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부(정말이지, 일부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지자체에서 발생한 부실 도시락 파문과 재발 방지를 위한 일련의 대책 마련의 과정은 그 동안 우리가 경험했던 복지 후진적 사건이 되풀이 되었다는 점에서 씁쓸하기 그지없다.

사실, 문제의 도시락 파문은 학기중에 급식비를 지원받는 아동 중 희망자 전체에 대해 방학중에도 급식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프로그램으로, 방학 중 발생할 수 있는 복지(급식) 공백을 해소하는 의미있는 프로그램이다. 취지나 목적 면에서 바람직하고, 정책대상에 대한 나름대로의 정책적 배려(?)가 담겨져 있는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왜 건빵도시락, 가짜 도시락 등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발생했는가? 주무부처인 보건보지부에서는 급식대상 아동의 급격한 증대(3만9천명에서 25만명으로), 단체급식소가 부족하여 개별급식 제공, 전담인력의 부족과 관리소홀, 2,500원이라는 낮은 급식지원 단가 등을 지적하고 있다 http://www.pressian.com/. 1.13자 기사.

. 정책입안자다운 다각적인(?) 원인을 분석하고 있다. 그렇지만, 복지부가 지적한 원인을 한번 더 분석해보면, 결국 문제원인의 핵심은 급식대상 아동이 급격히 증가해서 이 같은 사태가 벌어진 것으로 귀착된다. 일면이 타당하다. 현실여건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려 6배 이상 증가한 인원을 급식지원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복지부 자체의 원인 진단으로만 충분하지 않고, 어딘지 어색하다.

정말, 이 같은 도시락 파문을 사전에 방지할 수 없었는가? ‘원인의 원인’을 살펴보자.

우선, 시기적으로 촉박해서 사전에 준비가 부실할 수밖에 없었다는 ‘뉘앙스’를 짚어보자 복지부의 논리는 짧은 시간은 너무 많이 급식지원 대상 아동이 증가하였기 때문에 준비가 충실하지 못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문제는 방학 중 급식지원을 포함한 급식대상 확대에 대한 정책지시와 준비가 04년 7월부터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당시부터 국무총리가 3회에 걸쳐 급식확대를 위한 정책준비 지시가 있었으며, 04. 10. 25일 대통령의 국회 국정 연설시에도 “금년 겨울 방학부터는 결식아동에 대한 중식지원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시락 파문이 발생했다는 것은 정책결정자와 실무자간의 정책공백이 발생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물론, 실무자 입장에서 약 6개월에 불과한 정책 준비기간은 제도시행에 앞서 면밀한 준비를 하기에는 충분한 기간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뒤집어 보면, 6개월의 기간이 이 같은 파문을 야기할 정도의 허술한 준비를 하기에는 너무 긴 시간은 아니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앞선다. 왜냐면 발생된 상황 하나 하나가 예측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급식지원 대상 아동이 급격히 증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단체급식소가 부족하기 때문에 개별급식을 제공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대개가 두 가지 경우의 수를 고려할 수 있다. 첫째는, 도시락의 배달 문제가 곧 급식단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급식단가를 유지하는 가운데 도시락 전달을 위한 효율적인 전달체계를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 된다. 둘째, 급식단가의 일부가 배달료로 지불될 수 있으므로 철저한 식단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도시락 파문 다음 날부터 도시락의 반찬 등의 메뉴는 놀라울 만큼 달라졌는데, 조금만 신경을 쓰면, 이렇게 달라질 수 있는 것을 보면, 복지부의 준비가 얼마나 허술했는지를 미루어 짐작하고도 남음이다.

과연, 이런 상황을 미리 예견할 수 없었을까하는 의구심이 든다.

전담관리인력의 부족과 관리 소홀문제도 그렇다. 우리 나라 복지행정이 언제 넉넉한 인력과 풍족한 예산을 집행해본 경험이 있었나? 그렇다면, 정책입안 단계부터 최일선의 사회복지사와 사회복지전담공무원들 그리고 관계전문가와 안정적인 의사소통을 통해서 예상되는 문제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실제로 일선의 사회복지사 및 사회복지전담공무원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었다면, 도시락 파문을 결과하는 급식확대 시책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하는 데, 이 말이 필자에게만 도시락 파문의 원인의 상당부분이 탁상행정에서 비롯되었다는 질타로 들리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와 같이 뻔히 예상되는 상황에 대하여 정부에서는 어떤 준비를 했는지 자성해 볼 필요가 있겠다. 정책 취지에 버금갈 만큼의 세밀한 준비를 마련하지 않고, 단순히 급식지원 인원이 증가하여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문제로 보고 원인을 파악하는 것은 드러난 원인에 지나지 않는다. 오히려 드러나지 않은 ‘원인의 원인’은 탁상행정적 준비에 대한 행정편의주의적 분석과 태도가 아닐까 한다.

한편, 도시락 파문과 관련하여 주무부처 장관의 예산타령 역시 안일한 대응이라는 비판을 받아야 할 것이다.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은 모 방송 프로그램과 인터뷰 도중 도시락의 부실은 인정하지만, 현실적으로 재정지원을 늘리는 것이 어려운 만큼 시민들이 배달 자원봉사 등에 동참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하였다고 한다. 지역내 결식아동들의 도시락 배달을 지역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해결한다는 취지는 복지공동체를 조성한다는 차원에서 동의할 수 있다. 그리고 정부와 민간의 유기적인 복지전달체계 구성이라는 점에서 바람직할 수 있다. 그러나 지역내 자원의 효율적 활용이라는 차원에서 시민참여가 장관의 예산타령을 용인하는 것이 아닌 이상, 주무부처 장관이 보다 적극적인 재정지원 확대 노력을 보여주는 것이 마땅하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주무부처의 장관의 예산타령과 다르게, 정부는 오는 3월부터 끼니당 급식단가를 현재 2,500원에서 3,000원으로 인상하겠다고 발표하였다.

도시락 파문이 있고 정부는 ‘아동급식종합개선대책’을 마련했다고 한다. ‘대책’에 포함된 주요 내용들이 왜 진작에는 마련되지 못하고, 늘 이 같이 ‘파문’이나 ‘사건’을 치루고 나서야 나오는지 안타깝다. 더 이상은 진부하게 들리는 복지후진적 파문이나 사건을 경험하지 않는 한해가 되길 바란다.

류만희 / 상지대 사회복지학과
2005/02/10 00:00 2005/0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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