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빈곤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다. 관련 법안의 개정과 관련된 정치적인 일정도 그러하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외환위기 이후 좋아질지 모르는 서민들의 살림살이 때문일 것이다. 절대빈곤에 시달리는 우리 구성원이 상당수 있고 좀처럼 줄어들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늘어난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물론 수십년 전 우리 사회 대부분이 절대빈곤에 시달리던 시기와는 질적으로 다를 수 있다. 전반적인 생활수준은 분명 그 당시보다는 좋아졌다. 그러나 상대적 박탈감과 주변화의 압력은 점점 정교해지고 구조화되고 있다. 때문에 과거 우리사회의 빈곤이 전반적 가난함 속에서도 노력에 따라 극복해나간다는 ‘희망의 절대빈곤’이었다면, 최근의 빈곤은 한번 형성된 빈곤과 박탈의 주변화 압력을 벗어날 수 없는 ‘절망의 상대빈곤’이라 할 수 있다. 어려운 생활여건 속에서 열심히 공부하여 성공한다는 고전적 미담(?)은 더 이상 그 출현을 기대할 수 없어 보인다.

단지 경제적 결핍이 아니라, 그리고 실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주거의 상황, 교육의 상황, 사회적 관계의 상황, 공공 서비스의 상황 그리고 문화와 의식의 여러 측면에서 배제의 흐름과 사회의 분절은 공고하고 정교해지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의 신빈곤에 대한 논의들에서 근로빈곤에 대한 강조가 두드러진다. 일면으로 취업 자체보다는 취업의 질이 더 관건이라는 지적도 많다. 또 여성과 주거의 이야기들 속에서 배제와 인권의 언급이 빠질 수 없다. 이제는 유럽에서 많이 활용되던 사회적 배제(social exclusion)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우리사회의 면면을 통해 눈에 보이는 현상이 되고 있다.

그런데 빈곤과 박탈 그리고 배제가 정교해지는 것에 비해 우리의 탈빈곤 정책은 너무나 거칠고 무력해 보인다. 과거와 같은 제도의 틀 내에서 기술적인 개선으로 충분한 것인지... 혹은 예전처럼 일자리가 문제라고 보고 소위 ‘일을 통한 빈곤탈출’의 패러다임을 우리사회 현실에 적절한 주 흐름으로 보아야 할 것인지...

사실상 우리사회에서 빈곤도 문제이지만 이 현상과 정책에 대한 “철학과 담론의 빈곤”이 어쩌면 더 큰 문제라 할 것이다. 무작정 제도개선과 보장을 외칠 것이 아니라 달라지고 있는 빈곤과 배제를 어떻게 조망할 것인가에 대한 성찰이 긴요해지는 때이다.

이번호에는 심층분석 주제로 “빈곤문제 해결, 어떻게 할 것인가”를 선택하였다. 이는 지난 5월 26일 진행되었던 토론회의 내용이기도 하다. 빈곤대책 전반의 개선방향, 자활제도의 개선 과제, EITC의 도입안과 관련된 쟁점을 다루고 있다. 그만큼 이 주제에 대한 관심이 높고 또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최근의 동향에서는 저출산고령화사회기본법의 의미에 대해 살펴보았다. 또한 조건부신고복지시설생활자 인권확보의 쟁점, 보건의료서비스의 영리화 흐름이 가지는 치명적 위험성을 짚어보았다. 1950년대의 사회복지를 돌아보는 ‘사회복지역사기행’과 제주와 인천 지역의 사회복지 소식을 소개한 ‘동서남북’도 담았다. 모쪼록 독자 여러분들이 우리사회 복지와 삶의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단초가 되길 바란다.

남기철 / 동덕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2005/06/10 00:00 2005/06/10 00:00

트랙백 주소 :: http://blog.peoplepower21.org/Welfare/trackback/14038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