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이 필요한 곳에 희망의 손길을
월간 복지동향/2006 :
2006/02/10 00:00
- 빈곤가정을 위한 찾아가는 보육도우미 사업을 시작하며 -
한국여성노동자회협의회(이하 한여노협)는 올 1월부터 보육도우미가 저소득층 가정을 직접 방문하여 부모의 귀가시간까지 아이를 돌보아주는 영ㆍ유아 무료 보육서비스 제공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7억 3천만원)으로 추진되는 이 사업은 전국 4대 도시(서울, 인천, 대구, 부산)에서 시범적으로 실시된다. 1월 4일에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강당에서 여성가족부장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 및 4개 지역의 보육도우미 120명이 참여한 가운데 ‘빈곤가정을 위한 찾아가는 보육도우미 발대식’을 가짐으로써 참여자들의 결의를 높여내기도 했다. 사업을 시작한 지 한 달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이 글은 사업취지를 소개하는 차원이 될 것 같다. 현장의 경험과 실천을 바탕으로 한 엄밀한 평가는 이후 계획으로 남겨두고자 한다.
1. 사업배경
1) 빈곤의 핵심은 일자리 문제이다.
지난해에 한여노협에서는‘근로빈곤층 여성가장 삶과 노동실태 분석을 통해본 탈빈곤 방안연구’를 진행하기 위해 전국 5대 광역시에 거주하는 여성가장 1,006명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인 적이 있다. 가족의 생계와 자녀양육을 책임지고 있는 여성가장들이 높은 탈빈곤 욕구와 지속적인 노동에도 불구하고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요인이 무엇이며 이들이 절대빈곤층으로 전락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핵심적인 정책과제는 무엇인지를 밝혀내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실태조사 결과에서 의외의 답변을 얻었다. ‘빈곤에서 벗어나기 위해 가장 필요로 하는 국가지원정책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일자리 제공’이라는 답변이 전체 응답자의 51.1%를 차지하였다. 이는 2위를 차지한 생계비 지원 확대(15.0%)보다 무려 3배 정도 높은 응답율이다.(참고로 집값 안정11.8%, 비정규직 노동자보호 9.6%, 다음은 의료, 교육, 아동양육지원 순이다.) 즉 탈빈곤을 위해 국가가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일을 통해 적정한 소득이 보장되도록 일자리를 제공하라는 것으로, 복지가 확대되면 근로의욕이 감퇴되고 복지병이 깊어질 것이라는 일반적인 통념과는 매우 다른 답변결과가 나온 것이다.
사실 빈곤의 핵심은 일자리의 문제이다. 사회적 일자리나 자활근로에 참여하고 있는 수급자 및 차상위 빈곤여성 스스로도 자신이 빈곤하게 된 원인에 대해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예를 들면 제조업 생산직 취업은 취업 연령이 35세이며 잔업을 당연시하기 때문에 아이를 키우며 일해야 하는 한부모여성은 취업 할 수 없다. 게다가 40대가 넘으면 식당에서조차 채용을 꺼려하며 중국의 조선족 여성들을 더 선호한다. 실제로 4,50대 실직여성은 갈 곳이 없다. 그러나 그들 대부분은 장기간의 경제불황에 의해 이미 남편은 경제적인 능력을 상실하였거나 본인은 출산과 육아로 사회로부터 단절되어 단순직종에 종사한 경험만을 갖고 있을 뿐이다. 이렇게 세계화, 첨단산업화, 정보화에 밀려 일자리가 없는 중장년 여성들은 가정경제의 파탄으로 노동시장으로 떠밀리고 있지만 이들에게 주어지는 일자리는 만성적인 저임금과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일자리뿐이다. 그리고 이 상황이 계속되면 이들은 절대빈곤층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의 빈곤이 구빈곤과 확실히 구별되는 것은 구조적 실업에 의한 노동소득 감소에 기인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여성 빈곤방지를 위한 핵심적인 문제는 일을 하고 싶고 일할 능력이 있는 여성에게 어떻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할 것인가이다. 본 사업은 이러한 중장년 여성의 일자리에 대한 해법을 찾는데서 시작되었다.
2) 저소득층 보육지원을 통한 사회적 일자리 창출
우리사회의 급격한 사회 인구학적 변화(여성경제활동 참여 증가, 가족구조 변화, 고령화 사회로의 진입 등)는 과거 사적 영역에서 여성이 수행하였던 돌봄노동의 사회화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저출산의 문제는 그동안 여성에게 부담지웠던 자녀양육 부담과 이로 인해 직장과 가정을 양립하기 어려운 조건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2005년 노동부의 영아보육실태조사결과에 의하면 여성퇴직자의 68%는 아이를 키우는 어려움 때문에 퇴사하였으며 일하는 엄마가 원하는 보육정책은 보육시설(63.2%)보다는 가사대리인 이용 시 보육비 지원(69.8%)을 요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하는 여성의 자녀양육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영유아 보육서비스 확대 정책 수립이 시급하며 보육서비스 확대를 일자리 창출과 연계하여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함의한다.
더구나 저소득층은 미흡한 영아와 야간보육, 저학년 방과후 보육으로 인해 “취업=자녀방치”라는 현실에 놓이게 된다. 여성부 보육실태조사(2004)에 따르면 일하는 여성의 경우 영아보육 시설 이용율은 11.2%에 불과하며 비용 또한 가장 저렴한 경우가 32만 7천원으로 조사되어 최저임금의 50%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반면 저소득층 여성의 월 평균수입은 중위소득 2/3미만인 86만 7천원인 경우가 전체 44%를 차지(한국노동연구원, 2005)하여 높은 보육비용을 대체할만한 보육지원이 절실함을 알 수 있다. 또한 야간보육시설 및 방과후 시설 부족은 저소득층 여성으로 하여금 임시직, 파트타임, 부업 등 불안정고용을 선택하게 하는 원인이 된다.
이에 한여노협은 보육지원이 가장 절실한 저소득층에게 우선적으로 보육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다면 저소득층 여성이 안정적으로 경제활동에 참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빈곤가정의 영유아 보육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나가는 효과를 거두게 된다는 것에 착안하였다. 그러나 저소득층은 보육서비스 비용을 지불할 구매력이 없기 때문에 보육도우미를 저소득층에 파견하되 비용을 마련하는 것이 문제였다.
이에 저소득층 보육도우미 파견사업처럼 우리사회에서 꼭 필요한 사회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일자리를 창출해나가는 사회적 일자리 창출사업을 본 사업에 적용하여 추진해 보기로 하였다. 즉 저소득층 보육도우미 파견사업은 서비스 공급자인 보육도우미에게는 고용을 통해 소득보장을, 서비스 수혜자는 보육서비스혜택으로 간접적인 소득지원과 경제활동 참여 여건을 개선하는 효과를 거두게 한다. 특히 저소득층의 경우 영유아보육시설을 이용하면 보육료 지원이 되지만 시설부족으로 이용할 수 없거나 특수한 상황 때문에 시설을 이용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다른 대안이 필요하다. 이에 보육의 공공성을 확보하기위해 시설에서 포괄하지 못하는 영아보육의 제도적 대안을 마련하는 것도 본 사업의 목적 중의 하나로 설정하였다.
2. 사업개요 및 추진과정
위에서 살펴본 대로 본 사업의 목표는 세가지이다.
첫째, 보육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저소득층 가정 특히 일하는 여성이 안정적으로 경제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한다.
둘째, 일자리 부족으로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직여성을 보육도우미로 양성, 파견함으로써 사회적 공익성을 담보하는 일자리를 창출한다.
셋째, 시설에서 포괄하지 못하는 영유아보육, 야간보육에 대한 제도적 대안을 마련한다.
이러한 사업목표를 갖고 사업이 확정된 지난 11월부터 4개지부에서는 보육도우미로 일할 실직여성을 모집, 직업훈련을 실시하였다. 지역당 30명을 선발하여 1일 4시간씩 20일 동안 직업훈련을 실시하였다. 그리고 직업훈련을 받고 싶지만 생계비 때문에 훈련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이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직업훈련 수당을 지급하였다. 직업훈련 내용은 아이의 안전과 건강을 책임지는 역할을 수행하는데 꼭 필요한 내용으로 짰으며 마지막에는 현장실습기간을 넣었다. 교육을 마친 보육도우미 분들이 교육 소감을 담아 희망편지를 보내주셨는데 그 중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저는 이 교육을 받으면서 우리가 얼마나 큰 일을 하려고 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한 그루 꽃나무의 새싹이 뿌리를 튼튼하게 내리고 성장할 수 있도록 어머니와 같은 사랑과 포근한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우리 보육사들의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 선생님들의 말씀을 듣고 생각하며 서로 공감하면서 내면에서부터 나오는 사랑을 실천하고 싶고 또한 실천할 것입니다. (대구 보육도우미 참여자)
이렇게 교육을 마치고 보육도우미로 일하시는 분들은 전국적으로 120명에 이르는데 연령대별로 보면 4, 50대가 주축이다. 이 일을 선택하게 된 동기는 보육일이 적성에 맞거나(45%) 다른 일자리보다 안정적이기 때문(33%)이라는 응답이 다수였다. ‘이 일이 안정적이다’ 라는 답변은 노동시장에서 여성고용의 질이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다음은 무료보육서비스 수혜자 가구 선정을 어떤 기준으로 할 것인가의 문제에 부딪혔다. 이에 상대적 빈곤선으로 통용되는 도시근로자 가구 월 평균소득의 50% 미만(약 160만원)을 기준선으로 정하기로 하였다. 그 중에서도 여성장애인 가구나 영아가 있는 가구를 우선 선발한다는 내부 원칙을 세웠다. 그리고 보육서비스는 두 가지로 나누어지는데 영아보육서비스는 0세~만2세까지의 영아로 오전 8시 이후부터 저녁 7시까지이며 야간보육서비스는 만3세~초등학교 3학년까지의 아동으로 오후 4시 이후부터 부모의 귀가 시간까지 돌보는 것이다.
3. 수혜가구 발굴 및 사례
가장 중요한 것은 보육서비스가 꼭 필요한 사람에게 이 정보를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의 문제였다. 다 알다시피 저소득층은 정보에서 소외되기 쉽기 때문에 수혜가구를 발굴하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이게 되었다. 가장 먼저 동사무소와 복지관, 어린이집의 협조를 얻어 사업을 알리고 지역신문, 방송, 현수막, 저소득층 밀집지역 포스터 부착 등 다양한 노력을 경주하였다. 그 결과 1월부터 보육도우미가 파견되는 가구들이 있는데 수혜가구 현황을 살펴보면 모자가정이 가장 많고, 맞벌이가정, 부자가정, 조손가정 순이다. 수혜가구 사례 중 대표적인 사례를 소개해보겠다.
부인과 사별하고 선천성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아이를 홀로 키우는 아버지
수혜 아동은 현재 18개월이고 선천적 심장 질환으로 심장수술을 두 번이나 받은 상태이나 앞으로도 더 수술을 받아야 합니다. 부인은 직장암으로 사망하여 아버지 홀로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외환위기 때 경영하던 미용실이 도산하여 잠시 택시기사로 일하다 최근에 미용실 경영실장으로 취업하였습니다. 그러나 일당 2만원에 인센티브 적용을 조건으로 취업한 미용실은 최근 손님이 많지 않아 쉬는 날 없이 하루 12시간씩 한달 꼬박 일하고 수입은 60여만원 밖에 되지 않습니다. 아이는 계속 된 수술로 저항력도 약하고 감기만 걸려도 치명적이기 때문에 집단 보육시설에 보낼 수 없어 이웃 주민이 무료로 돌봐주고 있는데 돌봐주는 분이 새해부터 일을 하러 가야 하기 때문에 보육문제가 절실한 상황입니다.(서울)
자녀가 세명(7세,5세,5개월)인데 막내는 소이증이라는 병을 앓고 있어
아버지는 간판일용직으로 80여만원을 벌고 있으나 아이가 7세, 5세, 5개월 이렇게 3명입니다. 막내는 소이증이라는 병을 갖고 있어 그 수술비가 수천만원이 든 상태입니다. 그래서 어머니는 수술비 마련을 위해 보험설계사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막내를 누군가가 꼭 돌봐주어야 할 형편입니다. (대구)
아버지는 생산직 어머니는 식당 서빙일 그래서 열 살 된 큰 아이가 엄마 대신 동생들을 돌보아야
아버지는 공장생산직에 근무하고 어머니는 식당 서빙일을 합니다 가족생계비가 160여만원 정도로 여섯 식구가 살기에는 부족합니다. 아이가 10세,6세, 28개월된 쌍둥이가 있는데, 여태껏 10세 언니가 28개월 쌍둥이를 돌봐왔다고 합니다. 언니가 학교 숙제도 해야 하고 엄마가 돌아오는 저녁10시까지 동생들을 돌보는 것이 너무 힘듭니다 그래서 이번에 28개월 쌍둥이를 봐달라고 합니다. (대구)
4. 글을 마치며
이 사업이 방송에 나간 이후 일을 하겠다는 전화와 서비스를 신청하는 전화가 줄을 이었다. 그러나 예산의 한계로 지금은 아주 작은 도움을 줄 수 있을 따름이다. 그러나 한 가구 한 가구 사례가 전부 모델 사례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사업에 임하고 있다. 복지서비스 제공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 실업과 빈곤의 유일한 대안은 아니지만 유효한 대안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사업을 현장에서 실천하며 여러 가지 측면에서 정책대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중장년여성 일자리 문제, 영유아보육 제도화 문제, 그리고 여성노동정책, 가족지원정책 등 정책을 현장에 접목하는 데는 창의적인 고민과 실천이 뒤따를 것이다. 한 걸음 전진을 위한 디딤돌을 놓는 심정으로 올 한해 열심히 사업에 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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