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8일, 건설교통부는 최저주거기준 개정, 다가구주택매입임대 정책시행, 주거환경개선지구 내 주민재정착 지원 등을 내용으로 하는 ‘서민 주거복지 확대방안’을 발표하였다. 이 중에서 ‘최저주거기준 개정’은 2003년 14개 민간단체들의 연대활동을 통해 일궈낸 중요한 성과라는 점에서 특별히 관심이 가는 사안이라 할 수 있다. 이하에서는 건설교통부가 새로이 발표한 최저주거기준에 관한 사항을 소개하고, 최저주거기준 개정이 갖는 의미와 민간단체들의 역할을 언급하고자 한다.

개정된 최저주거기준의 내용

지난 해 민간단체들이 공동으로 최저주거기준 법제화를 위한 운동을 전개한 끝에 주택법 제5조에 최저주거기준에 관한 조항이 삽입될 수 있었다. 이에 따르면 건설교통부 장관은 최저주거기준을 설정ㆍ공고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가구에 대해 정부가 우선 지원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따라서 금번 건설교통부의 최저주거기준 개정은 설정ㆍ공고의 의무를 규정한 주택법 제5조에 의한 것으로, 지난 2000년에 건설교통부가 고시한 최저주거기준을 보완한 것이다.

개정된 최저주거기준의 주요 내용을 보면, ① 가구원수에 따른 주거면적은 기존 기준을 따르되 면적산정근거를 명확히 하기 위해 가구원수에 따른 표준가구유형을 삽입했으며, ② 필수적인 설비기준에 목욕시설을 추가하고 부엌 및 화장실의 개념을 각각 전용입식부엌, 전용수세식 화장실로 분명하게 규정하고 있다. ③ 구조ㆍ성능ㆍ환경기준에서는 ‘주택은 자연재해로 인한 위험이 현저한 지역에 위치해서는 안 된다’는 사항을 추가하였다(<표 1> 참조).

<표 1>

표없음

최저주거기준의 법제화에서 정책화로

이와 같이 개정된 최저주거기준이 선진국의 기준과 비교할 때 그리 만족스럽지 않다거나 내용상의 실질적인 변화가 없다고 지적하는 이들도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여하간 주택법에 따른 최저주거기준 발표는 국민의 주거권을 정부가 보장하겠다는 의지를 표방한 것이라 해석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이제는 기준 자체에 대한 논란을 지속시키기보다는 새로이 설정된 최저주거기준을 어떻게 정책적으로 활용할 것인지에 논의의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지난 해 여러 민간단체들이 최저주거기준의 ‘법제화’를 위해 노력했다면, 이제는 최저주거기준의 ‘정책화’를 위해 다시 한 번 힘을 합쳐야 할 때인 것이다.

이번 발표를 보면, 정부 역시 최저주거기준의 정책적 활용에 대한 나름의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 주거의 질적수준을 파악할 수 있는 정책지표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별도의 주거실태조사와 5년마다 시행하는 인구주택총조사를 통해 저소득층의 주거실태를 체계적으로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 감축비율을 정책적 목표로 설정한다는 것이 그 내용이다.

둘째, 주거복지 관련 정책의 근거자료로 활용한다는 방안이다. 예를 들어 공공임대주택 물량의 지역별 배분계획을 수립하거나 국민주택기금 등을 지원하는 대상을 선정할 때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의 밀집지역이 우선적으로 고려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 해소를 위한 종합계획을 수립하여, 소득수준, 기준 미달의 정도, 가구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각 집단별로 구체적인 지원프로그램을 마련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이상의 노력을 통해 2007년까지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의 비율을 종전 23%에서 16%로 줄여 100만여 가구의 주거수준 향상을 달성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정부가 제시하는 최저주거기준의 정책적 활용방안이 구체적이지 않고, 그러한 계획이 실제로 추진되고 있는지의 여부도 잘 드러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정부 계획에 대한 의견개진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그 방향이 적절하다고 판단된다면, 정부가 발표한 최저주거기준의 정책적 활용방안이 제대로 추진되고 있는지를 모니터링하면서, 정부의 분발을 촉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향후 최저주거기준의 정책적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프로그램을 정부가 마련할 수 있도록 현장의 목소리를 조직하고 이를 생생하게 정부에 전달하는 기능을 담당하는 민간단체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최저주거기준의 정책화를 위한 민간단체의 역할

최저주거기준의 정책화를 위해 민간단체들은 크게 두 가지의 역할을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째, 비닐하우스촌, 쪽방, 재개발지역 등의 현장에 보다 밀착하면서 당사자들에게 법제화된 최저주거기준이 갖는 의의를 주거권(housing right)의 관점에서 널리 알리고 현재의 주거문제를 매개로 당사자들을 조직화함으로써, 최저주거기준에 근거한 정부정책이 주거소요(housing needs)가 큰 집단들에게 우선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특히, 중앙정부의 정책방향과 무관하게 이루어지는 각종 주거지철거, 주소지 불인정, 상하수도 미비, 단전ㆍ단수조치 등에 대해 나름의 대응을 지속적으로 해나가면서,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의 주거수준 향상을 위한 정책을 정부가 신속히 마련할 수 있도록 요구해야 할 것이다. 현재로서는 최저주거기준의 정책적 활용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구체적인 일정이 제시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자칫 최저주거기준이 ‘설정 및 공고’ 선에서 그친 채 정책적 활용으로 나아가지 못할 우려가 있다.

둘째, 현재의 공공임대주택 정책이나 주거급여 제도 등 정부가 제시하는 방안은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의 주거수준 향상을 위한 수단으로서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음을 인지하고 이에 대한 정책변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단적인 예로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국민임대주택의 임대보증금과 월임대료 수준은 소득 1ㆍ2분위의 저소득층이 안정적으로 거주하기에는 상당히 부담이 되는 액수이다. 주거급여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 속하여 수급자에게만 지급되고 있고 액수도 크지 않기 때문에 실질적인 주거비보조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민간단체들은 정부가 기존의 주거복지정책의 재정비 노력을 생략한 채 최저주거기준의 정책적 활용 운운하는 것은 적절치 않음을 주장할 필요가 있으며, 나아가 기존 주거복지정책의 개선을 강력하게 요구하거나 입법활동 등을 통해 새로운 제도를 정착시키려는 활동을 전개해 나가야 할 것이다.
남원석/한국도시연구소 연구원
2004/08/10 00:00 2004/08/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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