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안 정신요양원(舊 구생원) 운영위원회의 사례를 중심으로
* 이 글은 지난 호《복지동향》에 실린 천안시 지역복지운동단체인 '복지세상을 여는 시민모임' 관련내용 중 구생원 운영위원회에 대해 상세한 소개를 요청받아 작성한 것임을 밝혀둔다.

사회복지시설의 비리가 언론을 통해 불거져 나올 때마다 시설운영 개선대책이 요란하게 발표되었다. 그런데 아직까지 시설비리가 반복되는 것을 보면 올바른 시설운영과 수용대상자의 안정적 보호는 지금과 같은 시스템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든다.

물론 지금까지 사회복지시설은 가정에서 보호받기 어려운 대상자들의 기본적인 생활안정을 위해 기여해왔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시설운영의 비효율성, 운영비리 및 인권침해, 시설보호의 비전문성 등 문제점이 드러나고, 일부 시설에서는 반복지적 행태도 나타나고 있어 종합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그래서 1999년 6월에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시설운영의 개선을 위한 공청회가 열리기도 했고, 특히 충청남도의 경우에는 양지마을·구생원·뿌렌너 애육원 등 시설비리가 연속으로 표출되었던 까닭에 도청에 시설운영개선을 위한 전담반(task force)이 구성되어 대책을 수립하기도 했다. 앞으로 어떤 방안이 구체적으로 실시될지 좀더 두고 보아야 할 것이지만 새천년에는 시설비리가 생겨나지 않게 되기를 기대한다.

이러한 기대를 실현하는 것과 관련하여 필자는 지금까지 시설운영 개선방안의 하나로 언급되어 온 운영위원회의 실제 사례로서 천안 정신요양원(舊 구생원) 운영위원회를 소개하겠다. 운영위원회를 소개하기에 앞서 살펴볼 것은 천안 정신요양원에 운영위원회가 도입된 배경이다. 사회복지법인 천안 정신요양원은 천안시 동면에 위치한 정원 108명의 정신질환자 요양시설인데(1999년 5월 현재 115명 수용), 이 요양원의 문제가 사건화된 것은 1998년 8월에 천안 정신요양원 비리에 대한 직원의 진정서 제출 및 건물신축 과정에서 건축주의 고발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곽영미 원장과 김장영 총무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었다. 그 결과 8월 22일 신축기금, 시설보조금, 개인후원금 등을 횡령한 혐의로 이들이 구속되었다. 이후 비교적 빠른 시일 안에 천안 정신요양원 문제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지역 시민단체들의 힘이 큰 기여를 했다. 반면에 감독관청은 이 문제가 해결되기까지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 그 유명한 에바다사건의 평택시처럼 ― 비리옹호까지는 아니었다. 감독관청의 결정적인 문제는 법인이사를 전원 관선으로 임명하라는 시민단체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는 점인데, 다행히도 현재까지 이로 인한 문제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관청보다 지역의 시민단체들이 천안 정신요양원 문제의 해결에 상당히 큰 역할을 하였다. '복지세상을 여는 시민모임'을 중심으로 5개 단체가 공동으로 '구생원 정상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구생원 문제에 대한 시민단체들의 주장을 밝히면서 지역언론을 통하여 이슈화하였다.

그 결과 1998년 10월 16일 관계공무원, 천안 정신요양원 신임이사 및 직원, 시민단체 실무자가 함께한 가운데 천안 정신요양원 문제의 원만한 해결을 위한 협의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천안 정신요양원 문제에 대하여 지역사회가 좀더 관심을 갖고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사회복지사업법 제36조 제 1 항 '시설의 운영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기 위하여 운영위원회를 둘 수 있다'는 규정에 의거하여 '천안 정신요양원 운영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이 제안·결정되었다. 이로써 최초의('최초'인지의 여부는 좀더 확인해보아야 하겠지만, 지역주민의 참여와 시설운영의 개방이라는 형태로 도입된 것은 최초라고 보인다) 운영위원회가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운영위원은 11명인데, 그 명단과 직업은 아래 〈표 1〉과 같다.

〈표 1〉에서 보듯이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자원제공 능력을 지닌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천안 정신요양원 운영위원회의 구성과 그 활동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복지세상'이라는 시민단체이다.

드디어 1998년 11월 20일 천안 정신요양원에서 첫모임을 가졌으며 이후 격월 매주 셋째주 화요일에 정기적인 모임을 갖기로 하였는데 현재까지 6차례가 열렸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현재 천안 정신요양원은 비교적 정상적인 운영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운영위원회는 2개월에 1회씩 개최되어 왔는데, 회의의 내용은 수용보호자들의 서비스 향상에 도움이 되는 실제적인 내용들을 포함하고 있다. 지금까지 열린 회의의 주요 내용은 아래〈표 2〉와 같다.

이러한 회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시설측은 처음과는 달리 운영위원회에 대하여 우호적인 생각을 갖게 된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운영위원회가 있음으로써 지역사회 및 관청이 시설에 대해서 갖는 이미지가 향상됨을 감지하였다는 점과 운영위원장이 담임하고 있는 교회로부터 지원을 받게 된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즉, 시설장의 입장에서 볼 때 운영위원회가 시설운영에 간섭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겠지만 동시에 시설운영에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일종의 교환관계가 성립된 것이다. 이 점은 앞으로 시설내에 운영위원회가 설치될 경우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를 시사하고 있다. 즉, 운영위원회라는 기구가 시설에 대한 지역사회의 견제통로라는 의미도 갖지만 동시에 지역사회도 운영위원회를 통해 시설에 대하여 일정한 도움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끝으로 천안 정신요양원 운영위원회가 지닌 문제점은 운영위원회의 기능이 '심의'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법적인 한계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러한 법적인 제약은 풀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왜냐하면 현 상황에서 어떤 시설에 운영위원회가 설치되어야 한다고 주장되는 경우는 대부분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시설이며 이러한 시설은 대부분 문제를 일으킨 사람들의 영향력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에 이를 분쇄시키기 위해서는 시민단체가 구성한 운영위원회에 의결권을 주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 6차 운영위원회 회의에서 천안 정신요양원 운영위원회 규정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졌는데, 아직 세부적인 문구가 완전히 확정되지 않아 이 글에는 소개하지 않았다.

필요한 분은 '복지세상' 윤혜란 사무국장에게 연락하면 자료를 얻을 수 있다.

복지세상 연락처 041)575-2811

심재호 / 한서대 노인복지학과 교수
2000/02/10 00:00 2000/0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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