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국민연금,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풀 것인가 4] 국민연금, 미래세대의 가혹한 부담인가?
월간 복지동향/2004 :
2004/08/10 00:00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바 있는 ‘나라야마 부시코’라는 일본 영화를 기억할 것이다. 영화에서는 식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마을에서 70세가 되면 노인 스스로 ‘사회적 죽임’을 받아들인다. 젊은 세대의 생존을 위해 부족한 식량을 소비하는 ‘입’ 하나를 스스로 제거하는 것이다. 칠순이 되어가는 할머니 ‘오린’은 스스로 돌절구에 이를 부딪쳐 얼굴을 피투성이로 만들기도 한다. 쇠약해져 어차피 죽을 것이니 살아있는 노인을 죽이는데 도덕적 부담을 갖지 말라는 것이다. 칠순이 되는 해에 할머니 ‘오린’은 아들 ‘다츠헤이’의 등에 업혀 눈내리는 ‘나라야마’ 정상에 오른다. ‘다츠헤이’는 ‘고려장’을 당해 인골이 나뒹구는 ‘나라야마’ 정상에서 얼어 죽는 것을 순순히 받아들이는 칠순의 노모를 내려놓고 묵묵히 내려온다. 이 영화에서는 노동력을 상실한 노인에 대한 사회적 처우라는 잔인하지만 피할 수 없는 인간공동체의 원초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국민연금은 이러한 원초적 질문을 해결하기 위해 인간공동체가 만들어낸 역사적 산물중의 하나이다.
국민연금은 인간공동체가 만들어낸 역사적 산물
국민연금은 일단 가입해서 보험료를 내고, 연금을 받기 시작하여 평균수명까지 살면 납부한 보험료 총액의 평균 2배 정도의 연금을 받도록 설계되어 있다. 물론 평균수명보다 오래 살면 받아가는 연금총액은 더 많아진다. 필자가 아는 어떤 분은 65세가 안된 99년 4월에 국민연금에 가입하여 2004년 3월까지 5년동안 약 300만원의 연금보험료를 납부하였다.
올해 4월부터 국민연금을 받기 시작한 이 분이 5년 생존할 경우 받는 연금총액은 약 530만원이고, 10년 생존할 경우 약 1천만원, 20년을 생존할 경우 2004년의 화폐가치로 2천 1백만원을 받게 된다. 물론 20년 이상 생존하면 10배 정도의 연금을 받게된다. 납부한 보험료에 이자정도를 되돌려 받는 사보험의 원리에 비추어보면 국민연금은 완전한 ‘사기’에 해당된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사기’가 아니다. 인간공동체가 노인을 부양하는 자연스러운 하나의 방식이다. 그 이유를 보자.
국민연금의 세대간 부양 원리를 이해하기 위해 편의상 지금의 영유아와 10대, 20대를 ‘012세대’, 이미 노동시장에 진입하여 연금보험료를 납부하는 30대~50대를 ‘345세대’, 그리고 은퇴했지만 연금을 못 받고 있는 60대~80대를 ‘678세대’로 부르고(물론 678세대의 일부는 앞에서 본 것처럼 국민연금을 받고 있다) 국민연금에서 세대별 부담이 어떻게 나타나는가를 보자.
국민연금이 가지고 있는 세대간 노인부양의 공평성 문제
약 500만명 정도되는 한국의 678세대 중 국민연금을 받는 인구는 약 100만명이다. 나머지 400만명은 한국이 이 정도 먹고사는데 기여했지만 막상 국민연금 한푼도 받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연금을 받는 일부 678세대는 국민연금을 통해 엄청난 ‘특혜’를 받는 것이다.
연금을 받는 678세대보다는 못하지만 345세대 역시 곧 국민연금을 받게 될 것이며, 이들 역시 납부한 보험료보다 훨씬 많은 연금을 받는 ‘특혜’를 누리게 된다. 특히 345세대는 국민연금 초기에 가입해서 자기소득의 1.5%에서 4.5% 정도의 낮은 보험료를 부담했기 때문에 앞으로 받게될 연금총액을 비교하면 상당한 이득을 보는 것이다.
국민연금기금이 고갈되는 이유는 기금투자를 잘못해서 원금을 ‘날려버렸기’ 때문이 아니라 모든 가입자가 자기가 낸 보험료보다 많은 훨씬 많은 연금을 타가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012세대는 345세대 만큼의 특혜를 받지 않을 것이다. 012세대는 노동시장에 들어오자 마자 최소한 4.5%의 보험료를 내고, 이들이 345세대로 진입하는 시기에는 최대한 자기 소득의 10%까지 연금보험료를 납부하게 될 것이다. 즉 345세대의 높은 연금수준을 보장하기 위해 012세대는 345세대보다 훨씬 많은 보험료를 납부해야 한다. 여기서 세대간 연금부담(노인부양)의 공평성 문제가 제기된다. 실제로 345세대에게 지금처럼 평생소득의 60%를 연금으로 주려면 012세대의 본인 부담 보험료는 단계적으로 올라 2030년부터 자기 소득의 10% 정도를 부담해야 한다. 연금액을 50% 수준으로 내려도 012세대는 자기소득의 약 8%를 부담해야 한다.
미래세대가 우리보다 연금을 더 많이 내야하는 이유
국민연금의 이러한 세대간 부담의 불공평성에 대해 일부 학자들은 345세대의 높은 연금을 위해 012세대에게 높은 보험료를 강요하는 345세대의 ‘집단적 도둑질’에 가깝다고 주장한다. 이들에 의하면 345세대는 의사결정 능력이 없는 012세대의 돈을 미리 ‘갈취’하는 부도덕한 집단이다. 그럴듯해 보이는 이 주장의 결론은 후세대의 부담을 낮추기 위해 현세대의 연금을 50%, 심지어는 40%로 낮추어 012세대가 갈취당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즉, 후세대의 과중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345세대들이 연금을 덜 받고, 보험료를 더 내야한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가 연금급여를 60%에서 50%로 인하하고, 본인 부담 보험료를 4.5%에서 8%로 단계적으로 늘리는 국민연금법을 개정안을 제출한 것도 결국 후세대의 부담이 과중하다는 논리에 기반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후세대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345세대들이 ‘더 내고 덜 받는’ 정부의 연금법 개정안을 수용해야 하는 것일까 ? 그렇치는 않다. 012세대와 아직 태어나지 않은 세대들이 345세대와 678세대보다 많은 연금보험료를 부담해야 하는 정당한 역사적 근거가 있다. 한국의 345세대는 노인부양의 역사적 관점에서 볼 때 ‘이중부담’(double- payment) 이라는 독특한 딜레마를 갖고 있다. 345세대는 스스로 노후를 준비할 수 없었던 678세대를 사적으로 부양해야 하고, 동시에 자신의 노후도 준비해야 한다.
한번 생각해보자.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의 평균 소득은 1백44만원인데 40대 남성이 4.5%의 연금 보험료를 내면 대략 6만5천원이다. 이 사람이 부모에게 생활비로 매달 10만원을 보낸다면 이는 6.9%의 보험료에 해당한다. 결국 이 사람은 4.5%가 아닌 소득의 11.4%(4.5%+6.9%)를 부모와 자신의 노후준비를 위해 부담하는 것이다. 그러나 012세대는 자신들의 부모 세대인 345세대가 연금을 받게 되므로 ‘이중부담’ 없이 자신의 노후만 부담하면 된다. 따라서 345세대의 과중한 이중 부담을 012세대가 덜어줄 필요가 있으며 이런 의미에서 012세대의 보험료 부담은 정당한 것이다.
미래세대의 연금 부담은 노인부양의 세대간 부담원리에 따른 역사적 부채
98년도 국민연금법을 개정하여 연금급여를 70%에서 60%로 낮추었는데, 이는 후세대의 보험료를 4%-5%정도 낮춰주는 효과가 있다. 또한 국민연금기금 1백 20조원 가운데 현세대가 낸 보험료를 투자하여 얻은 수익금이 40조원에 달하고 있다.
현세대가 낸 보험료로 벌어들인 이 막대한 돈은 012세대가 부담해야 할 보험료를 그만큼 낮춰주는 것이다. 012세대와 아직 태어나지 않은 미래세대가 345세대가 이룩한 경제성장의 혜택을 누리게 된다면 과연 연금 보험료의 추가적 부담이 그토록 원망스러운 것일까?
결국 현행 국민연금제도가 678세대와 345세대 등 초기가입자에게 상당한 특혜를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은 노인부양의 세대간 부담에서 볼 때 그런 대우를 받을만한 역사적 정당성이 있으며, 이것이 후세대를 ‘갈취’하는 성격은 아니라는 것이다.
012세대의 추가적 보험료 부담은 먹을 것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나라야마 부시코’의 상황이 나타나지 않은 이상 노인부양의 세대간 부담 원리에 따라 그들이 짊어져야 할 ‘역사적 부채’인 것이다.
국민연금이 노인부양의 세대간 분담 원리에 따라 설계된 정당한 제도라 하더라도 한 가지 딜레마가 존재한다. 국민연금은 소득수준과 상관없이 사망할 때까지 연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보험료 납부 기간이 동일해도 평균수명이 긴 사람이 더욱 많은 연금을 타가게 된다.
만약 가난한 사람들의 평균수명이 부자보다 길다면 국민연금을 통해 가난한 사람들이 더 혜택을 보게 되며 반대인 경우는 부자가 더 혜택을 보게 된다. 부자들의 평균수명이 가난한 사람보다 길다는 점은 상식적으로 추론해 볼수 있고, 이런 현상을 보고한 연구들도 있다. 반면 대체로 소득이 낮은 한국의 농촌 노인들의 평균수명이 도시노인보다 훨씬 더 길다는 확실한 증거도 있다.
국민연금은 후세대에게 가혹한 부담을 주는 제도가 아니다
노후빈곤의 방지를 사회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연금제도의 목적과 계층간 평균수명의 차이로 부자들이 혜택을 보는 상황이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물론 이것은 공적연금제도 뿐만 아니라 민간보험에서도 나타나는 문제이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해 국민연금제도는 나름대로의 훌륭한 방어 장치를 갖고 있다. 국민연금은 저소득층일수록 연금액의 소득대체율이 높고, 고소득층일수록 낮아서 부자들보다 가난한 사람들이 훨씬 많은 혜택을 받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먹는 문제에서 해방된 문명화된 현대사회에서 노인들을 ‘나라야마’ 정상으로 몰아넣어 ‘사회적 죽임’을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이다. 노인들을 미래세대의 행복을 위협하는 집단으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날 우리가 향유하고 있는 그리고 미래세대가 향유할 물질적 부의 기초를 놓는데 노력하고 희생한 사람으로 생각한다면 국민연금에서의 세대간 부담 문제를 우리의 미래세대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현행 국민연금제도는 후세대에게 가혹한 부담을 주는 제도가 결코 아니다. 인류가 생긴 이래로 노인들은 젊은 세대가 생산한 부의 일부를 소비하며 노후를 살아왔다. 국민연금에서 노인들이 차지하는 몫은 후세대의 삶을 결정적으로 위협할 정도로 결코 크지 않다. 다가오는 노령화사회에서 노인세대와 젊은세대가 어떻게 같이 공존할 수 있을까에 대한 진지하고 솔직한 토론이 있어야 한다. 인간사회에서 장수는 ‘사회적 재앙’이 아닌 ‘축복’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국민연금은 인간공동체가 만들어낸 역사적 산물
국민연금은 일단 가입해서 보험료를 내고, 연금을 받기 시작하여 평균수명까지 살면 납부한 보험료 총액의 평균 2배 정도의 연금을 받도록 설계되어 있다. 물론 평균수명보다 오래 살면 받아가는 연금총액은 더 많아진다. 필자가 아는 어떤 분은 65세가 안된 99년 4월에 국민연금에 가입하여 2004년 3월까지 5년동안 약 300만원의 연금보험료를 납부하였다.
올해 4월부터 국민연금을 받기 시작한 이 분이 5년 생존할 경우 받는 연금총액은 약 530만원이고, 10년 생존할 경우 약 1천만원, 20년을 생존할 경우 2004년의 화폐가치로 2천 1백만원을 받게 된다. 물론 20년 이상 생존하면 10배 정도의 연금을 받게된다. 납부한 보험료에 이자정도를 되돌려 받는 사보험의 원리에 비추어보면 국민연금은 완전한 ‘사기’에 해당된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사기’가 아니다. 인간공동체가 노인을 부양하는 자연스러운 하나의 방식이다. 그 이유를 보자.
국민연금의 세대간 부양 원리를 이해하기 위해 편의상 지금의 영유아와 10대, 20대를 ‘012세대’, 이미 노동시장에 진입하여 연금보험료를 납부하는 30대~50대를 ‘345세대’, 그리고 은퇴했지만 연금을 못 받고 있는 60대~80대를 ‘678세대’로 부르고(물론 678세대의 일부는 앞에서 본 것처럼 국민연금을 받고 있다) 국민연금에서 세대별 부담이 어떻게 나타나는가를 보자.
국민연금이 가지고 있는 세대간 노인부양의 공평성 문제
약 500만명 정도되는 한국의 678세대 중 국민연금을 받는 인구는 약 100만명이다. 나머지 400만명은 한국이 이 정도 먹고사는데 기여했지만 막상 국민연금 한푼도 받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연금을 받는 일부 678세대는 국민연금을 통해 엄청난 ‘특혜’를 받는 것이다.
연금을 받는 678세대보다는 못하지만 345세대 역시 곧 국민연금을 받게 될 것이며, 이들 역시 납부한 보험료보다 훨씬 많은 연금을 받는 ‘특혜’를 누리게 된다. 특히 345세대는 국민연금 초기에 가입해서 자기소득의 1.5%에서 4.5% 정도의 낮은 보험료를 부담했기 때문에 앞으로 받게될 연금총액을 비교하면 상당한 이득을 보는 것이다.
국민연금기금이 고갈되는 이유는 기금투자를 잘못해서 원금을 ‘날려버렸기’ 때문이 아니라 모든 가입자가 자기가 낸 보험료보다 많은 훨씬 많은 연금을 타가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012세대는 345세대 만큼의 특혜를 받지 않을 것이다. 012세대는 노동시장에 들어오자 마자 최소한 4.5%의 보험료를 내고, 이들이 345세대로 진입하는 시기에는 최대한 자기 소득의 10%까지 연금보험료를 납부하게 될 것이다. 즉 345세대의 높은 연금수준을 보장하기 위해 012세대는 345세대보다 훨씬 많은 보험료를 납부해야 한다. 여기서 세대간 연금부담(노인부양)의 공평성 문제가 제기된다. 실제로 345세대에게 지금처럼 평생소득의 60%를 연금으로 주려면 012세대의 본인 부담 보험료는 단계적으로 올라 2030년부터 자기 소득의 10% 정도를 부담해야 한다. 연금액을 50% 수준으로 내려도 012세대는 자기소득의 약 8%를 부담해야 한다.
미래세대가 우리보다 연금을 더 많이 내야하는 이유
국민연금의 이러한 세대간 부담의 불공평성에 대해 일부 학자들은 345세대의 높은 연금을 위해 012세대에게 높은 보험료를 강요하는 345세대의 ‘집단적 도둑질’에 가깝다고 주장한다. 이들에 의하면 345세대는 의사결정 능력이 없는 012세대의 돈을 미리 ‘갈취’하는 부도덕한 집단이다. 그럴듯해 보이는 이 주장의 결론은 후세대의 부담을 낮추기 위해 현세대의 연금을 50%, 심지어는 40%로 낮추어 012세대가 갈취당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즉, 후세대의 과중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345세대들이 연금을 덜 받고, 보험료를 더 내야한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가 연금급여를 60%에서 50%로 인하하고, 본인 부담 보험료를 4.5%에서 8%로 단계적으로 늘리는 국민연금법을 개정안을 제출한 것도 결국 후세대의 부담이 과중하다는 논리에 기반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후세대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345세대들이 ‘더 내고 덜 받는’ 정부의 연금법 개정안을 수용해야 하는 것일까 ? 그렇치는 않다. 012세대와 아직 태어나지 않은 세대들이 345세대와 678세대보다 많은 연금보험료를 부담해야 하는 정당한 역사적 근거가 있다. 한국의 345세대는 노인부양의 역사적 관점에서 볼 때 ‘이중부담’(double- payment) 이라는 독특한 딜레마를 갖고 있다. 345세대는 스스로 노후를 준비할 수 없었던 678세대를 사적으로 부양해야 하고, 동시에 자신의 노후도 준비해야 한다.
한번 생각해보자.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의 평균 소득은 1백44만원인데 40대 남성이 4.5%의 연금 보험료를 내면 대략 6만5천원이다. 이 사람이 부모에게 생활비로 매달 10만원을 보낸다면 이는 6.9%의 보험료에 해당한다. 결국 이 사람은 4.5%가 아닌 소득의 11.4%(4.5%+6.9%)를 부모와 자신의 노후준비를 위해 부담하는 것이다. 그러나 012세대는 자신들의 부모 세대인 345세대가 연금을 받게 되므로 ‘이중부담’ 없이 자신의 노후만 부담하면 된다. 따라서 345세대의 과중한 이중 부담을 012세대가 덜어줄 필요가 있으며 이런 의미에서 012세대의 보험료 부담은 정당한 것이다.
미래세대의 연금 부담은 노인부양의 세대간 부담원리에 따른 역사적 부채
98년도 국민연금법을 개정하여 연금급여를 70%에서 60%로 낮추었는데, 이는 후세대의 보험료를 4%-5%정도 낮춰주는 효과가 있다. 또한 국민연금기금 1백 20조원 가운데 현세대가 낸 보험료를 투자하여 얻은 수익금이 40조원에 달하고 있다.
현세대가 낸 보험료로 벌어들인 이 막대한 돈은 012세대가 부담해야 할 보험료를 그만큼 낮춰주는 것이다. 012세대와 아직 태어나지 않은 미래세대가 345세대가 이룩한 경제성장의 혜택을 누리게 된다면 과연 연금 보험료의 추가적 부담이 그토록 원망스러운 것일까?
결국 현행 국민연금제도가 678세대와 345세대 등 초기가입자에게 상당한 특혜를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은 노인부양의 세대간 부담에서 볼 때 그런 대우를 받을만한 역사적 정당성이 있으며, 이것이 후세대를 ‘갈취’하는 성격은 아니라는 것이다.
012세대의 추가적 보험료 부담은 먹을 것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나라야마 부시코’의 상황이 나타나지 않은 이상 노인부양의 세대간 부담 원리에 따라 그들이 짊어져야 할 ‘역사적 부채’인 것이다.
국민연금이 노인부양의 세대간 분담 원리에 따라 설계된 정당한 제도라 하더라도 한 가지 딜레마가 존재한다. 국민연금은 소득수준과 상관없이 사망할 때까지 연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보험료 납부 기간이 동일해도 평균수명이 긴 사람이 더욱 많은 연금을 타가게 된다.
만약 가난한 사람들의 평균수명이 부자보다 길다면 국민연금을 통해 가난한 사람들이 더 혜택을 보게 되며 반대인 경우는 부자가 더 혜택을 보게 된다. 부자들의 평균수명이 가난한 사람보다 길다는 점은 상식적으로 추론해 볼수 있고, 이런 현상을 보고한 연구들도 있다. 반면 대체로 소득이 낮은 한국의 농촌 노인들의 평균수명이 도시노인보다 훨씬 더 길다는 확실한 증거도 있다.
국민연금은 후세대에게 가혹한 부담을 주는 제도가 아니다
노후빈곤의 방지를 사회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연금제도의 목적과 계층간 평균수명의 차이로 부자들이 혜택을 보는 상황이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물론 이것은 공적연금제도 뿐만 아니라 민간보험에서도 나타나는 문제이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해 국민연금제도는 나름대로의 훌륭한 방어 장치를 갖고 있다. 국민연금은 저소득층일수록 연금액의 소득대체율이 높고, 고소득층일수록 낮아서 부자들보다 가난한 사람들이 훨씬 많은 혜택을 받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먹는 문제에서 해방된 문명화된 현대사회에서 노인들을 ‘나라야마’ 정상으로 몰아넣어 ‘사회적 죽임’을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이다. 노인들을 미래세대의 행복을 위협하는 집단으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날 우리가 향유하고 있는 그리고 미래세대가 향유할 물질적 부의 기초를 놓는데 노력하고 희생한 사람으로 생각한다면 국민연금에서의 세대간 부담 문제를 우리의 미래세대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현행 국민연금제도는 후세대에게 가혹한 부담을 주는 제도가 결코 아니다. 인류가 생긴 이래로 노인들은 젊은 세대가 생산한 부의 일부를 소비하며 노후를 살아왔다. 국민연금에서 노인들이 차지하는 몫은 후세대의 삶을 결정적으로 위협할 정도로 결코 크지 않다. 다가오는 노령화사회에서 노인세대와 젊은세대가 어떻게 같이 공존할 수 있을까에 대한 진지하고 솔직한 토론이 있어야 한다. 인간사회에서 장수는 ‘사회적 재앙’이 아닌 ‘축복’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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