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국민연금,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풀 것인가 7] 국민연금기금, 과잉적립 아닌가?
월간 복지동향/2004 :
2004/08/10 00:00
국민연금기금의 규모는 2003년도 12월 31일 시점에서 112조 2695억원에 달했다. 작년 우리나라 일반회계 추경예산이 115조를 약간 웃돌았으니 거의 정부예산에 해당하는 규모의 국민연금기금이 존재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대규모의 기금은 2004년 5월 말에는 어느새 121조원으로 늘어났고 GDP의 약 16% 수준에 육박하게 되었다. 국민연금기금에 대한 장기재정추계에 의하면, 지금대로라면 이 기금은 2035년까지 계속 불어나 무려 1715조원 가량이 되었다가, 단 12년만인 2047년에 허망하게도 그 바닥을 드러내 소위 ‘기금고갈’시점을 맞이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연금기금이 이렇게나 빨리 고갈된다는 사실에 놀란다. “나의 노후에 그럼 연금을 받지 못한다는 것인가?”라는 불안감이 밀려오고, 이런 ‘엉터리’ 제도-사실은 연금제도 설계상 기금의 고갈은 예정된 것임에도 불구하고-를 위해 보험료를 낼 기분이 사라지는 것이 당연하다. 물론, 정부가 보증하고 후세대에 의해 그 재원이 계속 투입된다는 사실에 의해서도 이러한 불안한 심정은 쉽게 가시지 않을 정도로 그 놀라움의 충격파는 크다.
연금, 2035년에 무려 1715조원 적립
그러나 우리가 놀라야 하는 또 다른 한가지는 이렇게나 많은 적립금을 우리가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만일 이러한 막대한 규모의 연금기금을 잘 관리하고 아울러 그 중 일부 적정규모에 해당하는 기금을 오랜동안 가져갈 수 있다면 후세대의 부담을 그만큼 상대적으로 줄여줌은 물론 연금제도의 안정적 유지가 가능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갖게 하는 동시에 이미 일찍이 연금기금을 고갈시킨 선진국에 비해 매우 유리한 여건 속에서 국민의 노후를 보장하게 되는 것이다. 그뿐이 아니다. 이러한 연금기금을 활용하여 한국기업, 나아가 한국경제의 허약한 체질을 개선하고 시정할 수만 있다면 이는 무엇으로도 잴 수 없는 엄청난 국익으로 연결될 것이다.
지금 한국경제에서 가장 고질적으로 이야기되고 있는 기업지배구조개선에 연금기금이 기여할 수 있다면 이것이야말로 일거양득 아니겠는가? 물론 연금기금이 이러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몇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그 가운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연금기금의 성격에 대해서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것이다. 도대체 연금기금운영의 원칙을 수익성에 맞출 것인지, 공공성에 맞출 것인지 아니면 안정성에 맞출 것인지, 이 중 어느 것 하나만을 추구할 수 없다면 이들 간에 결합비율을 얼마로 보아야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말하는 것이다.
연금 기금 운영 원칙의 사회적 합의가 필요
사실은 이 세가지는 결코 한꺼번에 달성되지 않는다. 수익성에 맞추려면 위험도가 높은 자산을 많이 사야한다. 주식은 물론이고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에도 좀더 과감히 손대야한다. 그리고 부동산으로도. 그러나 이러한 행위는 도덕적으로 용납되지 않을뿐더러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결코 내국인들간의 제로섬 게임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에 직면한다. 그렇다면 아예 외국의 금융자본과 상대하여 선물환시장 등에까지 손대는 일이 벌어지고 만다.
공공성이 기준이라면 연금기금을 통해 국가경제 및 국민생활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용도에 수익성에 크게 개의치 않고 연금기금을 사용해야한다. 각종 사회복지사업과 사회간접자본 확충에 투자하도록 해야 한다.
노인양로시설을 짓고, 미래의 노동계층인 영유아를 위한 보육시설 확충에 저리 융자를 행하고, 굵직한 국책사업 진행을 위한 정부의 국채발행에 연기금이 과감히 투자되도록 한다. 심지어 공공주택 건설에 연기금을 투여하여 국민들의 주거비용을 줄여 주는 정책에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만일 안정성이 기준이라면, 연금기금은 실질가치 정도만을 보전하도록 하고 위험도 있는 자산에의 투자를 극히 제한하도록 한다. 주식에의 투자는 기본적으로 금지하고 안정적이며 신용도가 뛰어난 채권, 그중에서도 국채 중심으로 기금을 운용한다. 비록 좀더 다양한 투자종목으로 분산시킨다하더라도 목표 수익률 자체를 높게 잡지 않아 굳이 위험한 투자를 하지 않도록 기금운용을 통제하는 방법으로 얼마든지 가능하다.
수익성에 맞춰져 있는 현재의 연금기금 운용
지금으로서는 그동안의 기금고갈에 대한 우려와 기금운용 관리에 대한 국민 불신으로 말미암아 수익률을 높이는 투자방식에 상대적으로 강조가 많이 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연금기금의 공공성과 안정성도 의미가 매우 크지 않을 수 없다. 일례로 미국 캘리포니아주정부의 연금기금은 국채만을 사도록 제한하고 있기도 하다.
현재 우리나라 연기금은 공공성을 지닌 사회복지사업으로는 0.4%만을 사용하고 있다. 안정성과 공공성을 고려했다고 볼 수 있는 공공예탁금은 현재로서는 폐지된 상태이지만 과거 정부에 의해 예탁된 뒤 아직 회수되지 않은 금액만이 남아있는데 이것이 전체 투자액의 13.6%에 달한다. 나머지 87.0%가 모두 금융시장으로 투입된다. 따라서 우리의 연금기금은 수익성에 최대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셈이다. 국민연금법이 1999년에 전면 개정되기 전에는 정부가 공공예탁금의 형태로 상대적으로 낮은 이자율로 연금기금을 축내었고 그 결과 1988년부터 1999년까지의 총누적 수익율이 388.8%이었으나 이때까지의 GDP 누적상승율은 437.0%이어서 연기금이 경제성장에 따른 실질가치를 유지하는 데에 실패했었다.
그러나 2000년부터는 공공예탁금에 의한 강제투입 대신 국채 형태로 투자하면서 이조차 신규발행시장에서 경쟁구매를 하는 형태로 바뀌면서 수익률도 GDP 누적증가율 27.3%를 웃도는 27.6%에 달하게 된다.
한국경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뇌관’
그간 금융시장 여건이 좋지 않아 저이자율 시대가 도래했고 주식시장 경기가 아직도 침체를 벗어나지 못한 점을 생각할 때 새로운 연금기금운용체제가 긍정적인 성과를 보이는 것이라 평가 할 수 있다. 그러나 DJ 정부 이전 강제 예탁시대의 문제점과 장래의 기금고갈을 생각하여 국민연금기금을 수익성 위주로 관리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이미 국민연금 기금의 투자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우리나라 전체 채권시장의 13.5%, 전체 주식시장의 2.3%를 차지하고 있다.
좀더 안정적인 금융상품인 채권을 선호함으로써 연금기금에서 사들인 채권의 시장점유도는 작년에 비해 4.3%p 증가했다. 이런 속도라면 20년 내에 우리나라 채권 전체를 국민연금 기금이 다 사들이는 극단적 상황도 상상해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이 엄청난 국민연금기금을 어떻게 선용하느냐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국민연금기금을 단순히 미래의 지급보증용의 축장된 자금으로만 볼 수 없다. 한국경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뇌관’이 아닐 수 없다.
연금의 사회적 합의체인 기금운용위원회가 해야할 일
그러기에 연금기금과 관련된 여러 주체, 즉 노동자집단, 경영자집단, 자영자집단, 시민단체, 정부 등이 주요한 투자 방향과 원칙에 대해 합의하고 금융 및 투자전문가가 이를 실현하는 구도가 굳건히 확립되어야 한다. 바로 그 중심에 연금에 관한 한 최고의 사회적 합의체인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가 있게 된다. 이 위원회에서는 한국의 거시경제에 대한 기금의 영향력을 객관적으로 검토하고 적절한 기금액이 유지되도록 하며 향후 예상되는 연금지급액과 보험료율 사이의 관계를 따져 기금운영의 목표 수익률이 얼마여야 하는지를 결정하여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목표 수익률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기금의 분산투자방법을 제시한다. 이러한 작업은 매우 전문적이고 정교한 틀에 의해 분석되어지고 검토되어져야 하는 것으로서 결코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또 항시적인 재정재계산 시스템을 갖추어 향후 수십년후의 예상치를 전망하는 실력을 지속적으로 축적해 나가면서 사회·경제 변수들의 변화로 인한 구체적인 목표치의 변경 가능성을 감지하고 이를 통해 세밀한 조정(fine-tuning)을 해나가면 안정적인 운영이 이루어질 수 있다.
연금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방법
특히 기금의 적립액 자체를 현재 구도를 단순 연장했을 때 2047년 고갈되게 되어있는 것을 적절히 수정하여 의미있는 적정규모를 유지시켜 나가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다. 이번에 엄청난 국민의 저항을 받았던 정부의 연금제도 개정안도 2070년까지 연간연금지급액의 2배수준이 쌓여있는 상태를 상정하여 결론을 내었던 것이다. 이를 기본가정 상 2배로 할 수도 있고 5배로, 아니면 10배로 할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그동안 우리 사회 안에 장기추계에 대한 경험이나 실력이 쌓이지도 않은 시점에서, 즉 5년마다의 연금재정 재계산제도가 도입된 지 첫 번째의 시도를 행한 시점에서 무수히 불확실한 변수를 도입할 수밖에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토대로 도출된 결과를 그대로 인정하여 대폭적인 연금지급액 삭감과 보험료율 인상을 밀어붙였다는 점에서 무리가 아닐 수 없었다.
이는 국민의 연금에 대한 부정적 정서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행정관료의 만용이었으며, 장기재정추계의 의미를 맹신한 행정관료의 단순성을 여지없이 보여준 희대의 ‘사건’으로 길이 기록되기에 충분하다.
경제와 사회의 건강성 회복 위한 수단으로서 연금
물론 아직도 행정부는 이러한 만용과 단순함을 버리지 못하고 여전히 자신들의 결론을 관철시켜야 한다고 다시 17대 국회에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제출해 놓은 상태이지만 말이다. 아울러 여기서 한가지 생각해 보아야 하는 것은 적립되어 가는 기금의 분산비율만이 아니라 그 활용효과이다. 연금기금은 분명히 우리 경제와 사회의 건강성을 회복하는 주요 수단이 되어야 한다. 이렇게 볼 때 자연스럽게 중요하게 확보되어야 하는 조건이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를 ‘가입자에 의한, 가입자를 위한, 가입자의’ 위원회가 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 표현은 원칙을 강조하기 위해 조금은 과장해 본 표현이다.
제도 운영의 최종 책임자인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고 기금의 운용을 실질적으로 가능하게 할 전문가의 참여도 중요하다. 또한 가입자들의 이기주의에 의해 연금의 백년대계가 그르쳐질 가능성을 통제하는 장치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연금기금을 둘러싼 가입자들 내의 동의와 신뢰가 바탕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것이다. 바로 그 동의와 신뢰를 얻어내는 사회적 합의틀로서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가 작동해야한다.
기금운용위원회 운영의 공정성과 철저한 관리 감독
그리고 이 위원회는 가입자들의 ‘참여민주주의’가 실현되는 상설화된 기구로서 정부의 특별행정조직이 되어 정부의 명운을 걸고 가장 공정하고 엄격하게 운영되어야 한다. 아울러 이 위원회는 금융부문을 통해 연금기금의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설립된 기금운용본부에 대해 철저히 관리하고 감독하는 역할도 수행하여야 한다. 또한 기금의 재정상황에 대해 상시적으로 분석하고 개선책을 도출하여 정부와 국회와 동의 절차를 거쳐 기금운영에 대한 최선의 해법을 밟아나가야 한다. 기금운용위원회를 통한 기금의 민주적이고도 투명한 운영이 보장되면서 국민들은 적어도 기금관리에 대해 신뢰하게 되고 미래의 시점에서 급여가 안정되게 지급될 것임을 믿게 된다.
또한 국민연금이 여타의 민간 연금보험상품에 비해 확실히 우월한 제도임을 이해하게 되고 이를 자신의 노후보장대책의 가장 든든한 기본 축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여기에 국민들은 이 제도가 우리사회의 통합을 위해 소득재분배기능까지 있음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따라서 재정의 유지와 안정을 위해 보험료의 상승에 대해 기꺼이 수용하게 된다. 주요 선진국들이 20%에 육박하는 보험료율을 받아들이게 되는 과정을 우리도 밟게 되는 것이다.
바로 이런 시나리오의 실현여부는 현재의 연금기금을 얼마나 잘 선용하느냐와 직결되어있다. 쌓여나가는 엄청난 규모의 연금기금!
우리에게 독이 될 것인지, 약이 될 것인지는 우리의 선택사항이고 그 시작은 기금운용과정에서의 참여민주주의와 전문성의 확립이라 할 수 있겠다.
연금, 2035년에 무려 1715조원 적립
그러나 우리가 놀라야 하는 또 다른 한가지는 이렇게나 많은 적립금을 우리가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만일 이러한 막대한 규모의 연금기금을 잘 관리하고 아울러 그 중 일부 적정규모에 해당하는 기금을 오랜동안 가져갈 수 있다면 후세대의 부담을 그만큼 상대적으로 줄여줌은 물론 연금제도의 안정적 유지가 가능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갖게 하는 동시에 이미 일찍이 연금기금을 고갈시킨 선진국에 비해 매우 유리한 여건 속에서 국민의 노후를 보장하게 되는 것이다. 그뿐이 아니다. 이러한 연금기금을 활용하여 한국기업, 나아가 한국경제의 허약한 체질을 개선하고 시정할 수만 있다면 이는 무엇으로도 잴 수 없는 엄청난 국익으로 연결될 것이다.
지금 한국경제에서 가장 고질적으로 이야기되고 있는 기업지배구조개선에 연금기금이 기여할 수 있다면 이것이야말로 일거양득 아니겠는가? 물론 연금기금이 이러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몇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그 가운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연금기금의 성격에 대해서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것이다. 도대체 연금기금운영의 원칙을 수익성에 맞출 것인지, 공공성에 맞출 것인지 아니면 안정성에 맞출 것인지, 이 중 어느 것 하나만을 추구할 수 없다면 이들 간에 결합비율을 얼마로 보아야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말하는 것이다.
연금 기금 운영 원칙의 사회적 합의가 필요
사실은 이 세가지는 결코 한꺼번에 달성되지 않는다. 수익성에 맞추려면 위험도가 높은 자산을 많이 사야한다. 주식은 물론이고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에도 좀더 과감히 손대야한다. 그리고 부동산으로도. 그러나 이러한 행위는 도덕적으로 용납되지 않을뿐더러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결코 내국인들간의 제로섬 게임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에 직면한다. 그렇다면 아예 외국의 금융자본과 상대하여 선물환시장 등에까지 손대는 일이 벌어지고 만다.
공공성이 기준이라면 연금기금을 통해 국가경제 및 국민생활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용도에 수익성에 크게 개의치 않고 연금기금을 사용해야한다. 각종 사회복지사업과 사회간접자본 확충에 투자하도록 해야 한다.
노인양로시설을 짓고, 미래의 노동계층인 영유아를 위한 보육시설 확충에 저리 융자를 행하고, 굵직한 국책사업 진행을 위한 정부의 국채발행에 연기금이 과감히 투자되도록 한다. 심지어 공공주택 건설에 연기금을 투여하여 국민들의 주거비용을 줄여 주는 정책에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만일 안정성이 기준이라면, 연금기금은 실질가치 정도만을 보전하도록 하고 위험도 있는 자산에의 투자를 극히 제한하도록 한다. 주식에의 투자는 기본적으로 금지하고 안정적이며 신용도가 뛰어난 채권, 그중에서도 국채 중심으로 기금을 운용한다. 비록 좀더 다양한 투자종목으로 분산시킨다하더라도 목표 수익률 자체를 높게 잡지 않아 굳이 위험한 투자를 하지 않도록 기금운용을 통제하는 방법으로 얼마든지 가능하다.
수익성에 맞춰져 있는 현재의 연금기금 운용
지금으로서는 그동안의 기금고갈에 대한 우려와 기금운용 관리에 대한 국민 불신으로 말미암아 수익률을 높이는 투자방식에 상대적으로 강조가 많이 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연금기금의 공공성과 안정성도 의미가 매우 크지 않을 수 없다. 일례로 미국 캘리포니아주정부의 연금기금은 국채만을 사도록 제한하고 있기도 하다.
현재 우리나라 연기금은 공공성을 지닌 사회복지사업으로는 0.4%만을 사용하고 있다. 안정성과 공공성을 고려했다고 볼 수 있는 공공예탁금은 현재로서는 폐지된 상태이지만 과거 정부에 의해 예탁된 뒤 아직 회수되지 않은 금액만이 남아있는데 이것이 전체 투자액의 13.6%에 달한다. 나머지 87.0%가 모두 금융시장으로 투입된다. 따라서 우리의 연금기금은 수익성에 최대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셈이다. 국민연금법이 1999년에 전면 개정되기 전에는 정부가 공공예탁금의 형태로 상대적으로 낮은 이자율로 연금기금을 축내었고 그 결과 1988년부터 1999년까지의 총누적 수익율이 388.8%이었으나 이때까지의 GDP 누적상승율은 437.0%이어서 연기금이 경제성장에 따른 실질가치를 유지하는 데에 실패했었다.
그러나 2000년부터는 공공예탁금에 의한 강제투입 대신 국채 형태로 투자하면서 이조차 신규발행시장에서 경쟁구매를 하는 형태로 바뀌면서 수익률도 GDP 누적증가율 27.3%를 웃도는 27.6%에 달하게 된다.
한국경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뇌관’
그간 금융시장 여건이 좋지 않아 저이자율 시대가 도래했고 주식시장 경기가 아직도 침체를 벗어나지 못한 점을 생각할 때 새로운 연금기금운용체제가 긍정적인 성과를 보이는 것이라 평가 할 수 있다. 그러나 DJ 정부 이전 강제 예탁시대의 문제점과 장래의 기금고갈을 생각하여 국민연금기금을 수익성 위주로 관리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이미 국민연금 기금의 투자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우리나라 전체 채권시장의 13.5%, 전체 주식시장의 2.3%를 차지하고 있다.
좀더 안정적인 금융상품인 채권을 선호함으로써 연금기금에서 사들인 채권의 시장점유도는 작년에 비해 4.3%p 증가했다. 이런 속도라면 20년 내에 우리나라 채권 전체를 국민연금 기금이 다 사들이는 극단적 상황도 상상해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이 엄청난 국민연금기금을 어떻게 선용하느냐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국민연금기금을 단순히 미래의 지급보증용의 축장된 자금으로만 볼 수 없다. 한국경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뇌관’이 아닐 수 없다.
연금의 사회적 합의체인 기금운용위원회가 해야할 일
그러기에 연금기금과 관련된 여러 주체, 즉 노동자집단, 경영자집단, 자영자집단, 시민단체, 정부 등이 주요한 투자 방향과 원칙에 대해 합의하고 금융 및 투자전문가가 이를 실현하는 구도가 굳건히 확립되어야 한다. 바로 그 중심에 연금에 관한 한 최고의 사회적 합의체인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가 있게 된다. 이 위원회에서는 한국의 거시경제에 대한 기금의 영향력을 객관적으로 검토하고 적절한 기금액이 유지되도록 하며 향후 예상되는 연금지급액과 보험료율 사이의 관계를 따져 기금운영의 목표 수익률이 얼마여야 하는지를 결정하여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목표 수익률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기금의 분산투자방법을 제시한다. 이러한 작업은 매우 전문적이고 정교한 틀에 의해 분석되어지고 검토되어져야 하는 것으로서 결코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또 항시적인 재정재계산 시스템을 갖추어 향후 수십년후의 예상치를 전망하는 실력을 지속적으로 축적해 나가면서 사회·경제 변수들의 변화로 인한 구체적인 목표치의 변경 가능성을 감지하고 이를 통해 세밀한 조정(fine-tuning)을 해나가면 안정적인 운영이 이루어질 수 있다.
연금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방법
특히 기금의 적립액 자체를 현재 구도를 단순 연장했을 때 2047년 고갈되게 되어있는 것을 적절히 수정하여 의미있는 적정규모를 유지시켜 나가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다. 이번에 엄청난 국민의 저항을 받았던 정부의 연금제도 개정안도 2070년까지 연간연금지급액의 2배수준이 쌓여있는 상태를 상정하여 결론을 내었던 것이다. 이를 기본가정 상 2배로 할 수도 있고 5배로, 아니면 10배로 할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그동안 우리 사회 안에 장기추계에 대한 경험이나 실력이 쌓이지도 않은 시점에서, 즉 5년마다의 연금재정 재계산제도가 도입된 지 첫 번째의 시도를 행한 시점에서 무수히 불확실한 변수를 도입할 수밖에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토대로 도출된 결과를 그대로 인정하여 대폭적인 연금지급액 삭감과 보험료율 인상을 밀어붙였다는 점에서 무리가 아닐 수 없었다.
이는 국민의 연금에 대한 부정적 정서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행정관료의 만용이었으며, 장기재정추계의 의미를 맹신한 행정관료의 단순성을 여지없이 보여준 희대의 ‘사건’으로 길이 기록되기에 충분하다.
경제와 사회의 건강성 회복 위한 수단으로서 연금
물론 아직도 행정부는 이러한 만용과 단순함을 버리지 못하고 여전히 자신들의 결론을 관철시켜야 한다고 다시 17대 국회에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제출해 놓은 상태이지만 말이다. 아울러 여기서 한가지 생각해 보아야 하는 것은 적립되어 가는 기금의 분산비율만이 아니라 그 활용효과이다. 연금기금은 분명히 우리 경제와 사회의 건강성을 회복하는 주요 수단이 되어야 한다. 이렇게 볼 때 자연스럽게 중요하게 확보되어야 하는 조건이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를 ‘가입자에 의한, 가입자를 위한, 가입자의’ 위원회가 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 표현은 원칙을 강조하기 위해 조금은 과장해 본 표현이다.
제도 운영의 최종 책임자인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고 기금의 운용을 실질적으로 가능하게 할 전문가의 참여도 중요하다. 또한 가입자들의 이기주의에 의해 연금의 백년대계가 그르쳐질 가능성을 통제하는 장치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연금기금을 둘러싼 가입자들 내의 동의와 신뢰가 바탕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것이다. 바로 그 동의와 신뢰를 얻어내는 사회적 합의틀로서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가 작동해야한다.
기금운용위원회 운영의 공정성과 철저한 관리 감독
그리고 이 위원회는 가입자들의 ‘참여민주주의’가 실현되는 상설화된 기구로서 정부의 특별행정조직이 되어 정부의 명운을 걸고 가장 공정하고 엄격하게 운영되어야 한다. 아울러 이 위원회는 금융부문을 통해 연금기금의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설립된 기금운용본부에 대해 철저히 관리하고 감독하는 역할도 수행하여야 한다. 또한 기금의 재정상황에 대해 상시적으로 분석하고 개선책을 도출하여 정부와 국회와 동의 절차를 거쳐 기금운영에 대한 최선의 해법을 밟아나가야 한다. 기금운용위원회를 통한 기금의 민주적이고도 투명한 운영이 보장되면서 국민들은 적어도 기금관리에 대해 신뢰하게 되고 미래의 시점에서 급여가 안정되게 지급될 것임을 믿게 된다.
또한 국민연금이 여타의 민간 연금보험상품에 비해 확실히 우월한 제도임을 이해하게 되고 이를 자신의 노후보장대책의 가장 든든한 기본 축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여기에 국민들은 이 제도가 우리사회의 통합을 위해 소득재분배기능까지 있음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따라서 재정의 유지와 안정을 위해 보험료의 상승에 대해 기꺼이 수용하게 된다. 주요 선진국들이 20%에 육박하는 보험료율을 받아들이게 되는 과정을 우리도 밟게 되는 것이다.
바로 이런 시나리오의 실현여부는 현재의 연금기금을 얼마나 잘 선용하느냐와 직결되어있다. 쌓여나가는 엄청난 규모의 연금기금!
우리에게 독이 될 것인지, 약이 될 것인지는 우리의 선택사항이고 그 시작은 기금운용과정에서의 참여민주주의와 전문성의 확립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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