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1] 노숙인복지 제도화의 한계와 과제
월간 복지동향/2004 :
2004/08/10 00:00
노숙인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환란에 따른 IMF관리체계 속에서 일시적으로 동정적이었던 여론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부정적으로 변화되고 있다. 시민들의 인식뿐만 아니라 사회복지를 하는 사람들에게도 노숙인은 그리 환영받지 못하는 대상이다. 노숙인쉼터에서 사회복지사를 채용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고된 근무조건과 환경, 뚜렷한 해결점이 제시되지 않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 낮은 보수 등으로 사회복지계의 대표적 ‘3D 업종’이라는 이야기를 들어야했다. 노숙인복지 관계자들은 제도화가 이러한 문제들을 어느 정도 완화하고 ‘노숙인보호사업’에서 노숙인복지로 전환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렇기에 많은 사람들이 제도화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였다. 사회복지사업법의 개정으로 노숙인복지 제도화의 단초가 마련된 지 벌써 일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지난 6월 19일 복지부는「부랑인복지시설 설치ㆍ운영규칙」개정령(안)을 입법예고 하였다. 개정령안은 노숙인복지 관계자들이 가지고 있었던 제도화에 대한 믿음과 열망이 환상이었음을 깨우쳐주었다.
제도화의 구조적 문제들
한국사회의 법체계가 가지고 있는 가장 커다란 문제는 무엇일까? 법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고 있지 않은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이긴 하나 그것은 각종 하위법들이 헌법을 무시하는 것이라는 생각한다. 헌법에서 당연히 인정한 개인의 권리를 각종 하위법에서 금지하고 있다. 사회복지 법체계도 이러한 구조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다. 그동안 노숙인들은 국가가 보호를 할 필요가 없는 사람들이었다. 왜 그런가? 법에 ‘노숙인’이란 말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98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노숙인보호사업은 어떻게 가능한 것이었을까? 임시구호사업이었기 때문에 사업수행이 가능한 것이었다.
사회복지계의 헌법이라 할 수 있는 사회복지사업법을 살펴보면 과연 노숙인보호사업이 임시구호사업으로 꼬리표를 달고 수행되어야만 하는 것일까란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노숙인에 대한 다양한 정의가 있을 수 있겠으나, 노숙인이 한국사회에서 가장 열악한 삶의 조건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는 것에는 대부분 동의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숙인보호사업은 임시구호사업일 뿐이었다. 임시구호사업이기 때문에 그 역할과 수행업무가 같음에도 불구하고 기존 사회복지생활시설의 종사자들과는 다른 기준의 임금 등이 적용되었다.
그렇다면 2003년 사회복지사업법에서 어떤 부분이 개정되었기에 이제 노숙인보호사업은 임시구호사업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과감히 노숙인복지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는 것인가? 그것은 사회복지사업법 제2조 제1항 본문 중 ‘부랑인보호’를 ‘부랑인 및 노숙인보호’로, 제34조 제4항 중 ‘부랑인보호’를 각각 ‘부랑인ㆍ노숙인보호’로 바꾸어 ‘노숙인’이라는 단어가 사회복지사업법에 명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제 노숙인관계자들이 ‘이 사업 언제 끝날지 모른다’라는 몰지각한 일부 공무원의 말에 걱정하지 않고 우스개 소리로 치부해 버릴수 있게 된 것이다.
여기서 의문점이 생긴다. 개정 전 사회복지사업법으로는 ‘노숙인’의 국가의 보호를 받을 권리가 없는 것인가? 국가는 노숙인을 보호할 의무가 없는 것인가?
이번 개정령(안)이 이후 절차를 통해 입법예고 되면「부랑인복지시설 설치ㆍ운영규칙」은「부랑인ㆍ노숙인복지시설 설치ㆍ운영규칙」으로 변화된다. 필자가 속해 있는 전국실직노숙자대책종교시민단체협의회는 제도화 과정에서 ① 열악한 노숙인복지의 안정성 확보, ② 노숙인복지의 자율성 확대, ③ 당사자들의 인권과 복지 향상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기존 부랑인복지 시행규칙과는 별도로 노숙인복지 시행규칙을 별도로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개정령(안)을 살펴보면 이러한 목표는 거의 달성되지 못했다. 이렇게 된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지난 일년 동안 제도화와 관련된 각종 민ㆍ관모임에 참여했던 필자로서는 ‘구조적 한계’라는 것이 가장 커다란 원인이라고 생각된다. 그 이외의 것들은 소소한 문제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헌법을 무시하는 하위법들이 우리의 귄리를 박탈하는 무수한 사례들 속에서 그것에 대한 거부보다는 우리의 삶을 축소시키고 있다. 법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으로... 사회복지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생각된다.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사회복지는 계속해서 개별 영역화 되고, 사각지대는 더욱 공고해 질 것이다.
이후 과제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개정령(안)은 약간의 수정 후 법절차를 밟고 입법예고 될 것이다. 이제 제도화에 따른 과제들이 노숙인복지 관계자들에게 주어졌다. 전문성 등 외부에서 요구되어지는 것들로부터 내부적인 부분까지 당장 해야 할 것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노숙인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노숙인은 삶의 터전이 되는 주거를 상실한, 아니 유지할 수 없는 가난한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숙인에 대한 일반적인 시각은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 흔히 사회복지대상자들에게 주어지는 온정적인 시각보다는 부정적인 시각이 더욱 큰 것이다. 이러한 일반적인 인식은 그들을 위한 복지시스템에 그대로 투영된다. 과거 부랑인들의 경우 공권력을 동원하여 그들을 복지라는 이름으로 사회와 격리시켰다. 많이 변화되긴 하였지만 일부 정책입안자들의 인식은 별다른 변화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인식은 노숙인에게도 일정정도 투영되고 있으며 정부의 정책은 적극적인 정책보다는 거리에서 안보이기만 하면 되지 않냐는 소극적인 정책을 실시하게 만드는 것이다. 또한 노숙인복지가 현재와 같이 시설을 중심으로 한 규칙만으로 제도화 되고 운영된다면 제대로 된 노숙인복지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양한 시행착오를 거쳐 형성된 서구의 홈리스정책은 노숙인의 문제를 주거의 문제로 접근하고 주거를 기본으로 하여 시스템을 만들어야만 한다는 것은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현재 노숙인정책이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들은 노숙인을 바라보는 근본적인 시각이 변화되지 않는다면 수정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또 하나의 중요한 과제가 있다. 노숙인복지의 전통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대 조흥식 교수님은 2003년 ‘예장 실직노숙인 선교 평가와 전망에 관한 토론문’에서 노숙인 복지의 전통을 다음과 같은 글로 제시하고 있다.
노숙인복지사업은 민ㆍ관의 협력을 바탕으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 이것은 관 주도적 사회복지 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은 역동적이고 창조적인 모델이라 할 수 있다. 사실 노숙인복지사업은 한국의 다른 사회복지 시스템과 달리 민ㆍ관의 협력을 바탕으로 태동되고 진행되어 온 게 사실이다.
이러한 전통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가졌던 나름의 운동성, 동지애 등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제도화 이후 이러한 전통은 약화될 개연성이 있다. 오히려 서로간의 경쟁 등 제살을 깍아먹는 일들이 벌어질 수도 있다. 전문성과 대안의 부재 등 외부적 비판이 있는 것이 사실이긴 하나 노숙인복지는 여타의 사회복지 시스템이 가지지 못한 역동적이고 창조적인 모델인 것은 사실이다. 제도화 이후 이러한 모습을 계속해서 유지하고 발전시켜야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이외에도 다양한 과제들이 있을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외부에서 주어지는 과제를 수행하겠다는 것이 아닌 스스로 과제를 만들어내고 수행하고자 하는 자세일 것이다. 어렵더라도 한걸음 한걸음 과제를 수행해 나갈 때 노숙인복지는 보다 성숙해질 것이다.
제도화의 구조적 문제들
한국사회의 법체계가 가지고 있는 가장 커다란 문제는 무엇일까? 법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고 있지 않은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이긴 하나 그것은 각종 하위법들이 헌법을 무시하는 것이라는 생각한다. 헌법에서 당연히 인정한 개인의 권리를 각종 하위법에서 금지하고 있다. 사회복지 법체계도 이러한 구조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다. 그동안 노숙인들은 국가가 보호를 할 필요가 없는 사람들이었다. 왜 그런가? 법에 ‘노숙인’이란 말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98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노숙인보호사업은 어떻게 가능한 것이었을까? 임시구호사업이었기 때문에 사업수행이 가능한 것이었다.
사회복지계의 헌법이라 할 수 있는 사회복지사업법을 살펴보면 과연 노숙인보호사업이 임시구호사업으로 꼬리표를 달고 수행되어야만 하는 것일까란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노숙인에 대한 다양한 정의가 있을 수 있겠으나, 노숙인이 한국사회에서 가장 열악한 삶의 조건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는 것에는 대부분 동의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숙인보호사업은 임시구호사업일 뿐이었다. 임시구호사업이기 때문에 그 역할과 수행업무가 같음에도 불구하고 기존 사회복지생활시설의 종사자들과는 다른 기준의 임금 등이 적용되었다.
그렇다면 2003년 사회복지사업법에서 어떤 부분이 개정되었기에 이제 노숙인보호사업은 임시구호사업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과감히 노숙인복지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는 것인가? 그것은 사회복지사업법 제2조 제1항 본문 중 ‘부랑인보호’를 ‘부랑인 및 노숙인보호’로, 제34조 제4항 중 ‘부랑인보호’를 각각 ‘부랑인ㆍ노숙인보호’로 바꾸어 ‘노숙인’이라는 단어가 사회복지사업법에 명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제 노숙인관계자들이 ‘이 사업 언제 끝날지 모른다’라는 몰지각한 일부 공무원의 말에 걱정하지 않고 우스개 소리로 치부해 버릴수 있게 된 것이다.
여기서 의문점이 생긴다. 개정 전 사회복지사업법으로는 ‘노숙인’의 국가의 보호를 받을 권리가 없는 것인가? 국가는 노숙인을 보호할 의무가 없는 것인가?
이번 개정령(안)이 이후 절차를 통해 입법예고 되면「부랑인복지시설 설치ㆍ운영규칙」은「부랑인ㆍ노숙인복지시설 설치ㆍ운영규칙」으로 변화된다. 필자가 속해 있는 전국실직노숙자대책종교시민단체협의회는 제도화 과정에서 ① 열악한 노숙인복지의 안정성 확보, ② 노숙인복지의 자율성 확대, ③ 당사자들의 인권과 복지 향상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기존 부랑인복지 시행규칙과는 별도로 노숙인복지 시행규칙을 별도로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개정령(안)을 살펴보면 이러한 목표는 거의 달성되지 못했다. 이렇게 된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지난 일년 동안 제도화와 관련된 각종 민ㆍ관모임에 참여했던 필자로서는 ‘구조적 한계’라는 것이 가장 커다란 원인이라고 생각된다. 그 이외의 것들은 소소한 문제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헌법을 무시하는 하위법들이 우리의 귄리를 박탈하는 무수한 사례들 속에서 그것에 대한 거부보다는 우리의 삶을 축소시키고 있다. 법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으로... 사회복지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생각된다.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사회복지는 계속해서 개별 영역화 되고, 사각지대는 더욱 공고해 질 것이다.
이후 과제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개정령(안)은 약간의 수정 후 법절차를 밟고 입법예고 될 것이다. 이제 제도화에 따른 과제들이 노숙인복지 관계자들에게 주어졌다. 전문성 등 외부에서 요구되어지는 것들로부터 내부적인 부분까지 당장 해야 할 것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노숙인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노숙인은 삶의 터전이 되는 주거를 상실한, 아니 유지할 수 없는 가난한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숙인에 대한 일반적인 시각은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 흔히 사회복지대상자들에게 주어지는 온정적인 시각보다는 부정적인 시각이 더욱 큰 것이다. 이러한 일반적인 인식은 그들을 위한 복지시스템에 그대로 투영된다. 과거 부랑인들의 경우 공권력을 동원하여 그들을 복지라는 이름으로 사회와 격리시켰다. 많이 변화되긴 하였지만 일부 정책입안자들의 인식은 별다른 변화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인식은 노숙인에게도 일정정도 투영되고 있으며 정부의 정책은 적극적인 정책보다는 거리에서 안보이기만 하면 되지 않냐는 소극적인 정책을 실시하게 만드는 것이다. 또한 노숙인복지가 현재와 같이 시설을 중심으로 한 규칙만으로 제도화 되고 운영된다면 제대로 된 노숙인복지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양한 시행착오를 거쳐 형성된 서구의 홈리스정책은 노숙인의 문제를 주거의 문제로 접근하고 주거를 기본으로 하여 시스템을 만들어야만 한다는 것은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현재 노숙인정책이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들은 노숙인을 바라보는 근본적인 시각이 변화되지 않는다면 수정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또 하나의 중요한 과제가 있다. 노숙인복지의 전통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대 조흥식 교수님은 2003년 ‘예장 실직노숙인 선교 평가와 전망에 관한 토론문’에서 노숙인 복지의 전통을 다음과 같은 글로 제시하고 있다.
노숙인복지사업은 민ㆍ관의 협력을 바탕으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 이것은 관 주도적 사회복지 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은 역동적이고 창조적인 모델이라 할 수 있다. 사실 노숙인복지사업은 한국의 다른 사회복지 시스템과 달리 민ㆍ관의 협력을 바탕으로 태동되고 진행되어 온 게 사실이다.
이러한 전통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가졌던 나름의 운동성, 동지애 등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제도화 이후 이러한 전통은 약화될 개연성이 있다. 오히려 서로간의 경쟁 등 제살을 깍아먹는 일들이 벌어질 수도 있다. 전문성과 대안의 부재 등 외부적 비판이 있는 것이 사실이긴 하나 노숙인복지는 여타의 사회복지 시스템이 가지지 못한 역동적이고 창조적인 모델인 것은 사실이다. 제도화 이후 이러한 모습을 계속해서 유지하고 발전시켜야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이외에도 다양한 과제들이 있을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외부에서 주어지는 과제를 수행하겠다는 것이 아닌 스스로 과제를 만들어내고 수행하고자 하는 자세일 것이다. 어렵더라도 한걸음 한걸음 과제를 수행해 나갈 때 노숙인복지는 보다 성숙해질 것이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