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보험제도의 도입과정

1995년 7월 1일 고용보험제도 도입 시행되었으니, 올해로 꼭 10년이 되었다. 우리 나라에서 고용보험제도 도입에 관한 논의는 1970년대 노동청 내부에서 실업급여 중심의 논의가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고용보험제도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는 1970년대 후반부터 80년대 초반에 6~7%에 이르는 고실업 상황 속에서 이루어지는데, 당시 정부내 실업보험제도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와 기업에 주는 부담, 산업구조의 미성숙 등의 이유로 실업보험제도의 도입은 일단 유보된다.

고용보험제도의 도입을 정부가 공식적으로 결정한 것은 제7차 경제사회발전 5개년계획을 통해서였다. 사회보장부문계획 중 고용보험부문의 계획안이 1991년 3월초 마련하여 정부에 제출되었고, 1991년 8월 23일 경제장관회의에서는 제7차 경제사회발전 5개년계획기간 후반기중 고용보험제도를 도입하기로 최종 결정하는 것으로 확정하였다. 이와 함께 1992년의 국회의원총선거와 대통령선거에서 민정당, 민주당, 국민당 등 당시 주요 3당은 고용보험제도를 1995년에 시행하겠다는 것을 선거공약으로 제시하면서 고용보험제도 도입에 대한 암묵적인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는 상황이 연출된다. 1993년 2월에 출범한 김영삼 정부는 1993년 7월에 발표한 신경제5개년계획에서 고용보험제도를 1995년에 시행하겠다고 발표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고용보험제도 도입을 설계하던 1990년대 초반은 주지하듯이 거의 완전고용상태를 이루고 있었으며, 제도 도입에 대하여 무시할 수 없는 정도의 부정적 여론으로 인하여 실업에 따른 충분한 소득보장제도의 기능도, 또한 적극적노동시장정책으로서 기능을 수행하기에도 상당히 미흡한 형태의 제도를 도입하기에 이른다.

경제위기와 고용보험제도

1997년말 경제위기에 따른 고실업 상황에서 고용보험제도는 사회적 안전망으로서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한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된다. 따라서 정부에서는 고용보험제도의 적용대상을 확대하고, 고용안정 및 직업능력개발사업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각종의 장려금과 지원금제도를 강화한다. 뿐만 아니라 실업급여 수급 요건을 완화하여 실업자의 소득보장을 위한 제도정비를 발 빠르게 행한다.

당시의 주요한 제도 변화과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적용범위가 급격히 확대된다. 1995년 근로자 30인 이상 고용한 사업장을 대상으로 출범한 고용보험제도는 1998년 1월부터 근로자 10인 이상, 3월부터는 5인 이상, 그리고 10월부터는 모든 사업장으로 확대하는 등 적용대상 면에서 급격한 확대가 이루어진다.

한편, 실업급여 수급요건의 완화도 당시의 주목할 만한 정책 변화이었다. 즉 실업급여의 지급기간과 수준을 상향조정하여 실업자의 소득보장제도로서 기능을 강화하였다. 1998년 3월1일부터 2000년 6월 30일의 기간 중 이직한 구직급여 신청자는 기준기간 18월 중 12월의 피보험 단위기간 충족요건을 기준기간 12월 중 피보험단위기간 6월의 요건만 충족하도록 한시적으로 완화하였다. 그리고 1999년 12월 개정에서는 18월 중 180일의 피보험 단위기간만 충족하면 실업급여를 수급할 수 있도록 요건을 더욱 완화하였다.

이밖에도 고용조정지원제도를 대폭 단순화하였고, 지원금 수준도 상향 조정하였으며, 재직근로자의 직업능력개발과 향상을 위한 직업능력개발체계를 보완하여 근로자의 평생직업능력개발을 지원할 수 있는 등의 제도적 보완이 이루어졌다. 이와 같이 1997말 경제위기는 고용보험제도가 성숙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정책변화의 동인으로 작동한다.

해결해야 할 과제

한국사회보장제도의 압축적 성장과정을 단적으로 볼 수 있는 제도가 바로 고용보험제도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경제위기라는 돌발변수가 지대한 영향력을 미쳤다는 것이 유감이지만,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 볼 수없는 빠른 속도로 제도가 성숙하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용보험제도는 여전히 쉽게 해결할 수 없는 난제를 앞에 두고 있다. 이를 요약하면 첫째, 사회적 안전망으로서, 실업자의 실질적인 소득보장 및 재취업의 기제로 작동할 수 있도록 정비가 되어야 한다. 둘째, 노동시장의 양극화를 해결하는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으로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정비가 필요하다.

실업급여는 실업자의 생계지원 및 재취업 촉진을 위해 지급되는 급여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경제위기 이후 급여수급 요건이 어느 정도 관대화되었지만 여전히 실업자 사회안전망으로서 기능이 미흡하다. 예를 들어, 2004년 전체 실업자 중 실업급여를 받고 있는 수급자의 비율은 21.4%에 불과한 실정이다. 10명의 실업자 중 단지 2명만이 실업급여를 수급하고 있다는 사실은 실업자의 사회적 안전망으로서 기능이 얼마나 취약한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실업자격을 인정받는 것 역시 여전히 엄격하다. 현재 고용보험제도는 정당한 사유가 없는 자발적 이직자와 본인의 중대한 과실에 의한 이직자에게는 실업급여를 지급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우리 나라 노동시장에서 이직은 관행상 자발적 이직의 형태를 띠는 것이 대부분이다. 실제로, 고용보험 피보험 이직자 중 자발적 이직자의 비중이 2004년 현재 65.8%이다. 실업급여가 실업자의 최후의 소득보장 제도라는 취지를 감안할 때, 자발적 이직자에 대해서도 일정기간 동안 지급을 유예한 후 소정의 실업급여를 지급하는 형태의 제도개선이 시급히 요청된다. 이와 함께 자영업자에 대한 지원방안도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한편, 실업급여의 소정급여일수 역시 90~240일 수준인데, 외국의 경우 1년 내외를 지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실업급여의 임금대체율은 이직 전 임금의 50% 수준으로서 일본(60~80%), 독일(67%) 등과 비교할 때 현저히 낮다. 또한 구직급여일액의 상한선을 1995년 임금을 기준으로 1996년에 정한 35천원을 아직도 유지하고 있어, 실제 임금대체율은 2004년 현재 28.7%에 불과하여 실업자의 소득보장은 사실상 포기한 상태가 아닌가 싶을 정도인데, 구직급여일액의 현실화를 통해서 소득보장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우선과제이다.

고용안정사업과 직업능력개발사업은 소규모 영세사업장과 여기에 고용되어 있는 취약근로자와 비정규 근로자들의 노동의 질을 향상시키는 적극적 노동시장정책 기능을 담당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고용보험의 수혜를 주로 대기업의 정규직 근로자가 받고 있어, 급여 수급의 역진성이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즉, 고용안정사업과 직업능력개발사업의 경우 사업규모가 크고, 정규직 근로자일수록 보험료부담액에 비하여 고용안정사업의 장려금, 지원금 등의 수혜를 받는 금액의 비율이 큰 것으로 나타나 사업규모에 따른 역진성 문제가 나타나는 것이다. 직업능력개발사업 역시 대기업의 정규직 근로자를 중심으로 직업훈련이 치중된다는 비판을 받고 있어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노동시장에 대한 국가의 개입이 보다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고용보험제도가 그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노동시장행정의 체계화가 기본전제이다. 따라서 낟후된 고용보험전달체계 및 고용서비스를 개선하여 공공직업안정서비스의 내용과 질, 장기실업자 등 취약계층에 대한 심층적인 상담서비스를 고용안정선터에서 one-stop 서비스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류만희 / 상지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2005/08/10 00:00 2005/08/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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