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2일 여의도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에서 “한국형 EITC 도입 타당성 검토”라는 제목의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불과 수 년 전만하더라도 우리사회에서 상당히 낯선 용어에 해당했던 근로소득환급제도 혹은 EITC라는 말은 최근 들어서는 우리 사회복지관련 영역에서 가장 자주 회자되는 단어가 되었다.

무언가 사회복지 성격의 급여체계가 새로 도입된다는 것에 대해서는 우리사회 복지의 “성숙” 혹은 “순증”을 의미한다고 생각하기 쉽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생각하기 쉽다. 또한 그간 많은 관련자나 사회복지를 공부하는 연구자 혹은 시민단체에서 이러저러한 제도나 급여의 신설을 주장한 바도 많다. 그러나 항상 고려해보아야 할 점이 있기 마련이다. EITC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혼란스럽다.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논의가 이루어지기에는 아직도 EITC의 모습에 대한 명확한 방안이 보이지 않고 있다. 찬반의 결정이나 입장을 표명한다는 것은 부적절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EITC의 도입을 둘러싸고 관련되는 많은 단체들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할 수도 있다.

이날의 정책토론회도 이런 혼란을 그대로 나타내고 있었다. 이제는 어느 정도 세간에 EITC의 기본적 형태는 알려져 있었지만 토론회에서도 열띤 찬반논의라기보다는 혼란스러운 수준에서의 탐색이 이루어졌다. 한국형 EITC 도입 타당성 검토라는 제목을 걸고 있었지만 어떤 점이 ‘한국형’을 의미하는 것인지, 3가지 도입모형은 각기 어떤 근거에서 점증, 평탄, 점감구간의 기준들이 설정된 것인지가 불명확한 채 토론이 진행되었다.

이날 한국조세연구원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위원들에 의한 주제발표와 10여 명 토론자들의 토론 논의가 이루어졌다. 주제발표에서는 현재 우리사회근로빈곤층의 실태와 그 심각성에 따른 근로빈곤층 지원 및 EITC 도입의 필요성, 외국의 관련된 몇몇 제도 운영사례, 소득파악의 현황과 문제점, EITC 도입 시 집행가능성, 도입과 관련된 주요 검토과제, 도입 시 검토 가능한 3가지 모형의 순서로 발표가 이루어졌다.

발표에 이은 토론에서는 토론자가 10명이고 제한된 시간의 토론이라서 플로어에서의 논의나 질의응답은 거의 이루어지지 못한 채 토론자들만의 의견발표가 주를 이루었다. 토론자는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참여연대, 보건복지부, 재정경제부, 한국경영자총협회 등과 사회복지학자, 경제학자, 법률전문가 등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에 따라 그야말로 다양한 견해들이 나타났다. 참석한 토론자 중에는 빈곤층을 위해서는 경제를 살리는 것이 모든 것의 우선이라며 “고용의 유연성을 더욱 증대”시키는 것이 핵심적이라는 견해를 피력하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EITC가 빈곤문제에 대한 최소한의 사회적 제도로 일반화된 것이니 그 도입은 너무나 당연하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다수의 토론자들은 근로빈곤층의 실태와 심각성, 이에 대한 지원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었으나 그 대안으로 현재 제기된 EITC제도의 적절성이나 충분성에 대해서는 입장은 달라도 조금씩의 우려를 나타내고 있었다. 그간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 등에서는 공식적으로 EITC에 대한 찬반의 의견을 표명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자체의 관련된 토론회나 이 날의 정책토론회에서 EITC와 관련한 입장을 부분적인 선에서나마 밝히고 있다.

근로의욕의 고취인가? 일자리를 위한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인가?

먼저 제도도입에 대한 기본적 문제의식에 대해 검토해보아야 할 필요가 강조된다. 정책토론회의 발표문에서도 노동시장의 양극화와 열악한 처우를 받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증가, 이에 따른 근로빈곤층 급증의 문제를 현재의 핵심적 문제 상황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근로빈곤층을 표적으로 하는 제도, 특히 공공부조제도처럼 근로유무를 가리지 않고 급여를 주는 것보다는 일하는 근로빈곤층에게 경제적 급여를 집중함으로써 근로유인을 강화하는 EITC가 현재의 빈곤상황에 부합하는 제도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사회 빈곤의 현실이 과연 근로의욕의 저하와 복지수급에 대한 의존성을 핵심적 문제로 볼 수 있는 상황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근로빈곤층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에 사회적 동의가 존재한다고 해도 이를 근로의욕 고취에 초점을 두는 해결책의 당위성으로 치환한다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다. 일을 안 하려고 해서라기보다는 일을 해도 빈곤에서 벗어날만한 양질의 일자리가 없다는 것이 더 정확한 근로빈곤에 대한 상황인식이다.

따라서 근로의욕고취보다는 불안정하고 낮은 임금의 노동조건을 개선하려는 가닥을 잡아야 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EITC는 고용불안정성을 심화시키거나 혹은 사업주의 도덕적 해이에 따른 임금하락마저도 유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근로의욕 고취의 강조는 많은 국민들에게 정치적인 슬로건으로서 효과적으로 작용할지는 몰라도 현재 우리사회 근로빈곤층의 문제에 대한 핵심적 대안의 화두는 될 수 없다. 빈곤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가치 있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기반을 둔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을 도외시하고는 어떤 지원책도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빈곤층에 대한 선별적 지원?

이와 관련되어 EITC 도입은 빈곤층 내부에서의 불평등이나 배제의 문제도 생각해보아야 한다. 근로빈곤층의 문제가 심각하기는 하지만 일을 하고자 해도 일하지 못하고 있는 빈곤층에게는 EITC가 이중적인 배제 기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윤홍식 교수(2005)에 따르면 EITC는 절대빈곤층의 22.1%, 차상위 계층의 44%만을 대상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저소득층의 소득불평등과 고용상의 지위에 대한 불평등을 강화시킬 소지를 내포하고 있다. 실제 우리사회 빈곤층 그리고 공공부조 수급자의 절대 다수는 일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를 ‘복지의존성’과 ‘근로동기미약’으로 치부하여 EITC에 의해 이들이 일을 통해 빈곤을 탈출할 것이라는 것은 잘못된 현실인식이다.

EITC는 복지 파이의 순증?

앞서 제기한 여러 고민거리에도 불구하고 EITC는 근로빈곤층에 대한 지원책으로서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복지제도의 순증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현실적으로 EITC도입과 운영에 많은 예산이 투입된다면 복지예산의 다른 부분에서 압박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특히 공공부조제도의 위치가 심각하게 취약해 질 것이 우려된다. 그렇다면 EITC는 공공부조(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아동수당 및 각종 수당형태의 탈빈곤제도 방식,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에 필요한 재원 등의 상당부분을 희생해가며 운영될 것인 바, 그렇다면 “다른 탈빈곤정책의 방식과 비교하여 절대적인 EITC 우위의 논리를 입증해야 할 필요"가 있다.

제도운영에서의 난점에 대한 해결?

이 밖에도 EITC 급여가 세제의 형태라면 과연 근로빈곤층에게 필요하고 적절한 시기에 지원해줄 수 있는가? 가구단위의 급여를 강조하고 있는데 이것이 gender의 문제를 심각하게 제기하지는 않는가? 등의 문제에 대한 논의를 유발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여전히 소득파악에 대한 과제도 남아있다.

만약 EITC 제도 도입에 대한 강한 의지가 정부에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면(사실 이 역시 불투명하다는 의견도 많다) 제도의 정밀한 설계도 중요하겠지만 앞서 제기한 문제들에 대해 본격적인 논의가 더 필요하다. 우려되는 바는 많은 사람들에게 “다소 생소한 제도에 대해 혼란스러운 분위기에서의 고민이 충분한 논의결과로 둔갑”하지 않을까하는 점이다.

이날의 정책토론회를 비롯하여 최근 몇몇 자리에서 EITC에 대한 논의 혹은 논란이 있었던 점이 어느 날 갑자기 근로소득환급‘제도’에 대한 각계 인사와 시민단체의 의견을 ‘수렴’한 ‘공청회’까지도 마쳤다면서 무작정 제도의 도입으로 귀결되는 일은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남기철 / 동덕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2005/08/10 00:00 2005/08/10 00:00

트랙백 주소 :: http://blog.peoplepower21.org/Welfare/trackback/15249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