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는 글

다문화사회, 다문화가족 등 최근 들어 다문화라는 단어를 자주 접한다. 이는 분명 경제적으로 좀더 안정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하여 먼 고향을 등지고 한국에서 힘든 일 마다 하지 않고 묵묵히 살아온 이주노동자들을 인식하면서부터 일 것이다. 스리랑카,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태국, 몽골, 중국,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이름도 낯설고 외모도 낯선 나라의 사람들이 우리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자리잡으면서 이들과 갈등을 최소화하고 보다 안정적인 사회 형성을 위하여 다문화사회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작년 한해 동안 4만 3121명의 국제결혼부부가 탄생하면서(통계청) 일부에서는 다문화가족을 국제결혼가족으로만 한정 짓고 있어 아쉬움이 많다. 농촌에서는 3쌍 중 1쌍이 국제결혼부부이고 전체 결혼한 커플들 중 13.6%가 국제결혼커플임에는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만을 다문화가족으로 한정하는 것은 많은 한계가 있다. 서두에서 밝혔듯이 우리 나라에는 분명 다국적 이주노동자들이 거주하고 있고 결혼적령기에 있는 이들이 자국 내 사람들과 혹은 한국에서 만난 타 국적 사람들끼리 결혼을 하거나 비록 사실혼이기는 하지만 자녀를 두고 있는 가족도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문에서는 다문화가족을 단순히 국제결혼부부로만 제한하지 않고 다양한 문화로 구성된 가족을 모두 살펴보기로 하겠다.

국제결혼가족

국제결혼가족은 1980년대 특정 종교를 통한 일본인과의 결혼으로 시작되어 신체적, 정신적 장애나 알코올, 빈곤 등의 장애로 국내결혼시장에서 소외되고 있는 남성들을 중심으로 급증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대부분의 국제결혼을 하는 한국인 남성들이 우리 사회의 소외계층이기는 하지만 오늘날의 한국대학생들은 국제결혼에 대하여 약 30%이상이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난 조사(출처: 국제결혼이주여성 실태조사 및 보건ㆍ복지 지원 정책방안 2005)를 미루어 볼 때 우리 사회에서 국제결혼가족은 더욱 다양한 형태로 증가될 것으로 예견된다. 농촌지역에서는 네 집 건너 한집은 외국인 배우자를 만나 결혼하고 7~8년 후에는 초등학교에서 4명 중 1명이 국경없는 가족의 자녀일 것이다(교육인적자원부, 2006년 3월 9일).

국제결혼가족의 증가는 분명 우리 사회를 다양한 문화를 접하고 발전시켜 나갈 기회를 부여한다. 하나의 문화를 배우고 이해하는 데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든다. 특히 그 타국의 문화를 우리 나라에서 접할 수 있는 기회란 그리 흔히 생기는 것이 아니다. 전체 결혼이민자들의 25%가 살고 있는 경기지역, 그 중에서도 평균적으로 매일 한쌍의 국제결혼부부가 탄생하는 안산에는 베트남, 몽골, 중국, 태국,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등 웬만한 동남아시아가 안산에 이주해 온 듯한 착각을 하게끔 집결해 있다. 거리를 다니다 보면 한국어가 아닌 언어로 대화하는 사람들이 신기하지 않고 평범한 한국의 시장에서는 맡을 수 없는 독특한 향신료의 향기는 사람들의 발길을 유혹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결혼 증가로 자연스럽게 우리 사회가 호사를 누리는 이러한 문화적 풍요로움을 논하는 사람은 흔히 볼 수 없고 언제나 결혼이민자여성의 가정폭력피해증가, 혼혈아동의 기초학습능력 현저히 떨어져... 등 등의 우리를 우울하게 만드는 기사는 자주 접한다. 이는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국제결혼부부를 위한 정치, 경제, 사회, 제도, 문화적 측면에서의 의식구조 및 정책의 발달 정도가 국제결혼커플의 증가에 따라 가지 못하기에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이들 가족에게 돌아가고 있다. 그 실례로 국제결혼부부의 높은 이혼율을 들 수 있는데 한국인 남편과 외국인 부인과의 이혼은 2천444건으로 전년에 비해 무려 51.7% 증가했으며, 한국인 부인과 외국인 남편의 이혼도 1천834건으로 2.5% 늘어났다(통계청)

국제결혼가족은 아직까지는 국내결혼시장에서 소외된 한국인 남성들이 결혼을 하고자 하는 욕구와 경제적 안정을 꾀하기 위하여 장거리 혼인도 마다하지 않는 제3세계의 신부들의 욕구가 맞물려 형성된다. 물론 이를 비난하지는 않는다. 이제 우리 사회는 "돈" 보고 결혼하는 것을 위장결혼이라고 정의내리는 것으로부터 탈피하여야 할 것이다. 자본주의사회에서 결혼이라는 일생의 중대한 절차를 아무런 조건 없이 하는 사람은 매우 희귀할 것이다. 학벌, 직업, 경제능력, 가족사, 가치관 등 다양한 조건을 보고 결혼을 결심한다. 그러나 단순히 제3세계에서 온 결혼이민자들이라고 해서 돈보고 하는, 국적이 목적인 등의 소위 말하는 진실된 결혼이아니라고 의심하는 자세는 버려야 할 것이다. 많은 국제결혼부부들도 이러한 사회적 시선 때문에 힘들어 한다. 그러나 일부 국제결혼한 한국인 배우자 당사자나 그의 가족조차도 자신의 외국인배우자를 "목적성 결혼"을 한 사람으로 치부하는 시선 때문에 심각한 부부갈등이 발생된다. 뿐만 아니라, 문화적 차이가 이들 부부를 힘들게 하는 것이 아니고 그 차이를 배우고 존중하려는 자세보다는 자신의 것만 지키려는 이기적인 태도가 문제인 것이다. 이렇게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야기된 자녀출생은 또 다른 문제점을 나타낸다. 물론 새생명은 부부에게 희망을 안겨주기도 한다. 자녀양육에 대한 책임 때문에 한글공부에 박차를 가하고 긴 안목으로 직장을 선택하여 가정경제안정을 위하여 노력하기도 한다. 자녀를 훌륭히 키우겠다는 부부사이에 공통된 목표가 설정되어 굳게 단결되는 모습도 종종 본다. 하지만 변함없는 폭력, 알코올, 무기력, 외도 등의 직접적인 갈등요인과 문화적 차이, 언어적 장벽 등의 요소가 더하여 결국 이들은 가정해체라는 결과를 맞이하기도 한다. 이 경우 자녀는 대부분 외국인 엄마가 양육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의 생활이 얼마나 어려울 지는 상상하기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이주노동자가족

국내에 약 50만명의 이주노동자가 산업현장에서 근무하고 있고 대부분이 결혼적령기의 청년들이다. 이들 중 일부는 소수이기는 하지만 한국에 거주하는 이주여성들과 결혼 혹은 사실혼 관계를 형성한다. 그러나 이들에게 자녀출생은 커다란 부담으로 다가온다.

-2004년 15세미만 장단기 불법체류자 수21127명

-이주아동 중 국내학교 유입가능인원, 9,500명

-현재 국내학교에 재학중인 학생 1,574명(‘05. 5)

-출처:교육인적자원부 2006년 국정감사보고서 중

여성은 대부분 임신과 출산, 양육으로 장기간 노동이 불가하고 남성 혼자의 임금으로는 생활이 매우 어렵고 의료보험적용이 되지 않아 의료비에 대한 부담감 역시 매우 크다. 그래서 많은 수의 부모는 자신들의 자녀를 본국으로 보낸 후 양육비를 보내주는 현실적인 방법을 선택한다. 그러나 이러한 사정도 여의치 않을 시에는 경제적으로 어려워도 직접양육을 선택하는 부모들도 있다. 이들에게 가장 큰 고민은 경제적인 것 보다는 함께 어려움을 나눌 사람들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여성인 경우는 자신이 전적으로 양육에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에 아이가 아프거나 할 경우 ‘기절’할 정도로 피곤하다는 표현을 한다. 일부 이주여성단체에서 ‘직접방문서비스’를 실시하여 산후 이주여성을 위한 도우미 파견을 실시하였다. 그러나 너무나 열악한 자신의 집을 완전한 타인에게 공개하기 보다는 심신의 피로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어서 ‘직접방문서비스’는 더 이상 진행되지 않고 있다. 그리고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이주노동자가정은 대부분 미등록상태로 체류하고 있어 신분의 불안에 의한 어려움 또한 크다. 신분이 불안정하여 경제활동도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기 어렵고 자녀교육에 대한 미래제시도 쉽지가 않다. 언제 단속되어 강제추방 될지 모르는 기로에 서 있는 이들에게 ‘미래’라는 단어는 높은 곳에 있는 뜬 구름과 같은 단어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학령기의 이주아동들이 학업에 열중하기 보다는 저임금 노동시장으로 흘러가는 경향이 높다. 더불어 이주아동들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하여 매우 혼란스러워 한다. 정서적인 면이나 문화적인 면이나 자신을 한국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한국에서는 자신들을 이주아동이라고 칭한다. 그렇다고 부모님 나라의 문화에 대해서는 지식도 없고 감정적인 소통도 되지 않아 자신의 정체성이 무엇인지에 대한 심각한 고민을 한다. 따라서 이주아동의 건강한 성장을 위하여 이들의 체류신분보장에 대한 문제도 이제는 우리사회가 고민하여야 하는 과제이다.

정리의 글

우리 사회는 다문화가족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가고 있다. 다문화가족에는 국제결혼하는 가족과 한국에 거주하는 이주민과 이주민 사이에 형성된 가족도 존재한다. 그러나 두 그룹모두 사회적 편견과 함께 약한 지지기반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다. 자신의 문제를 함께 나누며 적절한 조언을 해 줄 서포터도 없고 편견의 시선을 받는 것은 다문화가족이 우리 사회에 안정적 정착을 방해하는 가장 큰 요인이다. 따라서 이들의 독특한 문화적 배경을 이해하고 이들의 어려움을 함께 고민하는 사회적 성숙이 요구되어 진다.

이해령 /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 부설 안산이주여성상담소블링크 소장
2006/04/10 00:00 2006/04/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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