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복지재단 사태 개요

서울복지재단은 시정개발연구원의 1년여에 걸친 연구와 공청회 등을 거쳐 2003년 12월 말 공식 출범하였다. 공청회 과정에서 사회복지계의 상당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장의 밀어붙이기식 행정을 통해 2003년 말 예산집행 만료일을 앞두고 성급히 개소식을 진행하였다. 일련의 과정이 민주적이고 합리적으로 진행된 듯하지만 결국 의견수렴 과정은 형식적일 뿐 요식행위 갖추기에 급급했다는 인상을 지워버릴 수 없다. 이러한 행태는 대표이사 선임을 포함한 인사 과정에서도 그대로 재현되고 있어, 서울시의 버스체계 개편에서 나타난 이명박 시장의 막가파식 행정 스타일의 또 다른 전형이 되고 있다.

이에 서울시 사회복지계는 분노와 좌절감을 느끼며, 사회복지 전문성 사수를 위해 대표이사의 즉각적인 퇴진을 요구하며 그 동안 기자회견, 진군대회, 현수막 부착, 일인시위, 심지어 24시간 릴레이 단식투쟁을 강행하면서 대규모 항의 집회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서울시의 각종 회유와 강요에도 비교적 단합된 모습으로 결연한 의지를 과시하고 있는 것은 그 동안 누적된 행정당국의 일방적 통제에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는 각오의 표출이기도 하다. 특히 사회복지학계, 교육계, 현장에서 원로로부터 평직원에 이르기까지 일치된 의견를 제시함으로써 사회복지계의 결속력을 강화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서울복지재단 사태 이전까지만 해도 서울시 사회복지행정팀과 민간 사회복지계가 과거에 비해서는 상당한 파트너십의 정신을 실현해 가고 있던 시점에 돌출된 사건이라 많은 사람들의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사태의 발단과 전개

사태의 발단은 지난 6월 서울복지재단의 실질적인 책임과 권한을 갖게되는 대표이사에 사회복지 비전문가인 시장 인수위원 출신을 임명하면서 시작되었다. 선임과정은 사회복지관련 이사의 격렬한 반대와 사회복지계의 항의, 절차상의 하자 등의 이의 제기에도 불구하고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상징적인 대표지만 실질적인 권한이 없는 이사장 자리에 사회복지계 원로를 포진해서 사회복지계의 반발을 무마하려 했던 의도는 비전문인 대표이사 선임의 저의를 더욱 의심케 만들고 있다. 결국 이사장도 문제가 있음을 인식하고 사표를 제출한 상태지만 서울시는 특별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에 대한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사회복지학계의 원로교수들을 중심으로 서울시장을 면담하여 비전문인 대표이사 선임이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였고, 이후 공동대책위원회도 서울시장과의 면담을 통해 이의를 제기하였다. 이명박 서울시장이 동일 사건으로 동종업계 사람들을 두 번씩이나 면담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한다. 그만큼 사태가 진정되었으면 하는 바램의 표시이기는 하지만 대안을 내놓지 않고 인사권자의 고유권한 행사임을 강조하며 밀어붙이고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사회복지계가 절대 반대하고, 시장 스스로 비전문가 인선의 문제가 있음을 자인하면서도 인사권자가 행사한 권한이니 따르라는 식의 막무가내식 주장은 대권을 꿈꾸고 있는 정치인의 바른 리더십인지 의심케 하는 것이다. 21세기 다원화시대에 개발독재시대 막가파식 지도자에 의해 현장의 사회복지계가 좌절과 굴욕감을 느끼며 처절하게 항의하고 있는 형국이 되어가고 있다.

서울복지재단의 문제점

서울복지재단의 출현은 민간 사회복지계 관리의 비효율성으로 인한 효과성 감소에서 기인한다. 실제로 시정개발연구원의 사회복지재단에 관한 연구에서도 “서울시의 복지시스템의 관리체계가 분산되어있고 전문성이 부족하여 효율적, 효과적인 복지서비스 생산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진단하고 “새로운 복지시설의 관리 및 지원체계를 모색하여 궁극적으로 서울시민을 위한 복지서비스의 양적 증대 및 질적 향상을 모색할 필요”가 있음을 제시하였다.

우리나라 민간사회복지 전달체계의 대표적인 문제점은 정부로부터 민간기관 및 시설에 이르기까지 상의하달식 수직적 전달체계 유형을 취하고 있어 지역의 특수한 사회복지 욕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전문적인 공공부조 및 복지서비스 정책의 기획능력과 자율성 부족으로 인한 민간시설들의 보고업무가 과다하고, 사회복지의 전문성을 발휘하기에 부적합한 업무환경(열악한 처우, 과중한 업무)으로 인하여 사회복지업무의 효율성과 효과성, 책임성이 떨어지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더구나 급속한 고령화와 가족해체현상에 대응하여 요보호 서비스대상자들에게 체계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일원화된 시스템의 필요성도 제기되었다. 서비스의 중복과 단절, 누락이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서비스간의 연계와 조정을 하는 구심점이 필요한 것이다. 또한 시설유형간 보조금지원 기준의 상이로 인한 형평성 미흡과 사기저하도 문제가 되고 있는 시점에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새로운 별도 조직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이러한 별도 조직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조직을 전문화하고 전문인력의 배치가 관건임을 시정개발연구원의 연구과제에서도 밝히고 있다.

서울복지재단 사태 해결의 명암

서울복지재단 출범에 대한 반대 의견은 기존의 지나친 관의 통제가 이중화되어 옥상옥의 역할을 함으로써 사회복지 현장이 더욱 경직될 것이라는 것이었다. 결국 반관반민(半官半民)적 성격의 ‘별도의 전문조직’이 생기면 그만큼 민간의 자율성 신장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민간에서 자생적으로 발휘되는 전문성의 활성화가 억제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시도는 자칫 사회복지에 대한 공적 책임을 기피하고 행정적인 편의성을 증대시키는 방편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단의 인력이 사회복지 전문가 중심으로 구성된다면 관민 파트너십을 활성화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희망을 가졌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작은 희망은 순진한 사회복지계의 지나친 낙관이었음이 드러나고 있다.

이번 서울복지재단 사태는 크게 두가지 면에서 큰 우려를 낳고 있다. 첫째는 사회복지 지방분권화의 적신호이다. 중앙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지방분권화 정책에 따라 사회복지 정책 및 재정 권한이 지방으로 이양되는 과정에서 지자체장의 파행적인 행태가 사회복지의 순수성과 전문성을 크게 훼손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사건이다. 사회복지 전달체계의 발전과정에서 새롭게 탄생하는 조직들(특히 의사결정 권한과 재정통제력을 많이 갖는)에 인사권자의 고유권한이라는 명분하에 지자체장의 자기사람 심기식의 인사를가 자행될 소지가 있음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인 것이다.

둘째는 공무원의 퇴직후 자리마련의 도구로 활용될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서울복지재단의 경우 서울시 공무원이 4명 배치되었는데, 모두 주요 핵심 보직을 차지하고 있다. 사회복지 전문가는 그 밑에서 지시사항을 수행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정도이다. 현재 공석인 사무국장 자리도 공무원이 배치되는 것이 관례로 되어 있는 상황에서 비전문 대표이사, 공무원 주요요직의 구조는 사회복지재단 본래의 취지를 도저히 살릴 수 없을 것으로 보여진다. 이런 구조 속에서는 민관 파트너십을 보다느 오히려 과거 권위주의적 관치행정으로 회귀하고 말 것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다.

이에 이문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이명박 서울시장의 결단이 요구된다. 서울복지재단의 효과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잘못된 대표이사 선임을 조속히 철회하고 전문가 중심의 인력 구성을 해야 한다. 나아가서 서울시 사회복지전달체계의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사회복지인력의 처우개선과 전문성 강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사회복지인력의 전문성을 존중하고, 그에 상응한 대우를 통해 최일선 사회복지인력들이 시민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정무성 / 숭실대학교 사회사업학과
2004/09/10 00:00 2004/09/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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