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방대책과 향후과제
월간 복지동향/2000 :
2000/02/10 00:00
쪽방대책이 나왔다. 서울시가 지난해 말 쪽방지역에 대한 실태조사를 했는데, 7개 지역에 4,662개의 쪽방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지역에 상담센터를 설치하기로 했다. 우선 서울시에 2개, 부산시에 1개의 상담소를 설치할 것이다. 상담센터에는 4명의 상담원이 배치되어 2교대로 근무를 하면서 여러 가지 상담을 하고, 필요한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거나 연결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 상담센터는 민간단체에서 운영할 계획이다. 또 소화기를 설치하는 등 화재예방을 위한 조치를 실시하기로 했다. 간이화장실이나 간이샤워장, 공동세탁장 등을 설치하는 방안도 지역여건을 봐서 검토하기로 했는데, 설치되는 곳은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쪽방지역이나 쪽방에 사는 사람들은 복지정책의 사각지대였다. 지역사회복지를 한다고 사회복지관을 많이 지었지만,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밀집해 있는 쪽방지역에서는 지역사회복지라는 말이 무색하게 느껴졌다. 4대보험을 실시하고 그 범위를 전국민으로 확대해간다지만, 쪽방사람들에게 이런 변화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조차 이들에게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노력이 필요하다.
복지정책의 사각지대는 그 집단의 규모가 크지 않더라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것은 복지정책이 누군가를 배제하고 있음을 의미하고, 또 복지정책의 허점을 개선하기 위한 지표가 되기 때문이다. 주민등록을 사는 곳에 옮겨 놓지 않거나 아예 말소되어서, 가족단위로 생활하지 않아 거처를 자주 옮겨서, 거동이 불편해서, 글을 읽지 못하거나 정보가 부족해서 배제되는 사람이 없도록 노력하는 것, 이것은 최소한의 배려이면서, 모든 사람의 기본적 권리로서 복지를 실현하는 길이다.
쪽방대책을 정부에서 내놓은 것은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앞으로 해야 할 일도 많다. 빠른 시간 안에 정부에서 계획했던 것처럼 상담센터는 적어도 전국 10개 지역으로 확대해야 할 것이고, 가장 적절한 방안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제대로 검토해야 한다. 그리고 더 큰 일은 상담센터 설치 이후부터 시작된다. 쪽방대책이 단지 응급구호적인 차원에 머물지 않기 위해서는, 쪽방 사람들의 생활을 존중하고 스스로 자기 활과 지역사회를 향상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것은 쪽방사람들과 그 곳에서 일하게 될 사람들 사이에 인간적 신뢰가 형성될 때 가능하다.
그런데 이 일은 말처럼 간단하지 않다. 우리 사회의 오랜 빈곤에 대한 무관심은 빈곤의 그림자가 가난한 사람들의 생활에 깊게 드리워지게 했다. 그만큼 쪽방 사람들에게서 그 그림자를 걷어내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이다. 쪽방지역이 그저 뜨내기들이 자다가는 곳이 아니라,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마음을 붙이고 생활하고 좀더 나은 생활로 나아가는 정거장이 될 수 있게 하는 것. 이것은 이제부터 시작해야 할 도전이다.
-------------------------------------
참고 자료
한국도시연구소(2000), 《쪽방연구》.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