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인권선언일에 즈음하여, 전실노협을 비롯한 3개 노숙인 지원단체들은 주거대책 요구를중심으로 ‘홈리스 인권캠페인’을 진행한 바 있다. 인권 캠페인이란 이름으로 주거대책을 요구하는 것이 조금은 생경한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인권’이란 이름조차 사치스러운 노숙인의 처우를 개선하는 지름길은 노숙인에 대한 ‘주거대책’이며, 이는 노숙당사자들의 요구와 우리의 노숙인 복지 경험, 복지 선진국들의 정책방향으로도 검증된 것이다.

최근의 실태조사는 노숙 당사자들의 제1 욕구가 ‘주거’에 있음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는 어쩌면 불을 보듯 뻔한 귀결이다. 노숙인은 다름 아닌, 주거지를 보존하지 못해 거리로 나선 이들이기 때문이다.

한계에 봉착한 응급 구호 정책

IMF 경제위기 이후 정부는 국고보조사업을 통해 노숙인 지원체계를 만들어왔으며, 이는 그 사업의 형태로서나 ‘쉼터 입소 중심’이라는 내용면에서도 응급대책의 성격을 띤 것이었다. 물론 당시 유래 없는 재난 상황을 수습하기 위한 응급대책이 필요했음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소임을 다한 긴급 대책이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는 데 있다. 노숙인은 이미 사회복지사업법 상 정책 대상으로 포함될 만큼 사회적 실체화되었으며, ‘쉼터 퇴소 후 재 노숙, 거리 노숙인 증가’ 등 현 지원 정책의 한계는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정부는 현재 구축한 지원체계로 노숙인의 사회복귀를 가져올 수 있다는 희망을 신속히 버려야한다. 노숙인의 20%만이 노숙 이전 안정된 주거를 보유했을 만큼, 노숙인은 ‘주거불안’의 극단에 선 사람들이다. 따라서 이들에 대한 문제해결은 ‘주거대책’을 골자로 한 것이어야 한다. 현재와 같이 단순히 노숙으로 인해 초래되는 부작용을 감소시키려하거나, 생활시설 입소를 끝으로 해결을 보려는 시도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탈출할 길 없는 노숙인생

쉼터 입소 외엔 뚜렷한 대책이 없는 정책의 한계는, 노숙인들을 거리로 내몰고 있으며 이들의 노숙인생은 점차 장기화ㆍ만성화되어 가고 있다. 길어지는 노숙생활은 그 만큼 탈 노숙의 여지가 좁아짐을 의미하는데, 이는 단지 건강상태 등 임상적인 측면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다.

노숙 생활을 한다는 것은 각종 범죄와 안전위협으로부터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실제, 비인간적 자본에 매몰된 범죄조직들은 인신매매나 사기등으로 노숙인을 이용하고 있으며, 국가 공무원인 철도 공안원들에 의한 폭행ㆍ사망사건도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현재 복지 지원만을 담당하는 거리노숙인 지원체계는 노숙인에 대한 안전보장의 기능을 갖추지 못하고 있으며, 치안당국 역시 노숙인을 범죄 유발자로 인식하여 검색ㆍ검문을 강화할 뿐 이들의 인권보호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이렇게 노숙인들은 주거상실 등 노숙에 이르게 된 원문제와 함께, 노숙생활로 인한 부가 하중을 떠안으며 지루한 노숙인생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노숙인 쉼터의 한계

많은 이들은 “거리 노숙이 그리 힘든 것이라면 쉼터에 들어가면 되지 않나”하며 반문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노숙인 쉼터는 임시 수용시설에 불과할 뿐, 주거에 적합한 시설 ㆍ 구조 ㆍ 성능 등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개인의 사생활이 보장되지 못함은 물론, 개인당 침실면적이 좁아 취침조차 불편한 상황이다.

쉼터의 입소인원을 결정하는 기준이 되는 ‘입소 정원’의 경우, 쉼터 개소당시 각 기관 임의로 정해진 것으로서 ‘최대한 들어갈 수 있는 인원’에 해당하며 실제 그 인원대로 입소를 받았을 경우 생활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일선 실무자들의 증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지부는 지난 11월 1일 ‘동절기 노숙인 보호대책’을 발표하고, 상담강화를 통해 쉼터입소를 유도하겠다고 한다. 여전히 응급 대책으로만 일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거리노숙인의 절반이상은 이미 쉼터를 경험한 이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즉, 노숙인은 쉼터에 대한 정보가 없거나, 접근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쉼터 정책의 한계로 인해 퇴소 후 재 노숙하는 비율이 높다는 것이다.

노숙인 주거대책이란 무엇인가?

거리 캠페인을 진행하며 “나도 집이 없는데, 노숙자들한테 집을 지어 줘?”란 이야기를 듣곤 하였다. 이처럼 ‘노숙인 주거대책’이란 현재와 같이 국가의 주거복지 정책이 전무한 현실에서는 이해되기 힘든 주제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노숙인 복지의 역사가 긴 복지국가들의 대부분은, ‘홈리스’를 ‘정규적인 주거가 없는 사람’으로 정의하여 ‘주거’에 대한 정책적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으며 다양한 주택 정책으로 이를 현실화하고 있다. 그 예로 영국의 경우, 1977년 홈리스법을 제정하고 주택정책의 틀 안으로 홈리스 정책을 끌어 들였으며, 프랑스의 경우 3개월간 거주증명이 없는 이들을 홈리스 생활자로 인정 ㆍ 적합한 주거시설을 제공하고, 이후 3개월 이상 거주증명을 하게 되면 RMI등 각종 사회보장제도의 수급권을 취득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현실에서 적용 가능한 노숙인 주거대책은 무엇인가?

첫째, 쉼터의 주거기능을 강화시켜야 한다. 전술한 바 있듯, 수용시설 수준의 열악한 쉼터 로는 입소인들의 재활, 자활을 기대할 수 없다. 기본적인 주거 안정의 토대위에 각종 재활, 자활 지원책이 부가되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개선 움직임이 보이지 않고 있다. 복지부는 올 해 사회복지사업법 하부 시행규칙을 입법 예고하여, ‘일인당 평균면적 ㆍ 시설 요건’등 쉼터의 시설 기준을 제시하였으나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행할지는 아직도 미지수다. 쉼터는 입소인이 정해진 입소기간동안 최소한의 인간으로서의 사생활을 보장받으며, 심리적 안정 ㆍ 재활 ㆍ 자활을 도모할 수 있는 주거공간으로 개선되어야만 한다.

둘째, 쉼터 퇴소 후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현재로서 쉼터 입소 노숙인은 기본 입소기간인 6개월이 지나면 쉼터를 떠나야 한다. 쉼터 입소기간동안 구직하고, 저축하고, 주거지를 마련해서 자립하는 것이 가능하겠는가? 저학력 ㆍ 저기술 상태에 있는 노숙인의 특성과 갈수록 구직 경쟁이 치열해지는 현실을 고려할 때, 쉼터는 말 그대로 잠시 머물다 가는 곳일 뿐 더 이상의 의미를 찾기 어렵다.

셋째, 공공임대 주택 정책과 노숙인 지원정책의 연결 고리를 만들어야 한다. 최근 물량과 내용면에서 정부의 주택정책이 일정부분 개선되고 있으나, 여전히 노숙인은 공공임대주택 선정기준에서 배제되고 있다. 이는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권을 주요 기준으로 하는 선정기준의 편의성에 의해 주거복지 욕구가 가장 큰 계층의 접근을 차단시키는 것으로, 사회주택으로서의 공공임대주택의 기본 취지에 어긋난 것이다. 정부는 입주자 선정기준 개정을 통해, 노숙인 중 독립생활이 가능한 이들에 대한 입주 기회를 보장해야 할 것이다.

위와 같은 노숙인 주거대책을 마련함과 함께, 점진적으로 노숙인 지원체계는 주거불안계층의 최후 안정망으로서의 기능을 담보할 수 있도록 개편되어야 할 것이다. 이것이 노숙인들의 사회 재 진입의 지름길이며, 노숙으로의 전락을 막는 예방책이라 생각된다. 위의 예로 든 복지 선진국들을 포함하여, 갈수록 전 세계 국가들은 재정 지출에 있어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고 있으며, 이의 결과로 주거정책 중심의 홈리스 대책을 실시하고 있는 것이다. 비용과 정책의 효율성 양자에서 주거정책 중심의 노숙인 지원체계 개편은 대세다.

이동현 / 전국실직노숙자대책종교시민단체협의회 간사
2005/01/10 00:00 2005/0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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