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했던 날씨가 요즘 들어 제법 겨울 티를 낸다. 또 한해가 저물어 가고 새로운 한해가 시작되고 있다. 그러나 들리는 소식은 여전히 암울하다.

지난 12월 18일 오전, 대구시에서는 5세 남자아이가 자기 집 안방 장롱 속에서 숨진 채로 발견되었다. 사인(死因)에 관해서는 아직 분명치 않으나 영양실조로 혹은 굶주림에 지쳐 아사(餓死)하였다 고도하고, 희귀성 난치 질환인 ‘선천성 척수성 근위축증’이라고도 한다. 어느 것이 맞던지 근본원인을 아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다른 한편, 강남의 어느 호텔에서는 비슷한 또래 아이의 생일을 맞아 수 백만 원의 호화 생일파티가 열렸다고 한다. 오늘의 한국사회에서 대비되는 양극단이다.

실업자와 노숙자가 늘어나고 빈곤층의 삶은 고단함을 넘어 절망으로 치닫고 있는 반면, 부유층의 호화 망년회는 여전하다고 한다. 들려 오는 소식 또 하나가 눈길을 끈다. 공공임대주택 입주민들의 임대료 체납에 관한 것이다.

대한주택공사의 보고에 따르면 공공임대주택 입주자 중 임대료를 4개월 이상 체납한 가구가 2001년 5,630가구, 2002년 5,620가구이었으나 2003년에는 7,582가구를 넘고 2004년에는 9월 현재 10,004가구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2년 만에 배 이상 증가한 수치이다. 경제적 문제가 직접적인 원인이지만 이미 예견할 수 있는 일이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공공임대주택은 크게 세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영구임대주택과 ‘공공임대주택’, 국민임대주택이 그것이다. 영구임대주택은 우리나라 최초의 사회복지적 성격을 띠는 공공임대주택으로서 노태우 정부시기에 도입되었다. 입주대상은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도입 당시에는 생활보호대상자), 보훈대상자 등으로 정부의 재정지원이 건설비의 85%에 이른다. 입주자 부담은 15%이다. 애초에는 25만 호 건설을 예정하였으나 약 19만 호가 건설되었고 주택규모는 23.196㎡이다. ‘공공임대주택’은 김영삼 정부에서 공급하였다. 입주대상은 무주택청약가입자이고 특별공급대상자로 보훈대상자, 일본군 위안부, 철거민, 장애인 등이 포함된다. 재원은 건설초기, 정부재정이 50%, 국민주택기금 20%, 입주자 부담이 30%이었으나 1994년 이후 정부재정 지원이 중단되었다. 약 8만여 호가 건설되었고 주택규모는 40㎡ 이하이다. 마지막 국민임대주택은 김대중 정부에서 공급을 시작하여 현 노무현 정부에서도 지속되고 있다. 초기에 공급된 국민임대주택은 10년형과 20년형으로 나뉜다. 전자는 무주택 세대주로서 전년도 도시근로자 가구 월평균 소득의 70% 이하인 자가 입주대상이고 주택규모는 60㎡ 이하이다. 재원은 정부재정이 30%, 국민주택기금 20%, 대한주택공사 10%, 입주자 20%이다. 후자는 입주대상이 무주택 세대주로서 전년도 도시근로자 가구 월 평균소득의 50% 이하인 자이고 주택규모는 전용면적 50㎡ 이하이다.

재원은 10년형과 같다. 한편, 김대중 정부는 악화되는 주거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국민임대주택의 공급계획을 100만 호로 확대하는 한편, 주택 유형을 ⅠㆍⅡㆍⅢ형으로 분류하여 각각의 주택규모나 재정지원을 달리하여 운용하고 있다. 만족스럽지 않지만 계획이 제대로 실현된다면 우리나라도 양적인 면에서는 어느 정도 공공임대주택의 기반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다른 곳에도 있다. 보다 공공임대주택이 필요한 빈곤층이나 최저 주거기준 이하 계층의 입주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미 오래 전인 1989년, 영구임대주택이 처음 공급되던 때, 서울시 중계동 영구임대주택의 입주 신청자격이 있는 가구 3,908가구 중 1,705가구가 신청하지 않았는데 이들의 미신청 사유로 임대료 및 관리비 부담이 63.6%로 나타났다. 정부의 재정지원이 가장 큰 영구임대주택이 이러하다면 다른 공공임대주택의 상황이 어떠하리라는 것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실제로 한 연구에 따르면 국민임대주택의 제 유형 중 입주자 부담이 가장 작은 Ⅰ유형(14평, 재원은 정부재정 30%, 국민주택기금 40%, 입주자 20%)의 경우에도 최저주거 기준 미달가구 중 침실 수 미달가구는 20%, 전용부엌 및 화장실 기준 미달가구는 100%, 양자의 중복기준 미달가구는 50% 입주가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입주자 부담이 40%에 이르는 Ⅲ형의 경우는 위 세 유형의 미달가구 100%가 입주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음은 물론이다. 결국 공공임대주택 정책이 보다 집중하여야 할 대상계층이 배제되고 있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임대료 체납도 이와 같은 문제의 연장선상에 있다. 다행히 공공임대주택 입주에 성공한 이들도 경제적 고통이 가중되자 임대료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장기 체납하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이제 이들은 퇴거위기에 처해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해결책은 어려운 것이지만 불가능하지도 않다. 간단하게 2가지만 제시한다. 위에서 살펴본 바, 노태우 정부의 영구임대주택 이래로 정부의 재정부담은 축소되어 왔다. 우선적으로 정부의 재정부담을 확대할 일이다. 또한 이와 병행하여 임대료 산정 및 부과방식을 입주자의 소득수준에 맞게 바꾸는 것도 좋은 대안이다. 즉 현행과 같이 공공임대주택의 유형에 따라 획일적인 임대료를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입주자의 소득수준에 맞게 차등 임대료를 부과하는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의 확충 등 입주자의 소득을 파악할 수 있는 기반 마련이 동반되어야 한다.

추운 겨울, 이 사회의 약자들은 배제되고 고통받고 있다. 곧 다가올 따뜻한 봄날, 이들에게 희망 어린 웃음을 기대하는 것은 여전히 불가능한 일일까?

박윤영 / 안산공과대학 사회복지학과 교수
2005/01/10 00:00 2005/0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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