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작년 말 정기국회에서 통과된 국민건강보험재정건전화특별법(이하 건강보험특별법)과 국민건강증진법(이하 건강증진법)의 개정 배경과 개정 법률의 주요 내용을 소개하고, 법률 개정 과정과 개정 법률의 문제점에 대하여 살펴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1.법률 개정 배경

정부는 작년 10월 건강보험특별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였다. 정부가 밝힌 법률 개정 제안 이유는 담뱃값 인상으로 건강증진 부담금이 늘어나 건강증진기금 확대가 예상되므로 건강보험의 지역급여비용 등에 대한 기금 지원율을 10%에서 15%로 높이는 대신 국고지원율을 40%에서 35%로 낮추려는 것이다. 즉, 건강보험특별법 개정은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국고부담을 줄이는 대신 이를 기금 수입으로 충당케 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다.

건강증진법의 경우 정부가 제출한 법률 개정안 외에 열린우리당 장향숙의원과 한나라당 안명옥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개정안이 보건복지위원회에 회부되어, 보건복지위원회가 대안을 마련하여 의결하였다. 대안을 제안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건강증진 부담금을 150원에서 354원으로 인상하는 것. 둘째, 기금 사업 내용을 확대하는 것. 셋째, 기금의 건강보험 재정 지원 한도를 예상 수입액의 97%에서 65%로 하향 조정하려는 것. 즉, 건강증진법 개정은 기금 규모와 기금 사업 범위를 확대하는 것을 법률 개정 취지로 삼고 있다.

2.개정 법률의 주요 내용

개정 건강보험특별법의 주요 내용은 법률 개정 배경에서 밝힌 바와 같이 기금의 건강보험 재정 지원율을 10%에서 15%로 높이는 것이다. 해당 조문을 정확하게 인용하자면, “매년 당해연도 지역가입자에 대한 보험급여비용과 지역가입자의 건강보험사업에 대한 운영비(이하 “지역급여비용 등”이라 한다)”의 “100분의 15에 상당하는 금액을 국민건강증진법에 의한 국민건강증진기금에서 공단에 지원”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1).

국민건강증진법의 개정 내용은 크게 건강증진 부담금 인상과 기금 사용 범위 확대,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기금 지원율의 상한 조정 등 세 가지 내용으로 이루어져있다. 법률 개정으로 담뱃값은 궐련 20개비 즉 한 갑당 500원이 인상되어 담배 한 갑당 부담금은 150원에서 354원으로 204원 인상된다. 기금 사업의 범위도 확대되는데, 구체적인 내용은 <표 1>에 제시된 바와 같다. 개정 법률은 공공보건의료 시설과 장비 확충 등 기금 사업의 범위를 폭넓게 규정하였고 금연사업을 첫 번째 기금 사업으로 특정(特定)하여 기금의 “정책 적합성”을 높이려는 노력이 눈에 띈다. 또한 기금의 사용 등에 관한 제25조에 2항을 신설하여 “아동‧여성‧노인‧장애인 등에 대하여 특별히 배려‧지원할 수 있다”고 규정한 것도 두드러지는 대목이다(2).

<표1 > 국민건강증진법에 규정된 건강증진기금 사업의 범위

-표없음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기금의 지원율 상한을 낮춘 것은 건강보험특별법에 따라 기금 수입의 대부분이 건강보험 재정 지원에 쓰이고 있는 상황 때문에 기금 존치의 타당성에 문제가 제기되는 것을 어느 정도 차단하고, 건강증진사업에 투입할 일정 규모의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된다. 담뱃값 인상에 따른 건강증진 부담금 증액으로 기금 규모가 커졌으므로, 건강보험 지원율을 낮추는 것만으로도 건강증진사업 재원은 크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3.법률 개정 과정과 개정 법률의 문제점

건강보험특별법 개정 과정에서 눈에 띄는 첫 번째 문제점은 통상적인 입법 예고 과정을 충분히 거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같은 시기에 처리된 건강증진법 개정 법률안이 작년 6월 29일에 입법예고되었고 내용은 보건복지부 홈페이지를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반면, 건강보험특별법에 관한 입법예고 여부는 확인조차 어렵다. 정부가 특별법 개정에 대한 충분한 의견 수렴 의지가 없었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이러한 절차상의 문제점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번에 처리된 두 법률이 서로 상충하는 결과를 빚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법률 개정으로 건강보험특별법은 기금의 건강보험 재정 지원율을 15%로 높인 반면, 건강증진법은 지역급여비용 등에 대한 기금 지원율 상한을 예상 수입액의 65%로 낮추었다. 따라서 기금 예상 수입액이 충분히 큰 규모가 되지 않는 이상, 기금 예상 수입액의 65% 수준으로는 지역급여비용 등에 대한 기금 지원율이 15%에 이르지 못하는 상황이 빚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된 2005년도 국민건강증진기금 운용계획을 살펴보면 이 점이 분명해진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수정 의결한 2005년도 건강증진기금 운용계획안을 보면, 기금의 예상 수입액은 13,277억 원이며 지역급여비용 등에 대한 지원액은 9,253억 원으로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기금 지원율은 기금 예상 수입액의 69.7%에 이르는 반면, 지역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기금 지원율이 지역급여비용 등의 11.7% 수준에 불과하다(3). 한편, 현행 일반회계 예산 및 기금 운용계획으로는 개정 건강증진법을 기준으로 할 때에는 개정 건강보험특별법에 위배되고, 개정 건강보험특별법을 준수하려면 개정 건강증진법을 어겨야 하는 딜레마에 부딪히게 된다. 더욱이 현재의 일반회계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은 두 법률의 해당 조문 모두를 위반하는 결과를 빚고 있다. 이를 도표로 보이면 <그림 1>과 같다.

<그림1 > 두 개정 법률의 상호 모순

-그림없음

게다가 지난 2002-2004년간 일반회계 예산에 지역건강보험 지원액이 적게 편성되어 결산상 지원액과 실제 지원액과의 차이가 누계 7,234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올해 예산 집행에서도 이러한 문제가 반복되어 나타날 것이 우려되고 있다(4).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때 가능한 시나리오는 두 가지다. 첫째, 건강증진법을 기준으로 삼아 기금의 지역건강보험 재정 지원 상한을 65%로 준수하는 대신, 부족한 재정을 보험료 인상으로 충당하는 시나리오. 둘째, 지금처럼 두 개정 법률 모두를 적당하게 위배하는 선에서 부족한 재정을 보험료 인상으로 충당하거나 추경 편성과 보험료 인상으로 메우는 방안. 법률적으로는 특별법 우선 원칙에 따라 건강보험특별법을 기준으로 삼아 예산과 기금운용계획을 조정해야 하겠으나, 예산 집행과 기금 운용에 따른 행정 행위가 이미 이루어지고 있는 터라 기왕의 지출 내역을 변경하여 지역건강보험 지원액 규모를 늘리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 행정 행위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는 법률이 지닌 맹점, 즉 정부나 국회가 이런 유의 법률을 어겼을 때 어디에도 책임을 지지 않아도 무탈하다는 그간의 관례가 어느 정도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5). 그 결과는 보험료 인상이라는 방식으로 국민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

법률 개정 과정에서 보인 난맥상에 관해서는 다음 두 가지 점이 지적되어야 한다. 첫째, 정부 내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거나 일관성 있는 정책 기조가 없는 것이 원인일 수 있다. 해당 법률의 소관 부처인 보건복지부와 예산 당국인 기획예산처, 보건복지부 소관 예산을 담당하는 기획예산처 복지노동예산과와 건강증진기금을 담당하는 연금보험기금과, 건강보험을 담당하는 보건복지부 연금보험국과 건강증진기금을 담당하는 건강증진국 사이에 의사소통, 즉 행정 프로세스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개선 가능한 프로세스 문제가 아니라, 임기 3년째를 맞이하는 노무현정부가 아직도 일관성 있는 정책 방향을 수립하지 못하였거나, 자신의 정책 기조나 가치를 중심으로 관료 조직을 짜임새 있게 이끌어나갈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거나, 우리가 전형적인 관료주의의 표본을 목도(目睹)하고 있거나, 아니 그 모두일 수도 있다. 둘째, 법률 제‧개정을 전제로 편성된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의 문제가 있다. 이것은 국회 예결특위에서 지적되었듯이, “정기국회 이전에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과 관련된 법률안이 제출되어 국회의 법률안 심의 결과에 따라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이 심의되는 방안”이 마련됨으로써 개선이 가능한 부분으로 판단한다.

4. 전망과 과제

이번 법률 개정으로 건강증진기금이 확충되고 기금 사업 범위를 확대하는 성과를 거두었으나, 확충된 기금의 상당 부분을 지역건강보험 재정 지원에 쓸 수 있는 길도 열리게 되었다. 특히 건강보험특별법의 경우 2006년 법률 시효 만료를 불과 2년 앞두고 개정되었다는 점에서, 이후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불투명하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더욱이 그간 지역건강보험 재정 지원이 특별법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제재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의 예산 집행에 대한 시민 감시가 더욱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정부의 “불법” 행위들이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스스로 훼손하는 셈이다.) 이 점에서 건강보험 재정을 기금으로 전환하자는 제안은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건강증진법 개정은 기금 규모를 늘림으로써 그간 만성적인 부족 상태였던 보건의료 재정을 확충하였다는 의미를 지니며, 기금 사업 범위를 확대함으로써 공공보건의료 확충의 전기가 마련될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주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규모가 커진 건강증진기금을 투입한 사업이 성공의 가능성을 뚜렷하게 보여주지 못한다면, 정부의 기금 정비 계획과 맞물려 건강증진기금의 존폐 자체가 다시금 문제가 될 가능성도 있다. 건강증진기금 사업에 직‧간접적으로, 의식적‧무의식적으로 관여하고 있는 모든 주체들의 분발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참고문헌

1. 국민건강보험재정건전화특별법 중 개정 법률안. 2004년 10월.

2. 국민건강증진법 중 개정 법률안(대안). 2004년 12월 7일.

3.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2005년도 기금운용계획안 심사보고서. 2004년 12월 31일.

4.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2005년도 보건복지위원회 소관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예비심사보고서. 2004년 12월.

5. 政‧국회, 재정건전화특별법 스스로 무시. 데일리메디 2004년 1월 7일자.

4.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2005년도 예산안 심사보고서. 2004년 12월 31일.

최용준 / 한림대학교 의과대학 사회의학교실 전임강사
2005/02/10 00:00 2005/0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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