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제도 및 실천의 근거로서 인간의 니드

사회복지는 인간의 니드(need)를 충족하고자 하는 사회적 노력이자 방법이다. 니드는 인간이 인간으로서 인간답게 존재하기 위하여 충족되어야 하는 것을 말한다. 사회변동과 사회환경의 작용은 인간이 충족해야 하는 니드의 품목을 변화시키고 또한 니드의 충족방법과 상태를 변화시킨다. 전통적으로 의ㆍ식ㆍ주는 인간의 기본적인 니드로 인정된다. 그러나 현대사회의 등장은 교육, 의료, 문화, 사회참여 등 기본적인 니드의 영역과 품목을 확대시켰다. 이러한 니드의 충족은 시장관계를 통하여 개인과 가족으로 하여금 상품의 형태로 충족하도록 명령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한 쪽으로는 니드의 과잉충족을 이루는 집단을 만들어 내고 다른 한편으로는 자력으로는 니드의 충족을 할 수 없는 개인과 가족을 양산하게 되었다. 또한 대다수 사회구성원들이 시장을 통하여 니드를 충족케 할 수 없는 다양한 사회적 위험들을 발생시키게 되었다. 이것은 곧 국가개입에 의한 사회복지제도 및 다양한 민간의 사회복지실천의 등장을 가져오게 하였다.

따라서 사회복지는 시장관계가 야기하는 니드의 충족문제를 사명을 가지고 있으며, 사회복지제도 및 실천의 출발은 니드의 본질과 그 형태를 파악하는 것으로부터 이루어지며, 이것을 충족하는 방법을 모색하여 인간이 니드 충족의 억압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궁극적인 사명이 된다.

인간적 니드와 인권

인간이 니드를 충족하는 것은 곧 인간이 인간다움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것은 어떤 인간도 차별받지 않고 도달해야 하는 상태이다. 따라서 니드의 충족을 외부적 조건들에 의해 방해받는 인간은 누구라도 니드의 충족을 사회에 대해 요구할 수 있는 정당한 명분을 갖게 된다. 이것이 곧 인권이다. 권리는 일정한 결과 또는 변화를 요구할 수 있는 정당한 힘이다. 특히 인간됨 내지 인간다움을 유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권리를 인권이라 한다.

인간의 니드의 내용과 품목은 다양하다. 그러나 그것은 두 가지 범주로 요약된다. 즉, 생존(survival)과 자율(autonomy)이다. 인간은 일단 물리적으로 생존할 수 있어야 하며, 동시에 스스로 주체성을 가지고 행동과 선택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생존은 유지하고 있으나 자율성을 갖지 못하면 그것은 노예와 다름없다. 생존을 부정당하면서도 자율성을 지킬 수 있는 것은 신(神) 또는 성인(聖人)에 해당된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인간은 이 두 가지 요소를 모두 충족해야 인간으로서 존재하고 기능할 수 있다.

인권 역시 이 두 가지 니드를 모두 충족하는 것이 된다.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자유를 향유하기 위하여 신체의 자유, 정신과 사상의 자유, 이동의 자유, 표현의 자유, 참여의 자유 등이 보장되어야 한다. 또한 인간다운 생존권이 보장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권리들은 인간적 욕구를 충족하는 것이며 동시에 인권을 충족하는 것이 된다.

따라서 니드는 인권의 내용을 이루며, 인권은 니드의 규범적 요구이다. 니드를 충족하는 것은 곧 인권을 실현하는 것이며, 인권은 인간의 니드를 충족하기 위한 규범적 명령이자 요구인 것이다.



인권이념의 구현 형태

인권은 특정자격이나 조건을 가진 사람들에게만 부여되는 권리가 아니라, 인간인 이상 모든 인간에게 차별없이 부여되는 권리이다. 따라서 보편적인 권리이다. 인종, 성별, 장애, 국적 등과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어디에서나 인정되는 권리이다. 이것은 법률로 정한 것이 아니라 생래적(生來的)으로 존재하는 권리이다. 즉 천부적(天賦的) 권리이다. 흔히 “천부인권”이라 부르는 것은 바로 이러한 점을 말하는 것이다. 천부인권은 기본적으로 자연권을 말하는 것이다.

이러한 인권은 일정 시점이나 특정 기간 동안만 한시적으로 적용되는 권리가 아니라 인간인 이상 항구적으로 보장되는 권리이다. 그리하여 인권, 특히 기본적인 인권은 어떤 경우에도 침해하거나 제한할 수 없다. 현실적으로 제한의 필요성이 있을 때에도 인권의 핵심적인 부분은 제한할 수 없는 것이다. 예컨대, 자유가 제한되는 교도소의 재소자들이나 전쟁포로들에게도 먹고 마시고 입고 잠자는 기본적인 욕구의 충족을 제한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것이 인권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권은 시민혁명 이래 시민권(citizenship rights)의 형태로 나타났다. 이것은 국가권력에 대해 시민들이 갖는 권리로서 국가권력을 구속하는 권리이다. 영국의 경우, 마샬(T.H.Marshall)에 따르면, 시민권은 공민권(civil right), 참정권(political right), 사회권(social right) 형태로 진화했다. 공민권은 자유와 평등이 그 중심적인 내용이며, 참정권은 정치영역에서의 자유와 평등을 보장하는 것이다. 20세기에 들어와 노동자들의 생존권이 새로운 시민권으로 부각되었다. 이것은 시민권이 시민혁명에 따라 부르조아계급인 시민계급에 의해 주창되었기 때문이다. 계급적인 시민적 권리가 점차 노동계급 및 기층계급에게로 확산되어 나간 것이다.

또한 근대국가는 헌법을 통하여 시민의 권리를 보장하는데, 헌법은 인권을 기본권의 형태로 규정하고 있다. 민주화된 국가의 헌법은 국민 또는 시민의 기본적 인권을 보장함으로써 그 합리성과 정당성을 획득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헌법은 인간의 기본적인 인권을 기본권으로 승인하고 이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선언한다. 우리 헌법 모든 국민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을 규정하고 인권의 불가침성을 보장할 국가의 책임을 규정하고 있다(헌법 제10조). 또한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헌법에 열거되지 아니한 이유로 경시되지 아니 한다고 규정함으로써(헌법 제37조 제1항), 현행 헌법이 자연권사상 내지 인권사상을 구현하고 있다는 것을 선포하고 있다.

따라서 헌법은 인권에 바탕을 둔 국민의 기본권을 규정하는데, 자유권, 평등권을 위시하여 노동, 교육, 복지, 환경, 가족, 건강 등 다양한 사회권적 기본권을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권적 기본권 중에서도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헌법 제34조 제1항)”는 생존권적 기본권이 되며, 이는 사회권 중에서고 복지권을 표현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복지권의 성격

앞에서 언급한 각 권리들의 개념적 관계를 종합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전제되어야 할 것은 인간이 인간으로서 인간다움을 유지하며 존재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인간의 니드가 충족돼야 하고, 이를 위한 제도와 실천을 사회복지라 정의하는 것이다. 이러한 니드의 충족을 규범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곧 인권이다. 즉, 인권은 인간의 니드를 충족해야 하는 당위성과 규범성을 표현한 것이다.

이러한 인권의 개념이 시민혁명을 통해 시민사회가 성립되면서 시민적 권리로 승인된 것이 시민권이며, 시민권은 초기에 자유권 및 평등권을 중심으로 발전하여 정치적 참여권까지 확대되고 이어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물질적 권력의 작용을 통해 인간성을 훼손하는 것을 막기 위하여 비시장적 권리로서 사회권으로 확대되었으며, 사회권의 핵심적 권리가 바로 복지권이라 하겠다.

그러므로 복지권은 인간적 니드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권리이며, 추상적으로는 기본적 인권에 해당되며, 시민권 및 헌법상 기본권으로 존재한다. 그러나 이러한 복지권에 대하여 헌법학적으로 권리성 인정 여부에 대한 논란이 있다. 헌법이 보장하는 모든 기본권이 인권이념에 기초해 있고, 그 권리성을 인정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복지권에 대해서만 권리성을 부인하거나 제한적으로만 인정하려는 학설들은 설득력이 없다. 대개 국가의 재정능력과 이를 보장하기 위한 하위법률의 부재(不在)를 이유로 든다.

자유와 평등과 같은 권리를 국가가 보장하기 위해서도 국가의 많은 재정을 필요로 한다. 치안유지, 재산제도, 형사제도, 주택 및 사회간접자본 정책 등 국가정책의 절대적인 비중이 이 부분에 치중되어 있다. 참정권 또한 마찬가지이다. 국민의 참정권을 보장하기 위해서 각종 선거제도와 정당제도 등 국가의 재정이 뒷받침이 되지 않으면 보장되기 어려운 것이다.

그러므로 권리성을 인정하는 것과 국가의 재정형편은 권리의 총체적인 면에서는 상관관계가 있으나 특정 권리에 대하서만 국가의 재정능력을 문제 삼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권리를 인정함에 있어서 국가의 재정능력은 권리충족의 정도의 차이는 가져오겠지만 권리 자체를 승인하거나 부인하는 기준이 되는 것은 아니다.



복지권 연구와 실천을 위하여

인간이 인간다움을 유지하는 데 기본적인 생존과 인간으로서의 자율성을 갖는 것은 너무나도 기본적인 니드이다. 이것을 충족해주는 이념이자 규범이 곧 인권이며, 인권이 정치ㆍ사회적으로 승인되고 표현되는 형식에 따라 시민권 또는 기본권으로 지칭된다. 이에 복지권은 현대 자본주의사회의 모순으로 인해 부정되거나 침해되고 있는 인간성을 확보하고 유지하기 위해 인정되는 기본적인 인권이며 시민권이다. 국가 또한 이를 보장하기 위하여 헌법의 기본권으로 설정하고 있다.

따라서 사회복지의 실천은 복지권의 실현이며, 사회복지제도는 복지권을 구체화하는 것이어야 한다. 사회복지사의 실천 또한 복지권의 주체를 옹호하거나 대변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며, 사회복지학의 사명 역시 복지권이 갖는 인권적 속성을 밝혀내고 이를 구체화하는 방법론을 탐구하고 제시하는 것이라 하겠다. 앞으로 사회복지학은 인권적 관점에서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야 하며, 사회복지실천 역시 인권을 실현하는 것을 기본적인 방향으로 설정하여야 할 것이다.

◆ 참 고 문 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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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운동사랑방(1999), 『인간답게 살 권리』, 사람생각.

짐 아이프(2001), 『인권과 사회복지실천』, 인간과 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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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edman, K.V.(1981), 『Legitimation of Social Rights and the Western Welfare State』, The University of North Carolina Press.

Marshall, T.H.(1981), 『THE RIGHT TO WELFARE』, The Free Press.

윤찬영 / 전주대학교 사회과학대학 교수, 사회복지학
2005/05/10 00:00 2005/05/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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