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의식

급격한 가족의 변화 속에서 한국사회는 한국의 아버지들에게 무엇을 기대하고 한국의 아버지들은 무엇을 원하고 있는 것일까? 근대이후 훌륭한 아버지 상은 아내와 자녀들의 경제적 복지를 충실히 부양하는 생계부양자로서로 규정되어왔다. 가족들을 위한 생계부양의 역할을 수행하는 아버지는 가족 내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재생산 노동을 수행하지 않아도 되는 특권을 누렸다. 반면 어머니에게는 가족 내에서 발생하는 모든 돌봄의 욕구를 충족시킬 의무와 책임을 부과하였다.

그러나 근대적 아버지 상은 출산율의 저하, 이혼율의 증가, 여성 경제활동인구의 증가 등 급격한 가족의 변화 속에서 그 정당성이 약화되어 가고 있다. 더욱이 가족과 가족을 둘러싼 최근의 변화에 대한 대응은 공ㆍ사적영역에서 부모 역할에 대한 재규정을 요구하고 있다. 전통적인 아버지와 어미니 역할 강화를 통한 전형적 가족형태와 가치에 대한 강조는 가족을 둘러싼 변화에 대한 지엽적 대응만을 양산하고 있을 뿐 한국사회의 합리적 대응 자체를 지체시키고 있다. 실제로 서구의 경험을 되돌아보면 출산력 저하 등 가족변화에 대한 합리적 대안은 전통적인 가족가치와 형태를 강조, 강화하는 문제이기보다는 보편적 생계부양과 돌봄 모형의 실현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 전통적 가족가치와 형태가 강조되고 있는 스페인, 이태리 등 남부유럽 국가들이 극저출산율을 기록하고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현재 가족과 가족을 둘러싼 변화에 대한 합리적 대응은 전통적 가족형태와 가치의 강화를 통해서는 그 답을 찾을 수 없음을 경험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특히 에스핑 앤더슨(Esping-Andersen, 2002)이 지적한 바와 같이 점증하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후기산업사회의 성격을 규정하는 결정적인 요인이라면, 이에 수반되는 가족 내 돌봄 노동의 문제는 복지국가 재편의 핵심적 과제(Mahon, 2002; Bergqvist and Nyberg, 2002)라고 할 수 있다. 이제 더 이상 남성 생계부양자와 돌봄의 주체로서 여성이라는 성별분리에 근거한 복지체제는 가족의 변화로 야기되는 한국사회의 새로운 요구를 감당할 수 없다. 이러한 문제의식에 동의한다면 부의 돌봄 노동참여를 제도화하는 문제야말로 복지국가 재편의 핵심적 과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부의 돌봄 노동 참여는 단순히 남성이 자녀를 양육하는데 참여한다는 문제를 넘어 이제 우리사회의 중심이 생산노동에서 재생산노동으로 이동해야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는 것이다. 생산노동에서 재생산 노동으로의 이전은 소위 공적영역(생산노동)에서 발생하는 실업, 노령, 질병 등으로 인해 임금노동을 수행하지 못하는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제도화된 전통적 사회보장제도가 사적영역(재생산영역)에서 발생하는 임신, 출산, 양육으로 인한 임금노동의 단절과 같은 위험에 대한 대응으로 확대되어야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남성의 돌봄 노동참여를 제도화하는 부성휴가와 부모휴가(아버지할당제)의 도입과 재편은 재생산영역이 생산영역에 우선하는 사회로 전환하는 매우 의미 있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또한 부성휴가와 부모휴가의 도입과 재편은 기존의 여성주의적 접근과 가족정책의 방향이 주로 생계부양자로서 여성의 지위를 강화하는 일면적 접근에 제한되었다는 한계를 넘어 남성의 가족화(돌봄노동참여)를 제도화함으로써 남성과 여성 모두를 가족정책의 대상으로 포괄하는 것이다 (윤홍식, 2005). 즉, 한국사회에서 남성의 돌봄 노동참여를 제도하기 위한 부성휴가의 도입과 부모휴가(육아휴직)의 재편은 프레이져(Fraser, 2000)가 주장한 보편적 돌봄 모형의 실현을 통해 궁극적으로 우리사회의 젠더불평등을 제거하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본 글에서는 한국을 포함한 OECD 14개국의 남성 돌봄 노동참여 지원정책의 분석을 통해 한국사회에서 남성의 돌봄 노동참여를 제도화하기위한 정책 함의를 중심으로 논의를 전개하고자 한다.

주요연구 결과(요약)

본 연구는 OECD 국가들의 남성 돌봄 노동문제를 통해 OECD 국가들을 유형화함으로써 세 가지 주목할 만한 결과를 도출하였다.

첫째, 남성 돌봄 노동참여 정책의 지원수준과 전통적 주 생계부양자 모형의 강도에 따라 OECD 14개국이 5개의 유형으로 구분될 수 있다. 이러한 유형화는 탈상품화를 중심으로 복지체제를 유형화한 주류 복지국가의 분석과 달리 개인(남성)의 노동력의 가족화와 탈상품화를 준거로 분석했을 때 새로운 유형화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특히 주류논의에서 탈상품화 정도가 높다고 분류된 네덜란드와 핀란드의 경우 전통적인 사민주의 국가군에서 이탈해 있다는 점이다. 복지국가의 탈상품화 수준과 젠더평등의 문제는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으며, 노동시장에서의 탈상품화 수준이 높다는 것이 해당 사회의 모든 시민, 구체적으로 여남 모두에게 긍정적이라고 이야기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젠더문제를 고려한다는 것은 단순히 여성의 문제에 집중하기 보다는 여성과 남성을 함께 고려해야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주류적 논의는 주로 남성의 탈상품화 문제에 집중한 반면 여성주의학자들은 여성의 상품화와 탈가족화 문제에 집중하여, 남성의 가족화라는 과제가 간과 되었다. 이러한 측면에서 남성 노동력의 가족화와 탈상품화 수준을 통해 복지국가를 유형화한 시도는 매우 의미 있는 시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빈곤율, 합계출산율,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 국가경쟁력 등 한 국가의 주요한 경제ㆍ사회지표가 돌봄노동과 생산노동의 성별공유 정도와의 관련성을 추정해 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예외 없이 4가지 주요지표에서 남성의 돌봄 노동참여 지원 수준이 높고, 전통적 주 생계부양자가구의 비율이 낮은 국가군일수록 빈곤율이 낮고, 합계출산율,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 국가경쟁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은 보편적 부양과 돌봄 모형의 지향이 단순히 성간 불평등을 완화하는 차원을 넘어 해당 국가의 지속적 발전 가능성을 진단해보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셋째, 본 연구결과에 의하면 한국의 남성에 대한 돌봄 노동참여 지원 정책의 수준은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성휴가는 없으며, 육아휴직의 소득대체율은 낮고, 휴직을 이용하는 절대다수가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성별 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는 아직 고민되고 있지 못하다. 이러한 돌봄과 생산노동에 대한 낮은 수준의 성간 공유가 결국 한국의 빈곤율이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에 이르게 하고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과 합계출산율이 가장 낮은 원인을 설명하는 하나의 요인이 될 것이다. 즉, 우리사회의 지속적인 발전은 단순히 양적 경제성장의 문제가 아닌 젠더간의 불평등을 완화하는 경로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는 함의를 전달해 주고 있는 것이다.

한국사회에 주는 정책제언

본 연구결과가 한국사회에 전달하는 정책함의는 한국사회가 살만한 세상이 되기 위해서는 여성과 남성이 돌봄과 생산노동을 함께 나누는 사회를 지향해야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동안 우리사회에서 철저히 간과되었던 남성의 가족화에 대한 구체적 정책대안을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구체적 정책과제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부성휴가 및 아버지할당제 도입

아버지가 돌봄 노동을 어머니와 공유하기 위해 요구되는 제도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요구된다. 먼저 OECD 국가들의 경험을 통해 제도화할 수 있는 제도는 부성휴가와 육아휴직기간 중 특정 기간을 아버지가 사용하도록 제도화하는 ‘아버지시간’(fathers' quota)제의 도입이다. 먼저 부성휴가를 살펴보면 현재 자녀출산 시 어머니에게만 보장되는 출산휴가를 남성 노동자에게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부성휴가는 자녀출산 후 3주간 제공하고 100%의 임금이 보존되어야한다. 특히 남성이 임금노동을 중단하고 가족 내에서 돌봄 노동을 수행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전제는 남성의 돌봄 노동참여를 지원하는 정책의 높은 탈상품화 수준이다. 만약 남성 노동자가 가족 내에서 돌봄 노동을 수행할 때 임금보존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해당 가족이 경제적 곤란에 직면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남성이 제도를 이용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싱글레이와 하이니스(Singley and Hynes, 2005)의 최근 연구에 의하면 돌봄과 관련된 급여수준이 남성과 여성의 아동양육참여 여부와 중요하게 관계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실제로 낮은 소득대체율로 인해 오스트리아와 프랑스에서 남성이 부모휴가 등을 이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Bruning and Platenga, 1999). 3주간의 휴가기간은 전통적으로 한국사회에서 출산한 여성이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 위해 요구되는 최소 산후조리기간이 3주(3ㆍ7일)정도라는 관습적 합의에 근거한다. 즉, 3주간 기간 동안 아버지에게 자녀와 모가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돌볼 권리를 부여해야한다.

다음으로 아버지시간제의 도입은 남성의 육아휴직 이용률이 극히 저조한 한국사회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도입 방식은 기존의 육아휴직기간에서 ‘아버지시간’을 할당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

왜냐하면 현재 민간기업에 다니는 부ㆍ모가 육아휴직을 이용할 수 있는 기간은 자녀가 1살이 되기 전이고, 출산휴가 기간을 제외하면 육아휴직을 이용할 수 있는 기간은 10개월 정도다. 이 10개월의 기간 내에서 ‘아버지시간’을 할당해 남성이 이용하지 않으면 해당 기간이 없어지는 방식을 채택하면, 남성의 육아휴직 이용률이 낮은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여성이 이용할 수 있는 절대적 휴직기간만 줄어드는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덧붙여 스웨덴에서 부모휴가 기간의 연장을 통해 아버지할당제를 도입하지 못한 이유는 도입 당시인 1994년의 경제위기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이라고 이미 언급한바 있다. 그러므로 우리사회에서 아버지시간의 도입은 새로운 제도의 도입으로 인해 기존의 육아휴직을 이용하는 주 대상자인 여성들에게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고, 노르웨이의 경우와 같이 성공적 출발을 위해서는 기간을 연장하는 방식을 검토해야한다. ‘아버지시간’의 적절한 기간은 명확히 합의된 바는 없으나 덴마크에서 실시했던 2주간과 스웨덴에서 실시하고 있는 4주간 사이에게 결정되면 될 것이다. 다만 제도 도입에 있어 중요한 것은 아버지시간 이용 기간동안 충분한 수준의 임금대체가 보장되어야 한다.

임금대체수준이 높은 노르웨이, 핀란드, 스웨덴에서 남성의 부모휴가 이용률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Leria, 2002). 현제 외국의 제도를 검토했을 때 부모휴가의 소득대체율은 최소 50~80%사이에서 결정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

제도도입에 따른 재원

한국사회가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야하는 중요한 과제 중에 하나는 부성휴가와 육아휴직 급여의 재원과 관련된 문제이다. 현재와 같이 고용보험 또는 사업자가 부담하게 하는 방식으로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할 수 없다. 먼저 사업주가 부담하게 하는 방식을 채택하게 되면 남성의 돌봄 노동참여를 위해 전제가 되는 노동시장에서의 변화를 견인해내기가 더욱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돌봄의 성별 공유가 상대적으로 잘 이루어진 스웨덴의 경우에도 남성의 부모휴가 이용은 고용주에게 환영받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 비용을 고용주가 부담한다면 사업장에서 육아휴직을 이용할 수 있는 남성 노동자는 없을 것이다.

고용보험으로 재원을 마련할 경우도 문제인데 현재 고용보험의 명목적 대상은 모든 사업장의 노동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취업자 대비 피보험자 비율은 절반에도 미치고 있지 못하다. 실제로 육아휴직의 대상이 되는 고용보험의 남성 취업자 대비 피보험율은 36.9%(2003년)에 불과하다 (통계청, 2004, 김종숙ㆍ문유경ㆍ김영옥ㆍ강민정, 2004 재인용). 아버지할당제의 경우 모의 자격조건에 근거한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여성취업자의 피보험율이 중요한데, 여성취업자의 피보험율은 남성 취업자의 피보험율 보다 낮은 26.2%에 불과하다. 더욱이 피보험율을 학력별로 보면 비정규직에 종사할 가능성이 높은 고졸이하 학력자의 취업자 대비 피보험율은 초졸이하가 5.7%, 중졸이하가 17.7%, 고졸이하가 38.3%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한국산업인력공단, 2005). 즉 현재와 같이 고용보험이 재원을 부담하게 되면 부성휴가와 ‘아버지시간’을 이용할 수 있는 남성은 고용보험의 피보험자인 중간계층 남성 노동자로 제한된다는 점이다. 또한 임금노동자 중심의 고용보험으로는 비임금노동자인 자영업자나 농어민을 제도내로 포괄 할 수 없는 문제를 야기한다.

결국 재원에 관한 문제는 한국사회 사회보장체계의 전반적인 패러다임의 변화를 수반해야한다. 우리사회의 사회보장제도는 주로 공적영역인 노동시장에서 발생하는 실업, 질병, 노령 등의 위험으로 인해 임금노동을 하지 못할 때 발생하는 위험에 대비하게 설계되어 있다. 이에 반해 육아휴직과 부성휴가는 소위 사적영역이라 지칭 되는 가족 내에서 발생하는 임신, 출산, 양육으로 인해 임금노동을 수행하지 못함으로써 경제적 안정을 도모하지 못하는 위험이다. 그러므로 현재와 같이 공적영역에서 발생하는 위험에 대해하기 위해 설계된 고용보험으로 재생산 영역인 가족영역에서 발생하는 위험에 대처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즉, 재생산 영역에서 발생하는 위험인 임신, 출산, 양육과 같은 돌봄 노동을 수행함으로써 발생하는 사회적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독립적인 새로운 보험체계가 요구되는 것이다. 물론 어떠한 방식으로 보험체계를 설계할지는 이후 구체적인 연구가 진행되어야겠지만 원칙적인 내용을 집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재생산 영역에서 발생하는 임신, 출산, 양육의 과제가 특정한 성에게 국한되는 위험이 아닌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발생하는 위험이라는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한다. 특히 저출산이 한국사회의 장기적 생존을 위협하는 문제로 인식되고 있는 상황에서 저출산 현상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는 임신, 출산, 양육의 문제는 남성과 여성이 함께 풀어나가야 할 과제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남성의 돌봄 노동참여를 증대시키는 정책적 노력은 재생산 영역에서 발생하는 위험을 남녀가 함께 나누기위한 전제가 되는 것이다. 둘째, 새로운 보험체계는 특정계층만을 위한 제도가 아닌 모든 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보편주의 관점에서 설계되어야한다. 현재와 같이 임금노동자, 그 중에서도 정규직 노동자를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는 보험체계는 필연적으로 다수의 시민을 사각지대에 방치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새로운 보험체계는 비정규직 임금노동자는 물론이고 자영업자와 농어민까지 포괄하는 보편주의를 지향해야한다. 셋째, 국가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설계되어야한다. 대부분의 한국 사회보험에서 국가의 역할은 단순히 보험을 운영 관리하는 부문에서 제한적인 역할을 수행할 뿐 대부분의 재원은 고용주와 피고용자가 부담하고 있다. 굳이 경험적 연구를 빌리지 않는다 하더라도 임신, 출산, 양육의 문제가 미래에 세금과 사회보장 기여금을 납부할 인구규모와 관련 있다는 점에 동의한다면 국가의 역할을 재정적 기여를 포함해 보다 적극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 특히 임금 노동자가 아닌 자영업자와 농어민을 제도 내로 포괄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재정적 기여가 반드시 필요하다.

아버지의 참여를 높이기 위한 방안

앞서 언급했듯이 스웨덴과 노르웨이의 경우 아버지할당제를 부모휴가제도에 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부모휴가 기간 중 남성이 이용하는 비율은 낮은 수준이다. 이렇듯 아버지의 돌봄 노동참여는 한두 가지 정책을 통해서 달성할 수 없는 과제인 듯 보인다. 특히 부의 육아휴직(부모휴가)과 부성휴가 이용은 휴가 이용할 때 발생하는 소득상실에 대해 충분히 보상하고 있는가의 문제와 밀접히 연관되어 있는 점을 상기할 때 현재와 같이 월 40만원의 정액급여를 통해서는 남성의 참여를 증대시키기는 불가능하다. 또한 급여수준을 일시에 통상임금을 대체하는 수준으로 상향조정하기란 현실적으로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몇 가지 측면에서 남성의 돌봄 참여 동기를 증대시키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 먼저 오스트리아와 이태리에서 사용하는 인센티브방식을 급여체계에 적용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아버지가 정해진 아버지할당 기간 이상을 사용할 경우 부가 사용한 기간에 대해서는 소득에 비례해서 급여를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부가 육아휴직을 1개월 이상 사용할 경우 그 기간 동안만 통상임금의 100%를 보존해주고, 나머지 육아휴직긴간에 대해서는 현행 지급하는 월 40만원에 추가적인 급여를 제공해 주는 방식이다. 즉, 아버지가 육아휴직을 사용할 경우 통상임금 수준에 준하는 소득대체를 해주면 유럽 국가들과 같이 가족의 재정적인 문제로 아버지가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않는 경우는 최소화 될 것이다. 더불어 아버지가 휴가를 사용했을 때 나머지 육아휴직 기간에도 일정정도의 추가급여를 제공한다면 부ㆍ모간에게 육아휴직을 나누어 사용할 동기를 증대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부가 이용할 경우 급여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식은 부ㆍ모와 자녀로 이루어지지 않은 한 부모가구에게는 상대적 불이익을 초래할 수도 있다. 그래서 한 부모가 육아휴직을 이용할 경우 통상적으로 지급되는 육아휴직급여에 ‘한 부모 육아휴직수당’을 신설해서 부ㆍ모 가구에서 부가 이용할 때 부가 이용하지 않는 기간에 지급되는 추가적 급여를 육아휴직 전 기간에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다른 하나는 현행 육아휴직의 이용 시점이 매우 경직되어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공무원과 교직종사자를 제외하고) 아동이 만1세가 될 때까지 육아휴직을 이용할 수 있는 규정을 자녀가 초등학교 취학 후 1년이 되기 전까지 필요한 시기에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스웨덴의 경우도 부모휴가는 자녀가 만 8세가 되기 전까지 여러 차례로 나누어 사용할 수 있게 하고 있다 (OECD, 2005; Haas and Hwang, 1999). 또한 육아휴직기간 동안 시간제 근무를 하면서 육아휴직을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덴마크(Rostgaard et. al., 1999)와 핀란드(Salmi and Lammi-Taskula, 1999)도 스웨덴과 유사한 방식으로 부모휴가를 탄력적으로 제도화하고 있다. 이러한 방안 들은 육아휴직제도의 탄력성을 높여 이용자가 자신의 처지와 조건에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육아휴직을 이용하게 함으로써 이용률을 극대화 시키고, 이를 통해 남성의 적극적인 참여와 일-가족양립을 가능하게 하는 제도적 장치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아버지의 돌봄 노동참여를 증대시키기 위해서는 한국사회 전체가 재생산 노동이 생산노동보다 우위에 있다는 (최소한 동등한 가치가 있다는) 사회적 합의가 전제되어야한다. 이를 위해서 아버지의 돌봄 노동참여를 위한 정책을 제도할 경우 부성권 보장에 대한 적극적인 사회적 운동과 홍보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스웨덴에서는 남성의 돌봄 노동 참여를 촉진하기 위해 가장 남성적인 Hoa-Hoa Dahlgren이라는 역도선수가 스웨덴 국기를 연상하게 하는 옷을 입고 아주 어린 영아를 안고 있는 포스터를 제작해서 새로운 아버지 상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를 수행했다 (Bergman and Hobson, 2002, 107-8). 이 포스터를 통해 스웨덴 사회가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두 가지인데 하나는 부성은 여성적인 것이 아닌 남성적이라는 것과 다른 하나는 아버지가 자신의 자녀를 돌보는 것은 스웨덴 사회에 매우 유익한 것이며, 바람직한 시민으로서 역할을 다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더불어 노동조합은 사업주와의 단체협상에서 아버지의 부성권을 보장 받음으로써 남성들이 자유롭게 돌봄 노동과 관련된 휴가를 이용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야할 것이다. 남성의 돌봄 노동 참여가 상대적으로 일반화된 스웨덴과 덴마크조차도 많은 남성이 부모휴가(아버지할당제)를 이용하고 있지 못한 중요한 이유가 사업장에서 남성의 부모휴가 이용이 용인되지 않고, 부모휴가를 이용했을 경우 승진과 급여에 불이익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Haas and Hwang, 1999; Haas, 1992).

결론적으로 남성의 돌봄 노동참여는 단순히 남성이 부성휴가와 육아휴직을 이용하는 문제가 아니라 한국사회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본질적인 문제와 관련되어 있다. 정책적으로는 부성휴가와 육아휴직제도 내에 ‘아버지시간(아버지할당제)’을 도입하고, 이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 사회보장 체계를 재생산 영역에서 발생하는 위험으로 확대하며, 노동시장에서는 단체협약을 통해 사업장에서 남성 노동자의 부성권을 보장하는 토대를 구축하는 것이 요구된다. 더 나아가 한국사회는 ‘새로운 아버지 상’의 정립을 통해 재생산 노동이 생산노동에 우선하는 근본적 전환이 요구되는 것이다. 이러한 우리사회의 근본적 변화는 남성의 지위와 역할에 대한 재규정을 통해 후기산업사회 복지국가 재편의 핵심적 과제라고 할 수 있는 보편적 돌봄과 생산노동의 기반을 닦는 의미 있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더 나아가 한국사회가 여전히 가족에 대해 중요한 사회적ㆍ개인적 의미를 부여하고자 한다면, 우리시대의 가족이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알바 미르달(Alva Myrdal, 1945, Bergman and Hobson, 2002 재인용)의 주장처럼 남성이 돌봄 노동으로 대표되는 사적영역에서의 재생산 노동에 적극적 참여하는 것에 달려 있을지 모른다. 덧붙여 보수와 진보의 대립으로 바람직한 사회로의 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의 현실에서 우파연합의 집권시기인 1994년 (스웨덴에서) 아버지할당제가 법제화되었다는 사실은 남성의 돌봄 노동참여의 문제가 이념을 넘어 보수와 진보세력이 함께 할 수 있는 현실적 정책과제임을 역사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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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gley, S. and Hynes, K. 2005. "Transitions to parenthood: Work-family policies, gender, and the couple context." Gender and Society 19(3): 376-397.

<주석>

1)본 글은 2005년 11월 23일 여성단체연합과 한국YMCA전국연명이 주최한 남성의 돌봄노동권리,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발표한 논문에서 서론부분과 결론부분을 발췌한 것이다.

윤홍식 / 전북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2006/01/10 00:00 2006/0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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