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한국의 마이크로크레디트
월간 복지동향/2005 :
2005/01/10 00:00
한국 사회연대은행을 소개하며
복지사회로 새롭게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 사회는 생산적 복지를 근간으로 하는 사회안전망 장치를 마련하였고, 또한 요보호자들을 위한 자활대책을 시행하거나 방법들이 제시되었다. 자연히 시혜가 아닌 빵틀을 공급해서 빵 문제를 해결하려는 마이크로크레디트는 빈곤운동을 펼치는 NGO 활동가와 연구자를 주축으로 한국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으며 이 모임은 한국적인 적용방법을 모색해 나갔다.
이미 국제적으로 마이크로크레디트가 제3세계, 선진국의 경제, 생활, 의식 수준을 초월하여 활성화되고 있었던 상황과 비교할 때 한국 사회연대은행의 태동은 지각생이라는 인식을 벗어나긴 어려울 것 같다. 한국 사회연대은행의 지각 탄생에는 그만한 요인들이 수반되지 않을 수 없겠지만, 2002년은 사회연대은행 건립준비의 초석을 다지는 해였으며, 탄탄한 준비 덕택에 2003년 본격적인 사업 착수는 순항을 띠었다.
사회연대은행의 첫 번째 프로젝트, 여성가장 창업지원사업은 노동시장에서의 이중적 차별, 가정책임의 이중고에 직면해 있는 여성가장들에게 생계자립은 물론 당당하게 자녀양육을 감당해 낼 수 있으리라는 희망의 의지를 다잡게 해주는 횃불을 올렸다고 볼 수 있다. 계속해서 저기능, 저학력, 저자본의 수급권자와 기타 차상위계층 등 사회연대은행을 통한 자립 욕구를 지닌 지원대상자들은 경제위축으로 졸아든 취업시장을 선회하고 창업으로 눈을 돌렸다. 장애인 창업지원사업, 탈북자 창업지원사업, 성매매피해자 창업지원사업.........
이러한 시대적 요청으로 ‘할 일은 많고 규모는 아직 작은’ 사회연대은행은 한국 마이크로크레디트의 본격 수행기관으로서의 정체성과 위상을 확립하고, 그 역할과 기능을 중심으로 발전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
사회연대은행의 바람직한 역할과 기능
사회연대은행이 표방하는 기관의 미션은 자활하고자 하는 의지와 능력이 있는 빈곤층이 경제적, 사회적, 심리적 빈곤에서 벗어나 건강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자활할 수 있도록 창업에 필요한 자금, 경영 및 기술 지원, 사회적, 심리적 자활을 위한 교육훈련 등을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비영리기관이라는 것이다. 함축적으로 정리되어 있어서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지만, 요지는 빈곤에서 벗어날 때까지 빈곤층 창업희망자들에게 창업에 필요한 전면적 지원을 다 하겠다는 말이다. 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사회연대은행이 어떤 역할과 기능을 취할 것인지를 명확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
1)자활 촉진
사회연대은행 사업 근간은 저소득소외계층들의 창업을 통한 자활지원이다. 이는 자활후견기관을 위시한 복지관, 사회복지시설, 여성복지시설 등 여타의 자활지원기관과 역할과 기능면에서 사회연대은행만의 차별성을 견지해야 하기도 하지만, 어느 부분에 있어서는 협력을 이뤄 공존공생을 해야 함을 의미한다. 여타의 자활지원기관들이 직업훈련 지도와 창업동기부여 교육, 공동체 창업형성에 주력하기 때문에 초기단계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면, 사회연대은행은 창업을 희망하고 기술면에서 준비가 된 자들의 사업계획 단계에서부터 개입하여 창업을 통해 성공할 때까지 함께 갈 필요가 있다.
그러나 개입지점을 서비스 공급자인 기관관점에서 구별해 버린다면 서비스의 중첩을 야기하거나 하물며 단절되는 사태를 초래할 것이다. 따라서 사회연대은행은 초기단계에서 자활지원기관들과 공동협력하여 창업자들의 시장 적응 기간을 최소화시켜야 하며, 원활한 인수인계 과정을 거쳐 상급 단계의 창업지원 서비스를 독자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2) 대안금융
제도권 금융기관은 고객들의 자산형성을 1차적 목적으로 삼고 있지만, 고객으로 대우받지 못하는 금융소외계층이 상당수 존재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금융기관은 빈익빈, 부익부의 양분화된 사회구조를 고착하는 역기능을 본의아니게 수행하고 있다. 금융기관에 저축 계좌를 틀만큼 생활능력이 되지 못하는 사람들, 신용이나 부동산대출을 받기 위한 담보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사람들. 이런 금융소외 계층일수록 금융에 대한 욕구는 더욱 강력하게 발휘되어 신용카드와 사채시장에 빠져들 수 밖에 없는데 이들은 곧 고금리 부담과 이어지는 빚더미로 전락하게 된다. 단순히 금융권리의 배제는 부채의 덫에 걸린 경제생활의 실패자를 양산시키는 것 이상으로 인간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한다.
사회연대은행은 경제적으로 실패한 사람들을 재기하도록 보듬어야 하며, 장사 아니고선 생계수단을 마련하기 힘든 사람들을 거두어 기초자립자금을 빌려준다. 사회연대은행을 대안금융이라 지칭하는 연유는 금융배제 대상들을 포괄하고 있다는 점과 수익 지향의 자금지원이 아니라 시장의 재분배 지향과 사회의 건전성 여부에 따라 자금지원을 결정하는 점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3) 기업가적 접근 (사전 사후관리)
사회연대은행의 창업지원자 중 일부는 자활지원기관들의 창업인큐베이팅과정에서 받은 보호를 이어가며 지지를 받지만, 대부분은 독자적으로 자본주의 시장 경쟁체제에서 살아가야 한다. 더구나 한국의 포화된 자영업 시장환경 속에서 이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 분야에 ‘전문화’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들 영세업체들이 홀로 전문화된 영역을 구축하기는 어렵다. 지원업체들이 고객의 선택을 받고 신뢰를 쌓아가며 매출을 얻어내기 까지는 사회연대은행이 컨설팅, 교육, 네트웍 연결 등을 동원하여 이들을 소기업가로 양성해야 한다. 사회연대은행은 이들에게 시장환경 읽는 법, 부진시 대책마련, 상권분석, 원가관리, 식자재관리, 자금관리, 제조비법 등 사후지도를 통해 기업가로 거듭 태어나게 하는 산파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
4) 공동체 회복
사회연대은행이 단순히 여신, 수신, 그리고 고객의 수익(=지원업체의 자립)만을 지향하는 ‘은행’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함께 빈곤하고 소외된 자들에게 희망과 행복을 찾아주는 ‘사회연대’은행이라는 점이 강조되어야 한다. 사회연대은행과 지원업체의 역량만으로는 빈곤소외계층이 어렵게 잡은 기회를 살리는데 한계가 있다.
지원업체를 후견하는 멘또들이 생산과정에 참여하여 제품의 질을 높이고, 지역사회와 함께 구매를 돕는 보호된 시장을 사회연대은행에서 기초공사를 맡고 우리 사회가 함께 가꾸어 가야만 온전한 자립이 가능하다. 외부로 향하는 연대와 지원업체들간의 동조모임은 우리 사회의 공동체 의식을 복원시키는 매개가 될 것이다.
사회연대은행의 발전방향
1) 사전 사후관리의 강화
사회연대은행은 기관 특성상 금융, 창업, 사회복지를 아우르는 전문인력 체계가 갖춰질 때라야만 창업을 통한 자활의 통합적 접근이 가능하다. 지원업체의 사후관리를 맡는 이들 인력은 통칭 RM(Relationship Manager)라 하는데, 그만큼 이들의 자질은 지원업체와 관계를 얼마나 잘 맺을 수 있는가에 따라 평가받는다. 관계 형성 및 유지에 필요한 요소는 리더가 갖추어야 할 덕목과 흡사하다. 비전제시, 사명감, 헌신, 전문지식.........
사회연대은행 또한 휴먼 서비스 조직이니 만큼 서비스를 수행하는 RM에 의해 성패여부가 달려 있느니 만큼 RM 인재상을 정립하고 이에 적합한 인력으로 양성하는 것은 어느 과제에도 양보할 수 없는 가장 핵심 과제이다.
2) 재정
전문화된 인력으로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안정된 재원 기반은 필수적인 요건이다. 설립초기의 수립계획에 명시되었던 기부금, 투자금, 출자금에 걸쳐 사회연대은행의 재원를 마련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다. 초기에는 기부형태에 의존해야 할 것이다. 한국의 기부기반은 사회연대은행이 의지할 만큼 탄탄하다고는 볼 수 어렵겠지만, 복지사회의 성장과 함께 그 잠재력이 무궁무진할 거라 기대된다.
개인이 동참하는 사회연대은행의 풀뿌리 기금은 금액의 다소 여하를 떠나 우리 사회 곳곳에 얼마나 깊이있게 자리잡고 있나를 보여주는 바로미터로 작용하기 때문에 이것이 주는 의미는 크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시나브로 확산될 수 밖에 없는 주체의 성격이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현재 사회연대은행 추진사업은 기업들의 지정기탁금에 의해 운영된다. 상당수의 재원은 기업의 후원금에서 나오는 것이다. 특히 금융기관들이 사회공헌 프로그램으로 제휴하고 있거나 주시하고 있다. 경제에서 금융의 힘은 막강하지만, 아직까지는 사회적 책임투자로서의 금융의 힘은 발휘되지 않고 있다. 우리 사회에도 사회적 책임투자가 활성된다면 사회연대은행과 같은 비영리지원 기관에도 투자가 될 기회는 높아질 것이다. 따라서 사회적 책임투자를 이슈화하고 실현시키는데 사회연대은행이 선도해야 할 것이다.
또한 금융기관을 비롯한 기업들은 빈곤층과 같이 소비배제 대상이 확대될수록 매출은 감소한다. 따라서 사회연대은행을 위시한 빈곤층 자립지원기관에 지정기탁사업을 추진하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고객의 범위를 넓히는 지속적인 시장 창출이라는 유익한 기업활동으로 되돌려 받는다. 기업들의 지역사회 개발지원은 이들 기업들에게 선순환 효과를 가져다 준다.
사회연대은행의 또다른 신뢰할 만한 재원의 주체는 정부이다. 정부에서 직접 운영되거나 민간기관에 위탁하여 실시되고 있는 각종 공공창업지원사업은 빈곤소외계층을 지원하는 사업일수록 타겟으로 삼고 있는 지원계층에게 장벽이 높아 활용실적이 저조하다는 비판을 받는다.
보건복지부의 생업융자자금, 노동부에서 위탁받은 근로복지공단의 장기실직자자영창업자금, 여성부에서 위탁받은 여성경제인협회의 여성가장자영창업자금,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의 장애인자영창업자금들이 기존처럼 실행기관과 금융기관이 이원화되어 운영됨으로써 실질적으로 창업성공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면 위의 공공창업지원제도를 혁신하여 통합 지원방식인 사회연대은행에서 주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3) 홍보 및 자원개발
우리 사회에 사회연대은행 프로그램은 낯설다. 왜 사회연대은행의 매장자립운동이 탈빈곤의 대안이 될 수 밖에 없는지를 일차적으로 알려 그 필요성을 공감하는 것이 선결과제가 될 것이다. 또 사회연대은행의 자립매장인 ‘희망가게’에 우리 사회 모든 시민이 어떻게 동참해야 하는지 방법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희망가게에 법률자문, 세무상담 등 전문지식으로 봉사하는 방법도 있다. 희망가게에게 제품비법을 전수하고 디자인 지원으로 상품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아름다운 생산’에 재능과 노동을 봉사하는 방법도 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당당하게 시장에 선보이는 희망가게의 제품을 구매하는 ‘아름다운 소비’에 참여하는 것도 봉사인 것이다.
4) 제도화
외국 사회연대은행의 사례들이 시사하고 있는 것은 사회연대은행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일정부분 정부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물적지원과 제도적 지원으로 구분될 수 있지만, 물적 지원에서는 사회연대은행의 기관운영비 지원, RM인력 양성 지원 등을 들 수 있고, 제도적 지원은 좀더 세분화하여 언급해야 할 듯하다.
우선, 사회연대은행의 제도 지원은 현 국민기초생활보장법내 자활지원제도를 개선하는 형태의 제도적 틀을 가져가는 방법이 있을 수 있고, 사회연대은행의 특별법을 제정하여 입법화하는 방식이 제안될 수 있다. 전자의 경우 다소 짧은 시간내에 해결가능한 과제가 될 것이나 사회연대은행의 고유한 기능인 여신과 수신을 동시에 취하기에는 불가능한 한계점을 지닌다. 한편 사회연대은행을 위한 특별법 제정은 입법화를 시켜야 하는 만큼 사회 전반적인 공감대 형성이 뒷받침되는 가운데 입법 추진 기간이 요구되나 제대로 된 기능 발휘로 성과가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덧붙여 법인세, 지방세 등의 제세 활동의 감면 혹은 면제, 예금이자에 대한 세금면제, 창업지원업체에 대한 일정기간의 세금 감면 혹은 면제가 이뤄지길 기대한다.
쟁점과 과제
UN은 2015년까지 세계 빈곤의 인구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의지를 천명하고, 새천년 개발계획과 함께 이를 달성하는 핵심수단으로 마이크로크레디트를 채택하여, 그 결과 2005년을 ‘마이크로크레디트의 해’로 지정하였다.
세계 각국은 마이크로크레디트를 보급시키고 정착시키기 위한 일환으로 National Committee를 결성하고 있다. 아쉽게도 한국에서는 이를 결정하려는 민간단체들의 작은 울림들만 있을 뿐 정작 힘을 실어 주어야 할 정부부처에서는 묵묵부답이다. 국내에서도 사회연대은행을 통해 소기의 성과를 내고 있고, 더군다나 외국에서는 후진국은 물론 선진국에서까지 탈빈곤의 효능을 인정받아 UN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 관련부처들이 미동도 하지 않는 것은 탈빈곤에 대한 의지가 박약하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속히 범 국가적 차원에서 정부부처, 금융기관, 마이크로크레디트 수행기관, 시민단체들이 National Committee를 결성하여 마이크로크레디트운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해야 할 것이다.
한편 우리나라의 은행법상에 의하면 정식으로 인가받은 금융기관이 아니고서는 은행이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없게 되어있다. 그러나 마이크로크레디트의 창시자 그라민뱅크의 유누스 교수의 말을 빌자면 ‘식량은행도 은행이요, 혈액은행도 은행인데, 구휼은행이라고 해서 은행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 있겠는가’라고 했건만, 한국에서 은행으로서 사회연대은행의 인식 수준은 낮은 듯하다.
사회연대은행이 제도적으로 보호받지 못한 실정에서는 은행과 같은 여수신 기능을 꿈도 못 꿀 것이며, 여신기능만 수행하게 될 경우는 대부업법에 등록해야 할 상황인데 사회연대은행이 대부기관으로 자리매김되는 것은 가슴아픈 현실이 아닐 수 없다. 대안금융을 통해 자립매장운동을 수행해야할 사회연대은행에 제도적으로 특수한 형태의 자격을 부여하는 것이 시급하게 이뤄져야 한다. 이에 ‘정부지원 민간운영’의 기본 골격을 유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사회연대은행을 위한 자활지원법 제정을 제안하는 바이다.
복지사회로 새롭게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 사회는 생산적 복지를 근간으로 하는 사회안전망 장치를 마련하였고, 또한 요보호자들을 위한 자활대책을 시행하거나 방법들이 제시되었다. 자연히 시혜가 아닌 빵틀을 공급해서 빵 문제를 해결하려는 마이크로크레디트는 빈곤운동을 펼치는 NGO 활동가와 연구자를 주축으로 한국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으며 이 모임은 한국적인 적용방법을 모색해 나갔다.
이미 국제적으로 마이크로크레디트가 제3세계, 선진국의 경제, 생활, 의식 수준을 초월하여 활성화되고 있었던 상황과 비교할 때 한국 사회연대은행의 태동은 지각생이라는 인식을 벗어나긴 어려울 것 같다. 한국 사회연대은행의 지각 탄생에는 그만한 요인들이 수반되지 않을 수 없겠지만, 2002년은 사회연대은행 건립준비의 초석을 다지는 해였으며, 탄탄한 준비 덕택에 2003년 본격적인 사업 착수는 순항을 띠었다.
사회연대은행의 첫 번째 프로젝트, 여성가장 창업지원사업은 노동시장에서의 이중적 차별, 가정책임의 이중고에 직면해 있는 여성가장들에게 생계자립은 물론 당당하게 자녀양육을 감당해 낼 수 있으리라는 희망의 의지를 다잡게 해주는 횃불을 올렸다고 볼 수 있다. 계속해서 저기능, 저학력, 저자본의 수급권자와 기타 차상위계층 등 사회연대은행을 통한 자립 욕구를 지닌 지원대상자들은 경제위축으로 졸아든 취업시장을 선회하고 창업으로 눈을 돌렸다. 장애인 창업지원사업, 탈북자 창업지원사업, 성매매피해자 창업지원사업.........
이러한 시대적 요청으로 ‘할 일은 많고 규모는 아직 작은’ 사회연대은행은 한국 마이크로크레디트의 본격 수행기관으로서의 정체성과 위상을 확립하고, 그 역할과 기능을 중심으로 발전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
사회연대은행의 바람직한 역할과 기능
사회연대은행이 표방하는 기관의 미션은 자활하고자 하는 의지와 능력이 있는 빈곤층이 경제적, 사회적, 심리적 빈곤에서 벗어나 건강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자활할 수 있도록 창업에 필요한 자금, 경영 및 기술 지원, 사회적, 심리적 자활을 위한 교육훈련 등을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비영리기관이라는 것이다. 함축적으로 정리되어 있어서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지만, 요지는 빈곤에서 벗어날 때까지 빈곤층 창업희망자들에게 창업에 필요한 전면적 지원을 다 하겠다는 말이다. 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사회연대은행이 어떤 역할과 기능을 취할 것인지를 명확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
1)자활 촉진
사회연대은행 사업 근간은 저소득소외계층들의 창업을 통한 자활지원이다. 이는 자활후견기관을 위시한 복지관, 사회복지시설, 여성복지시설 등 여타의 자활지원기관과 역할과 기능면에서 사회연대은행만의 차별성을 견지해야 하기도 하지만, 어느 부분에 있어서는 협력을 이뤄 공존공생을 해야 함을 의미한다. 여타의 자활지원기관들이 직업훈련 지도와 창업동기부여 교육, 공동체 창업형성에 주력하기 때문에 초기단계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면, 사회연대은행은 창업을 희망하고 기술면에서 준비가 된 자들의 사업계획 단계에서부터 개입하여 창업을 통해 성공할 때까지 함께 갈 필요가 있다.
그러나 개입지점을 서비스 공급자인 기관관점에서 구별해 버린다면 서비스의 중첩을 야기하거나 하물며 단절되는 사태를 초래할 것이다. 따라서 사회연대은행은 초기단계에서 자활지원기관들과 공동협력하여 창업자들의 시장 적응 기간을 최소화시켜야 하며, 원활한 인수인계 과정을 거쳐 상급 단계의 창업지원 서비스를 독자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2) 대안금융
제도권 금융기관은 고객들의 자산형성을 1차적 목적으로 삼고 있지만, 고객으로 대우받지 못하는 금융소외계층이 상당수 존재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금융기관은 빈익빈, 부익부의 양분화된 사회구조를 고착하는 역기능을 본의아니게 수행하고 있다. 금융기관에 저축 계좌를 틀만큼 생활능력이 되지 못하는 사람들, 신용이나 부동산대출을 받기 위한 담보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사람들. 이런 금융소외 계층일수록 금융에 대한 욕구는 더욱 강력하게 발휘되어 신용카드와 사채시장에 빠져들 수 밖에 없는데 이들은 곧 고금리 부담과 이어지는 빚더미로 전락하게 된다. 단순히 금융권리의 배제는 부채의 덫에 걸린 경제생활의 실패자를 양산시키는 것 이상으로 인간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한다.
사회연대은행은 경제적으로 실패한 사람들을 재기하도록 보듬어야 하며, 장사 아니고선 생계수단을 마련하기 힘든 사람들을 거두어 기초자립자금을 빌려준다. 사회연대은행을 대안금융이라 지칭하는 연유는 금융배제 대상들을 포괄하고 있다는 점과 수익 지향의 자금지원이 아니라 시장의 재분배 지향과 사회의 건전성 여부에 따라 자금지원을 결정하는 점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3) 기업가적 접근 (사전 사후관리)
사회연대은행의 창업지원자 중 일부는 자활지원기관들의 창업인큐베이팅과정에서 받은 보호를 이어가며 지지를 받지만, 대부분은 독자적으로 자본주의 시장 경쟁체제에서 살아가야 한다. 더구나 한국의 포화된 자영업 시장환경 속에서 이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 분야에 ‘전문화’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들 영세업체들이 홀로 전문화된 영역을 구축하기는 어렵다. 지원업체들이 고객의 선택을 받고 신뢰를 쌓아가며 매출을 얻어내기 까지는 사회연대은행이 컨설팅, 교육, 네트웍 연결 등을 동원하여 이들을 소기업가로 양성해야 한다. 사회연대은행은 이들에게 시장환경 읽는 법, 부진시 대책마련, 상권분석, 원가관리, 식자재관리, 자금관리, 제조비법 등 사후지도를 통해 기업가로 거듭 태어나게 하는 산파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
4) 공동체 회복
사회연대은행이 단순히 여신, 수신, 그리고 고객의 수익(=지원업체의 자립)만을 지향하는 ‘은행’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함께 빈곤하고 소외된 자들에게 희망과 행복을 찾아주는 ‘사회연대’은행이라는 점이 강조되어야 한다. 사회연대은행과 지원업체의 역량만으로는 빈곤소외계층이 어렵게 잡은 기회를 살리는데 한계가 있다.
지원업체를 후견하는 멘또들이 생산과정에 참여하여 제품의 질을 높이고, 지역사회와 함께 구매를 돕는 보호된 시장을 사회연대은행에서 기초공사를 맡고 우리 사회가 함께 가꾸어 가야만 온전한 자립이 가능하다. 외부로 향하는 연대와 지원업체들간의 동조모임은 우리 사회의 공동체 의식을 복원시키는 매개가 될 것이다.
사회연대은행의 발전방향
1) 사전 사후관리의 강화
사회연대은행은 기관 특성상 금융, 창업, 사회복지를 아우르는 전문인력 체계가 갖춰질 때라야만 창업을 통한 자활의 통합적 접근이 가능하다. 지원업체의 사후관리를 맡는 이들 인력은 통칭 RM(Relationship Manager)라 하는데, 그만큼 이들의 자질은 지원업체와 관계를 얼마나 잘 맺을 수 있는가에 따라 평가받는다. 관계 형성 및 유지에 필요한 요소는 리더가 갖추어야 할 덕목과 흡사하다. 비전제시, 사명감, 헌신, 전문지식.........
사회연대은행 또한 휴먼 서비스 조직이니 만큼 서비스를 수행하는 RM에 의해 성패여부가 달려 있느니 만큼 RM 인재상을 정립하고 이에 적합한 인력으로 양성하는 것은 어느 과제에도 양보할 수 없는 가장 핵심 과제이다.
2) 재정
전문화된 인력으로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안정된 재원 기반은 필수적인 요건이다. 설립초기의 수립계획에 명시되었던 기부금, 투자금, 출자금에 걸쳐 사회연대은행의 재원를 마련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다. 초기에는 기부형태에 의존해야 할 것이다. 한국의 기부기반은 사회연대은행이 의지할 만큼 탄탄하다고는 볼 수 어렵겠지만, 복지사회의 성장과 함께 그 잠재력이 무궁무진할 거라 기대된다.
개인이 동참하는 사회연대은행의 풀뿌리 기금은 금액의 다소 여하를 떠나 우리 사회 곳곳에 얼마나 깊이있게 자리잡고 있나를 보여주는 바로미터로 작용하기 때문에 이것이 주는 의미는 크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시나브로 확산될 수 밖에 없는 주체의 성격이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현재 사회연대은행 추진사업은 기업들의 지정기탁금에 의해 운영된다. 상당수의 재원은 기업의 후원금에서 나오는 것이다. 특히 금융기관들이 사회공헌 프로그램으로 제휴하고 있거나 주시하고 있다. 경제에서 금융의 힘은 막강하지만, 아직까지는 사회적 책임투자로서의 금융의 힘은 발휘되지 않고 있다. 우리 사회에도 사회적 책임투자가 활성된다면 사회연대은행과 같은 비영리지원 기관에도 투자가 될 기회는 높아질 것이다. 따라서 사회적 책임투자를 이슈화하고 실현시키는데 사회연대은행이 선도해야 할 것이다.
또한 금융기관을 비롯한 기업들은 빈곤층과 같이 소비배제 대상이 확대될수록 매출은 감소한다. 따라서 사회연대은행을 위시한 빈곤층 자립지원기관에 지정기탁사업을 추진하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고객의 범위를 넓히는 지속적인 시장 창출이라는 유익한 기업활동으로 되돌려 받는다. 기업들의 지역사회 개발지원은 이들 기업들에게 선순환 효과를 가져다 준다.
사회연대은행의 또다른 신뢰할 만한 재원의 주체는 정부이다. 정부에서 직접 운영되거나 민간기관에 위탁하여 실시되고 있는 각종 공공창업지원사업은 빈곤소외계층을 지원하는 사업일수록 타겟으로 삼고 있는 지원계층에게 장벽이 높아 활용실적이 저조하다는 비판을 받는다.
보건복지부의 생업융자자금, 노동부에서 위탁받은 근로복지공단의 장기실직자자영창업자금, 여성부에서 위탁받은 여성경제인협회의 여성가장자영창업자금,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의 장애인자영창업자금들이 기존처럼 실행기관과 금융기관이 이원화되어 운영됨으로써 실질적으로 창업성공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면 위의 공공창업지원제도를 혁신하여 통합 지원방식인 사회연대은행에서 주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3) 홍보 및 자원개발
우리 사회에 사회연대은행 프로그램은 낯설다. 왜 사회연대은행의 매장자립운동이 탈빈곤의 대안이 될 수 밖에 없는지를 일차적으로 알려 그 필요성을 공감하는 것이 선결과제가 될 것이다. 또 사회연대은행의 자립매장인 ‘희망가게’에 우리 사회 모든 시민이 어떻게 동참해야 하는지 방법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희망가게에 법률자문, 세무상담 등 전문지식으로 봉사하는 방법도 있다. 희망가게에게 제품비법을 전수하고 디자인 지원으로 상품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아름다운 생산’에 재능과 노동을 봉사하는 방법도 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당당하게 시장에 선보이는 희망가게의 제품을 구매하는 ‘아름다운 소비’에 참여하는 것도 봉사인 것이다.
4) 제도화
외국 사회연대은행의 사례들이 시사하고 있는 것은 사회연대은행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일정부분 정부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물적지원과 제도적 지원으로 구분될 수 있지만, 물적 지원에서는 사회연대은행의 기관운영비 지원, RM인력 양성 지원 등을 들 수 있고, 제도적 지원은 좀더 세분화하여 언급해야 할 듯하다.
우선, 사회연대은행의 제도 지원은 현 국민기초생활보장법내 자활지원제도를 개선하는 형태의 제도적 틀을 가져가는 방법이 있을 수 있고, 사회연대은행의 특별법을 제정하여 입법화하는 방식이 제안될 수 있다. 전자의 경우 다소 짧은 시간내에 해결가능한 과제가 될 것이나 사회연대은행의 고유한 기능인 여신과 수신을 동시에 취하기에는 불가능한 한계점을 지닌다. 한편 사회연대은행을 위한 특별법 제정은 입법화를 시켜야 하는 만큼 사회 전반적인 공감대 형성이 뒷받침되는 가운데 입법 추진 기간이 요구되나 제대로 된 기능 발휘로 성과가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덧붙여 법인세, 지방세 등의 제세 활동의 감면 혹은 면제, 예금이자에 대한 세금면제, 창업지원업체에 대한 일정기간의 세금 감면 혹은 면제가 이뤄지길 기대한다.
쟁점과 과제
UN은 2015년까지 세계 빈곤의 인구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의지를 천명하고, 새천년 개발계획과 함께 이를 달성하는 핵심수단으로 마이크로크레디트를 채택하여, 그 결과 2005년을 ‘마이크로크레디트의 해’로 지정하였다.
세계 각국은 마이크로크레디트를 보급시키고 정착시키기 위한 일환으로 National Committee를 결성하고 있다. 아쉽게도 한국에서는 이를 결정하려는 민간단체들의 작은 울림들만 있을 뿐 정작 힘을 실어 주어야 할 정부부처에서는 묵묵부답이다. 국내에서도 사회연대은행을 통해 소기의 성과를 내고 있고, 더군다나 외국에서는 후진국은 물론 선진국에서까지 탈빈곤의 효능을 인정받아 UN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 관련부처들이 미동도 하지 않는 것은 탈빈곤에 대한 의지가 박약하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속히 범 국가적 차원에서 정부부처, 금융기관, 마이크로크레디트 수행기관, 시민단체들이 National Committee를 결성하여 마이크로크레디트운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해야 할 것이다.
한편 우리나라의 은행법상에 의하면 정식으로 인가받은 금융기관이 아니고서는 은행이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없게 되어있다. 그러나 마이크로크레디트의 창시자 그라민뱅크의 유누스 교수의 말을 빌자면 ‘식량은행도 은행이요, 혈액은행도 은행인데, 구휼은행이라고 해서 은행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 있겠는가’라고 했건만, 한국에서 은행으로서 사회연대은행의 인식 수준은 낮은 듯하다.
사회연대은행이 제도적으로 보호받지 못한 실정에서는 은행과 같은 여수신 기능을 꿈도 못 꿀 것이며, 여신기능만 수행하게 될 경우는 대부업법에 등록해야 할 상황인데 사회연대은행이 대부기관으로 자리매김되는 것은 가슴아픈 현실이 아닐 수 없다. 대안금융을 통해 자립매장운동을 수행해야할 사회연대은행에 제도적으로 특수한 형태의 자격을 부여하는 것이 시급하게 이뤄져야 한다. 이에 ‘정부지원 민간운영’의 기본 골격을 유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사회연대은행을 위한 자활지원법 제정을 제안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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