의 월평균연금액은 154만원, 사립학교교직원연금액은 179만원이다. 이 비교에 따르면 국민연금액은 공무원연금이나 사립학교교직원연금의 9분의 1내지 10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단순비교는 다소 무리가 있다. 왜냐하면 공무원이나 사립학교교직원들은 국민연금과 퇴직금을 별도로 지급받는 일반근로자들과 달리 퇴직연금만을 받기 때문이다. 즉, 연금 급여속에 퇴직금적 성격의 급여가 함께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더욱이 이들은 일반 근로자와는 달리 중간 이직이 드문, 대부분 장기근속자들이어서 연금을 수령할 때까지 수십 년간 퇴직금에 해당하는 것을 중도에 찾아 쓴 적이 없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퇴직금제도가 이들에게도 별도로 적용된다면 수십년 근속에 해당하는 상당히 높은 퇴직금을 지급받았을 것이다. 또한 공무원이나 사립학교교직원들은 일반근로자에 비해 현재 월등히 높은 17%의 보험료율을 적용받고 있다.

이런 일반 국민과의 차이를 고려하면 공무원이나 사학연금급여액이 국민연금액보다 단순히 높다라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높은 정도가 공무원이나 사립학교교직원들의 직업상의 특수성을 고려하는 수준을 넘어서는 것이라면 즉 특혜성에 해당하는 것이 있다면 문제가 될 것이다.

그런데 일반 국민들 중 상당수는 그러한 특혜가 주어지고 있다고 믿는 것 같다. 그렇다면 정부는 이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취하지 말고 이런 기회에 특혜가 있는지 없는지를 면밀히 분석해서 밝히고 만일 특혜가 있다면 일반 국민과의 형평성 차원에서 그리고 국가권력의 행사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라도 과감히 그런 부분을 제거해야 할 것이다.

연금으로 과거 만큼의 생활이 가능할까

이상과 같이 국민연금 급여수준이 높은 지 낮은 지에 대해서는 질문의 의도와 어떤 사실에 대한 해석의 차이에 따라서 전혀 다른 해답이 나올 수 있다.

그래서 어떤 해답을 내리기 전에 우선적으로 명확히 해야 할 것은 그러한 질문이 행해진 맥락들을, 예컨대 연금급여 재원을 담당하는 근로세대의 소득에 비해 노인들에게 지급되는 연금급여 수준이 높지는 않은지 또는 연금수급권 자격을 갖추고 있더라도 여전히 빈곤하거나 빈곤선 근처의 수급자들에게는 급여수준이 너무 낮은 것은 아닌지 등등 질문의 맥락을 명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이하에서는 국민연금의 급여수준의 적절성을 과거생활수준의 유지 내지 빈곤방지 효과라는 차원에서 평가하고자 한다.

첫째, 공적연금의 목적 중에는 과거생활수준 유지가 주요 목적중의 하나인데 이러한 목적은 특히 유럽 국가들에서 강조된다. 프랑스,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등 대부분의 유럽국가들에서 공적연금은 퇴직 이전에 누리는 생활수준을 퇴직 이후에도 지속할 수 있도록 과거소득에 비례하는 형태의 연금 즉, 소득비례연금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이들 국가에서 공적연금지출은 국민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0%를 훌쩍 넘어설 정도로 매우 크고 또한 소득대체율 면에서도 매우 높은 연금급여를 지급하고 있는데 이탈리아 80%, 프랑스 70%, 오스트리아 80%인 것이다.

이들 국가들의 공적연금의 급여수준에 비추어 보면 우리나라의 국민연금 급여수준은 소득대체율면에서 60%이고, 더욱이 연공서열형태의 임금구조를 가지는 우리나라 상황에서 퇴직자들의 평균소득은 전체가입자 평균소득보다 높게 형성되는 경향이 있음을 감안하면 소득재분배 효과로 인해 60%에 미치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유럽대륙 국가들에 비해 급여수준면에서 낮다고 할 수 있다.

둘째, 전통적으로 공적연금의 목적으로서 보다 강조되는 것이 빈곤방지기능이다. 공적연금의 역사가 오래된 서구국가들에서 노인들의 빈곤율은 비노인층의 빈곤율보다 오히려 낮은 경우가 많은데 이는 대부분 공적연금의 효과로 인한 것이라고 해석될 수 있다.

전통적으로 연금의 목적은 빈곤 방지 기능

공적연금의 급여수준이 가입기간에 비례하도록 되어있어서 사회보장세를 내지 않는 기간에 대해서는 수급권이 전혀 부여되지 않으며 또한 최저연금도 실시하지 않음으로써 유럽 국가들에 비해 빈곤방지 기능이 떨어지는 미국의 공적연금 조차 연금수급자중 빈곤자가 7-8%에 그칠 정도로 빈곤방지 효과는 높은 편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국민연금제도는 노인들의 빈곤율을 방지하는데 어느 정도 기여할 것인가? 현재 국민연금은 역사가 일천하여 빈곤율 제거효과를 측정하기에는 이르지만 적어도 현행의 구조가 지속된다고 가정하면 그 효과는 크게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왜냐하면 국민연금은 소득과 가입기간에 비례하여 결정되는 구조로 되어 있어서 현재와 같이 납부예외자 및 보험료체납자, 미가입자가 대규모로 상존하고 있는 한 상당수의 사람들은 연금수급권을 획득하지 못하거나 획득하더라도 적은 액의 연금수급권만을 획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행 국민연금제도는 성숙화 단계에 진입하더라도 정규직-장기가입 근로자에게만 적절한 수준 이상의 급여를 제공해 줄 수 있을 뿐 임시직-일용직-시간제 근로자 등과 같이 저임금인 동시에 노동시장 입퇴출이 빈번한 비정규직근로자, 여성 근로자들에게는 최저생계를 영위할 수 있는 수준의 급여조차 보장해 주지 못한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이들에게 있어서 40년 가입 평균소득자를 전체가입자를 대표하는 전형적인 인물로 내세워 60%의 소득대체율을 보장한다는 국민연금의 약속은 신기루에 지나지 않는 허상이라고밖에 할 수 없을 것이다.
권문일/ 덕성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2004/08/10 00:00 2004/08/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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