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통계청은 2005년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이 지난 2004년의 1.16명에서 더 떨어져 세계 최저 수준인 1.08명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반면 인구의 고령화 속도는 매우 빨라 오는 2018년이면 고령사회(노인인구 14%)에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제시되고 있다. 인구 구조의 이 같은 변동이 경제와 사회의 모든 방면에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면서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는 우리 사회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라 있다. 그 가운데 6월 20일 ‘저출산 고령화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협약’이 체결되었다. 지난 1월 정부, 재계, 노동계, 여성계, 종교계, 시민단체 등 각계각층이 참여한 「저출산 고령화 대책 연석회의」가 출범한지 6개월만의 결과이다. 이번 사회협약을 두고 각계각층이 저출산, 고령화 문제의 심각성을 함께 인식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한 의미 있는 성과라는 긍정적인 평가가 있는 반면, 문제의 심각성에 비해 협약의 내용이 추상적이며 정부 기본계획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부정적인 평가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협약의 주요내용 중 핵심쟁점이 됐던 사항들을 살펴보고 그 의미를 종합해 보고자 한다.

이번에 체결된 ‘저출산 고령화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협약’은 협약 배경과 취지를 담은 전문(前文)과 네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장별로 서너 가지씩 총 열여섯 가지의 주요과제를 명시하고 있다. 전문에서 ‘출산과 양육, 노인부양에 대한 국가와 사회의 책임소홀’을 지적하고 이에 대한 ‘사회적 책임강화’, ‘여성과 고령자에 대한 차별 해소’, ‘일ㆍ가정 양립을 위한 양성평등 실현’을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이는 저출산ㆍ고령화 문제의 원인을 사회적 환경과 제도에서 찾고 있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문제인식으로 평가할 수 있다. 전통적으로 출산과 양육, 노인부양의 책임이 개인과 가족 특히 여성에게 가중되어 온 우리 현실에서 이 문제가 국가와 사회가 책임져야 할 영역이이라는 점을 확인하고 명시한 것은 성과라 할 수 있다.

저출산ㆍ고령화 원인에 대한 진일보한 인식

출산과 양육 문제를 다룬 제 1장에서 협약체결 직전까지 가장 핵심적인 쟁점은 국공립 보육시설의 확충 문제였다. 보육 아동을 기준으로 볼 때 전체 보육 시설 중 국공립 시설의 비율은 현재 약 11%로 보육의 민간의존도가 절대적이다. 공적 인프라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국공립 보육시설의 획기적 확충 없이는 보육의 공공성 강화도, 부실한 민간 서비스의 질 개선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노동계와 시민사회에서는 추가보육수요를 모두 국공립으로 확충한다는 전제하에서 2010년까지 아동기준 30%로 확충할 것을 주장했으며, 지난 10년 이상 국공립 보육시설 확충이 제자리걸음을 거듭했던 점을 감안할 때 협약에 그 목표가 구체적으로 명시되어야 한다는 점을 요구했다. 반면 정부는 신규 건립 시 부지와 재원의 절반을 부담해야 할 지방자치단체가 민간시설의 저항 등을 이유로 소극적인 상황에서 협약에 30% 확충을 명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종적으로 ‘국공립 보육시설을 보육아동 기준 30% 수준으로 확충하며, 정부 기본계획에 이를 반영하는 것’으로 합의가 이루어졌으며, 이는 노동계와 시민사회의 입장에서 이번 협약의 가장 큰 성과의 하나다.

국공립 보육시설 확충과 더불어 격렬한 토론이 전개되었던 쟁점의 하나는 ‘아동수당제도의 도입’여부였다. 아동 양육 가정에 대한 보편적인 지원제도의 하나인 아동수당은 OECD 국가 중 한국과 터키 정도를 제외한 모든 나라들이 채택하고 있을 만큼 보편적인 사회보장 제도의 하나이다. 아동수당을 둘러싼 가장 큰 쟁점은 제도의 효과가 뚜렷하게 입증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이 제도의 도입에 부정적인 입장에서는 출산율 제고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인데, 어느 단일 제도도 출산율 제고의 직접적인 효과는 입증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리 설득력 있는 논리로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아동양육 가정의 경제적 부담완화와 아동빈곤의 예방이 제도의 주된 목적이며 뚜렷한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들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저출산 고령화 대책 기본계획의 논의과정에서 2007년부터 태어나는 둘째아이부터 월 10만원의 아동수당을 지급해 단계적으로 이를 만 5세까지 확대하는 계획을 검토했으나, 별도의 재원마련 없이 기존의 보육예산 일부를 재원으로 하려는 것에 대한 정부 부처간 이견으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협약에는 ‘정부가 아동수당제도의 도입시기와 방안, 재원을 검토한다’는 다소 유보적인 문안으로 합의가 이루어 졌다. 경제계에서 아동수당제도 도입의 필요성과 효과성을 끝까지 부정한 것이 제도의 도입을 확정하지 못한 이유다. 그러나 경제계를 제외하면 그 도입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었으며, 재원을 포함해 구체적인 제도의 설계에 관한 논의가 가시화 될 것으로 판단된다.

국공립 보육시설 30% 확충, 아동수당 도입검토 명시

출산 양육과 관련된 또 하나의 쟁점영역은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산전후 휴가 및 육아휴직의 실질화와 육아기 근로형태의 유연화 문제였다. 남성 취업자의 고용보험 피보험율이 36.9%, 여성 취업자의 피보험율은 26.2%에 그치며, 근로자 평균임금의 22.9%에 불과한 낮은 육아휴직 급여로 인해 산전후휴가를 사용한 여성근로자의 26%만이 육아휴직을 이용하는 상황에서 고용보험을 통한 산전후휴가와 육아휴직은 광범위한 사각지대를 발생시키고 있다. 따라서 이 문제의 해결은 근본적으로 사각지대와 적절한 급여수준을 동시에 해결하는 방향으로 제도의 재설계가 불가피하다. 다수의 비정규직과 농어민, 자영업자 등이 적용대상에서 제외하는 고용보험 대신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새로운 사회보험 등의 고안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그러나 이번 협약 과정에서 이 같은 근본적 수준의 논의가 초기부터 이루어지지 못한 것은 명백한 한계이다. 다만 한 가지 성과라면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비용의 사회화 수준을 높이고 비정규직에게 이를 확대한다’는 내용을 명시함으로써 현 고용보험 체계 내에서 나마 급여수준의 인상과 제도 내 사각지대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근로형태의 유연화 문제 또한 ‘육아 휴직기 자발적 단축근로’ 등의 적극적 조치가 경제계의 반대로 포함되지 못함으로써 실속 없는 선언에 그친 한계를 보였다.

여성과 고령자의 능력개발과 고용확대를 다룬 제 2장에서는 정년제도와 임금체계 문제에 관한 노사간의 쟁점이 재현되었다. 정년제도는 특정 시점에서 고용을 강제종료 시키는 것으로 세계적으로도 이 제도를 갖고 있는 나라가 많지 않을 정도로 비 일반적인 제도이다. 따라서 고령자의 고용 확대가 필요한 상황에서 재검토가 필요한 제도임에 분명하다. 다른 한편으로 경제계는 현재의 연공급제 중심의 임금구조가 고령자의 임금부담을 가중시켜 기업이 정년 이전에 고령자를 해고하는 원인이 되며, 중ㆍ고령자의 노동시장 복귀에 걸림돌이 된다는 주장이다. 이 주장 또한 그 나름의 설득력을 갖고 있다. 협약에서는 ‘임금체계의 개편과 정년 제도를 연동하여 논의한다’는 다소 모호한 표현으로 절충되었지만, 큰 틀에서 임금피크제와 같은 임금체계의 새로운 모색과 고령자 고용안정이라는 차원에서의 정년제도 폐지 등이 교환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고용 문제와 관련해 이번 협약이 갖는 가장 큰 한계는 여성과 고령자의 고용확대를 위한 유력한 프로그램인 사회적 일자리 창출에 관한 적극적인 내용이 포함되지 못하고 매우 원론적인 수준의 언급에 그친 것이다. 사회서비스의 확대와 이에 기반을 둔 공공부문의 고용창출이 턱없이 부족한 우리나라 현실에서 이는 사후적으로라도 깊이 검토되어야 할 주요 의제이다.

일ㆍ가정 양립 조치의 한계, 사회적 일자리 원론에 그쳐

노후생활 기반구축을 내용으로 하는 제 3장의 핵심내용은 노후 소득보장 체계로서의 공적 연금제도 개혁의 원칙과 방향을 정하고 사회적 대화의 장을 마련하기로 한 것이다. 사회협약에 참여한 각 주체들은 ‘사각지대 해소’, ‘지속가능성 제고’, ‘형평성 제고’라는 3대 원칙에 의거해 공적연금제도의 개혁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사회적 대화의 장을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국민연금제도의 개혁은 현세대는 물론 미래세대의 모든 계층을 포괄하는 중차대한 과제인 만큼 정부나 정치권만의 논의에 국한될 수 없는 사안이며 국민적 합의를 통해 개혁을 추진하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하는 원칙이다. 이번 협약을 통해 이 같은 원칙을 분명히 한 것은 중요한 성과이다. 더불어 사각지대 해소를 연금개혁의 제 1원칙으로 제시한 것은 연금개혁의 범위와 방향이 지금까지 정부에서 추진해오던 재정안정화 차원의 모수적 개혁이 아닌 구조적 개혁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확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 밖에 노인요양보장 제도의 도입과 관련해 정부가 발의한 노인수발보험제도가 인프라 구축, 재원조달 방식, 정부의 재정적 역할 등에서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그러나 이미 정부의 법안이 국회로 넘어간 만큼 ‘국회에서 이에 관한 사회적 합의를 추동하도록 권고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었다.

제 4장에서는 저출산ㆍ고령화 대책 수립에 필수적인 재원의 확보를 위해 ‘정부지출의 효율성 제고’, ‘세원 투명성 등 조세의 형평성 제고’, ‘비과세 감면제도 등 조세지출의 합리적 개선’, ‘국민적 합의에 의한 조세재정 개혁을 위한 사회적 대화의 장 마련’의 원칙에 합의했다. 세원의 투명성 확보 등과 관련해 자영자 간이과세 폐지, 주식양도 차익과세의 확대, 금융실명제도의 개선 등 구체적 개혁방안들이 제시된 것이 있으나 이 같은 구체적 개혁과제 수준의 합의를 만들지는 못했다. 또한 그나마 구체적 과제수준에 해당하는 비과세 감면제도 개선에 대해서도 명확히 비과세 감면의 축소와 그 방향, 예를 들어 일몰이 도래하는 비과세 감면 조항의 폐지 또는 50% 삭감 등과 같은 원칙을 명시하지 못한 것도 한계로 지적될 수 있다.

연금, 조세ㆍ재정 후속 사회합의 추진키로

전체적으로 ‘저출산ㆍ고령화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협약’은 만족할만한 수준으로 보기 어려우며, 더러는 정부가 이미 시행하고 있거나 시행이 예정되어 있는 사항들도 중복되어 포함이 되어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를 두고 사회협약의 의미를 축소하거나 노동운동과 시민운동이 정부에 명분만 주었을 뿐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애초부터 이번 협약에 대해 노동계와 시민운동은 일부 핵심적인 정책의 진전, 중장기 개혁과제에 관한 개입의 교두보 확보 이상의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국공립 보육시설의 확충, 아동수당 가시화 등의 성과 연금과 재정조세 등에서의 사회적 개입의 구조 확보 등은 전체 협약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노동계와 시민사회가 목표했던 의미와 전략을 획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경제사회주체들 간의 사회적 대화(Social Dialogue)의 발전이라는 면에서 이번 협약은 앞으로의 시행착오를 줄이는데 기여할 만큼 한걸음 나아간 것으로 보인다.

박원석 /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2006/07/11 00:00 2006/07/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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