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의 시작이다. 새해를 맞이하면서 항상 희망을 이야기하지만 절망으로 점철된 지난 한해를 곱씹어 보면 우울하기만 하다. 지난 한해의 마지막 언저리에서 우리 자신이 저질렀던 죄악에 경악해야 했다. 4살박이 아이가 장롱속에서 굶어 죽어야 하는 세상! 이것이 우리사회의 자화상이다. 뿐만 아니라 청년들은 ‘이태백’이 되고 비정규노동자는 신자유주의라는 괴물에 신음하고, 극심한 생활고로 인한 자살(사회적 타살)의 급증 등은 과연 국민소득 1만5천불의 사회라는 것이 무색할 정도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가 없는 세상에서 더욱 심각한 문제는 해가 바뀐다고 나아질 것 같지 않다는 비관과 절망이다. 이 시대의 부자들에게서 귀족정신(noblesse oblige)을 기대하기 어려운 세상에서 을유년 신새벽의 아침을 알리는 닭 울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정치권의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그 싹수가 노란지 이미 오래되었다. 국민들이 누구를 믿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암담하기만 하다. 오죽하면 사회가 개판이라고 우리 스스로를 폄훼하는가? 사실 개라고 하는 것은 인간과 함께 살고 있는 충직한 동물이다. 그러나 개는 개일 뿐이기 때문에 인간과 구별된다. 과거 우리 선조들은 인간이 인간같지 않을 때 개놈으로 지칭했다. 아무리 사회적 지위, 부, 권력이 높다하더라도 사람 같지 않으면 양반으로 취급하지 않았다. 요즘엔 양반은 찾아볼 수 없고 사이비 양반만 판을 치니 개판이란 말이 어쩌면 당연하다. 개가 가지는 변별점으로 인간으로 인간다운 품성이 없을 때 이것을 인간이하인 개로서 대우하였던 것이다.

2005년 새해에는 우리 사회가 잃어버린 무책임, 무관심, 무예절, 무노력, 무목표, 무기력, 무감동 등으로 일컬어지는 칠무주의(七無主義)를 회복하는 한해가 되길 소망한다. 아니 지극히 바라건대 적어도 굶어죽지 않는 세상이 되었으면 바란다. 죽음의 벼랑끝에서 줄타기를 하는 사람들이 더 이상 없었으면 한다. 이러한 절박한 새해 소망이 욕심이고 과한 것이라면 개판에서의 삶을 감내해야 할 것이다.

새해의 첫 번째 복지동향의 심층분석의 일성은 우리 사회구성원의 힘으로 가난으로부터 탈출을 모색하고자 하였다. 그것은 다름 아닌 '사회연대은행'에 관한 것이다. 가난의 사슬을 끊어버리는 일에 기존 제도권의 한계를 시민스스로가 극복하고자 하는 운동이다. 사회연대은행을 통해 저소득소외계층의 일자리 창출과 탈빈곤을 위한 통합적인 창업지원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리고 복지동향 1월호부터 복지동향의 구성을 새롭게 하였다. 전번(12월)호까지 독자들로부터 사랑받았던 포커스란은 동향코너에 포함시켰고, 기존의 포커스에서 자신의 의견과 주장을 강하게 담아내는 자유발언대라는 취지로 ‘신호등’란을 신설하였다. ‘내가 만난 사람’은 동서남북코너에 포함시켰다. 이 코너에서는 지역사회복지운동에 관한 사항뿐만 아니라 사회복지사, 새로운 복지사업 등 복지세상 이야기를 폭넓게 담아내고자 한다. 복지동향구성의 일부변화에 대하여 독자들의 이해를 구하며 새해에도 복지동향과 함께하면서 복지의 꿈을 모색하는 샘터가 되기를 소망한다.



이재완 / 공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2005/01/10 00:00 2005/0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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