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소득환급제도(EITC)의 딜레마 : EITC 최선의 대안인가?
월간 복지동향/2005 :
2005/06/10 00:00
근로소득환급제도(EITC)의 딜레마 : EITC 최선의 대안인가? - 주1) 본 글은 학술적 논문이 아니라 근로소득환급제도에 대한 비판적 검토를 제안하는 글임을 밝혀 둡니다. 그러므로 본 논의의 정밀성 보다는 본 논의가 제기하는 비판적 관점의 내용과 방향을 중심으로 검토해주길 당부 드립니다. 또한 이러한 이유로 본 논문의 출처를 생략하였음을 밝혀둡니다.
1. 문제제기
한국사회의 빈곤양상은 1997년 경제위기를 전후에 질적으로 전혀 다른 새로운 국면에 직면하게 된다. 열심히 일하던 근로소득층의 다수가 새롭게 빈곤층에 편입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빈곤은 한국사회에서 특정집단의 특별한 문제가 아닌 전체 시민의 인간적 존엄성을 위협하는 공통의 위험으로 실제화 되었던 것이다. 실제로 실업률은 외환위기 이전인 1996년 2.6%에서 외환위기 다음 해인 1998년에 2.7배나 증가해 무려 7.0%를 기록하였다 (통계청, 각년도).
더불어 임금노동자의 고용상지위의 불안정성도 심화되었는데, 남성 임금노동자의 경우 전체 노동자중 상용직 노동자의 비중은 1996년 66.7%에서 2002년 58.8%로 11.8% 감소한 반면 임시ㆍ일용노동자의 비중은 동기간 동안 33.3%에서 41.2%로 23.7%나 증가했다. - 주2) 여성 임금노동자도 남성 임금노동자와 같이 고용불안정성이 심화되었는데, 동기간 동안 상용직 노동자는 18.2%감소했고, 임시, 일용직 노동자는 12.7% 증가했다 (통계청, 각년도) 이러한 현상은 가구소득에서 근로소득이 차지하는 비중과 소위 비정규직이라고 지칭되는 임시직 및 일용직의 임금수준이 상용직의 절반정도에 불과하다는 점은 고려한다면, 실업율의 증가와 고용지위의 불안정성의 증대가 직접적으로 우리사회 빈곤의 확대에 주요한 원인임을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최저생계비에 근거한 절대빈곤가구의 비율은 1996년 3.8%에서 2000년 10.2%로 무려 168.4%나 증가했으며, 최저생계비 120%이하의 차상위 빈곤가구도 동기간 동안 2.2%에서 4.0%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박능후ㆍ여유진ㆍ김계연ㆍ임완섭ㆍ송연경ㆍ박소연, 2003).
새로운 빈곤층으로 근로능력자의 대규모 유입과 차상위 빈곤층의 확대는 그동안 근로무능력자의 생계보호를 중심으로 한 생활보호법이라는 소극적 반빈곤정책의 전면적 개혁이라는 사회적 요구하게 되었다. 이러한 의미에서 시민권적 권리에 근거해 시민의 최소한의 문화적이고 인간적인 생활을 보장하겠다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법제화는 한국 반빈곤정책에 중요한 획을 긋는 시도였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윤홍식, 2003).
그러나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선언적 목적과는 달리 현실은 여전히 많은 빈곤층이 제도의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시행 원년을 기준으로 했을 때 수급자수는 149만 명으로 전체인구 대비 3.6%의 규모로, 보수적으로 추정된 2000년 빈곤인구 296만 명의 53%에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 2002; 석재은, 2003). 더욱이 차상위 빈곤가구가 두 배 가까이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차상위 빈곤가구에 대한 우리사회의 지원은 전무 한 실정이다.
경제위기 이후에 나타난 빈곤지형의 이러한 변화를 고려한다면, 최근 정부와 여당일각에서 논의되고 있는 근로소득환급제도(Earned Income Tax Credits)는 근로빈곤층이 점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단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과 일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빈곤에서 벗어날 수 없는 사회라면 그런 사회에서는 어느 누구도 열심히 일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없는 사회에서 희망을 기대한다는 것은 무망한 일이다.
특히 근로소득환급제도의 목적은 열심히 일 함에도 불구하고 소득수준이 빈곤 또는 차상위빈곤에 머물고 있는 노동자(또는 해당 가구)에게 정부가 일정정도의 소득을 이전해 줌으로써, 절대빈곤과 차상위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는데 있다. 더 나아가, 그간 국가에 의한 복지 확대가 일반시민들의 근로동기를 감퇴시키고, 복지에 대한 의존을 증대시켜 결국 빈곤의 덫에 빠지게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눈에 근로소득환급제도는 반빈곤정책의 유력한 대안이라고 간주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근로소득환급제도는 수급대상자의 시장노동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다른 제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근로동기를 감소시킬 가능성이 낮고, 복지에 대한 의존을 완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 높이 평가되고 있는 듯 하다. 또한 국가에 의한 복지 확대를 주장하는 진영도 근로소득환급제도가 절대빈곤 및 차상위 빈곤층의 실제 소득을 증대 시킬 수 있는 대안 중에 하나라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는 듯 하다. 그러나 정책의 효과가 항상 긍정적으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근로소득보존제도의 도입은 보다 신중한 정책적 고려가 요구된다.
즉, 근로소득환급제도의 도입으로 야기될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제도가 도입된다면 근로소득환급제도는 우리사회의 특정 집단에게는 효과적인 정책수단이 될지 모르지만, 우리사회 전체를 고려했을 때 그 폐해가 심각할 수 있는 다는 점이 간과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본 논의는 근로소득환급제도의 시행을 통해 노정될 수 있는 주요한 쟁점에 대해 비판적으로 검토하고자 한다. 먼저 근로소득환급제도의 자체가 야기할 수 있는 문제는 세 가지 측면에서 검토할 수 있는데 첫째는 제도의 도입으로 야기될 수 있는 저소득 계층간의 소득불평등 확대와 공공부조의 위축 가능성에 대해 검토하고자한다. 두 번째는 근로소득환급제도의 도입이 노동시장에서 고용불안정성을 증대시킬 수 있다는 점이고, 세 번째는 제도도입에 따른 재원과 관련된 사항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다음은 근로소득환급제도의 실행과정에서 노정할 수 있는 문제를 짚어보고자 한다. 실행과정에서 야기될 수 있는 문제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될 수 있는데 첫째는 제도가 젠더간의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고, 둘째는 제도의 주요한 목적인 빈곤감소의 효과성에 대한 문제의식이다. 마지막으로 결론부분에서는 앞서 언급한 쟁점들에 대해 검토했을 때 근로소득환급제도의 긍정적인 측면을 전취하고, 부정적인 측면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이 무엇인가에 대한 제안을 통해 본 논의를 마치고자 한다.
2. 근로소득환급제도의 구조적 한계
본 절에서는 근로소득환급제도가 가지고 있는 3가지 주요한 구조적(태생적) 한계에 대한 논의를 전개하고자 한다. 특히 첫 번째 논의할 저소득 계층간의 소득불평등 확대 가능성에 대한 문제는 근로소득환급제도를 일찍부터 도입한 미국의 사례를 통해 문제점을 검토하고자 한다.
1) 소득불평등 확대와 배제의 문제
근로소득환급제도의 도입으로 인해 야기될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문제 중에 하나는 제도의 도입이 저소득계층간의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제도의 명칭에서 나타나듯 근로소득환급제도는 화폐소득이 있는 노동자를 정책대상으로 하고 있다. 즉, 수급자가 노동시장에서 화폐소득이 있는 노동자로 제한됨으로써 노동시장에 참여하고 있지 못한 저소득층은 수급 대상에서 원천적으로 배제되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기초생활보장제도의 60세 이하 수급대상자의 48.9%가 비취업 상태이고, 탈락자도 수급자와 유사한 48.5%가 비취업자이다 (윤홍식, 2003). 60세 이상 노인의 경우 상태는 보다 심각한데 수급자와 탈락자의 비취업 비율이 각각 90.0%, 74.6%에 이르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아니지만 New York주 -주3) New York주는 미국에서 공공부조에 대한 급여가 가장 관대한 주중에 하나이다- 의 사례를 검토한 Yoon(2000)의 추정에 의하면 제도 도입당시인 1991년 가구주가 비취업 상태인 4인 가구의 가구소득수준은 최저임금 수준에서 가구주가 전일제(40시간 노동)로 일하는 4인가구의 가구소득의 87.7%에서 1996년 65.1%로 25.8% 감소한 것으로 추정되었다 (아래 표 1 참고).
그리고 이러한 소득비율 감소의 대부분이 EITC가 급격히 확대되기 시작한 1993년 이후에 집중적으로 이루어 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한다면 노동시장에서 화폐소득이 있는 취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근로소득환급제도는 저소득층 중 취업집단에 대해 빈곤감소와 소득상승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나머지 절반에 가까운 비취업 저소득층에게는 아무런 효과를 기대할 할 수 없다.
더욱 심각한 것은, 근로소득환급제도의 도입이 단지 비취업 저소득층에게 실질적 혜택을 주지 못함으로써 상대적 박탈감과 불평등을 강화한다는 차원의 문제로 제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찍부터 근로소득환급제도를 도입한 미국의 경우를 보면 근로소득환급제도 예산의 확대가 공공부조의 예산의 감소와 함께 이루어 졌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EITC의 도입이후 미연방정부의 공공부조(AFDC/TANF) 예산은 지속적으로 감소한 반면, EITC에 대한 예산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Gabe & Folk, 1995). EITC제도의 시행초기인 1990년 연방정부가 EITC에 지출한 예산은 53억 달러였고, AFDC에 대한 지출은 212억 달러였다 (U.S. Bureau of the Census, 1995). 그러나 1998년 상황은 반전되는데 연방정부는 EITC에 245억 달러를 지출한 반면 AFDC(TANF)에는 158억 달러만을 지출했다 (Scholz, 1993; Ozawa, 1995). 즉, 동 기간 동안 연방정부의 EITC에 대한 예산은 362.3% 증가한 반면, AFDC/TANF 예산은 25.5%나 감소한 것이다. 이렇듯 근로소득환급제도의 도입과 확대가 공공부조 예산의 감소와 함께 진행되었던 미국의 역사적 경험을 돌아본다면, 우리사회에서 제도의 도입이 현재도 불충분한 공공부조의 지위를 심각히 위협할 수 있고, 이로 인해 저소득층의 경제적 상태가 더욱 열악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기우가 아닌 현실적 문제가 될 충분한 근거가 있는 것이다.
[표 1]뉴욕 주의 비근로(가구주)가구와 전일제 근로 가구의(연간)소득비율 변화 : 1990년대부터 1996년 -주4)근로소득, 공공부조(AFDC), EITC만을 고려했고, 근로소득은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전일제 근로가구의 경우 주당 40시간 근로를 전제해서 추정한 것이다.
-표없음
더 나아가 불평등의 문제는 단지 수급 대상 여부, 소득 불평등의 문제로 제한되지 않는다. 개인의 취업여부가 개인의 인적자본 등과 같은 개인적 특성과 함께 구조적 측면에서 노동력의 수요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일하고 싶어도 일하지 못하는 저소득층에게 이중적 배제(차별)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거시경제가 상당정도 성장 국면에 있다 하더라도, 노동시장에서 취업을 원하는 (경험이 없고, 인적자본이 부족하다고 간주되는) 저소득층에게 개인의 취업의사에 근거해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은 요원한 일이다 (Finder, 1996). 즉, Rank, Yoon, Hirschl(2004)가 지적한바와 같이 자본주의 경제의 구조적인 측면을 고려했을 때 노동시장에서 구조적으로 배제되는 집단은 항상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주5) Rank외(2004)는 이러한 모형의 예로 Musical Chair게임을 들고 있다. 이 게임은 음악이 흐르면 홀에 놓여있는 의자 주의를 돌다 다 음악이 멈추면 의자에 앉는 게임인데, 게임의 설정에서 앉을 수 있는 의자의 수가 항상 게임에 참여하는 참여자의 수 보다 적게 설정되어 있기 때문에, 개별적 참여자가 아무리 신속히 의자에 앉으려 해도 의자수와 참여자의 차이만큼의 사람은 항상 게임에서 지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즉, 자본주의의 노동시장의 조건도 이러한 Musical game의 설정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덧붙여, 우리사회의 경우 차상위 빈곤층의 많은 수가 자영업 등 소규모 사업에 종사하는 자가 고용형태에 있는 사람들인데 이러한 집단도 근로소득환급제도의 대상에서 배제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2000년 현재 절대빈곤층 취업자 중 38.4%가 자영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차상위 계층의 경우도 그 비율이 34.6%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박능후 외, 2003). 이는 근로소득환급제도가 단지 비근로 저소득층과 근로 저소득층의 소득불평등을 강화시킬 뿐만 아니라 고용상의 지위에 따른 소득불평등 또한 강화시킬 소지를 내재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리하면 근로소득환급제도는 절대빈곤층과 차상위 계층을 포함한 저소득 계층 중 일부집단(절대빈곤층의 22.1%, 차상위 계층의 44.0%)을 대상으로 함으로써, 저소득 계층간의 불평등을 확대시키는 동시에 비취업 빈곤층에 대한 이중적 차별을 제도화할 가능성마저 내재하고 있는 것이다.
2) 고용불안정성의 고착화
근로소득환급제도 도입의 또 다른 문제는 제도의 도입이 자칫 노동시장에서 비정규직과 같은 불안정한 일자리를 고착화시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임금수준이 낮아도 근로소득환급제도에 의해 임금수준이 보존된다면 노동시장에서 굳이 좋은 조건(정규직과 같은)의 일자리를 만들 필요성이 그 만큼 감소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즉, 근로소득환급제도는 사용주에게 적은 임금으로 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는 조건을 창출해 줌으로써 이익을 보장해주지만 노동자의 입장에서 보면 그 만큼 좋은 일자리에서 일할 기회가 감소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림 1>을 보면 경제위기 전인 1989년부터 1996년까지 7년 동안 남성과 여성의 비상용직 비율은 각각 8.0%, 7.1% 감소했다. 그러나 1996년부터 2002년까지 남성과 여성의 비상용직 비율은 각각 23.7%, 12.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경제위기 이후 성별에 구분 없이 노동자의 고용상 지위가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주목할 만한 결과는 남성의 비상용직 증가율이 여성의 증가율에 비해 거의 두 배에 가깝다는 점이다. 이는 그동안 여성=비정규직이라는 통념이 해체되고, 비정규직에 남성 노동자가 급격히 편입되고 있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즉, 현재 임금노동자의 종사상 지위 구성에서 임시근로자와 일용근로자가 점증하고 있는 점을 고려한다면 근로소득환급제도는 이러한 흐름을 보다 강화시킬 여지가 있다.
또한 앞서 언급했듯이 근로소득환급제도는 사업주에게 상대적으로 좋은 일자리를 만들 동기가 감소시킬 수 있다는 측면에서, 사업주의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수도 있는 것이다. 실제로 현재 임시직과 일용직의 월 평균 임금이 상용직 노동자의 55%와 43% 수준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고려했을 때 (박영란ㆍ정진주ㆍ황정일ㆍ권문일ㆍ김창엽ㆍ석재은ㆍ엄규숙ㆍ유태균ㆍ정인숙ㆍ황수경, 2003) 사용주에게 상용직 노동자 대신 임시직과 일용직 노동자를 고용할 동기는 충분히 잠재해 있다. 더욱이 사업주가 일정부분 부담해야하는 사회보험과 전적으로 부담해야하는 퇴직금과 같은 부가급여의 수혜범위가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면, 사업주가 비정규직 노동자를 고용해 얻는 경제적 이득은 단순히 임금지급 규모의 차이를 훨씬 상회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국민연금의 수혜범위는 상용직의 경우 91.7%인데 반해 임시직은 21.6%, 일용직은 3.1%에 불과하다 (통계청, 2002, 박영란 외, 2003에서 재인용).
또한 부가급여 중에 하나인 상여금의 적용범위도 정규직의 경우 90.8%인데 반해 임시직은 11.8%, 일용직은 0.6%에 불과한 실정이다. 정리하면 노동시장에서 비상용직 노동자의 낮은 임금이 근로소득환급제도에 의해 보충된다면, 이는 결과적으로 사용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유발해 노동시장에서 비정규직을 증가시키는 하나의 중요한 동인으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림 1] 비상용근로자 비중 및 증감률 추이
-그림없음
3) 제도 도입에 따른 재원
근로소득환급제도의 세 번째 구조적 문제는 재원마련에 있다. 현재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토대로 추정해보면 근로소득환급제도 도입 시 예상되는 재정지출 규모는 연간 3조원 정도로 추정된다. 이러한 막대한 재원에 대해 정부 일각에서는 근로자들에게 환급되는 현행 소득공제비율을 선진국 수준인 10% 내외로 조정하면 3조원의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조세 감면의 실제적 수혜자인 중산층 이상 계층의 동의를 담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만약 조세 감면비율을 현행과 같이 유지한다면 제도도입 시 요구되는 3조원의 재원 마련은 난망해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재원을 정부가 추가적인 조세부담을 통해 해결할 것으로 예상되지는 않는다. 실례로 과거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부양의무자 기준의 일부 축소로 인해 추가적으로 소요되는 3천억 정도의 재원 마련에도 난색을 표명했던 정부의 입장을 고려한다면, 재원마련은 현실적 장벽이 될 것임에 분명하다. 설령 제도의 근본적인 취지와 효과성에 동의해 재원을 마련한다고 해도, 제한된 정부예산을 고려했을 때 필연적으로 다른 부분의 예산 삭감이 예상된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에서 재원 확보가 가장 용이한 부분은 복지부분이고, 그 주요 대상은 신자유주의 국가, 특히 미국의 경험을 고찰하건데 공공부조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이는 앞서 언급한 우려와 같이 최후의 안전망으로써 공공부조의 위상을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하겠다.
3. 근로소득환급제도의 실천적 한계
본 절에서는 근로소득환급제도 도입을 전제했을 때 제기될 수 있는 문제를 중심으로 논의를 전개해보고자 한다. 크게 두 가지 문제를 지적할 수 있는데 하나는 젠더 관점에서 검토될 수 있는 사안이고, 다른 하나는 제도의 효과성에 대한 문제의식이다.
1) 젠더불평등의 강화
근로소득환급제도와 젠더간의 문제는 수급단위를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현재 정부와 여당에서 진행되는 논의를 통해 추론해 보면 근로소득환급제도의 급여 대상 단위는 가구가 될 공산이 크다. 그러나 근로소득환급제도의 급여단위를 가구로 했을 때, 근로소득환급제도가 자칫 젠더불평등을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근로소득환급을 가구 단위로 지급할 경우 소위 ‘가족임금’체계를 강화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서구에서 남성중심의 노동조합이 고용주와의 임금 협상(투쟁)과정에서 남성을 가족구성원의 생계부양자로 간주하고, 이를 근거로 남성 노동자에 지급되는 임금을 ‘가족임금’으로 규정했던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바렛과 매킨토시(1994)와 같은 여성주의 학자들은 ‘가족임금’이 가족 내에서 남성의 특권적 지위(가부장적 지위)를 강화, 유지시키는데 기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근로소득환급제도의 주요한 목적 중에 하나가 부양가족(주로 미성년 아동)이 있는 저임금 노동자 가구에 대한 소득지원인 점을 고려한다면, 근로소득환급제도는 국가가 지급하는 ‘가족임금’이라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사회와 같이 아직까지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 질서가 굳건히 유지되고 있는 사회에서 가구단위로 지급되는 근로소득환급은 가구 내에서 남성의 지위를 강화시킬 여지는 얼마든지 상존한다고 보아야할 것이다.
그러므로 근로소득환급제도의 수급단위는 가구이기보다는 개인을 단위로 지급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여성의 절대다수가 비정규직 노동자이고, 근로소득환급제도의 주요한 수급대상자가 비정규직 노동자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면, 지급단위를 개인으로 하는 것은 여성의 경제적 지위는 물론이고 가구 내에서 여성의 지위를 강화하는데도 일조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이러한 논거에 대해 반론도 만만치 않다. 개인단위 지급에 반대해 가구단위로 근로소득환급을 해야 한다는 논거는 첫째는 가족 구성원간의 자원배분이 평등하게 이루어진다는 것이고, 둘째는 여성은 일반적으로 가구 내에서 주 부양자이기 보다는 부차적 부양자라고 간주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남편의 소득이 많고, 아내는 시간제로 일하는 경우, 개인단위로 환급액을 지급했을 때 가구소득이 높은 가구에게 소득이 이전되는 불합리한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전제는 몇 가지 잘못된 논리를 전제하고 있다. 첫째는 결혼시장에서 배우자의 선택은 일반적으로 유사한 사회적 지위를 갖고 있는 사람들 간에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사회적 지위가 현격히 다른 두 사람이 결혼하는 경우는 현실 세계에서 흔하지 않다는 점이다. 남편은 대기업의 간부인데 아내는 대중식당에서 시간제로 취업하는 경우를 가정할 수는 있으나 흔한 일이라고 볼 수 없다.
둘째는 가구단위로 지급되는 자원(환급액)이 가구원에게 균등하게 나누어질 것이라는 것도 경험적으로 부정되고 있다는 점이다. 즉, 남편의 소득이 아무리 높다하더라도 그것은 단지 남편의 소득뿐일 수 있으며, 아내(여성)가 독립적인 소득이 없다면 자원배분은 물론 여타의 결정과정에서 아내는 남편에 대해 독립적인 지위와 권한을 갖는다는 것은 요원할 일일 것이다.
2) 제도의 효과성에 대한 회의
근로소득환급제도의 효과성과 관련된 문제는 급여의 지급시기에 대한 이슈와 급여의 대상을 결정하는데 있어 제기되는 소득파악의 문제를 검토할 수 있다. 먼저 급여의 지급시기와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다음과 같다. 일반적으로 근로소득환급제도에 의한 급여는 주로 세금정산이 끝난 연말 이후 일정 시점에 일괄적으로 환급해 주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모든 임금 노동자가 매년 4월 중 전년도 근로소득에 대한 세금신고를 국세청에 하고, 이후의 일정시점(대략 7월전)에 작년도 근로소득을 기준으로 해서 환급액을 결정해 개별 가구에 환급해주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Green Book, 2002).
그러나 문제는 소위 근로빈곤층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위해 고안된 근로소득환급제도가 실제로는 근로빈곤층의 일상생활의 개선에 도움을 주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근로빈곤층의 생활고는 일년 중 특정 시점에 발생하기보다는 일상적으로 노정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즉, 현실적으로 생계와 관련된 지출은 일년을 기다렸다가 특정시점에 한꺼번에 지출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상식적으로 특정 시점에 생기는 소위 ‘목돈’은 생계를 위해 쓰이기보다는 해당 가구의 특정한 목적을 위해 (예를 들면 새로운 전자제품을 구입한다든지) 쓰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근로빈곤층의 일상적 생계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의 목적은 달성될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논리적으로 수급자가 특정시점에 환급받은 소득을 이후의 필요에 따라 나누어 쓸 수도 있겠으나 현실적으로 이러한 소비형태를 기대하는 것은 신뢰성이 없어 보인다.
설령 미국의 Advanced-EITC제도와 같이, EITC 급여의 수급이 예상되는 경우 임금노동자가 세금정산을 하기 전에 미리 EITC 환급을 신청해 월 단위로 지급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또한 제도의 복잡성과 비현실성 등으로 인해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지는 못한 실정이다. 예를 들어, Advanced-EITC의 경우 임금노동자의 임금소득이 발생하기 전에 임금소득을 예상해서 급여를 지급받는 경우인데, 이러한 경우 임금근로자의 취업상태가 불안정할 경우 합리적인 근로소득의 산출이 불가능한 문제를 안고 있다.
두 번째는 소득파악과 같은 제도도입을 위한 인프라와 관련된 문제이다. 우리사회 일각에서는 근로소득환급제도를 도입하면 근로빈곤층이 소득환급액을 받기 위해 소득신고를 성실히 수행함으로써, 소득파악률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를 수 있다. 실제로 소득파악률의 문제는 소득을 성실히 신고했을 때 얻어지는 환급액이 소득신고를 통해 발생하는 추가적인 세금 또는 여타의 급여 (최저생계비이하의 계층에게는 의료급여와 같은)의 가치보다 크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급여의 산정기준이 명확히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쉽게 예단하기 어려운 문제이다. 오히려 소득파악의 문제는 제도도입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보아야할 것이다. 즉 현재와 같이 자료구축의 신뢰성이 보장되지 못한 상태에서 근로소득환급제도의 도입은 신중히 검토되어야 한다. 특히 근로빈곤층의 주요 구성원인 일용직 노동자와 영세 자영업자의 경우 정확한 소득파악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제도의 성공적 도입을 예상하기는 어려운 일일 것이다. 더욱이 근로소득환급제도의 대상으로 농어민을 포함한다면 소득파악의 투명성 확보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4. 대안에 대한 검토와 한계
이상의 논의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근로소득환급제도의 도입으로 인한 소득불평등의 확대와 배제의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그림 2>에서 보는 바와 같이 근로소득환급제도를 현재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 덧씌우는 방향으로 검토되어야한다. 왜냐하면 근로소득환급제도와 기초생활보장제도를 결합시킬 때 근로소득환급제도의 도입으로 인해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위축될 것이라는 의구심을 불식시키는 동시에 저소득계층간의 불평등을 최소화 시킬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근로소득환급제도의 성패가 기초법의 안정화와 연관됨으로써 근로소득환급제도의 안정화와 기초보장제도의 안정화를 동시에 꾀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는 근로소득환급제도가 노동시장에서 불안정한 일자리 창출에 기여함으로써 고용주의 도덕적 해이를 조장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노동시장에서 안정적 일자리의 창출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것은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실현하는 것과 함께 시간제, 일용직 등 비상용직 노동자들에게도 상용직 노동자와 같이 사회보험 및 부가급여의 수급권을 보장하는 문제를 포괄하는 것이다. 즉, 고용주에게 비정규직을 고용하더라도 동일임금을 지급하고, 기여금, 부가급여를 부담하게 함으로써 비정규 노동자를 고용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득을 최소화하자는 것이다. 즉, 수요적 측면에서 비정규직을 양산하고자 하는 동인을 최소화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전제가 충족될 때 근로소득환급제도는 명실상부하게 근로빈곤층을 위한 소득지원 정책으로써 지위와 역할을 온전히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세 번째는 근로소득환급제도를 도입할 경우, 근로소득환급제도의 수급단위를 개인단위로 함으로써 개별 노동자가 독립적 가구를 형성할 수 있는 요건을 지원하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근로소득환급제도는 노동시장 및 가구에서 여성의 지위를 강화하는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종국적으로 우리사회의 실질적 양성평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네 번째는 근로소득환급액의 지급시기를 년 단위 또는 분기단위로 하지 말고 월 단위로 지급하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근로소득환급제도가 근로빈곤층의 일상적 생활고의 문제를 완화하는 실제적 역할을 담당하게 하자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근로소득환급제도를 도입함에 있어, 제도의 본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요구되는 인프라 등과 같은 조건이 무엇인지를 고민해야할 것이다. 즉, 현재의 인프라 등의 조건에 근거해 근로소득환급제도를 설계하려하지 말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월 단위로 지급하는 것이 현재의 조세제도와 인프라에서는 불가능하다면, 요구되는 제도개선과 인프라가 무엇인가를 고민하고, 이에 근거해 조세제도와 인프라를 어떻게 개선해 나갈지를 고민하자는 것이다.
또한 개인단위로 지급하는 것이 형평성을 저해한다고 해서 가구단위로 지급할 것이 아니라 형평성을 단보하기 위한 방안이 무엇인지를 고민해야할 것이다. 예를 들면, 근로소득환급은 원칙적으로 아동이 있는 개인노동자에게 지급하되 가구소득이 평균소득 이상일 경우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의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하듯, 근로빈곤층이 우리사회의 새로운 빈곤의 모습이라면, 그에 상응하는 새로운 제도와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우리는 그간의 많은 복지정책들을 대하면서 정책목적과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간에 주객이 전도된 경우를 너무나 많이 보았다. 더 이상 시간이 없다고, 현행 제도에서 어쩔 수 없다고 주객을 전도시켜서는 안 될 것이다. 조금 더 긴 호흡으로 문제를 바라보고 제도를 설계해나갈 필요가 절실히 요구된다고 하겠다.
[그림 2] 공공부조와 근로소득환급제도의 결합모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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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2] 각 구간별 총 가구소득, 근로소득, 이전소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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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문제제기
한국사회의 빈곤양상은 1997년 경제위기를 전후에 질적으로 전혀 다른 새로운 국면에 직면하게 된다. 열심히 일하던 근로소득층의 다수가 새롭게 빈곤층에 편입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빈곤은 한국사회에서 특정집단의 특별한 문제가 아닌 전체 시민의 인간적 존엄성을 위협하는 공통의 위험으로 실제화 되었던 것이다. 실제로 실업률은 외환위기 이전인 1996년 2.6%에서 외환위기 다음 해인 1998년에 2.7배나 증가해 무려 7.0%를 기록하였다 (통계청, 각년도).
더불어 임금노동자의 고용상지위의 불안정성도 심화되었는데, 남성 임금노동자의 경우 전체 노동자중 상용직 노동자의 비중은 1996년 66.7%에서 2002년 58.8%로 11.8% 감소한 반면 임시ㆍ일용노동자의 비중은 동기간 동안 33.3%에서 41.2%로 23.7%나 증가했다. - 주2) 여성 임금노동자도 남성 임금노동자와 같이 고용불안정성이 심화되었는데, 동기간 동안 상용직 노동자는 18.2%감소했고, 임시, 일용직 노동자는 12.7% 증가했다 (통계청, 각년도) 이러한 현상은 가구소득에서 근로소득이 차지하는 비중과 소위 비정규직이라고 지칭되는 임시직 및 일용직의 임금수준이 상용직의 절반정도에 불과하다는 점은 고려한다면, 실업율의 증가와 고용지위의 불안정성의 증대가 직접적으로 우리사회 빈곤의 확대에 주요한 원인임을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최저생계비에 근거한 절대빈곤가구의 비율은 1996년 3.8%에서 2000년 10.2%로 무려 168.4%나 증가했으며, 최저생계비 120%이하의 차상위 빈곤가구도 동기간 동안 2.2%에서 4.0%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박능후ㆍ여유진ㆍ김계연ㆍ임완섭ㆍ송연경ㆍ박소연, 2003).
새로운 빈곤층으로 근로능력자의 대규모 유입과 차상위 빈곤층의 확대는 그동안 근로무능력자의 생계보호를 중심으로 한 생활보호법이라는 소극적 반빈곤정책의 전면적 개혁이라는 사회적 요구하게 되었다. 이러한 의미에서 시민권적 권리에 근거해 시민의 최소한의 문화적이고 인간적인 생활을 보장하겠다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법제화는 한국 반빈곤정책에 중요한 획을 긋는 시도였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윤홍식, 2003).
그러나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선언적 목적과는 달리 현실은 여전히 많은 빈곤층이 제도의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시행 원년을 기준으로 했을 때 수급자수는 149만 명으로 전체인구 대비 3.6%의 규모로, 보수적으로 추정된 2000년 빈곤인구 296만 명의 53%에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 2002; 석재은, 2003). 더욱이 차상위 빈곤가구가 두 배 가까이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차상위 빈곤가구에 대한 우리사회의 지원은 전무 한 실정이다.
경제위기 이후에 나타난 빈곤지형의 이러한 변화를 고려한다면, 최근 정부와 여당일각에서 논의되고 있는 근로소득환급제도(Earned Income Tax Credits)는 근로빈곤층이 점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단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과 일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빈곤에서 벗어날 수 없는 사회라면 그런 사회에서는 어느 누구도 열심히 일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없는 사회에서 희망을 기대한다는 것은 무망한 일이다.
특히 근로소득환급제도의 목적은 열심히 일 함에도 불구하고 소득수준이 빈곤 또는 차상위빈곤에 머물고 있는 노동자(또는 해당 가구)에게 정부가 일정정도의 소득을 이전해 줌으로써, 절대빈곤과 차상위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는데 있다. 더 나아가, 그간 국가에 의한 복지 확대가 일반시민들의 근로동기를 감퇴시키고, 복지에 대한 의존을 증대시켜 결국 빈곤의 덫에 빠지게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눈에 근로소득환급제도는 반빈곤정책의 유력한 대안이라고 간주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근로소득환급제도는 수급대상자의 시장노동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다른 제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근로동기를 감소시킬 가능성이 낮고, 복지에 대한 의존을 완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 높이 평가되고 있는 듯 하다. 또한 국가에 의한 복지 확대를 주장하는 진영도 근로소득환급제도가 절대빈곤 및 차상위 빈곤층의 실제 소득을 증대 시킬 수 있는 대안 중에 하나라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는 듯 하다. 그러나 정책의 효과가 항상 긍정적으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근로소득보존제도의 도입은 보다 신중한 정책적 고려가 요구된다.
즉, 근로소득환급제도의 도입으로 야기될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제도가 도입된다면 근로소득환급제도는 우리사회의 특정 집단에게는 효과적인 정책수단이 될지 모르지만, 우리사회 전체를 고려했을 때 그 폐해가 심각할 수 있는 다는 점이 간과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본 논의는 근로소득환급제도의 시행을 통해 노정될 수 있는 주요한 쟁점에 대해 비판적으로 검토하고자 한다. 먼저 근로소득환급제도의 자체가 야기할 수 있는 문제는 세 가지 측면에서 검토할 수 있는데 첫째는 제도의 도입으로 야기될 수 있는 저소득 계층간의 소득불평등 확대와 공공부조의 위축 가능성에 대해 검토하고자한다. 두 번째는 근로소득환급제도의 도입이 노동시장에서 고용불안정성을 증대시킬 수 있다는 점이고, 세 번째는 제도도입에 따른 재원과 관련된 사항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다음은 근로소득환급제도의 실행과정에서 노정할 수 있는 문제를 짚어보고자 한다. 실행과정에서 야기될 수 있는 문제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될 수 있는데 첫째는 제도가 젠더간의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고, 둘째는 제도의 주요한 목적인 빈곤감소의 효과성에 대한 문제의식이다. 마지막으로 결론부분에서는 앞서 언급한 쟁점들에 대해 검토했을 때 근로소득환급제도의 긍정적인 측면을 전취하고, 부정적인 측면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이 무엇인가에 대한 제안을 통해 본 논의를 마치고자 한다.
2. 근로소득환급제도의 구조적 한계
본 절에서는 근로소득환급제도가 가지고 있는 3가지 주요한 구조적(태생적) 한계에 대한 논의를 전개하고자 한다. 특히 첫 번째 논의할 저소득 계층간의 소득불평등 확대 가능성에 대한 문제는 근로소득환급제도를 일찍부터 도입한 미국의 사례를 통해 문제점을 검토하고자 한다.
1) 소득불평등 확대와 배제의 문제
근로소득환급제도의 도입으로 인해 야기될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문제 중에 하나는 제도의 도입이 저소득계층간의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제도의 명칭에서 나타나듯 근로소득환급제도는 화폐소득이 있는 노동자를 정책대상으로 하고 있다. 즉, 수급자가 노동시장에서 화폐소득이 있는 노동자로 제한됨으로써 노동시장에 참여하고 있지 못한 저소득층은 수급 대상에서 원천적으로 배제되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기초생활보장제도의 60세 이하 수급대상자의 48.9%가 비취업 상태이고, 탈락자도 수급자와 유사한 48.5%가 비취업자이다 (윤홍식, 2003). 60세 이상 노인의 경우 상태는 보다 심각한데 수급자와 탈락자의 비취업 비율이 각각 90.0%, 74.6%에 이르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아니지만 New York주 -주3) New York주는 미국에서 공공부조에 대한 급여가 가장 관대한 주중에 하나이다- 의 사례를 검토한 Yoon(2000)의 추정에 의하면 제도 도입당시인 1991년 가구주가 비취업 상태인 4인 가구의 가구소득수준은 최저임금 수준에서 가구주가 전일제(40시간 노동)로 일하는 4인가구의 가구소득의 87.7%에서 1996년 65.1%로 25.8% 감소한 것으로 추정되었다 (아래 표 1 참고).
그리고 이러한 소득비율 감소의 대부분이 EITC가 급격히 확대되기 시작한 1993년 이후에 집중적으로 이루어 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한다면 노동시장에서 화폐소득이 있는 취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근로소득환급제도는 저소득층 중 취업집단에 대해 빈곤감소와 소득상승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나머지 절반에 가까운 비취업 저소득층에게는 아무런 효과를 기대할 할 수 없다.
더욱 심각한 것은, 근로소득환급제도의 도입이 단지 비취업 저소득층에게 실질적 혜택을 주지 못함으로써 상대적 박탈감과 불평등을 강화한다는 차원의 문제로 제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찍부터 근로소득환급제도를 도입한 미국의 경우를 보면 근로소득환급제도 예산의 확대가 공공부조의 예산의 감소와 함께 이루어 졌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EITC의 도입이후 미연방정부의 공공부조(AFDC/TANF) 예산은 지속적으로 감소한 반면, EITC에 대한 예산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Gabe & Folk, 1995). EITC제도의 시행초기인 1990년 연방정부가 EITC에 지출한 예산은 53억 달러였고, AFDC에 대한 지출은 212억 달러였다 (U.S. Bureau of the Census, 1995). 그러나 1998년 상황은 반전되는데 연방정부는 EITC에 245억 달러를 지출한 반면 AFDC(TANF)에는 158억 달러만을 지출했다 (Scholz, 1993; Ozawa, 1995). 즉, 동 기간 동안 연방정부의 EITC에 대한 예산은 362.3% 증가한 반면, AFDC/TANF 예산은 25.5%나 감소한 것이다. 이렇듯 근로소득환급제도의 도입과 확대가 공공부조 예산의 감소와 함께 진행되었던 미국의 역사적 경험을 돌아본다면, 우리사회에서 제도의 도입이 현재도 불충분한 공공부조의 지위를 심각히 위협할 수 있고, 이로 인해 저소득층의 경제적 상태가 더욱 열악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기우가 아닌 현실적 문제가 될 충분한 근거가 있는 것이다.
[표 1]뉴욕 주의 비근로(가구주)가구와 전일제 근로 가구의(연간)소득비율 변화 : 1990년대부터 1996년 -주4)근로소득, 공공부조(AFDC), EITC만을 고려했고, 근로소득은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전일제 근로가구의 경우 주당 40시간 근로를 전제해서 추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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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아가 불평등의 문제는 단지 수급 대상 여부, 소득 불평등의 문제로 제한되지 않는다. 개인의 취업여부가 개인의 인적자본 등과 같은 개인적 특성과 함께 구조적 측면에서 노동력의 수요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일하고 싶어도 일하지 못하는 저소득층에게 이중적 배제(차별)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거시경제가 상당정도 성장 국면에 있다 하더라도, 노동시장에서 취업을 원하는 (경험이 없고, 인적자본이 부족하다고 간주되는) 저소득층에게 개인의 취업의사에 근거해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은 요원한 일이다 (Finder, 1996). 즉, Rank, Yoon, Hirschl(2004)가 지적한바와 같이 자본주의 경제의 구조적인 측면을 고려했을 때 노동시장에서 구조적으로 배제되는 집단은 항상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주5) Rank외(2004)는 이러한 모형의 예로 Musical Chair게임을 들고 있다. 이 게임은 음악이 흐르면 홀에 놓여있는 의자 주의를 돌다 다 음악이 멈추면 의자에 앉는 게임인데, 게임의 설정에서 앉을 수 있는 의자의 수가 항상 게임에 참여하는 참여자의 수 보다 적게 설정되어 있기 때문에, 개별적 참여자가 아무리 신속히 의자에 앉으려 해도 의자수와 참여자의 차이만큼의 사람은 항상 게임에서 지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즉, 자본주의의 노동시장의 조건도 이러한 Musical game의 설정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덧붙여, 우리사회의 경우 차상위 빈곤층의 많은 수가 자영업 등 소규모 사업에 종사하는 자가 고용형태에 있는 사람들인데 이러한 집단도 근로소득환급제도의 대상에서 배제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2000년 현재 절대빈곤층 취업자 중 38.4%가 자영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차상위 계층의 경우도 그 비율이 34.6%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박능후 외, 2003). 이는 근로소득환급제도가 단지 비근로 저소득층과 근로 저소득층의 소득불평등을 강화시킬 뿐만 아니라 고용상의 지위에 따른 소득불평등 또한 강화시킬 소지를 내재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리하면 근로소득환급제도는 절대빈곤층과 차상위 계층을 포함한 저소득 계층 중 일부집단(절대빈곤층의 22.1%, 차상위 계층의 44.0%)을 대상으로 함으로써, 저소득 계층간의 불평등을 확대시키는 동시에 비취업 빈곤층에 대한 이중적 차별을 제도화할 가능성마저 내재하고 있는 것이다.
2) 고용불안정성의 고착화
근로소득환급제도 도입의 또 다른 문제는 제도의 도입이 자칫 노동시장에서 비정규직과 같은 불안정한 일자리를 고착화시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임금수준이 낮아도 근로소득환급제도에 의해 임금수준이 보존된다면 노동시장에서 굳이 좋은 조건(정규직과 같은)의 일자리를 만들 필요성이 그 만큼 감소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즉, 근로소득환급제도는 사용주에게 적은 임금으로 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는 조건을 창출해 줌으로써 이익을 보장해주지만 노동자의 입장에서 보면 그 만큼 좋은 일자리에서 일할 기회가 감소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림 1>을 보면 경제위기 전인 1989년부터 1996년까지 7년 동안 남성과 여성의 비상용직 비율은 각각 8.0%, 7.1% 감소했다. 그러나 1996년부터 2002년까지 남성과 여성의 비상용직 비율은 각각 23.7%, 12.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경제위기 이후 성별에 구분 없이 노동자의 고용상 지위가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주목할 만한 결과는 남성의 비상용직 증가율이 여성의 증가율에 비해 거의 두 배에 가깝다는 점이다. 이는 그동안 여성=비정규직이라는 통념이 해체되고, 비정규직에 남성 노동자가 급격히 편입되고 있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즉, 현재 임금노동자의 종사상 지위 구성에서 임시근로자와 일용근로자가 점증하고 있는 점을 고려한다면 근로소득환급제도는 이러한 흐름을 보다 강화시킬 여지가 있다.
또한 앞서 언급했듯이 근로소득환급제도는 사업주에게 상대적으로 좋은 일자리를 만들 동기가 감소시킬 수 있다는 측면에서, 사업주의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수도 있는 것이다. 실제로 현재 임시직과 일용직의 월 평균 임금이 상용직 노동자의 55%와 43% 수준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고려했을 때 (박영란ㆍ정진주ㆍ황정일ㆍ권문일ㆍ김창엽ㆍ석재은ㆍ엄규숙ㆍ유태균ㆍ정인숙ㆍ황수경, 2003) 사용주에게 상용직 노동자 대신 임시직과 일용직 노동자를 고용할 동기는 충분히 잠재해 있다. 더욱이 사업주가 일정부분 부담해야하는 사회보험과 전적으로 부담해야하는 퇴직금과 같은 부가급여의 수혜범위가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면, 사업주가 비정규직 노동자를 고용해 얻는 경제적 이득은 단순히 임금지급 규모의 차이를 훨씬 상회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국민연금의 수혜범위는 상용직의 경우 91.7%인데 반해 임시직은 21.6%, 일용직은 3.1%에 불과하다 (통계청, 2002, 박영란 외, 2003에서 재인용).
또한 부가급여 중에 하나인 상여금의 적용범위도 정규직의 경우 90.8%인데 반해 임시직은 11.8%, 일용직은 0.6%에 불과한 실정이다. 정리하면 노동시장에서 비상용직 노동자의 낮은 임금이 근로소득환급제도에 의해 보충된다면, 이는 결과적으로 사용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유발해 노동시장에서 비정규직을 증가시키는 하나의 중요한 동인으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림 1] 비상용근로자 비중 및 증감률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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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제도 도입에 따른 재원
근로소득환급제도의 세 번째 구조적 문제는 재원마련에 있다. 현재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토대로 추정해보면 근로소득환급제도 도입 시 예상되는 재정지출 규모는 연간 3조원 정도로 추정된다. 이러한 막대한 재원에 대해 정부 일각에서는 근로자들에게 환급되는 현행 소득공제비율을 선진국 수준인 10% 내외로 조정하면 3조원의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조세 감면의 실제적 수혜자인 중산층 이상 계층의 동의를 담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만약 조세 감면비율을 현행과 같이 유지한다면 제도도입 시 요구되는 3조원의 재원 마련은 난망해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재원을 정부가 추가적인 조세부담을 통해 해결할 것으로 예상되지는 않는다. 실례로 과거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부양의무자 기준의 일부 축소로 인해 추가적으로 소요되는 3천억 정도의 재원 마련에도 난색을 표명했던 정부의 입장을 고려한다면, 재원마련은 현실적 장벽이 될 것임에 분명하다. 설령 제도의 근본적인 취지와 효과성에 동의해 재원을 마련한다고 해도, 제한된 정부예산을 고려했을 때 필연적으로 다른 부분의 예산 삭감이 예상된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에서 재원 확보가 가장 용이한 부분은 복지부분이고, 그 주요 대상은 신자유주의 국가, 특히 미국의 경험을 고찰하건데 공공부조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이는 앞서 언급한 우려와 같이 최후의 안전망으로써 공공부조의 위상을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하겠다.
3. 근로소득환급제도의 실천적 한계
본 절에서는 근로소득환급제도 도입을 전제했을 때 제기될 수 있는 문제를 중심으로 논의를 전개해보고자 한다. 크게 두 가지 문제를 지적할 수 있는데 하나는 젠더 관점에서 검토될 수 있는 사안이고, 다른 하나는 제도의 효과성에 대한 문제의식이다.
1) 젠더불평등의 강화
근로소득환급제도와 젠더간의 문제는 수급단위를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현재 정부와 여당에서 진행되는 논의를 통해 추론해 보면 근로소득환급제도의 급여 대상 단위는 가구가 될 공산이 크다. 그러나 근로소득환급제도의 급여단위를 가구로 했을 때, 근로소득환급제도가 자칫 젠더불평등을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근로소득환급을 가구 단위로 지급할 경우 소위 ‘가족임금’체계를 강화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서구에서 남성중심의 노동조합이 고용주와의 임금 협상(투쟁)과정에서 남성을 가족구성원의 생계부양자로 간주하고, 이를 근거로 남성 노동자에 지급되는 임금을 ‘가족임금’으로 규정했던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바렛과 매킨토시(1994)와 같은 여성주의 학자들은 ‘가족임금’이 가족 내에서 남성의 특권적 지위(가부장적 지위)를 강화, 유지시키는데 기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근로소득환급제도의 주요한 목적 중에 하나가 부양가족(주로 미성년 아동)이 있는 저임금 노동자 가구에 대한 소득지원인 점을 고려한다면, 근로소득환급제도는 국가가 지급하는 ‘가족임금’이라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사회와 같이 아직까지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 질서가 굳건히 유지되고 있는 사회에서 가구단위로 지급되는 근로소득환급은 가구 내에서 남성의 지위를 강화시킬 여지는 얼마든지 상존한다고 보아야할 것이다.
그러므로 근로소득환급제도의 수급단위는 가구이기보다는 개인을 단위로 지급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여성의 절대다수가 비정규직 노동자이고, 근로소득환급제도의 주요한 수급대상자가 비정규직 노동자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면, 지급단위를 개인으로 하는 것은 여성의 경제적 지위는 물론이고 가구 내에서 여성의 지위를 강화하는데도 일조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이러한 논거에 대해 반론도 만만치 않다. 개인단위 지급에 반대해 가구단위로 근로소득환급을 해야 한다는 논거는 첫째는 가족 구성원간의 자원배분이 평등하게 이루어진다는 것이고, 둘째는 여성은 일반적으로 가구 내에서 주 부양자이기 보다는 부차적 부양자라고 간주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남편의 소득이 많고, 아내는 시간제로 일하는 경우, 개인단위로 환급액을 지급했을 때 가구소득이 높은 가구에게 소득이 이전되는 불합리한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전제는 몇 가지 잘못된 논리를 전제하고 있다. 첫째는 결혼시장에서 배우자의 선택은 일반적으로 유사한 사회적 지위를 갖고 있는 사람들 간에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사회적 지위가 현격히 다른 두 사람이 결혼하는 경우는 현실 세계에서 흔하지 않다는 점이다. 남편은 대기업의 간부인데 아내는 대중식당에서 시간제로 취업하는 경우를 가정할 수는 있으나 흔한 일이라고 볼 수 없다.
둘째는 가구단위로 지급되는 자원(환급액)이 가구원에게 균등하게 나누어질 것이라는 것도 경험적으로 부정되고 있다는 점이다. 즉, 남편의 소득이 아무리 높다하더라도 그것은 단지 남편의 소득뿐일 수 있으며, 아내(여성)가 독립적인 소득이 없다면 자원배분은 물론 여타의 결정과정에서 아내는 남편에 대해 독립적인 지위와 권한을 갖는다는 것은 요원할 일일 것이다.
2) 제도의 효과성에 대한 회의
근로소득환급제도의 효과성과 관련된 문제는 급여의 지급시기에 대한 이슈와 급여의 대상을 결정하는데 있어 제기되는 소득파악의 문제를 검토할 수 있다. 먼저 급여의 지급시기와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다음과 같다. 일반적으로 근로소득환급제도에 의한 급여는 주로 세금정산이 끝난 연말 이후 일정 시점에 일괄적으로 환급해 주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모든 임금 노동자가 매년 4월 중 전년도 근로소득에 대한 세금신고를 국세청에 하고, 이후의 일정시점(대략 7월전)에 작년도 근로소득을 기준으로 해서 환급액을 결정해 개별 가구에 환급해주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Green Book, 2002).
그러나 문제는 소위 근로빈곤층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위해 고안된 근로소득환급제도가 실제로는 근로빈곤층의 일상생활의 개선에 도움을 주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근로빈곤층의 생활고는 일년 중 특정 시점에 발생하기보다는 일상적으로 노정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즉, 현실적으로 생계와 관련된 지출은 일년을 기다렸다가 특정시점에 한꺼번에 지출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상식적으로 특정 시점에 생기는 소위 ‘목돈’은 생계를 위해 쓰이기보다는 해당 가구의 특정한 목적을 위해 (예를 들면 새로운 전자제품을 구입한다든지) 쓰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근로빈곤층의 일상적 생계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의 목적은 달성될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논리적으로 수급자가 특정시점에 환급받은 소득을 이후의 필요에 따라 나누어 쓸 수도 있겠으나 현실적으로 이러한 소비형태를 기대하는 것은 신뢰성이 없어 보인다.
설령 미국의 Advanced-EITC제도와 같이, EITC 급여의 수급이 예상되는 경우 임금노동자가 세금정산을 하기 전에 미리 EITC 환급을 신청해 월 단위로 지급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또한 제도의 복잡성과 비현실성 등으로 인해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지는 못한 실정이다. 예를 들어, Advanced-EITC의 경우 임금노동자의 임금소득이 발생하기 전에 임금소득을 예상해서 급여를 지급받는 경우인데, 이러한 경우 임금근로자의 취업상태가 불안정할 경우 합리적인 근로소득의 산출이 불가능한 문제를 안고 있다.
두 번째는 소득파악과 같은 제도도입을 위한 인프라와 관련된 문제이다. 우리사회 일각에서는 근로소득환급제도를 도입하면 근로빈곤층이 소득환급액을 받기 위해 소득신고를 성실히 수행함으로써, 소득파악률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를 수 있다. 실제로 소득파악률의 문제는 소득을 성실히 신고했을 때 얻어지는 환급액이 소득신고를 통해 발생하는 추가적인 세금 또는 여타의 급여 (최저생계비이하의 계층에게는 의료급여와 같은)의 가치보다 크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급여의 산정기준이 명확히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쉽게 예단하기 어려운 문제이다. 오히려 소득파악의 문제는 제도도입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보아야할 것이다. 즉 현재와 같이 자료구축의 신뢰성이 보장되지 못한 상태에서 근로소득환급제도의 도입은 신중히 검토되어야 한다. 특히 근로빈곤층의 주요 구성원인 일용직 노동자와 영세 자영업자의 경우 정확한 소득파악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제도의 성공적 도입을 예상하기는 어려운 일일 것이다. 더욱이 근로소득환급제도의 대상으로 농어민을 포함한다면 소득파악의 투명성 확보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4. 대안에 대한 검토와 한계
이상의 논의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근로소득환급제도의 도입으로 인한 소득불평등의 확대와 배제의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그림 2>에서 보는 바와 같이 근로소득환급제도를 현재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 덧씌우는 방향으로 검토되어야한다. 왜냐하면 근로소득환급제도와 기초생활보장제도를 결합시킬 때 근로소득환급제도의 도입으로 인해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위축될 것이라는 의구심을 불식시키는 동시에 저소득계층간의 불평등을 최소화 시킬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근로소득환급제도의 성패가 기초법의 안정화와 연관됨으로써 근로소득환급제도의 안정화와 기초보장제도의 안정화를 동시에 꾀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는 근로소득환급제도가 노동시장에서 불안정한 일자리 창출에 기여함으로써 고용주의 도덕적 해이를 조장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노동시장에서 안정적 일자리의 창출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것은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실현하는 것과 함께 시간제, 일용직 등 비상용직 노동자들에게도 상용직 노동자와 같이 사회보험 및 부가급여의 수급권을 보장하는 문제를 포괄하는 것이다. 즉, 고용주에게 비정규직을 고용하더라도 동일임금을 지급하고, 기여금, 부가급여를 부담하게 함으로써 비정규 노동자를 고용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득을 최소화하자는 것이다. 즉, 수요적 측면에서 비정규직을 양산하고자 하는 동인을 최소화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전제가 충족될 때 근로소득환급제도는 명실상부하게 근로빈곤층을 위한 소득지원 정책으로써 지위와 역할을 온전히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세 번째는 근로소득환급제도를 도입할 경우, 근로소득환급제도의 수급단위를 개인단위로 함으로써 개별 노동자가 독립적 가구를 형성할 수 있는 요건을 지원하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근로소득환급제도는 노동시장 및 가구에서 여성의 지위를 강화하는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종국적으로 우리사회의 실질적 양성평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네 번째는 근로소득환급액의 지급시기를 년 단위 또는 분기단위로 하지 말고 월 단위로 지급하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근로소득환급제도가 근로빈곤층의 일상적 생활고의 문제를 완화하는 실제적 역할을 담당하게 하자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근로소득환급제도를 도입함에 있어, 제도의 본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요구되는 인프라 등과 같은 조건이 무엇인지를 고민해야할 것이다. 즉, 현재의 인프라 등의 조건에 근거해 근로소득환급제도를 설계하려하지 말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월 단위로 지급하는 것이 현재의 조세제도와 인프라에서는 불가능하다면, 요구되는 제도개선과 인프라가 무엇인가를 고민하고, 이에 근거해 조세제도와 인프라를 어떻게 개선해 나갈지를 고민하자는 것이다.
또한 개인단위로 지급하는 것이 형평성을 저해한다고 해서 가구단위로 지급할 것이 아니라 형평성을 단보하기 위한 방안이 무엇인지를 고민해야할 것이다. 예를 들면, 근로소득환급은 원칙적으로 아동이 있는 개인노동자에게 지급하되 가구소득이 평균소득 이상일 경우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의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하듯, 근로빈곤층이 우리사회의 새로운 빈곤의 모습이라면, 그에 상응하는 새로운 제도와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우리는 그간의 많은 복지정책들을 대하면서 정책목적과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간에 주객이 전도된 경우를 너무나 많이 보았다. 더 이상 시간이 없다고, 현행 제도에서 어쩔 수 없다고 주객을 전도시켜서는 안 될 것이다. 조금 더 긴 호흡으로 문제를 바라보고 제도를 설계해나갈 필요가 절실히 요구된다고 하겠다.
[그림 2] 공공부조와 근로소득환급제도의 결합모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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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2] 각 구간별 총 가구소득, 근로소득, 이전소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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