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적 지방이양이 아니라, 재원확보와 공공성 강화가 선행돼야
월간 복지동향/2005 :
2005/07/10 00:00
- 사회복지사업법개정에 대한 시설민주화연대의 입장
보건복지부는 지난 2005년 5월 9일, ‘사회복지법인에 관한 관리권한을 보건복지부에서 시·도지사로 이양하고, 법인과 시설의 소재지가 다른 시설의 업무에 대한 지도·관리 권한을 명확히 하며, 사회복지업무를 전자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근거규정 마련’을 위해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보건복지부 홈페이지
이번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은 참여정부의 지방분권화 정책의 시행에 따른 사회복지법인 및 시설의 신고 및 지도 감독권을 국가(중앙정부)로부터 지방자치단체로 이양하는 것과 지금까지 법인이 운영하는 시설에서 이제는 개인운영시설을 인정하는 것, 그리고 시설 생활자, 이용자들에 대한 신상정보를 전산화하여 이를 공유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지구적 차원의 부유국가... 그러나 사회복지 수준은 빈곤국가?
한국전쟁 이후 고속성장의 원동력이 되었던 공업발전은 효율과 통제를 중요시한 군사문화와 인구의 도시, 특히 수도권으로의 집중을 토대로 하였고, 이로 인해 모든 인적·물적 자원, 문화적인 토대 등이 중앙으로 집중되어 지역간 빈부격차를 심화시키는 기형적인 경제성장을 가져왔다.
반면 사회복지사업의 경우는 주로 전후 미국을 비롯한 서양인 선교사들이나 종교인들에 의해 응급구호 형태로 운영되다가 이들이 떠나면서 국가에서 받아 안을 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대부분 민간에 떠넘겨지게 되고, 이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군사문화와 관료주의에 의해 시설수용 위주의 일방적·통제적이고 반인권적인 형태로 발전하게 되며, 그로 인해 사회로부터 혐오와 기피의 대상이 되어 자원의 중앙집중과는 반대로 사회로부터 유리되고 대규모화되어 왔다.
또한 민간의 자생적·자발적 요구와 그에 대한 부응으로서의 국가복지영역 확대라는 수순이 아닌 국가주도에 의한 일방적이고 하향적으로 유입된 복지제도와 (이태수 “사회복지시설과 인권.” 제2회 시설생활자 인권확보를 위한 공개토론회 자료집 p34. 2004), 보편적이고 기본적인 시민으로서의 권리보장이라는 사회복지의 본연의 의미를, 경제와 분리시켜 선별적이고 시혜적인 것으로 왜곡하여, 복지는 일할 수 있는 사람이 돈 벌어서 그렇지 못한 사람을 먹여 살리는 것, 즉 ‘복지영역의 확대는 경제성장의 걸림돌’이라는 인식을 고착시켜 왔다.
그 결과 1인당 국민소득 1만 불로 20대 80의 지구적 부의 편중에서 20에 속하는 부유국가로 부상하게 되지만, 오히려 사회복지 수준은(분단 등의 여러 요인을 차치하고서라도) 제3세계 빈곤국가의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준비 없는 사회복지사업 지방이양, 수혜자의 피해만 가중 된다!
요컨대, 우리나라의 경제와 사회복지 수준을 단적으로 이야기하자면 국가독점 자본주의적 고도성장체제에, ‘어진 임금이 헐벗고 굶주린 백성에게 은혜를 베푸는’ 전근대적인 사회복지체제에 머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경제는 자본주의의 첨단에 있으면서 복지서비스의 수혜자들이 자기결정권을 가지고 서비스를 구매하는 자본주의적인 소비자로서도 인식되지 못하는 수준인 것이다.
이에 정치·경제·사회·문화 등의 권한 및 기능의 중앙집중화를 지양하고, 각 지방자치단체의 균형적 발전을 위한 참여정부의 지방분권화 정책은 지역간의 경제를 비롯한 사회문화적 빈부격차를 해소하는 등 장기적인 측면에서는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그간의 기형적인 경제성장의 결과로 지방자치단체간의 재정자립도의 차이가 극심하고, 지역별 복지계획의 수립이 법령과 지방의 조례로서 담보되지 않은 현 상황에서, 지방분권화를 이유로 경제발전의 걸림돌이라 뇌리에 박혀버린 사회복지사업마저 지방자치단체로 그 권한을 넘긴다면, 이것이 자본주의적 경쟁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그 피해는 더욱 가중될뿐더러 그것이 고스란히 사회복지서비스의 수혜자에게 돌아가 사회복지사업의 궁극적 취지를 훼손하는 결과를 낳을 우려가 크며 이는 보편적 복지에 대한 국가 책임의 포기나 다름없다.
사회복지시설을 둘러싼 구조적 부조리 혁파하고 공공성을 확보하라!
과거의 에바다복지회 사건을 비롯하여 정립회관, 성람재단, 청암재단 사건 등의 사회복지법인은 물론, 바울선교원, 성실기도원, 심신수양원, 지인언어치료원, 최근 아동학대로 이슈화되고 있는 수경사 등의 미신고시설들에서 시설 이용자 및 생활자들에 대한 인권침해 및 비리들이 끊임없이 드러나고 있다. (인권운동사랑방 “조건부사회복지시설생활자인권확보를위한공대위 활동자료.” 2004)
게다가 이는 비단 해당 시설 운영자 개인의 부도덕과 인권감수성의 결여뿐만 아니라 사회복지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관심의 부족, 지역사회와 유리된 환경과 함께, 생활자 및 이용자 중심의 철저한 실태조사가 결여된 채 일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미신고시설양성화정책 등이 맞물려 지방자치단체와 검·경의 미온적 대응으로 그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다.
이는 단순히 해당 시설 운영자와 지자체를 비롯한 지역 권력의 유착관계 뿐만 아니라 국가가 가져야 할 사회적 약자에 대한 부양의무를 대신함으로써 시설 운영자에게 주어진 암묵적인 면죄부(대표적인 예로 시설의 사유화에 대한 묵인 등)가 전체 사회복지사업 부문의 구조적인 부조리를 양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적인 부조리를 혁파하지 않고, 사회복지시설의 공공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의 복지행정 지방이양은 마치 고양이에게 생선도 모자라 그 가게까지 맡기는 매우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복지수준을 감안할 때 사회복지사업의 무조건적 지방이양이 아니라, 오히려 사회복지가 경제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선별적인 것이 아니라 사회구성원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보편적인 것이라는 인식의 정립과 함께 사회복지재원의 확대와 국가책임의 강화를 통한 사회복지 공공성 확보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사회복지업무 전산화? 개인정보보호가 전제돼야한다!
또한 사회복지업무의 전자화를 이유로 서비스 수혜자의 개인신상정보를 전자적으로 관리함으로 인해 이의 유출에 의한 인권침해의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사회복지업무의 전자화는 시설운영의 투명성과 전문성을 위해서만 진행되어야 하며 시설생활자(또는 이용자), 종사들의 개인정보는 반드시 보호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네이스나 서울시의 노숙인데이터베이스 사업, 최근 대법원 판례 DVD '법고을' 개인신상정보유출 사건 등 다른 정보화사업의 잘못된 선례를 분명 기억하고 있다.
특히나 시설생활자들의 경우 자기보호능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사회적인 약자들로 이들의 신상정보가 유출될 경우 명의도용 등의 범죄에 이용될 위험이 일반인에 비해 높다.
따라서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시설생활자와 정보인권단체 활동가 등이 포함된 위원회를 구성, 이를 통해 개방적으로 정보의 항목 등을 논의해야 할 것이며, 개인정보보호 가이드라인 등을 마련하여 개인정보보호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에 대한 시설민주회연대의 제언
이에 시설민주화연대는 사회복지법인 및 시설의 관리감독 권한의 지방이양에 대해, 지방자치단체가 제대로 된 사회복지정책을 실현할 수 있는 충분한 재원과 공공성이 확보되는 시기까지 논의가 유보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지방분권화라는 정부기조에 따른 땜질식의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이 아니라, 참여정부라는 이름에 걸맞게 사회복지서비스의 수혜자들을 포함한 각계각층의 관련 단체들과 심도 깊은 협의와 토론을 통해 사회복지정책의 기저를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미신고시설 양성화를 통해 획일적이고 일방적인 시설보호 중심의 간접서비스 방식을 강화하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에서 탈피하여, 차제에 사회복지사업법이 지역사회 중심의 서비스 다원화를 추진하여 당사자의 다양한 욕구가 반영되고, 선택권과 결정권이 행사될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서비스ㆍ메뉴(service menu)를 제시할 수 있는 법안으로 재탄생되어야 할 것이다. (임성만 “장애인복지시설 서비스체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2003)
또한 더 나아가 사회복지서비스 전달체계를 전환하여 장애인연금제, 성년후견제 등을 도입, 선진국에서와 같이 사회복지서비스를 보건, 의료, 소득보장, 주택 등과 연계하여 수혜자에게 직접 제공하는 사회서비스 형태로 개편해 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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