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발견하기에 미흡한「희망한국 21」
빈곤/분배 :
2005/09/27 14:11
노동시장 근본대책 피해간 양극화 해소대책, 사각지대 해소방안 크게 미흡하고 재원부족과 인프라 미비 등 한계점 드러나
어제(9/26)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고위당정회의를 열고 ‘희망한국21- 함께하는 복지’라는 사회안전망 종합대책을 발표하였다. 이번 대책은 정부가 사회안전망 관련 정책 대상의 범위를 차상위계층으로 확대하였다는 점과 주거와 의료, 보육, 요양, 일자리 창출 등 공공부조를 넘어서 총괄적인 사회복지서비스 계획을 밝혔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런 긍정적인 측면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책은 정부 스스로도 인정한 광범위한 기존 제도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에는 미흡하고, 기존 제도들의 단계적·점진적 확대방안에 그치고 있는 등 심각한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현재 우리 사회에 요구되고 있는 기초생활보장제도와 그 외 각종 수당제도 및 사회복지서비스, 노동시장정책 등의 구조조정을 통한 제도간 정합성 제고의 필요성에 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며, 공적 인프라 구축과 관련 예산의 확보 계획 등 대책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는 핵심 수단에 대한 대책이 부실하여 자칫 정치적 구호로 전락할 수 있음에 우려를 표한다.
첫 번째 문제는 분배와 성장의 선순환 관계를 전제하고 만들어진 계획으로서는 근본적 처방보다는 미시적이고, 부분적인 제도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는 점이다. 양극화의 폐해는 사후적인 사회복지적 접근만으로는 해결 불가능하며 노동시장에서의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에서 우선적 해법이 마련돼야 한다. 이를 위한 근본적 대책은 최저임금의 개선과 비정규보호입법의 조속한 현실화이다. 그러나 당정은 EITC 도입과 같이 오히려 노동시장의 불평등을 조장할 수 있는 방안을 대책에 포함시키고 있고, 노동시장의 양극화 해소를 ‘사회정책’의 범위에서 제외시키는 오류를 범하였다. 또한 자활 및 고용지원은 자영자 고용보험 임의가입과 시장진입형 자활근로사업 비중확대라는 부분적인 제도개선 방안만을 내놓았다. 현재 사회양극화로 자영자 비중이 계속 증가하고 있고, 피용자들의 사회보험 가입률도 높아지지 않고 있는 현실에서 임의가입 형태로 자영자를 가입시키는 정책이 효과를 보리라 기대하기 어렵고, 시장진입형 자활근로 역시 자영자가 넘쳐나는 현실에서 얼마나 효과를 볼지 의심스럽다. 이번 정부 대책은 노동시장의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관리를 위한 부처간 협의와 가시적 노력의 흔적을 찾아보기 힘든 반쪽짜리 대책이다.
두 번째 문제는 사회안전망 제도 간 정합성을 높이고자 하는 접근이 이루어지지 못하여, 기존 제도의 단계적·점진적 확대에 지나치게 치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당정은 부양의무자 기준 및 재산기준의 엄격한 시행으로 실질적으로 빈곤함에도 불구하고 기초생활제도의 보장을 받지 못하는 비수급빈곤층이 177만명에 이른다고 추정하고 있고, 특히 수급신청탈락가구의 25.7%가 부양의무자 기준에 의해 수급자가 되지 못하는 현실을 지적하고 있으면서도 부양의무자 범위 축소 없이 부양능력 판정기준의 완화만을 대책으로 내놓고 있다. 또한 차상위 의료급여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장애인과 아동, 임산부에게만 의료급여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애수당 역시 지난 6월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서 장애인의 추가비용의 보전(補塡)을 위한 수당 및 각종 사회복지서비스 등의 현실화를 결의했음에도 불구하고 6만원에서 7만원으로 고작 1만원을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사회안전망 제도가 양극화로 치닫고 있는 사회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으므로 ‘사회정책의 패러다임적 전환’을 통해 이를 해결하여야 한다고 선언하고 있지만 대책은 여전히 기존의 선별적․잔여적 체제를 답습하고 있는 것이다.
세 번째 문제는 공적인프라 구축방안이 부실하다는 점이다. 치매․중풍 노인과 중증장애인을 위한 공적 요양시설과 국공립 보육시설 확보는 서비스의 질 제고 뿐 아니라 당정이 밝히고 있는 부정수급 방지와 비용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도 필요한 방안이다. 물론, 2008년까지 공적요양인프라를 확충하는 등의 계획이 포함되어 있으나, 이는 지방정부의 예산부담 여부와 정책의지에 크게 좌우될 수밖에 없는 것으로 현실성이 크게 의심되는 부분이다. 특히 복지재정분권화 이후 공적 인프라 구축 등이 중앙정부의 예산지원만으로 집행되지 않는다는 점이 확인되고 있어 중앙정부의 예산부담 비중을 늘이거나 지방이양사업의 국고보조사업으로의 전환 등의 보완대책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공적인프라 구축 없이 장기노인요양보험(노인수발보험)을 도입하는 것은 보험가입자에게 가져다 줄 실익이 극히 미미할 수 있다는 점에서 2008년 수발보험제도 도입 방침은 전면 재고되어야 한다.
네 번째 문제는 소요재원의 규모가 부족하고 그 실현성이 모호하다는 점이다. 정부는 2009년까지 4년동안 모두 8조 6천억원을 확보하겠다는 것이지만, 이 가운데 이미 중기재정계획에 반영되었던 부분과 지방정부의 부담을 제하면 이번 대책으로 중앙정부가 추가부담해야할 재정은 3조 8천억 정도이다. 이는 사회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현실에 비춰볼때 서민 생활에 진정한 ‘희망’을 제시하기에는 미흡한 규모가 아닐 수 없다. 그간 예산부처 및 경제부처에서는 사회보장예산이 이미 과도한 수준이라거나 정부 재정의 한계를 거론하며 복지예산 확충에 여전히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져 왔다. 금번 ‘희망 한국 21’의 소요예산규모 역시 정부 내의 재정운영기조에 여전히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정부와 여당은 예산 확충과 관련하여 특단의 재원창출 대책을 구상해야 할 것이며, 지방정부의 재정부담 회피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 역시 구체적으로 마련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강조하는 것은 공공부조와 각종 사회복지서비스가 통합적으로 운영되고 전달되기 위한 전달체계의 실질적 개편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이러한 대책은 ‘제도’만을 풍성하게 할 뿐이고 저소득층의 삶의 질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방안이 될 수 없다는 점이다. 보건사회연구원의 ‘차상위계층 실태분석 및 정책제안’ 보고서에서 드러났듯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시행된 지 5년이 다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제도의 존재 여부나 기준을 알지 못해 신청조차 하지 않은 사람이 다수 존재한다는 점은 정부 정책에 대한 접근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지금까지 보건복지사무소, 사회복지사무소 등 사회복지서비스의 통합적 전달을 위한 다양한 방법이 모색되고 수차례의 시범사업을 실시하였고, 실시 중에 있으나 실효성을 갖지 못했다. 이번 대책에 포함된 주민생활지원국 설치와 주민복지․문화센터 구축 방안은 부처간 충분한 협의를 통해 이러한 전철을 밟지 않기를 기대한다.
이번 사회안전망 종합 대책은 당정협의의 결과이기는 하나 국회에서의 입법과 예산 확보를 통해 확정되어야 하는 내용이 다수이다. 지금이 바로 정부와 국회가 사회양극화 해소를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시기이다. 국회의 논의과정에서 이번 종합대책은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있도록 진전되어야 할 것이며 예산장벽 앞에 좌초됨없이 흔들림없이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끝으로 비정규보호입법과 최저임금제도의 개선 등 노동시장의 양극화를 보완할 수 있는 대책을 조속히 구체화할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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