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말에 시작된 외환위기 이후 한국사회는 예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높은 실업률과 심각한 수준의 실질소득 하락을 경험하였다. 그에 따라 정부는 각종 실업대책과 빈곤대책을 수립, 시행하였다. 하지만 정부의 실업 및 빈곤대책은 미흡하여 실업자 및 빈곤자의 대다수는 그 혜택으로부터 벗어나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처럼 IMF 이후 높은 실업률과 빈곤율, 그리고 그에 대한 정부대책이 크게 미흡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서 실업자집단이나 빈곤자집단의 생존권적 요구는 심각한 사회적 투쟁으로까지 확대되지 않았다. 그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는데, 그 중의 하나로 한국사회에서 광범위하게 존재하는 가족, 친척, 이웃 등에 의한 비공식 복지의 완충효과를 생각할 수 있다.

그렇다면 실제로 IMF 이후 우리 사회의 빈곤문제에 비공식복지는 어느 정도의 완충효과가 있었으며, 그 효과는 주로 어떤 계층에서 나타났을까? 이 글은 이러한 질문에 답하고자 도시가계조사 원자료와 1998년 8월에 한국 보건사회연구원과 노동연구원이 조사한 실업가구조사 원자료를 이용하여 실증 분석을 하였다.

비공식 복지의 규모

〈표 1〉은 IMF 전후 도시근로자 가구의 사적 이전소득과 공적 이전소득의 크기를 비교한 것이다.〈표 1〉에서 우리는 사적 이전소득의 규모가 공적 이전소득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수혜가구의 비율 측면에서 보면, 사적 이전소득을 수혜하는 가구의 비율이 공적 이전소득을 수혜하는 가구의 비율보다 8∼10배 정도 높다. 이전소득의 평균적인 수혜액 측면에서도 사적 이전소득의 평균 수혜액이 공적 이전소득의 평균 수혜액보다 5∼6배 정도 크다.

〈표 2〉는 실업가구를 대상으로 하여 IMF 이후 사적 이전소득과 공적 이전소득의 크기를 비교한 것이다.〈표 2〉를 보면, 실업가구를 대상으로 해도 사적 이전소득의 규모가 공적 이전소득의 규모보다 훨씬 크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수혜율의 측면에서 보면, 사적 이전소득 수혜율이 공적 이전 소득 수혜율보다 약 6배 정도 높다. 평균 이전소득의 수혜액도 사적 이전소득이 공적 이전소득보다 약 3배 정도 크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공공복지보다 비공식 복지의 규모가 훨씬 크다.

비공식 복지의 빈곤완화 효과

도시 근로자 가구 <표 3〉은 1998년도 도시 근로자가구를 대상으로 하여 사적 이전소득의 빈곤감소효과를 소득계층별로 비교한 것이다.〈표 3〉에서 우선 지적할 수 있는 것은 비공식복지의 빈곤감소효과가 공공복지의 빈곤감소효과보다는 크지만, 절대적인 측면에서 보면 그다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전체 도시 근로자 가구를 대상으로 할 때, 공적 이전은 빈곤율을 0.3% 정도밖에 떨어뜨리지 못하고, 공적 이전보다는 크지만 사적 이전도 1.9% 정도밖에 빈곤율을 떨어뜨리지 못하고 있다.

또한 사적 이전의 빈곤감소효과는 극빈층에서는 거의 나타나지 않고,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빈곤층에서 나타나고 있다.〈표 3〉을 보면, 가장 빈곤한 계층인 하위 5% 소득계층의 경우 사적 이전에 의한 빈곤감소효과는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고,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빈곤층인 하위 6∼10% 계층과 11∼20% 계층에서 사적 이전의 빈곤감소효과는 집중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실업가구 대상 실업가구를 대상으로 할 경우에도 사적 이전의 빈곤감소효과는 극히 미미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표 4〉를 보면, 사적 이전은 실업가구의 빈곤율을 2.1% 내외 정도 떨어뜨리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한 사적 이전에 의한 빈곤감소효과는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빈곤층에 주로 나타나고, 극빈층에서는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표 4〉를 보면, 사적 이전소득을 제외하고 소득이 전혀 없거나 극히 적은 계층인 40% 이하 소득계층의 경우 사적 이전에 의한 빈곤감소효과는 거의 없고, 빈곤선과의 소득격차가 크지 않은 빈곤층인 41∼80% 소득계층에서 빈곤감소효과는 주로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사적 이전에 의한 빈곤감소효과는 그다지 크지 않으며, 또한 적은 빈곤감소효과도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빈곤층에서 주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사적 이전은 공적 이전과 달리 수혜하는 가구당 절대액이 크지 않기 때문에, 사적 이전소득만으로 빈곤가구가 빈곤을 벗어나는 것은 매우 어려우며, 특히 1차 소득이 적은 극빈가구의 경우 사적 이전을 통해 빈곤을 벗어난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해 주는 것이다.

빈곤계층에 대한 비공식 복지의 생활안정 효과

그렇다면 IMF 이후 빈곤문제에 대해 비공식복지는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였는가?〈표 5〉는 도시근로자가구를 대상으로 하여 사적 이전소득의 수혜율과 사적 이전소득이 경상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소득계층별로 비교한 것이다.

〈표 5〉를 보면, 하위 5% 소득계층의 사적 이전소득 수혜율은 약 45%에 이르며, 총소득에서 사적 이전소득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12%이다. 더욱이 사적 이전소득을 수혜하는 가구만을 대상으로 할 경우 사적 이전소득은 총소득의 약 26%에 달한다. 이러한 사실은 극빈층의 빈곤제거에 사적이전이 기여하는 바는 거의 없지만, 사적 이전이 빈곤층의 현생활을 유지하는 데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점은 실업가구를 보면 더욱 분명하다.〈표 6〉은 실업가구를 대상으로 하여 사적 이전소득의 수혜율 및 사적 이전소득이 가구 총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소득계층별로 비교한 것이다.

〈표 6〉을 보면, 사적 이전소득을 제외하고 소득이 전혀 없는 하위 20% 소득계층의 경우 사적 이전소득을 수혜하는 비율이 14.6%이고, 사적 이전소득을 제외한 소득이 극히 적은 21∼40% 계층의 경우 23.9%로 다른 계층들보다 높다. 그리고 사적 이전소득을 수혜하는 실업가구들의 경우 소득에서 사적 이전소득이 차지하는 비율은 하위 20% 계층의 경우 그 비율이 100%이고, 하위 21∼40% 계층의 경우도 그 비율은 52%에 달하여, 이들 가구의 현 생활을 유지하는 데 사적 이전소득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맺 음 말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비공식복지가 빈곤층의 현 생활유지에 상당정도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빈곤제거라는 측면에서 보면 그 효과는 매우 미약하다. 특히 극빈층의 빈곤제거에 비공식복지의 효과는 거의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우리 사회의 빈곤제거를 위해서는 공공부조와 같은 공공복지제도의 확대와 강화가 유일한 방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손병돈 / 평택대 교수
2000/02/10 00:00 2000/0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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